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재판에 있어서 확정된 관련형사판결의 증명력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기순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윤배
동방생명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규복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피고 회사 동남영업소 보험모집인이던 소외 1을 통하여, 1985.8.31.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피고 회사의 보험금액 금 59,300,000원 짜리 투자수익연금보험(이 사건 제1보험)에 가입하고 당일 제1회 보험료로서 금 8,387,985원을 납입하였고 그 후 1985.10.30. 역시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피고 회사의 보험금액 금 21,000,000원짜리 투자수익 연금보험(이 사건 제2보험)에 가입하고 당일 제1회 보험료로서 금 2,991,240원을 납입하였는데 소외 1이 원고의 명의로 피고 회사로부터 1985.10.30. 원고의 위 제1보험의 보험료를 담보로 하여 금 5,000,000원, 같은 해 11.29. 위 제2보험의 보험료를 담보로 하여 금 2,000,000원, 같은 해 12.31. 위 제1보험의 보험료를 담보로 금 1,500,000원 합계 금 8,500,000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 제1보험 및 제2보험의 보험료를 담보로 한 위 대출은 소외 1이 보험모집에 관련하여 두 구좌의 보험을 한 구좌로 합해 준다거나 보험료납입영수증을 재발급받는데 필요하다거나 또는 수익이 높은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준다고 원고를 속이고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교부받아 불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는 보험업법 제158조 의 규정에 따라 이에 대한 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오히려 거시 대비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와 피고 회사의 동남영업소 보험모집인이던 소외 1과는 10년 전부터 같은 교회를 다니며 알게 된 사이로서 소외 1의 권유로 피고 회사의 이 사건 제1보험에 가입한 이후 소외 1이 근무하는 동남영업소에 소외 1과 같이 자주 드나들었던 사실, 원고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 김수만이 소외 정석길에게 꾸어 준 금 3,000,000원을 받아 가입했다고 주장하는 1985.10.30. 자 보험금액 금 21,000,000원 짜리 투자수익 연금보험(이 사건 제2보험)의 제1회 보험료 금 2,991,240원은 소외 1이 원고 명의로 같은 날짜에 피고로부터 위 금 5,000,000원의 대출을 받을 때 수령한 중소기업은행 남대문지점 발행의 수표들로 불입하였고 위 수표들은 당일 피고 회사의 동남영업소로부터 제일은행 성동지점을 거쳐 위 중소기업은행 남대문지점에서 교환결제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제2보험 가입 직후 소외 1이 1구좌로 합산한 보험증서가 아닌 금 2,991,240원이 납입된 보험증서를 교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항의도 없이 위 증서를 수령하여 보관하고 있던 사실, 원고는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1985.8.31. 이 사건 첫번째 보험(제1보험)에 가입한 이후 소외 1을 따라 위 동남영업소에 자주 드나들면서 보험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소정의 보험모집인 교육을 마치고 시험에 합격한 후 1986.12.26. 피고 회사 동남영업소에 보험모집인으로 등록된 사실, 더욱 원고는 소외 1에게 소외 1과 같이 동사무소까지 가서 본인이 직접 보험회사 대출용이라고 기재된 인감증명서를 발부받아 이와 함께 인감도장을 소외 1에게 직접 교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1985.12.31. 금 1,500,000원을 대출받을 때에는 소외 1이 원고에게 원고가 가입한 위 투자수익연금보험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새로 보험에 들면 대출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여 원고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소외 1과 같이 위 동남영업소에 가게 되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사실, 그리고 1985.9.27.자 원고의 남편인 김 수만 명의로 된 위 금 10,000,000원짜리 특별적립보험의 10월분 영수증을 분실하여 그 영수증을 재발부 받음에 있어 위 김 수만의 인감증명이 아닌 원고 명의의 보험대출용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교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이 원고명의로 원고가 가입한 위 제1, 2보험을 담보로 위와 같이 대출받은 것은 원고의 대리권수여에 의한 행위라 할 것이고, 적어도 앞서 살펴본 상황에 비추어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6호증의3(공소장), 같은 호증의 4(1회 공판조서), 갑 제7호증의 14, 16(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 및 원심증인 김 수만의 증언에 의하면 소외 1은 1985.10.29.이 사건 제1보험과 제2보험을 이자율이 높은 구좌하나로 합쳐 주겠다고 속이고 원고로부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후 다음날 원고 명의의 대출금 수령을 위한 위임장을 위조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피고로부터 금 5,000,000원을 대출받아 편취하고, 같은 해 11.29. 보험서류를 만드는데 필요하다고 속이고 원고로부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후 다시 원고 명의의 대출금 수령을 위한 위임장을 위조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피고로부터 금 2,000,000원을 대출받아 편취하였다고 하여 원고로부터 사기죄 등의 범죄사실로 고소되어 수사기관에서는 물론이고 구속기소된 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86고단1440 판결 ) 공판정에서도 일관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였고 동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은 바, 위 사실에 의하면 위 한 순이는 위 대출금원을 편취하였다는 취지임이 명백하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고 할 것인 바( 당원 1983.9.13. 선고 81다1166, 81다카897 판결 ), 원심은 위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는가 여부도 살펴봄이 없이(위 형사판결 자체도 증거로 제출된 바가 없다) 거시 대비증거만을 들어 위 형사판결에서 인정하는 편취사실을 부인하고 소외 1의 대출을 원고의 대리권 수여에 의한 행위라고 결론짓고 있으나 원심이 열거하고 있는 사정들이 반드시 위 형사판결에서 인정하는 편취 사실과 양립될 수 없고 위 형사판결을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기록상 그 점에 대한 특별한 사정이 나와 있지도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막연히 이를 배척하였음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또한 소외 1이 피고 회사의 보험모집인으로서 원고에 대하여 앞서 본 원고의 주장과 같이 두 구좌의 보험을 한 구좌로 합쳐 준다거나 수익이 높은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준다는 등 기망행위를 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피고 회사는 보험업법 제158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며, 원심의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에게는 피고의 책임을 면제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위반과 보험업법 제158조 제1항 및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하며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