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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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

판시사항

소멸시효의 완성 후 채무의 일부 변제로 인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판결요지

동일당사자간에 계속적인 거래로 인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개의 채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특정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의 변제를 한 때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잔존채무에 대하여도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시효중단이나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그 채무가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그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고, 특히 채무자가 가압류 목적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받을 목적으로 피보전채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전채권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별개의 채무에 대하여서까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진학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3.2.10. 선고 92나264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1991.7.경 원고에게 변제하여야 할 채무금 중 금 13,923,000원을 변제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논지는 원고에게 금 13,923,000원을 변제한 것은 피고가 아니라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가압류의 대상이 된 임야를 매수한 소외인이라는 것이나, 갑 제8호증의 1 내지 3(가압류해제요청서, 인감증명서, 계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태창목재공업주식회사와 연명으로 원고에 대하여 “본인 등이 귀행에 변제하여야 할 채무금 중 13,923,000원을 변제하고자 하며 변제 이후 이의제기 등은 하지 않겠아오니 변제와 동시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는 해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채무금일부변제요청 및 부동산가압류해제요청서를 자신의 인감증명서와 함께 제출하였고, 원고는 그 돈을 수령한 다음 계산서를 작성, 교부한 사실이 인정되고, 설사 소론과 같은 경위로 위 소외인이 위 돈을 대위변제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그들 사이의 내부관계에 불과하고 원고와의 사이에서 변제자는 여전히 피고와 위 회사라고 할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가 없다.

제2, 4점에 대하여

1.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의 전부나 일부를 변제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가분채권의 일부변제에 의한 시효이익의 포기는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기는 하나 전체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하는 것인 경우에는 그 채권전부를 승인하고 이에 대한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일당사자간에 계속적인 거래로 인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개의 채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특정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의 변제를 한 때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잔존채무에 대하여도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시효중단이나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당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참조), 그 채무가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그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고, 채무자가 가압류 목적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받을 목적으로 피보전채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전채권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별개의 채무에 대하여서까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88.11.16. 피고 소유의 부산 남구 (주소 1 생략) 임야 663㎡, (주소 2 생략) 도로 341평, (주소 3 생략) 도로 356평에 대하여 청구금액을 서울민사지방법원 85가합3601호 대여금 사건의 판결 주문상의 금 1,000,000,000원 중 금 35,000,000원으로 하여 부산지방법원 88카24943호로 가압류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얻어 집행을 마쳤고, 다시 1990.2.17. 위 각 부동산에 대하여 청구금액을 1982. 11. 15. 발행 약속어음금 잔액 금 884,747,244원 중 금 300,000,000원으로 하여 같은 법원 90카3151호로 가압류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얻어 집행을 마친 사실과 피고는 1991.7.경 원고에게 변제하여야 할 채무금 중 금 13,923,000원(위 임야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평가금액)을 변제하고자 하며 변제 이후 이의제기 등은 하지 않겠사오니 변제와 동시 위 임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원고는 이를 승낙하고, 같은 해 8.9. 피고로부터 금 13,923,000원을 받은 다음 같은 달 16. 위 임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의 변제는 위 채권의 상사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훨씬 도과한 뒤의 일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소멸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 채무를 승인하고 변제를 한 것으로서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피고가 위 금 13,923,000원을 변제한 것만으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채무(1981.12.31.자 및 1982.11.15.자 채무) 전부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위 가압류상의 청구금액이 판결금액 중 일부인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피고가 그 가압류 채무를 변제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판결금액 중 일부인 사실을 용인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는바, 채무자가 전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별다른 이의없이 채무의 일부로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승인을 하고 변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3.  원심의 설시에 따른다면 피고가 변제한 금 13,923,000원이 원고가 첫번째로 가압류한 서울민사지방법원 85가합3601 대여금 사건의 판결문상의 채무금 1,000,000,000원에 대한 일부변제로서 지급한 것이라는 것인데, 원심판결 이유에는 위 판결문상의 채무가 이 사건 각 채무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만일 위 판결문상의 채무가 이 사건 각 채무와 별개로 성립된 독립한 채무라면 그 채무의 일부변제로써 이 사건 채무까지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또 그 채무가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면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어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인데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의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였다 하여 시효완성된 이 사건 각 채무에 관한 채무까지도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점을 밝히지 아니하고 만연히 피고가 이 사건 채무 전부에 대한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이유모순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또 피고가 위 돈을 변제한 목적이 가압류의 해제에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그 피보전채무에 대한 일부변제로 보는 것이 상당할 것이고, 원고가 두번째로 한 가압류가 1982.11.15. 발행 약속어음금 중 잔액 중 일부를 피보전권리로 한 것이라면 그 중의 일부변제가 1982.11.15.자의 채무에 대한 시효의 이익까지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이유불비 아니면 가압류 채무의 변제로 인한 채무승인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5.  따라서 논지는 위 3,4에서 지적하는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의 나머지 점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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