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분묘가 있는 토지를 매수한 자가 공사를 시행하는 경우의 주의의무
나. 분묘의 축대부근에 흙을 파내어 분묘의 축대가 무너질 위험이 있게 된 경우 분묘소유자의 손해발생 유무
가. 분묘소재지의 임야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그 임야의 공사를 시행하는 경우 분묘에 관하여 지상권 유사의 물건을 가진 분묘소유자에 대항할 수 있는 정당한 권원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
나. 공사를 시행하는 자가 분묘의 축대 가까지 흙을 파냄으로 그 분묘의 축대가 무너질 위험이 있게 되었다면 분묘소유자에게는 그 자체로서 이미 그 위험방지에 필요한 축대설치 등에 소요되는 비용상당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원고
대양건설 주식회사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원심은 원고가 1965.7경 그의 문중소유인 이 사건 임야에 그의 죽은 아버지의 분묘를 설치하였는데 피고회사는 1977.7.19경 위 분묘기지를 포함한 부근일대의 땅에 소외 달성군 농지개량조합에서 발주한 저수지 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면서 이에 필요한 흙을 채취함에 있어서 원고의 위 분묘의 축대앞 2.5미터 지점까지 약 2.5미터 깊이로 거의 수직선으로 흙을 파내어 이로 말미암아 비가 오거나 해빙기가 되면 위 분묘의 축대가 무너질 위험이 있게 된 사실을 적법하게 인정한 다음, 그러나 피고회사는 소외 달성군 농지개량조합으로부터 저수지 공사를 도급받아 위 조합의 지시와 감독하에 공사를 한 바 위 조합에서는 그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원고의 위 분묘가 위치한 이 사건 임야를 그 소유자인 소외 인천이씨 문중으로부터 매수한 외에 위 임야에 위치한 원고의 위 분묘를 포함한 주변의 분묘 23기의 소유자들에게 응분의 분묘이장비를 지급하고 분묘이장통고를 하여 원고를 제외한 22명의 분묘소유주는 모두 소정의 기일내에 이장하였으나 원고만이 이장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부득이 피고회사로 하여금 1977.7경 위 저수지 공사를 착공하게 하는 일방 공사중인 1978.1.24 원고에게 다시 서면으로 분묘이장통고를 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계속 불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사실관계 아래에서는 피고의 위 소위를 일컬어 피고가 원고에게 어떤 손해를 입히게 할 고의 내지는 과실이 있는 위법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설사 피고에게 고의·과실이 인정된다하더라도 원고는 피고회사의 위 행위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고 있다는데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손해발생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타인소유 토지내에 그 소유자의 승락을 얻어 분묘를 설치 한 분묘소유자는 그 분묘의 기지에 관하여 관습에 의한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취득한다 할 것이고 적어도 점유중에 있다고 인정할 것인 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는 이미 1965.7. 경에 그 문중소유인 이 사건 임야에 위 분묘를 설치하였다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분묘를 설치함에 있어서 그 기지소유자인 문중의 승락을 받은 것으로 짐작되고 그렇게 되면 원고는 위 분묘기지에 관하여 지상권 유사의 물권 내지 점유권을 가진다 할 것이므로 비록 위 저수지 공사의 발주자인 소외 달성군 농지개량조합이 위 분묘의 기지인 임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위 조합에 대하여 지상권 유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따라서 위 조합으로서는 적법한 토지수용절차를 거치거나 원고와의 사이에 위 분묘이장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져 원고의 위 지상권 유사의 물권에 대항할 수 있는 정당한 권원을 취득하지 않고서는 원고의 위 권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되는데 위 농지개량조합이 위와 같은 정당한 권원을 취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조합으로부터 그 공사를 도급받아 시행하는 피고회사로서는 위 분묘에 관하여 앞서본 바와 같은 공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과연 위 농지개량조합이 위 분묘소재지의 임야소유권을 취득한 외에 위 분묘에 관하여 그 분묘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정당한 권원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만일 피고회사가 위와 같은 사정을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시행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면 피고에게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고 그 공사가 발주자인 위 농지개량조합의 지시감독에 의한 것이었고 위 조합이 원고에 대하여 자기가 일방적으로 정한 분묘 이전비를 받고 위 분묘를 이장할 것을 통고하였다고 해서 피고의 과실인정에 지장을 주는 바는 없다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점에 관하여 아무런 조사를 해보지도 않은 채 위에서 설시한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과실이 없다고 단정하였으니 원판결에는 우선 이 점에 있어서 심리미진이 아니면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또 분묘소유자가 가지는 지상권유사의 물권 등을 비단 그 분묘의 기지뿐만 아니라 그 분묘의 설치목적인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주위의 공지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친다 할 것인데( 당원 1959.10.8. 선고 4291민상770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회사가 위 분묘의 축대 가까지 흙을 파냄으로써 비가 오거나 해빙기가 되면 그 분묘의 축대가 무너질 위험이 있게 되었다면 그것이 아직 무너지기까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그 분묘의 설치목적인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데에 지장이 생겼다 할 것이니만큼 그 자체로써 이미 원고에게는 그 위험방지에 필요한 조치(예를 들면 그 붕괴를 막기 위한 축대설치 등)에 소요되는 비용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할 것 이고 이 점에 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솟장에서 그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축대설치비용을 이 사건 손해로서 주장하고 있고 또 그 점에 관하여 제1심 증인 소외인의 증언과 원심 및 제1심의 현장검증에 의하여 그 입증을 하고 있음이 기록상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현실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고 있다는 데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다고 판단한 원판결에는 당사자의 주장에 관한 해석과 증거에 관한 판단을 그르쳤거나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점들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하여금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