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다15048 판결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다1504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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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이전등기][공1992.11.15.(932),2964]

판시사항

가. 원고가 주장하는 원고 종중의 성격이 고유의미의 종중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 종중의 실재 여부와 종중 대표자의 대표자격 유무를 판단하여, 만일 종중이 실재하지 아니하거나 대표자의 자격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소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라고 한 사례

나. 종중의 의의와 고유의미의 종중 외에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정한 범위의 종족집단이 단체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경우

다. 특정지역 내에 거주하는 일부 종중원에 한하여 의결권을 주고 그 외의지역에 거주하는 종중원의 의결권을 박탈할 개연성이 많은 종중규약의 효력유무(소극)

라. 고유의미의 종중이 모임을 조직화할 필요성이 있어서 명칭을 소종중회로 한 성문규약을 제정하였다 하여 본래의 종중과는 별개의 소종중이 존재하거나 새로 조직되었다고 볼 수 없고, 종중규약의 제정으로 별도의 소종중이 조직된 것이라 하더라도 본래의 종중 소유 토지가 당연히 소종중의 소유로 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원고가 주장하는 원고 종중의 성격이 고유의미의 종중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은 의미의 원고 종중이 실재하는지, 그 대표자에게 원고 종중의 대표자로서의 대표자격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만일 그와 같은 의미의 종중이 실재하지 아니하거나 대표자의 대표자격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하여야 할 것이라고 한 사례.

나. 고유의미의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관습상의 종족집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자는 당연히 그 구성원(종원)이 되는 것이며, 그중 일부 종원을 임의로 그 구성원에서 배제할 수 없고, 고유의미의 종중 외에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정한 범위의 종족집단이 사회적 조직체로서 성립하여 고유의 재산을 소유·관리하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단체로서의 실체를 부인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이는 고유의미의 종중과는 다른 것이다.

다. 고유의미의 종중에 관한 규약을 만들면서 일부 구성원의 자격을 임의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며, 특정지역 내에 거주하는 일부 종중원에 한하여 의결권을 주고 그 밖의 지역에 거주하는 종중원의 의결권을 박탈할 개연성이 많은 종중규약은 종중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이다.

라. 공동선조의 자손들이 일정한 지역에 근거를 두고 살아 왔고, 그 일대에 거주하는 세대주인 성년남자들이 조상들의 분묘를 수호하고 별다른 소집절차 없이 매년 시향일에 공동선조의 묘소에 모여 중요사항을 결정하여 왔으며, 이 종중을 죽산안씨 산음공파 종중회 또는 소종중회라고 불러 왔고, 종중의 종토를 종중원들에게 명의신탁하였는데, 종중원들 중 일부가 이 재산을 처분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자 정식으로 종중을 조직화할 필요성이 있어 임시총회를 열어 명칭을 죽산안씨 산음공파 소종중회로 한 성문의 규약을 작성한 것이라면 원래의 종중의 실체는 고유의미의 종중이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위와 같은 성문의 규약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고유의미의 종중과는 별개의 소종중이 존재해 왔거나 새로이 조직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만일 이 종중규약의 제정으로 별도의 소종중이 조직된 것이라 하더라도 고유의미의 종중 소유의 토지가 당연히 소종중의 소유로 귀속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죽산안씨 산음공파 소종중회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해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기록에 의하면

가. 원고의 제1심 소송대리인은 소장에서 원고 종중의 실체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당사자표시에는 죽산안씨 산음공파 종중회라고 표시하여 종중명칭만을 사용하였고, 다만 그 표지와 위임장에는 죽산안씨 산음공파 소종중회라고 기재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측이 제1심의 1989.9.21.자 준비서면에서 원고 종중이 죽산안씨 산음공 소외 1의 후손 중 성인남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고유의미의 종중임을 전제로 그 대표자인 소외 2의 대표자의 자격을 부인하는 주장을 하자, 1989.12.5.자 준비서면으로 원고 종중의 실체가 고유의미의 산음공파 종중이고, 이 사건 토지는 이 종중의 소유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측은 1990.5.31.자 준비서면에서 원고의 대표자 소외 2가 회장으로 있는 단체는 고유의미의 죽산안씨 산음공파 종중이 아니고 산음공파 후손 중의 일부로 구성된 친목단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제1심은 원고를 죽산안씨 산음공파 소종중회라고 표시하고, 원고 종중의 실체는 고유의미의 종중이 아니라 산음공의 후손 중 경기 안성군 ○○면 △△리를 중심으로 그 곳에 거주하거나 연고가 있는 성년남자 세대주들의 사회조직체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고,

나. 원심에 이르러 원고의 소송대리인은 1992.1.22.자 준비서면에서 원고 종중의 실체는 주위적으로는 산음공파 종원 전부를 구성원으로 하는 고유의미의 종중이고 가사 일부 종중원만으로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산음공파 종원 중 안성군 ○○면에 거주하거나 근거를 가진 세대주를 구성원으로 하는 사회조직체라고 주장하였고, 원심은 원고 종중이 고유의 의미의 종중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더라도 원고 종중은 안성군 ○○면 일대에 거주하는 세대주인 종원만을 구성원으로 하는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고, 위 소외 2는 그 적법한 대표자라고 인정하고, 이 사건 토지는 원고의 소유라고 판단하였다.

2. 그렇다면 원고가 주장하는 원고 종중의 성격은 산음공을 공동선조로 하는 고유의 의미의 종중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은 의미의 원고 종중이 실재하는지, 위 소외 2가 원고 대표자로서의 대표자격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만일 그와 같은 의미의 원고 종중이 실재하지 아니하거나 대표자의 대표자격이 인정되지 아니할 때에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되어야 할 것이다.

3. 원심은 원고의 원심 소송대리인의 예비적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종중이 고유의 의미의 종중이 아닌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 실재한다고 인정하여 그 당사자능력과 그 대표자의 대표자격을 인정한 것 같으나, 원심의 원고 소송대리인의 위와 같은 예비적 주장은 당사자를 예비적으로 변경하는 결과에 이르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원고 종중의 실체를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다른 단체로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5. 고유의미의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관습상의 종족집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자는 당연히 그 구성원(종원)이 되는 것이고, 그중 일부종원을 임의로 그 구성원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고유의 의미의 종중 외에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정한 범위의 종족집단이 사회적 조직체로서 성립하여 고유의 재산을 소유, 관리하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 단체로서의 실체를 부인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이는 고유의 의미의 종중과는 다른 것이다. ( 당원 1989.6.27. 선고 87다카1915, 1916 판결 참조)

6. 기록에 의하면, 죽산안씨 산음공의 후손들을 족보상 죽산안씨 산음공파로 분류하고 있으며(갑 제32호증의 7), 원래 산음공의 후손들은 안성군 ○○면에 분묘를 설치하고 그 일대에서 거주해 왔기 때문에 봉제사 등 종중의 일은 그 일대에 거주하는 종원들이 중심이 되어 처리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현대에 이르러 종원 중 위 ○○면을 떠나 객지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졌고(갑 제34호증의 1, 2, 원심증인 소외 3의 증언에 의하면, 그 후손인 성인남자 318명 중 서울 191명, 안성 46명, 수원 15명, 인천 20명, 여주 22명, 충북 5명, 이천 8명, 기타는 1~3명씩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지에 거주하는 종원들은 종중사에 관심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1987. 12. 28. 종중을 다시 조직화하면서 종원 중 주로 안성군 일대에 거주하는 연락가능한 사람들만 모여서 죽산안씨 산음공파 소종중회의 성문규약을 만들고 대표자를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때에 마련된 종중규약(갑 제3호증)에 의하면, 산음공파 소종중회의 종원은 산음공의 후손 중 안성군 ○○면 △△리 일원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세대주인 성년남자로 한다고 그 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나, 당시 그 종중의 대표자로 선임된 소외 2만 보더라도 당시나 현재에 강원 고성군 (주소 1 생략)에 거주하고 있고(갑 제35호증의 5), 피고 또한 서울 관악구 (주소 2 생략)에 거주하고 있어(갑 제8호증의 5) 위 규약대로라면 그들도 원고 종중의 종원자격이 문제될 수 있다.

고유의미의 종중에 관한 규약을 만들면서 이와 같이 일부 구성원의 자격을 임의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며, 특정지역 내에 거주하는 일부 종중원에 한하여 의결권을 주고 그 밖의 지역에 거주하는 종중원의 의결권을 박탈할 개연성이 많은 종중규약은 종중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인 것이다 ( 당원 1981.2.10. 선고 80다516 판결 참조).

7. 물론 고유의미의 종중과 별도로 일정한 범위의 소종중을 조직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8기재 임야 내에 산음공의 자손인 소외 4의 분묘가 설치된 이래 그 자손들이 조선시대부터 경기 안성군 ○○면 일대에 근거를 두고 살아왔고, 그 일대에 거주하는 세대주인 성년남자들이 조상들의 분묘를 수호하고 별다른 소집절차 없이 시향일인 매년 음 10.2. 산음공의 묘소에 모여 중요사항을 결정하여 왔으며, 이 종중을 죽산안씨 산음공파 종중회 또는 소종중회라고 불러왔었다는 것이고, 원고는 위 제8기재 임야를 1929.5.10. 조선총독부로부터 피고의 조부인 망 소외 5 명의로 양여받아 판시 종원들 명의로 신탁을 하였고, 나머지 토지는 원고 종중의 종토인데 판시 종원들에게 명의신탁하였던 것이며, 원고 종중원들 일부가 이 재산을 처분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여 원고의 모임을 조직화할 필요성이 있어 1987.12.28. 임시총회를 열어 명칭을 죽산안씨 산음공파 소종중회로 한 성문의 규약을 작성하였다는 것인바, 사실관계가 그와 같다면 원래의 원고 종중의 실체는 고유의미의 종중이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위와 같은 성문의 규약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고유의미의 종중과는 별개의 소종중이 존재해 왔거나 새로이 조직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이 종중규약의 제정으로 별도의 소종중이 조직된 것이라면 고유의미의 종중 소유의 이 사건 토지가 당연히 소종중의 소유로 귀속된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8. 원심은 원고 종중의 실체가 처음부터 고유의미의 종중과는 별도로 조직 활동하는 종중단체인 것처럼 인정하였으나, 이는 위 종중규약(갑 제3호증)상의 종원자격에 맞추어 그렇게 인정한 사실에 불과하고 갑 제3호증을 제외하고는 이 점을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

9.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종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인정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회창 배만운 김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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