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도1730 판결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도17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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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위반,반공법위반]

판시사항

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정도

나. 철회된 공소사실을 다른 범죄사실의 경과적 사실로 삼는 것의 불고불리원칙의 위반여부

다.

판결요지

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니고 진실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이면 충분하고 이러한 증거는 직접증거 뿐만 아니라 정황증거 내지 간접증거라도 족하다.

나. 검사가 공소사실 중 특정한 공소사실을 별개의 범죄로 기소하지 아니한다 하여 이를 철회하였으면 그것을 철회되지 아니한 다른 공소사실 중의 범죄에 포함시키는 명시가 없는 한 그 철회된 공소사실은 처음부터 공소가 없는 것으로 돌아가므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그 철회된 사실을 다른 범죄사실의 내용 및 경과적 사실로 삼을 수 없다.

다.

형법 제98조 제1항이 정하는 국가기밀과는 그 기밀의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차이가 있어 전자에 있어서의 국가기밀은 후자에 있어서의 국가기밀보다 고도의 국가기밀을 뜻하는 것이므로 탐지수집한 정보내용이 누구나 쉽게 지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구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고도의 중요성을 가진 국가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범열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7.7.23 선고 87노14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거시의 증거 중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가 소론과 같이 진술거부권의 고지없이 작성되고, 사법경찰관서에서의 고문과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으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황에서 작성되어 그 진술이 임의성이 없다거나 신빙성이 없는 진술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취지에서 이를 증거로 채용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니고 진실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있는 정도이면 충분하고 이러한 증거는 직접증거 뿐만 아니라 정황증거 내지 간접증거라도 족하다고 할 것이므로( 당원 1986.7.22선고 86도808 판결 참조)원심이 유지한 제1심 거시의 여러증거들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원심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임의성이 있는 자백이고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위 자백사실이 진실한 것이라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소론 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및 증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당초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로서 63개항의 공소사실을 기소하였다가 1987.3.13자와 같은 달 20자로 공소장 변경신청을 하여 그 중 14개항 즉 공소사실 제19항(간첩), 제28항(잠입), 제29항(간첩), 제30항(간첩), 제31항(간첩), 제32항(간첩), 제33항(탈출), 제36항(회합), 제38항(통신), 제41항(간첩), 제42항(간첩), 제53항(간첩), 제58항(간첩), 제61항(간첩)은 별개의 범죄로 기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철회하고, 제1심 법원은1987.3.13 제5차 공판기일과 같은 달 3.20 제6차 공판기일에서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함과 동시에 철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를 기각한다는 결정(불복없이 확정됨)을 고지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제1심판결은 (가) 그 판시범죄사실 제27항의 모두에 위 철회된 제28항 기재사실 중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그 목적수행을 위해 잠입하고" 부분을 "한국에 입국하여"로 고치고 나머지는 그대로 적시하고, 위 철회된 제29항 기재사실 중 "하므로써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부터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서울시의 변화된 모습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여 간첩"부분만 빼고 그대로 적시하고, 위 철회된 제30항 기재사실 중 "하는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은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서울시 중요 정부기관 건물 및 위치 등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여 간첩"부분만 빼고 그대로 적시하고, 위 철회된 제31항 기재사실중"하는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서울시의 중요 공사진행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하여 간첩"부분을 빼고 그대로 적시하고, 위 철회된 제32항 기재사실 중"하는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의하여 제308관제대대의 위치등에 관한 군사기밀을 탐지하여 간첩" 부분을 빼고 그대로 적시하고, 위 철회된 제33항 기재사실 중하므로써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기 위해 제3국인 일본으로 탈출부분을 "하여 귀일"로 고치고 나머지는 그대로 적시하고, (나) 그 판시 범죄사실 중 제29항의 모두에 위 철회된 제36항 기재사실중 "듣는 등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 그 구성원과 회합하고"를 "듣고"로 고치고 나머지는 그대로 적시하고, (다) 그판시 범죄사실 제30항의 모두에 위 철회된 제38항 기재사실 중 '하는 등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 그 구성원과 통신"부분을 빼고 그대로 적시하고, (라) 그 판시 범죄사실 제42항 모두에 위 철회된 제53항 기재사실 중하여 파악함으로 써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제주지역 사회발전상에 대한 국가기밀을 탐지 부분을 빼고 그대로 적시하고, (마) 그 판시범죄사실 중 제46항 모두에 위 철회된 제58항 기재사실 중 파악함으로 써 반국가단체구성원으로 부터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올림픽 개최관련 국가기밀을 탐지함으로 써 간첩 부분을 빼고 그대로 적시하고, (바) 그 판시범죄사실 중 제48항 모두에 위 철회된 제61항 기재사실 중 "하는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연예인해외취업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하여 간첩"부분을 빼고 그대로 설시하고 있고, 원심판결은 이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검사가 공소사실 중 특정한 공소사실을 별개의 범죄로 기소하지 아니한다 하여 이를 철회하였으면 그것을 철회되지 아니한 다른 공소사실 중의 범죄에 포함시킨다는 명시가 없는 한 그 철회된 공소사실은 처음부터 공소가 없는 것으로 돌아가므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며, 뿐만 아니라 제1심법원에서 그 철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기각의 결정을 한 바에야 이는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철회된 사실을 다른 회합죄, 잠입죄, 간첩죄의 지령내용이나 보고내용 및 경과적 사실로도 삼을 수 없다 할 것인바( 당원 1985.11.12 선고 85도1925 판결 참조), 원심판시에 의하면 위 공소기각된 부분을 그 판시 범죄사실의 모두에 지령내용이나 보고내용 및 경과적 사실로 적시하고 있음이 분명하니 원심은 필경 불고불리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논지는 이유있다.

(3)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판시 제18, 21,24항의 각 간첩행위의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가) 피고인은 1974.5. 하순경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소재 외국어대학일본어강의실에서 성명불상 일어과 교수로부터 1박 2일 코스로 재일교포학생들과 속리산으로 여행가는데 동행할 것을 권유받고 위 산으로 학생 10여명(남자, 여자6)과 동행시 동행한 도꾜출신 김명 미상 재일교포학생에게 타 대학에도 교포유학생이 많이 있느냐, 유학절차는 어떠냐고 질문하여 동인으로 부터 "우리 외국어대학에는 5명 정도 있다. 타 대학에도 각 4-5명 정도는 있는 것같다. 재일교포 유학절차는 일단 서울대학교 부설 재외국민 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원하는 대학에서 시험을 치른 후 입학한다"는 대답을 듣는 등하여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나) 1974.9. 중순 21:00경 서울시 후암동 거주집에서 텔레비젼 뉴스를 시청 중 박대통령 저격미수범인 문 세광이 일본인 공모자의 도움으로 일본여권을 소지하고 있던 사실로 인하여 데모군중이 주한 일본대사관에 침입 일장기를 찢고 파손하는 등 한일관계가 문 세광 사건으로 악화되어 일본에서 사절단이 입국하여 한국정부에 사과한 내용을 시청하는 등육 영수 여사 저격사건에 대한 국내여론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하고,(다) 1975.11.27.10:00 처제결혼식에 참석 후 처제가 제주도로 신혼여행시 피고인 부부가 같이 동행하여 공항에 도착 택시로 제주시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성명불상 택시운전사로부터 현 신제주시를 지날때 이곳에 신 제주시가 건설된다고 설명을 듣는 등 신 제주시건설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위 각 범죄사실에 대하여 각 구 국가보안법(법률제1151호) 제3조 제1호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에 규정된 국가기밀은 구 국가보안법 제2조, 형법 제98조 제1항이 정하는 국가기밀과는 그 기밀의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전자에 있어서의 국가기밀은 후자에 있어서의 국가기밀보다 고도의 국가기밀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당원의 판례인 바 ( 당원 1987.5.26 선고 87도455 판결; 1987.2.10 선고 86도2313 판결; 1982.4.27 선고 82도285 판결 참조), 피고인이 탐지, 수집하였다는 위 각 정보내용은 한국에 유학온 재일교포에게 묻거나, 텔레비젼을 시청하고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지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것이 구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호에 규정된 고도의 중요성을 가진 국가기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동법 제3조 제1호 위반으로 처단한 제1심을 유지하고 있으니 원심판결에는 동 법조가 규정한 국가기밀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아니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있고, 원심은 위 범죄사실을 다른 범죄사실과 경합범으로 처단하고 있으니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할수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정기승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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