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88. 2. 9. 선고 84다카1003 판결

대법원 1988. 2. 9. 선고 84다카100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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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판결][집36(1)민,12;공1988.4.1.(821),491]

판시사항

가. 외국중재판정이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에 의하여 승인, 집행되기 위한 요건

나. 집행국법원이 외국중재판정의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는 경우

다. 대리인을 통하여 외국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 그 대리행위의 유효여부에 관한 준거법

판결요지

가.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1973.2.17 조약 제471호) 제1조 제1호, 제2조, 제3조, 제4조, 제5조의 각 규정을 종합해 보면, 외국중재판정이 위 협약에 의하여 승인, 집행될 수 있으려면 우선 당해 중재판정이 위 협약의 적용대상인 동 협약 제1조 제1호 소정의 중재판정이어야 하고 또한 당해 중재판정이 당사자간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므로 위 협약에 의거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요구를 받은 집행국법원으로서는 신청인이 제출한 중재판정서와 중재합의서를 검토하여 당해 중재판정이 위의 조건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집행거부사유의 유무에 대한 판단에 나아갈 것도 없이 이 점에서 당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하여야 한다.

나. 집행국법원에 중재판정의 내용에 대한 당부를 심판할 권한은 없지만 집행조건의 충족여부 및 집행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대하여도 집행국법원이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다.

다. 한국회사인 갑의 런던사무소 책임자인 을이 갑을 대리하여 영국회사인 병과 사이에 상품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 대리인 혹은 대리인으로 칭한 자(을)와 거래를 한 상대방(병)에 대하여 본인(갑)에게 거래당사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는 거래의 안전 내지 상대방보호를 위한 측면을 고려할 때 대리행위지법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함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가.나.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 (1973.2.17조약 제471호)제1조, 제2조, 제3조, 제4조, 제5조 나. 섭외사법 제9조

원고, 상고인

지케이엔 인터내쇼날 트레이딩(런던) 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의재, 오성환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국제상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동진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우리나라와 영국이 모두 당사국으로 가입하고 있는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1973.2.17 조약 제471호, 이하 뉴욕협약이라 부른다) 제1조 제1호에 의하면 , 이 협약은 그 승인 및 집행의 요구를 받은 국가(이하 집행국이라 한다)이외의 국가의 영토에서 내려진 중재판정 및 집행국에서 내국판정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중재판정의 승인및 집행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2조에는 각 체약국은 중재에 의하여 해결이 가능한 사항에 관한 일정한 법률관계에 대한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하는 취지의 당사자간의 서면에 의한 합의(서신이나 전보의 교환에 의한 합의를 포함한다)를 승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 제3조에서는 각 체약국은 위의 중재판정을 다음 조항에 규정한 조건하에서 구속력있는 것으로 승인하고 그 판정이 원용될 영토의 절차규칙에 따라서 그것을 집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다음 제4조에서는 전조에서 언급된 승인과 집행을 얻기 위하여 승인과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는 신청서에 (가) 정당하게 인증된 중재판정 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나) 제2조에 규정된 합의의 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 및 공증된 이들의 번역문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이어 그 제5조에서 는 중재판정이 불리하게 원용되는 당사자가 집행국의 권한있는 기관에게 동조 제1호 (가) 재지 (마) 소정사유에 대한 증거를 제출한 경우와 집행국의 권한있는 기관이 동조 제2호 (가), (나) 소정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의 각 규정을 종합해 보면, 외국 중재판정이 뉴욕협약에 의하여 승인, 집행될 수 있으려면 우선 당해 중재판정이 뉴욕협약의 적용대상인 동 협약 제1조 제1호 소정의 중재판정이어야 하고 또한 당해 중재판정이 당사자간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므로 뉴욕협약에 의거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요구를 받은 집행국법원으로서는 신청인이 제출한 중재판정서와 중재합의서를 검토하여 당해 중재판정이 위의 조건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집행거부사유의 유무에 대한 판단에 나아갈 것도 없이 이 점에서 당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집행국법원에 중재판정의 내용에 대한 당부를 심판할 권한은 없지만 위에서 본 집행조건의 충족여부 및 집행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대하여도 집행국법원이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강철봉 매매계약(중재합의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체결경위와 그 전후사정을 그 설시와 같이 인정한 다음, 위 인정에 의할 때 소외 1은 피고회사를 대표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소외 1이 피고회사를 대표하거나 피고회사를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회사를 이 사건 매매계약(중재합의 포함)의 당사자로 볼 수 없다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 바, 원심의 판단이유를 뉴욕협약에 비추어 새겨보면, 원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의 근거가 되는 원·피고간의 중재합의서라 하여 제출한 갑 제4호증의2내지 4(중재합의조항이 포함된 매매계약서)는 소외 1의 중재에 의하여 원고와 소외 한일실업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이지 원·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가 아니며 나아가 설사 이들을 피고를 대리한 피고회사 런던사무소 책임자인 소외 1과 원고사이에 체결된 계약서로 본다 하더라도 대한민국법에 의하면, 피고회사 런던사무소 책임자인 위 소외 1에게는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경위에 비추어 볼 때 표현대리도 성립될 수 없어 위의 갑 제4호증의2 내지 4는 어느모로 보나 원·피고간의 중재합의서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은 결국 원·피고간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귀착된다.

이와 같이 원심이 이 사건 중재판정은 중재판정당사자인 원·피고간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그에 대한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한 이상 이는 뉴욕협약에 따른 판단임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에 뉴욕협약을 위배하여 본안에 대하여 판단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이유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내지 제5점에 대하여,

가. 원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의 근거가 되는 원·피고간의 중재합의서라 하여 제출한 위의 갑 제4호증의2 내지 4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 각 서류는 강철봉의 주문자인 원고회사가 피고회사를 그 주문의 상대방으로 하여 구매조건 및 이 계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계약당사자 사이의 모든 분쟁은 런던중재법원 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내용의 중재합의 약관을 제시하고 매수청약을 한데 대하여 소외 1이 이를 수락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고, 한편 원심이 채택한 제1심 및 원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의하면 소외 1은 위 각 서류에 서명할 당시 피고회사의 런던사무소 책임자인 사실을 알아볼 수 있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강철봉 매매계약서(중재합의 포함)는 피고회사를 대리한 피고회사 런던사무소 책임자 소외 1과 원고사이에 체결된 계약서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 원심의 인정사실과 같이 소외 1이 위의 각 매매계약서상의 계약당사자 서명란에 피고의 명칭이나 동인의 직책을 표기함이 없이 개인서명만을 하였고, 또한 위 소외 1의 서명 밑에 소외 2의 서명이 부기되어 있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 의한 신용장의 수혜자가 소외 한일실업 주식회사로 되어 있다 하여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서는 이를 달리 볼 수 없으며 또한 원심이 취신한 소외 1의 증언 중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매도인은 피고가 아니고 소외 한일실업 주식회사라는 취지의 증언부분은 위에서 본 갑 제4호증의2 내지 4의 각 기재내용에 비추어 경험칙상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 밖에 이를 달리 볼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이 위 소외 1의 증언을 비롯한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위 갑 제4호증의2 내지 4를 원고와 소외 한일실업 주식회사간에 체결된 매매계약서라고 단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되는 사실인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 다만 이 사건 강철봉 매매계약(중재합의 포함)을 피고를 대리한 위 소외 1과 원고간에 체결된 계약으로 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고가 위 소외 1의 대리권을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 소외 1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이 있거나 또는 표현대리 등의 법리에 의하여 위 소외 1이 체결한 이 사건매매계약의 효력이 본인인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인정될 때에 비로소 위 갑 제4호증의2 내지 4를 뉴욕협약제4조 제1호 (나) 소정의 원·피고사이의 중재합의서로 볼 수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소송은 섭외사법 제1조 에 규정된 대한민국 국민의 섭외적 생활관계에 관한 사건이므로 소외 1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있는지의 여부와 표현대리가 성립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거기에 적용될 준거법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인바, 임의대리에 있어서 대리인 혹은 대리인으로 칭한 자와 거래를 한 상대방에 대하여 본인에게 거래당사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지의 여부는 거래의 안전 내지 상대방 보호를 위한 측면을 고려할 때 대리행위지법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 당원 1987.3.24 선고86다카71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소외 1에게 피고를 대리할 대리권이 있는지의 여부 및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의 여부는 이 사건 강철봉 매매계약의 체결지인 영국법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 1의 이사건 매매계약체결 행위의 효력이 그 준거법인 영국법에 의할 때 본인인 피고에게 미치는지의 여부를 따져본 후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중재합의 포함)의 당사자인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옳았을 것인데,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대한민국법령에 의할 때 위 소외 1에게는 피고를 대리할 대리권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표현대리도 성립되지 아니한다 하여 피고를 이 사건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나아가 대리권의 존부 및 표현대리의 성부의 판단에 적용될 준거법을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이준승 황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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