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인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 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 그 행위가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구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인 甲 병원의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 처방을 하고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한 사안에서, 위 처방전 발급행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입은 손해는 공단이 약국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이라고 한 사례
[3] 구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인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 처방을 하고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그 행위의 경위나 동기 등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배상의무자가 책임감경사유를 주장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1] 민법 제750조, 구 국민건강보험법(2003. 9. 29. 법률 제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현행 제41조 참조),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03. 11. 10. 보건복지부령 제2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9조 [별표 2]
[1][3]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09다78214 판결(공2013상, 717) / [3]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다34766, 34773 판결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선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고법 2009. 11. 27. 선고 2008나89837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이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요양급여기준 위반행위에 관한 사실인정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이라 한다)이 요양급여기준 위반으로 판정한 3,584건의 원외처방 중 ‘소외 1 등 4인에 대한 처방’을 제외한 나머지 3,580건의 원외 처방(이하 ‘이 사건 원외 처방’, 이에 관한 처방전을 ‘이 사건 원외 처방전’이라고 한다)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2004. 1.경 심사평가원에 2003. 7.경부터 2003. 10.경까지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이하 ‘가입자 등’이라고 한다)에게 실시한 5,887건의 요양급여 진료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의 심사를 청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심사평가원이 2004. 2.경 그중 3,584건의 원외 처방에 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부터 허가받은 범위를 초과하는 등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고 해당 요양급여비용 청구액에 대한 삭감조정 결정을 하여 그 결과를 원고와 피고에게 통보하였는데, 원고는 심사평가원의 위 처분에 대하여 불복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2004. 11.경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평가위원장과의 면담과정에서 위 삭감조정 결정의 대상이 된 사례들에서 문제되었던 것과 같은 자신의 처방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면담표(을 제28호증)를 작성하였던 점, 질병과 이에 대한 처방의 구체적 내용은 원고가 진료과정에서 작성한 진료기록부 등에 의하여 알 수밖에 없는데,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위 3,584건 중 극히 일부분의 처방에 대하여만 요양급여기준의 위반 여부 등을 다투고 있을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수천 건에 이르는 이 사건 원외 처방마다 어떤 질병에 대한 처방으로서 어떤 요양급여기준에 어떻게 위반하였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반행위에 관한 사실인정을 잘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원고의 처방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여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심사평가원의 판정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심의 판시와 같은 사실인정에 행정처분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2.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 처방전 발급행위의 위법성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적정한 요양급여는 구 국민건강보험법(2003. 9. 29. 법률 제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03. 11. 10. 보건복지부령 제2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요양급여기준규칙’이라고 한다) 제5조 및 복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등 법령에서 규정한 인정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따라서 요양기관은 요양급여기준규칙 제9조 [별표 2]에 규정된 이른바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를 실시할 경우가 아니라면, 건강보험의 가입자 등의 건강보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법령이 정한 요양급여기준에 맞는 요양급여대상 진료행위를 하여야 하고, 보험자와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때에도 그 산정 기준에 관한 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07두24746 판결 등 참조).
한편 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장이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 밖의 진료행위를 할 때 가입자 등과 체결한 진료계약에 따라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진료행위를 한 경우, ① 그 진료행위 당시 시행되는 관계 법령상 이를 국민건강보험 틀 내의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편입시키거나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등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또는 그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비급여 진료행위의 내용 및 시급성과 함께 그 절차의 내용과 이에 소요되는 기간, 그 절차의 진행 과정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를 회피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② 그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 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하여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다면, 그 진료행위는 국민건강보험 틀 밖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그 진료비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취급하여 보험자 등에 청구하여 지급받을 수는 없고, 비보험으로 취급하여 가입자 등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여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데 대한 동의를 받아 해당 진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 처방은 어느 경우이든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요양기관은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 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면, 그 처방이 비록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으로서 가입자 등에 대하여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보험자로 하여금 요양급여대상이 아닌 진료행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서, 국가가 헌법상 국민의 보건에 관한 보호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보험 원리에 기초하여 요양급여대상을 법정하고 이에 맞추어 보험재정을 형성한 국민건강보험 체계나 질서에 손상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원고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여 이 사건 원외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보면서도, 다만 이 사건 원외 처방 중 ‘소외 2 등 3인에 대한 원외 처방’에 관하여는 원고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 사정에 관한 주장과 증명을 다하였으므로 이것은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이는 범위에 그 원외 처방으로 인한 손해액을 포함시키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 중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이 사건 원외 처방전의 발급행위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는 부분’은 원고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여 이 사건 원외 처방을 하고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결론과 일치하여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그러나 원심판단 중 ‘이 사건 원외 처방 중 소외 2 등 3인에 대한 원외 처방이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부분’은 비록 그 원외 처방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한 적정한 의료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요양급여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므로, 결국 ‘요양급여대상이 될 수 없는 원외 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취급하여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손해의 범위 등에 대하여
원고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여 이 사건 원외 처방을 하고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취급하여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로 피고가 입은 손해는 약국이 가입자 등에게 그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교부한 뒤 심사평가원에 조제료·약제비 등 관련 요양급여비용의 심사를 청구함에 따라 피고가 약국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이고, 가입자 등이 약국에 지급한 본인일부부담금 상당액은 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그러나 한편,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처방을 하고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원외 처방전을 발급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의료기관이 그 행위에 이른 경위나 동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 발생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 의료기관이 그 행위로 취한 이익의 유무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고, 배상의무자가 이러한 책임감경사유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소송 자료에 의하여 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다34766, 3477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원외 처방이 비록 약제에 관한 허가 또는 신고된 사항을 벗어나는 등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 가운데에는 원고가 의료법 또는 진료계약상 요구되는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그 진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적 근거에 따라 진료한 것으로서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은 물론,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처방할 필요성 등을 갖춘 경우가 있는 점, 의료인이 법정비급여 진료영역 밖에서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진료행위를 한 경우 이를 비급여대상으로 취급하여 환자 측에 그 진료비를 모두 부담시킬 수 있다는 법리는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제시되었는데, 이 사건 원외 처방은 그 법리가 제시되기 이전의 것인 점, 원고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여 약품을 처방함으로써 요양급여기준 범위 내의 처방을 하지 않게 됨에 따라 피고가 해당 요양급여비용의 지출을 면한 경우도 있어 보이는 점, 의료기관이 원외 처방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요양급여비용은 처방료 상당의 외래 관리료에 그치고 처방한 약품의 종류나 투약 일수, 복합 처방인지 여부 등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원고가 이 사건 원외 처방으로 직접적으로 취한 경제적 이익은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원외 처방전의 발급으로 피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모두 원고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대한 심리·판단을 빠뜨린 채 원고에게 이 사건 원외 처방전의 발급으로 피고에게 발생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거기에 손해배상제도에 있어서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