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도920 판결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도9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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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외국환관리법위반(철회된죄명)·보험업법위반]

판시사항

[1]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의 의미 및 법규범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2]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을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한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3 제15호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3]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을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한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3 제15호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소극) 및 위 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소극)

[4] 종전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배척된 부분에 대한 주장을 다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떠한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 입법 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2] 구 외국환관리규정(1996. 6. 1. 재정경제원 고시 제1996-13호) 제6-15조의3 제15호가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한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은 경상적 거래나 자본거래 등 일반적으로 외국환의 지급 등의 원인행위가 되는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외국환의 지급을 뜻하는 것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규정은 구 외국환관리법(1997. 12. 13. 법률 제54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목적, 외국환거래 제한의 태양과 절차,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의 의미 등에 비추어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면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구 외국환관리법(1997. 12. 13. 법률 제54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은 경상적 거래와 자본거래에 관련된 지급 등과 위와 같은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지급 등을 모두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1997. 11. 29. 대통령령 제155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는 ‘과다한 외화유출 및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큰 지급 등으로서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을 허가대상 지급 등으로 기준을 정하였으며,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지급의 경우에 특히 외화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므로,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을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사항으로 정한 구 외국환관리규정(1996. 6. 1. 재정경제원 고시 제1996-13호) 제6-15조의3 제15호가 구 외국환관리법 또는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의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외국환 지급 허가의 신청은 구 외국환관리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지급의 경우에도 지급의 수액 및 그 용도 등에 따라 지급이 허가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지급을 하려는 거주자에 대하여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미리 받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4]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배척된 부분은 그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또한 환송받은 법원으로서도 이와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참조판례

[1] 헌법재판소 2001. 1. 18. 선고 99헌바112 전원재판부 결정(헌공53, 115), 헌법재판소 2004. 11. 25. 선고 2004헌바35 전원재판부 결정(헌공99, 1295), 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2헌바83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06, 801) / [4]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8651 판결(공2005상, 693),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공2005하, 1899)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서성외 10인

환송판결

1.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도661 판결 / 2.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94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해외지분증권 매입대금의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해외지분증권 매입대금의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검사의 상고에 대하여

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의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은 제1원심 공동피고인{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 공소외 2와 공모하여, 1996. 5.경 서울 영등포구 (상세 주소 및 건물명 생략) 내 공소외 1 회사 사무실에서, 사실은 공소외 1 회사가 바하마에 있는 ○○○영 인터내셔널{(영문 1 생략), 이하 ‘○○○영’이라 한다} 회사로부터 석유정제시설을 수입하여 독립국가연합 사하공화국에 있는 △△△△((영문 l 생략)) 회사에 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이를 수입하여 다시 수출하는 것처럼 수출입계약서, 선하증권 등 관계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다음, 국내 은행을 통해 외국 은행에 수입신용장을 개설하고 국내 은행 직원으로 하여금 그 외국 은행에 개설된 ○○○영의 계좌로 수입대금 명목으로 미화를 송금하기로 하였는바, 이는 거주자와 비거주간의 채권 발생과 관련이 없는 지급으로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1996. 5. 26. 조흥은행을 통해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 뉴욕지점에 수입신용장을 개설한 다음,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 없이 1996. 5. 30. 조흥은행 직원으로 하여금 체이스맨해튼은행 뉴욕지점에 개설된 ○○○영 회사 계좌로 수입대금 명목으로 미화 24,842,800달러를 송금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1997. 6. 11.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9회에 걸쳐 ○○○영 회사 계좌로 합계 미화 1억 65,926,739.50달러를 송금함으로써 법령에 위반하여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고,

(2) 위와 같이 불법적으로 국외 유출한 미화에 대하여 1997. 6.경 제1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수사기관에 고발을 하겠다는 협박을 당하자 이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위 불법 국외유출자금 중 이미 국외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여 재반입이 불가능한 자금에 대하여, 외국에서 운영되는 까닭에 그 설립 및 운영상황에 대하여 비밀유지가 용이한 역외펀드를 설립하여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의 회사 공금을 국외로 도피시킨 후 자금세탁과정을 거친 다음, 위장무역으로 해외에 유출하였던 자금이 환수된 것처럼 가장하여 국내로 들여와 향후에 있을 수 있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위 재산국외도피사건을 은폐하거나 유리한 자료로 활용할 생각으로 공소외 2와 공모하여, 1997. 7.경 영국 런던 소재 공소외 3 회사 영국주재 사무소에서, 사실은 역외펀드를 이용하여 해외에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이 미리 도피시킨 외화를 변제하기 위하여 단지 그러한 형식을 빌려서 미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것이어서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과 관련이 없는 지급에 해당하므로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그 허가 없이, 공소외 3 회사 상무 공소외 4, 이사 공소외 5에게 1억 달러를 투자할 역외펀드를 설립할 것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공소외 4 등이 1997. 8. 20.경 국제적 조세회피 지역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그랜드 밀레니엄 펀드(Grand Millennium Fund)라는 역외펀드를 설립하자, 1997. 8. 22.경 및 1997. 9. 24.경 펀드 명의로 해외에서 지분증권(Unit Certificate)을 2차례에 걸쳐 발행하고, 위 각 일자에 공소외 3 회사가 위 지분증권을 미화 각 5,000만 달러에 전액 매입하는 형식으로 미화 합계 1억 달러를 외환은행 뉴욕지점 퀸스게이트 뱅크 앤 트러스트(Queensgate Bank & Trust Co.) 계좌로 송금함으로써 법령에 위반하여 대한민국의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켰다.

나.  검사의 기소취지

검사의 기소취지를 요약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미화 송금행위가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으로서 구 외국환관리규정(1996. 6. 1. 재정경제원 고시 제1996-13호, 이하 ‘구 외국환관리규정’이라 한다) 제6-15조의3 제15호(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에 해당하므로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그러한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비거주자에게 외국환을 송금함으로써 이 사건 규정의 상위규범인 구 외국환관리법(1997. 12. 13. 법률 제54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국환관리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에 위반하여 대한민국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였으니, 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소정의 ‘법령에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킨 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구 외국환관리법 제3조 제1항 제9호, 제21조 제1항 제1호,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1-2조 제47호의 규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규정 중에서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이라 함은 ‘모든 종류의 금전채권 또는 금전채무의 발생·변경·변제·소멸이나 직접 또는 간접의 이전 기타의 처분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을 의미한다.

그런데 금전채권은 통화로 지급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므로 ‘금전채권’과 ‘지급’이라는 개념을 서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규정에서 말하는 ‘거래’의 개념을 불법행위 등이 아닌 ‘계약’의 의미로 좁게 파악할 여지가 없지 않으나 구 외국환관리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거래 또는 행위’를 ‘거래’라고 표현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거래’가 반드시 계약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위한 지급의 경우에도 그것은 금전채권의 변제·소멸에 관한 것으로서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 또한 아무런 대가 없는 지급으로서 증여, 특히 사전에 증여약속을 함이 없이 통화의 이전을 수반하는 무상성(無償性)의 합의를 하는 현실증여가 위 규정의 ‘거래’ 개념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에도 관념적으로는 채권계약이 선행하고 곧 이어서 이행되는 것이므로 법리상 일종의 거래 또는 계약관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점, 한편 외국환을 지급받은 상대방이 지급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이를 보관하다가 지급당사자에게 반환하거나 특정 용도에 사용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면 이것 또한, 금전의 보관 및 위탁에 관한 채권채무의 발생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과연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이라는 것이 개념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법률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그러한 지급행위가 존재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이라는 이 사건 규정에 구체적으로 포섭되는 행위 유형에 대하여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으나, 그 중 어느 것에 따르더라도 보통의 판단능력을 갖춘 일반인들이 이 사건 규정에 의하여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법률적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외국환관리법령의 규정체계에 비추어 모법의 위임범위를 초과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또한,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1997. 11. 29. 대통령령 제155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6조 제2항, 제3항 및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6-2조 제1항에 의하면 지급의 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지급금액·지급사유와 상대방 등을 기재한 허가신청서에 지급사유와 금액을 입증하는 서류 등을 첨부하여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위 허가신청을 받은 재정경제원장관은 당해 지급이 허가대상인지의 여부, 당해 지급의 사유와 금액, 당해 지급의 원인이 되는 거래 또는 행위의 내용 등을 심사하여 그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거주자가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과 관련 없이 국내로부터 외국에 지급하거나 비거주자에게 지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지급의 원인이 되는 거래 또는 행위가 없다고 기재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하여 그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만일 위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고 위 행위 등과 관련한 지급을 하면 외국환관리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이 기재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 허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므로, 결국 그 자체로 자신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진술거부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상의 점을 종합하면, 검사가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외화지급행위에 대하여 청구한 적용법조인 이 사건 규정은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며, 모법인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라.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떠한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 입법 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법재판소 2004. 11. 25. 선고 2004헌바35 결정, 2005. 6. 30. 선고 2002헌바83 결정 등 참조).

그런데 구 외국환관리법은 외국환과 그 거래 기타 대외거래를 합리적으로 조정 또는 관리함으로써 대외거래의 원활화를 기하고 국제수지의 균형과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외국환거래행위에 대하여 ‘원인행위’, ‘지급 및 영수행위’ 그리고 ‘지급 및 영수방법’ 등 3가지 측면에서 절차를 정하고 있는바, 거래의 유형에 따라 경상적 거래에 대하여는 ‘지급 및 영수행위’를 중심으로, 자본거래에 대해서는 ‘원인행위’를 중심으로 외국환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즉, 구 외국환관리법은 자본거래를 원칙적으로 허가대상으로 하면서, 관리를 강력하게 하지 않아도 좋을 거래는 신고대상거래로 분류하는 한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판단되는 자본거래는 허가면제거래로 규정하고 있고(구 외국환관리법 제21조,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 제30조,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10장), 구 외국환관리법 제21조에 따라 자본거래의 허가를 받았거나 자본거래의 신고를 마친 거래의 경우에는 해당 거래에 대한 허가 또는 신고만으로 지급 또는 영수(이하 ‘지급 등’이라 한다)를 할 수 있다(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2항 제1호).

반면 경상적 거래는 원인행위에 대한 허가 또는 신고가 필요하지 아니하며, 특히 대외무역법에 의하여 인정된 물품의 수출과 수입의 경우에는 별도의 허가 또는 신고 없이 지급 등을 할 수 있다(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2항 제2호).

다만,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성실한 이행 또는 국제경제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허가를 받거나 또는 신고를 마친 자본거래에 의한 지급과 대외무역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 물품의 수출·수입에 관한 지급 등의 경우에도 지급 및 영수행위의 규제에 관한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이 적용된다( 제17조 제2항 단서).

한편, 지급 및 영수행위의 규제에 관한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에 의하면, 재정경제원장관은 국제수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구 외국환관리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성실한 이행 또는 국제경제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로 하여금 지급 등에 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구분에 의하여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도록 하거나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고(제17조 제1항), 위 규정에 근거한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 제26조는 ‘거래가 정형화되어 있어 지급 등의 목적이 분명하고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작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은 신고 대상 지급 등으로, ‘과다한 외화유출 및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큰 지급 등으로서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은 허가대상 지급 등으로 기준을 정하면서 재정경제원장관이 위 기준에 의하여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할 지급 등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였다.

위와 같은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구 외국환관리규정은 제6장 제2절(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지급 등)에서 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는 지급 등(제6-15의2),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급 등(제6-15의3),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급 등(제6-15의3)을 차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3은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급 등으로서 모두 16개 호를 열거하고 있는바, 여기에는 경상적 거래 중 물품거래와 관련된 지급{거주자가 대외무역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지 않은 물품의 매매와 관련한 지급 등을 하고자 하는 경우(제1호)}, 경상적 거래 중 용역거래와 관련된 지급{사업 및 경영 상담(컨설팅) 용역 대가 지급(3호), 물품의 수출·수입에 직접 수반하는 중개 또는 대리 등에 따른 수수료 지급의 경우를 제외하고 그 대상 거래 또는 행위금액의 100분의 10과 미화 5만 불을 초과하는 각종 중개, 위탁, 대리, 알선, 대행, 보조 등에 대한 수수료 지급(10호) 등}, 자본거래와 관련한 지급{부동산 처분 대금의 지급(5호), 증권의 원리금 배당금, 이자 등의 지급 및 처분대금의 지급(6호), 여신관련 담보제공, 보증에 따른 대지급(7호), 법 제21조 제1항의 각 호에 해당하는 자본거래 이외의 거래 또는 행위로서 이윤, 이자, 이익배당금 및 분배금 등 자본소득을 목적으로 한 거래 또는 행위를 위한 지급(13호) 등}이 포함되어 있고, 위 규정들과 함께 제15호에서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1-2조 제47호에서 ‘채권의 발생 등’이라 함은 채권 또는 채무의 발생·변경·변제·소멸이나 직접 또는 간접의 이전 기타의 처분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살펴보면,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제17조 제2항에 의하여 적용이 배제되는, 대외무역법에 의하여 인정된 물품의 수출·수입에 관한 지급 등과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마친 자본거래에 의한 지급 등을 제외한 모든 외국환의 지급 및 영수행위를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인바, 외국환의 지급 및 영수행위는 경상적 거래와 자본거래 등의 국제거래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지만, 그러한 원인행위 없이 외국환의 지급 및 영수행위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외국환의 지급 및 영수행위는 원인행위 단계에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아니하므로 지급 및 영수행위 단계에서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적지 아니한 점과 원인행위가 없는 지급의 경우에 특히 외화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외국환관리규정이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한 ‘당해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은 경상적 거래나 자본거래 등 일반적으로 외국환의 지급 등의 원인행위가 되는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외국환의 지급을 뜻하는 것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법의 목적, 외국환거래 제한의 태양과 절차, 법 제17조의 의미 등에 비추어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면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은 경상적 거래와 자본거래에 관련된 지급 등과 위와 같은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지급 등을 모두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 제26조는 ‘과다한 외화유출 및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큰 지급 등으로서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을 허가대상 지급 등으로 기준을 정하였으며,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지급의 경우에 특히 외화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므로,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을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사항으로 정한 이 사건 규정이 구 외국환관리법 또는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의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외국환 지급 허가의 신청은 구 외국환관리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지급의 경우에도 지급의 수액 및 그 용도 등에 따라 지급이 허가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지급을 하려는 거주자에 대하여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미리 받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3 제15호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원심판결 중 시설수입을 가장한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죄 부분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해외 지분증권의 매입은 구 외국환관리법 제21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자본거래에 해당하므로, 그 매입대금의 송금은 위 자본거래에 수반된 지급으로서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3 제15호 소정의 ‘채권의 발생 등에 관한 거래와 관련이 없는 지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해외지분증권을 매입하게 된 진정한 목적이 역외펀드를 이용한 해외 투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일부를 공소외 1 회사에 송금하여 이 사건 위장무역대금이 국내로 환수된 것처럼 가장하고 나머지 일부를 해외합작투자 사업 등에 사용하려는 데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3 회사는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10-49조 제3호 소정의 기관투자가로서 공소외 3 회사의 이 사건 해외지분증권의 매입은 구 외국환관리법 제21조 제3항, 구 외국환관리법 시행령 제30조 제5항, 구 외국환관리규정 제10-48조, 제10-50조 제1항 제3호 (가)목에 의하여 허가 또는 신고를 요하지 아니하며, 그 매입대금의 지급 역시 구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허가 또는 신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해외지분증권 매입대금의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이 이를 무죄로 인정한 것은 결론에 있어서 옳고,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원심의 위법은 이 부분 판결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인의 상고에 대하여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배척된 부분은 그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또한 환송받은 법원으로서도 이와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8651 판결,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이미 제1차환송판결 및 제2차환송판결에 의하여 그 상고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되었으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라고 할 수 없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3.  파기의 범위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시설수입을 가장한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이 죄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죄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중 해외지분증권 매입대금의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해외지분증권 매입대금의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해외지분증권 매입대금의 송금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강신욱 고현철(주심)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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