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도2358 판결

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도2358 판결

  • 링크 복사하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집36(1)형,374;공1988.4.15.(822),623]

판시사항

가.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욕조의 물속으로 누르게 될 경우 질식현상 등에 대한 예견가능성의 유무

나. 상관의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과 하관의 복종의무

다. 상관명령에의 절대 복종이 불문률로 되어 있는 경우 위법명령에 따른 행위가 정당행위 내지 강요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양손을 뒤로 결박당하고 양발목마저 결박당한 피해자의 양쪽 팔, 다리, 머리 등을 밀어누름으로써 피해자의 얼굴을 욕조의 물속으로 강제로 찍어누르는 가혹행위를 반복할 때에 욕조의 구조나 신체구조상 피해자의 목 부분이 욕조의 턱에 눌릴 수 있고 더구나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반사적으로 반항하는 피해자의 행동을 제압하기 위하여 강하게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물속으로 누르게 될 경우에는 위 욕조의 턱에 피해자의 목부분이 눌려 질식현상 등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상 어렵지 않게 예견할 수 있다.

나.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고,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 참고인으로 소환된 사람에게 가혹행위를 가하라는 등과 같이 명백한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다. 설령 대공수사단 직원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 불문률로 되어 있다 할지라도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고문행위 등이 금지되어 있는 우리의 국법질서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불문률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고문치사와 같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명령에 따른 행위가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거나 강요된 행위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이남진(피고인들을 위한) 변호사 김성만(피고인 1을 위한) 변호사 설동훈(피고인 2를 위한) 변호사 변갑규(피고인 3을 위한)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후 구금일수 중 각 65일을 각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피고인 1과 그의 사선변호인 변호사 김성만, 피고인 2의 사선변호인 변호사 설동훈, 피고인 4, 국선변호인 변호사 이남진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위 논지의 요지는, 피고인 1은 피해자를 구타한 사실이 없으며,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제1심판시의 두번째의 고문행위는 피고인이 참고인으로 연행되어 온 하종문에 대한 수사기록을 가지러 제14호 신문실에 간 사이에 부하직원들인 상피고인들에 의하여 저질러졌다는 것이고, 피고인 2는 역시 피해자를 구타한 사실 및 피해자의 양손 또는 양발을 수건으로 결박한 사실이 없으며 두번째의 고문행위시 자신이 욕조 물속에 들어가 한번 피해자의 머리를 욕조 물속으로 눌렀으나 물이 차거워서 곧 물 밖으로 나와 욕조의 턱위에 서 있는 사이에 상피고인 3, 5, 4 등이 피해자에 대한 고문행위를 수차 반복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경부압박으로 인하여 질식사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피고인 4는 상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범행현장에서 떨어진 제14호 신문실에서 참고인 하종문을 감시하고 있었으며, 그후 범행현장인 제9호 신문실에 있을 때에는 고문행위가 거의 끝나 있어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그곳 욕조 턱에 축 늘어져 있던 위 피해자의 다리를 잡아 침대로 옮겼을 뿐이라고 각 변소하면서, 위 각 변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책임이 무거워질 것을 두려워 하여 책임전가에만 급급한 상피고인들의 상호 모순된 검찰에서의 진술 및 신빙성이 없는 제1심증인 하종문의 증언등을 믿어, 위 피고인들의 변소를 받아 주지 아니한 채 제1심판시의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하였으니 이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함에 있다.

그러나 공판정에 현출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있는 이상 법원은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그중 일부 증거를 믿고. 이에 배치되는 증거를 배척할 수 있다할 것인 바, 원심판결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볼 때, 위 피고인들의 각 변소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증거를 배척하고 나머지 증거에 의하여 위 피고인들의 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하였다고 볼만한 위법을 가려낼 수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2. 피고인들의 국선변호인 변호사 이 남진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의2 제2항 위반죄는 결과적 가중범으로서 행위자에게 폭행 또는 가혹행위의 범의 외에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음을 요한다 함은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양손을 뒤로 결박당하고 양발목마저 결박당한 피해자의 양쪽팔, 다리, 머리 등을 그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밀어누름으로써 피해자의 얼굴을 욕조의 물속으로 강제로 찍어 누르는 가혹행위를 반복할 때에 욕조의 구조나 신체구조상 피해자의 목 부분이 욕조의 턱에 눌릴 수 있고, 더구나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반사적으로 반항하는 피해자의 행동을 제압하기 위하여 강하게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물속으로 누르게 될 경우에는 위 욕조의 턱에 피해자의 목 부분이 눌려 질식현상 등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상 어렵지 않게 예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할 것이므로 원심이 피고인들을 결과적 가중범인 위 법조 위반으로 의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의 예견가능성 또는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논지 또한 이유없다.

3. 피고인들의 국선변호인 변호사 이남진, 피고인 3의 사선변호인 변호사 변갑규, 피고인 5 , 4의 각 상고이유 중 책임조각사유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2 3, 같은 반금곤 , 4 등의 원판시 소위는 상사인 상피고인 1의 명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거나 절대적 복종관계에 기한 강요된 행위이기 때문에 책임이 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 참고인으로 소환된 사람에게 가혹행위를 가하라는 등과 같이 명백한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 ( 당원 1980.5.20 선고 80도306 판결 참조), 설령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직원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주장과 같이 불문률로 되어있다 할지라도,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고문행위 등이 금지되어 있는 우리의 국법질서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불문률이 있다는 점만으로는 이 사건 판시 범죄와 같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명령에 따른 행위가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거나 강요된 행위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더우기 일건 기록에 비추어 볼때 위와 같은 위법한 명령이 피고인들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상당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같은 피고인들이 그 당시 그와 같은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로 위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없다( 위 당원 80도306 판결 참조).

4. 피고인들과 피고인들의 각 변호인의 양형부당의 주장에 대하여,

(가) 피고인 1에 대하여,

일건기록에 의하여 양형의 조건이 되는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범행에 있어서의 피고인의 지위 내지 역할, 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 이 사건 범행이 국가와 사회에 끼친 영향, 위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까지 대공수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그 공로도 적지 아니하였던 점 등의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위 피고인에 대한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피고인들에게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의 규정에 의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한다.

5.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후의 구금일수 중 각 일부를 피고인들에 대한 각 본형에 산입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재호(재판장) 정기승 김달식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