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5두1618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5두16185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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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관련자불인정처분취소]

판시사항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에 관한 결정이 행정처분인지 여부(적극) 및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의 형태(=취소소송)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제2호 본문,

제13조 규정들의 취지와 내용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2조 제2호 각 목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 유형을 추상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민주화운동의 내용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그 규정들만으로는 바로 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가 확정된다고 볼 수 없고,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심의·결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로 확정될 수 있다. 따라서 그와 같은 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관련자 등으로서 보상금 등을 지급받고자 하는 신청에 대하여 심의위원회가 관련자 해당 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지 아니하여 보상금 등의 지급을 기각하는 결정을 한 경우에는 신청인은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자가 될 수 있다.

(나)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위 규정 전단에서 말하는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에 관하여 전부 또는 일부를 기각하는 결정에 대한 불복을 구하는 소송이므로 취소소송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며, 후단에서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을 한 날부터 90일을 경과한 때에는 그 결정을 거치지 않고 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관련자 등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위 기간 내에 보상금 등의 지급 여부 등에 대한 결정을 받지 못한 때에는 지급 거부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곧바로 법원에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그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취지라고 해석될 뿐, 위 규정이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처분의 취소소송을 제한하거나 또는 심의위원회에 의하여 관련자 등으로 결정되지 아니한 신청인에게 국가를 상대로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행소송을 직접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지라고 풀이할 수는 없다.

[대법관 김황식, 김지형, 이홍훈의 반대의견]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의 규정은 입법자가 결정전치주의에 관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심의위원회의 결정과 같은 사전심사를 거치거나 사전심사를 위한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곧바로 당사자소송의 형태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그 진정한 뜻이 있는 것이다. 또한, 소송경제나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도 당사자소송에 의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침해 해소에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다. 따라서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을 한 사람이 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결정을 다투고자 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고, 관련자 등이 갖게 되는 보상금 등에 관한 권리는 위 법이 특별히 인정하고 있는 공법상 권리이므로 그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에 정한 국가를 상대로 하는 당사자소송에 의하여야 한다.

피고, 상고인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명예회복과 보상을 행할 목적으로 제정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은 그 제2조 제1호에서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정의하는 한편, 제2호 본문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이하 ‘관련자’라 한다)라 함은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 중 제4조의 규정에 의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서 심의·결정된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고, 제2호 각 목은 그 대상자로서 “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자, 다.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질병을 앓거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 라.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ㆍ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를 들고 있다.

나아가 법 제4조 이하에서는 관련자 및 그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금 등을 심의ㆍ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위원회를 설치하여, 위원회가 관련자 및 그 유족(이하 ‘관련자 등’이라 한다)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심의ㆍ결정, 관련상이자의 장해등급 판정, 관련자 등의 보상금 등의 심의ㆍ결정 및 지급, 관련자 등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에 관한 심의ㆍ결정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으며, 법 제10조, 제11조, 제13조 등은 관련자 등으로서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을 지급받고자 하는 자는 위원회에 보상금 등의 지급을 신청하여야 하고, 위원회는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지급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여야 하며, 위원회의 결정 사항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관련자 등은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위원회에 의한 보상금 등 지급에 관한 절차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규정들의 취지와 내용에 비추어 보면, 법 제2조 제2호 각 목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유형을 추상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법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민주화운동의 내용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그 규정들만으로는 바로 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가 확정된다고 볼 수 없고, 위원회에서 심의·결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로 확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위원회의 결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관련자 등으로서 보상금 등을 지급받고자 하는 신청에 대하여 위원회가 관련자 해당 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지 아니하여 보상금 등의 지급을 기각하는 결정을 한 경우에는 신청인은 위원회를 상대로 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법은 제17조에서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 또는 기각의 결정을 거친 후에 한하여 이를 제기할 수 있고,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이 있는 날부터 90일을 경과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위 규정 전단에서 말하는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에 관하여 전부 또는 일부를 기각하는 결정에 대한 불복을 구하는 소송이므로 위에서 본 취소소송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비록 그 후단에서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이 있는 날부터 90일을 경과한 때에는 그 결정을 거치지 않고 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이는 관련자 등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위 기간 내에 보상금 등의 지급 여부 등에 대한 결정을 받지 못한 때에는 지급 거부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곧바로 법원에 위원회를 상대로 그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취지라고 해석될 뿐, 위 규정이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처분의 취소소송을 제한하거나 또는 위원회에 의하여 관련자 등으로 결정되지 아니한 신청인에게 국가를 상대로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행소송을 직접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지라고 풀이할 수는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가 보상금 등 지급 신청을 일부 기각한 위원회 결정에 불복하여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한 이 사건 소송이 적법하다고 보고, 국가를 상대로 보상금 지급의 이행을 구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원회 결정의 처분성이나 소송형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상고이유에서 원용하는 판결은 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원심판결에 판례위반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원용될 수 없는 것이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망인은 서울대학교 재학 중에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하여 교련반대 시위를 주동하고 민청학련 사건과 관계된 불온유인물을 소지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수배를 받아 오다가 1972년경 수사기관에 체포되었는데, 당시 수사기관은 망인을 간첩으로 조작하려는 의도하에 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집단으로 구타하는 등 망인에게 고문을 가하여 망인의 앞니와 어금니 등 치아 4개가 부러졌으며, 그 후 망인은 친구들조차 망인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체중이 감소하였을 뿐 아니라 길을 걷거나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사지가 뒤틀리고 입이 벌어지며 턱이 아래로 빠지는 등 안면근육의 경련과 전신마비 증세가 발생하여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길에서 쓰러지곤 하다가 1993. 10. 8. 사망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망인은 원고가 구하는 법 제2조 제2호 나.목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자’에 해당하고, 치아상실뿐 아니라 전신마비 등 증세도 보상금 등 지급대상이 되는 상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며,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을 다투면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고이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홍훈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법에서 정한 보상금 등의 지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법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지 않고 위원회로부터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는 관련자 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위원회의 결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따라서 보상금 등을 지급받고자 신청하였으나 위원회가 관련자 해당 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지 아니하여 보상금 등의 지급을 전부 또는 일부 기각하는 결정을 한 경우에는 신청인은 위원회를 상대로 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형태로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고, 위와 같은 경우 신청인은 국가를 상대로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무엇보다도 법 제17조의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자는 것이다.

법 제17조 제1항은, [결정전치주의]라는 제목 아래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 또는 기각의 결정을 거친 후에 한하여 이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이 있는 날부터 90일을 경과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 제17조 제1항은 그 전단에서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 문언의 의미를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 또는 기각의 결정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라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법문에 적용하면, 법 제17조 제1항 전단은, ‘이 법에 의한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 또는 기각의 결정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 또는 기각의 결정을 거친 후에 한하여 이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인데, 이는 매우 어색한 내용의 규정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입법자가 위 법조항을 통하여 규정하려는 것이 위와 같은 내용이라면 그 취지는 ‘항고소송은 그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있은 후에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입법자가 이러한 법조항을 둔 것은 이와 같이 지극히 당연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임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법 제17조가 그 제목부터를 [결정전치주의]로 못 박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확인적 의미와는 다른 뜻을 규정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 제17조에 관한 입법자의 입법의도가 이처럼 무의미한 규정을 별도로 둘 까닭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 위 규정에서 말하는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의 의미는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구 국가배상법(2000. 12. 29. 법률 6310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도 제9조 전단에서 “이 법에 의한 손해배상의 소송은 배상심의회의 배상금지급 또는 기각의 결정을 거친 후에 한하여 이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배상전치주의를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법조항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미, ‘위 규정에서 말하는 배상심의회의 결정을 거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를 하기 전의 전치요건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배상심의회의 결정은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 대법원 1981. 2. 10. 선고 80누317 판결 참조), 이러한 해석례와 비교한다면 법 제17조가 정한 결정전치주의의 문언상 의미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또한,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국민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공법상 급부관계를 규정하는 여러 법률에서 그러한 급부의 지급을 구하는 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당한 경우 그 신청인으로서는 곧바로 그 급부의 지급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으로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기존 판례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고 문헌상으로도 별다른 이론(異論)이 없음을 잘 알고 있으나, 위와 같은 법률들에는 법 제17조와 같은 결정전치주의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반면에, 법 제17조와 같이 결정전치주의 조항을 두고 있는 법률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이라고만 한다)을 들 수 있다. 법 제17조에서 정한 결정전치주의의 내용은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결정전치주의 규정내용과 완전히 같을 뿐만 아니라, 위원회의 기능, 보상금 등의 신청절차는 물론 전체적인 체계도 거의 유사하다. 이처럼 유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에 대한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의 소송형태를 항고소송이 아니라 국가를 피고로 하는 당사자소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누3335 판결 참조). 그렇다면 서로 유사한 체계를 갖고 있는 법률 사이에 동일한 내용의 법조항에 대한 기존 판례의 해석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다수의견에 의한다면,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취지인지,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결정전치주의와 법 제17조의 결정전치주의는 동일한 문언에도 불구하고, 달리 해석되어야 하므로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는 그대로 유지하고 다수의견의 입장은 이 사건과 같이 민주화운동관련자의 보상금 등에 관한 사건에 한하여 적용한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울러, 법 제17조 제1항 후단의 규정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위 후단의 규정에 의하면, 보상금 등의 지급 신청이 있는 날부터 90일이 경과한 때에는 ‘위원회의 결정이 없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인데, 불복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행정처분도 존재하지 않는데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거나 위원회의 아무런 결정이 없음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해석론이 아닌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법 제17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의 결정 자체에 대해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나 위 결정에 불복하여 그 취소 등을 구하는 소송의 제기를 예정하거나 전제로 하고 있는 조항이 있다면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법에서 그러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법 제2조 제2호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라 함은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 중 제4조의 규정에 의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심의·결정된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법 제2조 제2호 각 목에서 정한, “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은 자, 다.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질병을 앓거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 라.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에 해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더 나아가 ‘위원회에서 심의·결정’을 받아야만 된다는 점을 항고소송설을 취하는 가장 유력한 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에 정한 보상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법 제2조 제2호 각 목에 정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일 것이고, 그에 대한 최종적인 심판 권한은 당연히 법원에게 있다. 따라서 항고소송에 의하건 당사자소송에 의하건 법에 정한 민주화운동관련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판단을 받을 수 있으면 법이 정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상, 법 제2조 제2호의 규정내용이 법원의 판결결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위원회의 심의·결정을 거쳐야만 보상금 등의 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이 법 제2조 제2호에서 ‘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자’라고 정하고 있는 것은 법 제17조에서 정하고 있는 결정전치주의, 즉 보상금 등의 지급을 위한 사전심사로서의 위원회의 전치절차를 염두에 둔 것일 뿐이지, 그 이상의 결정적인 의미로 끌어들여 확대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결국, 법에서 결정전치주의에 관한 제17조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다수의견과 같이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쟁송을 항고소송의 형태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 타당할 여지가 있으나, 이와 같이 다른 법률에서 찾아보기 힘든 결정전치주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이상, 이는 입법자가 결정전치주의에 관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즉 위원회의 결정과 같은 사전심사를 거치거나 사전심사를 위한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곧바로 당사자소송의 형태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그 진정한 뜻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온당한 해석론이 아닐까 생각한다.

(2) 또 하나는, 행정소송을 통한 권리구제를 받으려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더욱 합목적적인 것인가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 권익구제의 확대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한편, 행정소송법 제3조에서는 행정소송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권익침해 상황 및 행정소송의 목적 등에 가장 적합한 소송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를 유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소송의 형태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어떠한 소송의 형태가 국민들의 권익침해 해소에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위에서 본 행정소송법의 목적 및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과연 이와 같이 행정소송법이 정한 권리구제수단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가장 기본권적인 요청에 충실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분쟁이 1회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신청인이 법에 따라 보상금 등의 지급을 신청하였음에도 위원회가 신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각하는 결정을 한 사안을 가정해 볼 때,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청인은 위원회가 한 전부 또는 일부 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법원이 위원회의 전부기각결정이나 일부기각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 위원회가 판결에 따라 전부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일부의 인용결정만 한다거나 일부기각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보상금을 산정함에 있어 신청인이 구하는 액수보다 적은 금원을 지급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신청인이 여전히 만족을 얻지 못하였다면 신청인은 위원회를 상대로 다시 보상금 일부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수의견에 의하면 위원회가 한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 당사자가 불복하는 경우에는 수회 행정소송이 제기되게 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보상금 등을 둘러 싼 분쟁이 여러 차례 공전될 수 있어서 소송경제나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권리구제에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당사자소송에 의하게 되면 신청인은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기각결정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또 그 결정 자체를 다투지 않고서도 법원에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원으로서도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서 판단·결정한 사항에 기속됨이 없이 자유롭게 대상자의 관련자 해당 여부, 상이의 정도, 보상금 등의 액수 등을 판단할 수 있어서 분쟁이 실질적으로 1회에 해결될 수 있으므로 당사자소송에 의하는 것이 국민들의 권익침해 해소에 가장 유효하고도 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다.

나.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법 해석론적인 관점에서나 소송절차상의 합목적적인 측면에서 조명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민주화운동관련자에 대한 보상금 등의 지급과 관련한 소송을 항고소송의 형태로 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입장에 찬성할 수 없다. 따라서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을 한 사람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결정을 다투고자 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고, 관련자 등이 갖게 되는 보상금 등에 관한 권리는 법이 특별히 인정하고 있는 공법상 권리라 할 것이므로 그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 소정의 당사자소송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법에서 규정한 보상금 등의 지급에 관한 소송은 국가를 피고로 하는 당사자소송에 의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위원회를 피고로 삼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원고가 바로 위원회를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주화운동관련자의 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함이 마땅하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5.  대법관 전수안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대법관 전수안은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다수의견을 보충하려고 한다.

가.  반대의견은, 법이 관련자를 제2조 제2호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위원회에서 심의·결정된 자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위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바로 관련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으로써 위원회의 결정을 단순한 사전심사로 취급하고 위 규정은 사전심사의 절차규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반대의견의 견해는 법에서 관련자를 위와 같이 규정한 문언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론이라고 생각된다.

(1) 법은 과거에 이루어진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위원회의 사후 심사를 통하여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그 유족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심의·결정하고, 그것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명예회복을 하거나 보상금 등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지, 법 제2조 제2호의 각 목에 해당한다는 사유만으로 보상금 등을 곧바로 지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으로 심의될 수 있는 자와 위원회의 심의·결정을 받아 보상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를 구분하여 취급하고 있는 이상,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으로 심의될 수 있는 자가 가지는 지위 내지 기대는 추상적이고 불확실하여 구체적인 권리라고 할 수 없다.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접 보상금 등의 지급청구권을 가진 것으로 보아 그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법에서 위원회의 구성과 업무, 위원회에 대한 지급신청 절차 및 위원회의 결정 사항과 그에 관한 불복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위원회의 심의·결정에 의하여 구체적인 보상금 등의 지급청구권이 발생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위원회의 심의·결정이 보상금 등 지급청구권 행사에 앞서 거쳐야 하는 단순한 전치절차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원회가 심의·결정한 경우에는 그에 대하여 부여된 심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90일 이내에 보상금 등의 지급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신청에 대하여 거부하는 취지의 심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관련자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법 제2조 제2호 각 목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유형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그에 해당하는 것만으로는 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로 확정될 수 없고, 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민주화운동과 관련되는 것임이 밝혀져야만 비로소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로 확정될 수 있다. 그런데 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화운동은 1964년 3월 24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므로, 1964년 3월 24일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활동은 물론 장래의 활동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어 매우 광범위한데다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될 수 있는 활동의 내용도 상당히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어느 활동이 민주화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다.

이처럼 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민주화운동이 무엇인지, 또 신청인이 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심사하지 않고서는 신청인이 곧바로 그 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법 제2조에서 정하고 있는 개념만으로는 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를 바로 특정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위원회에 실질적 심사기능을 부여하여 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및 보상금 등의 지급 대상자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

(3) 반대의견은,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에 대한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의 소송형태를 항고소송이 아니라 국가를 피고로 하는 당사자소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음을 들어,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 결정전치주의에 관한 규정 내용이나 체계가 유사한 법 제17조 소정의 결정전치주의에 관한 해석도 동일하게 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은 이 사건에 적용될 법률과 그 적용 대상, 법률 규정의 문언에 있어 서로 달라서 그에 관한 해석이 이 사건의 경우에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소송구조에 대한 논거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당사자소송과 항고소송에서의 소송비용의 차이, 입증책임의 소재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의 소송형태도 당사자소송이 아닌 항고소송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4) 따라서 관련자를 위와 같이 규정한 법의 문언과 취지, 그리고 관련자 여부를 심사하는 위원회의 심의·결정이 가지는 절차적인 의미와 실질적인 기능을 생각해 볼 때, 위원회의 심의·결정은 단순한 전치절차가 아니라 행정청이 공권력적 지위에서 행하는 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다투는 절차는 항고소송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과 같이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소송이 항고소송이라고 해석하면 분쟁이 소송에 의하여 1회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그 불복소송이 당사자소송이라고 보게 되면 소송을 통하여 분쟁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므로, 당사자소송설은 국민들의 권익침해 해소에 가장 유효하고도 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대의견의 견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우선 항고소송설을 취하더라도 대부분의 사안에서 분쟁이 실질적으로는 1회에 해결될 것이므로 당사자소송설을 취하는 경우와 결과에 있어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법원에서 위원회의 전부 또는 일부의 기각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할 경우에는 그 판결 이유에서 결정이 위법한 이유에 관하여 적시하게 되고, 위원회는 행정판결의 기속력이 미치는 판결 이유에 따라 관련자임을 인정한 다음, 법령에서 정한 보상금 등을 산정하여 지급하게 될 것이므로, 보상금 등의 지급을 둘러싼 대부분의 분쟁은 실질적으로 1회에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한정된 사안에서는 분쟁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현행 행정소송법이 의무화소송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되는 부득이한 현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에 있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국민연금법, 국가유공자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각종 급여의 청구를 비롯하여 각종의 사회보장 관계 법률에 의한 급부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판례는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고 하여, 각종의 사회보장 관계 법률에 의한 급부와 관련된 행정청의 결정을 단순히 행정청의 내부 행위로만 파악하고 있지는 않고, 그와 같은 경우에도 거의 모두 행정처분으로 보고 있으며, 그 결정에 대하여 불복할 경우 그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으로 다투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의 경우에도 급부청구권의 요건 사실과 급부액의 인정에 행정청의 조사·확인이 필요하고 그 결정에 행정청의 재량이 인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에서 무엇이 민주화운동인지, 그리고 신청인의 사망 혹은 상이가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행정청에게 1차적 판단권을 부여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을 다른 사회보장 관계 법률에 의한 급부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이와 달리,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회보장 관계 법률에 의한 공법상 급부청구 사건에서 발생되는 분쟁을 모두 당사자소송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는 항고소송과 당사자소송을 준별하고 있는 행정소송법의 규정이나 이론적 시도들을 가볍게 보는 처사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개별 행정법규의 문언과 입법 취지를 탐구하고 음미하여서 당해 법률에 가장 적절한 행정소송의 형태나 행정처분의 개념을 도출하고자 노력해 온 누적된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 행정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이나 소송비용 등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당사자소송보다 항고소송이 국민들에게 유리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소송이 권익침해 해소에 가장 유효하고도 적절한 수단이라는 지적 또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항고소송의 경우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행정청에게 있으므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주장하여 한 보상금 등의 지급신청에 대하여, 위원회가 전문가로서 정책적 고려를 함과 동시에 직권에 의한 자료 수집 등의 절차를 거쳐 그 신청을 전부 또는 일부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원회는 그 결정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에서 결정이 정당함을 스스로 입증하여야 한다. 이에 반하여 당사자소송설을 취하게 되면 신청인에게 자료 수집 등의 입증책임과 법률적 주장 등의 책임이 돌아가게 되므로, 신청인은 항고소송설을 취할 경우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부수적으로는 항고소송설을 취하는 경우에 비하여 당사자소송설을 취하는 경우에 인지대 등 소송비용에 대한 신청인의 부담이 많아질 수 있는 불리함도 있다.

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반대의견이 당사자소송설의 입장에서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여러 논거는 타당하지 않다. 요컨대, 다수의견과 같이 민주화운동 관련자 등의 보상금 등 지급 신청을 전부 또는 일부 기각한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방법은 항고소송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법리에 있어 타당할 뿐 아니라 신청인을 위한 권리구제에 있어서도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밝혀둔다.

6.  대법관 이홍훈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대법관 이홍훈은 다음과 같은 논거를 추가함으로써 반대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먼저, 다수의견은 위원회의 결정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상정하고 있는 위원회 결정의 효력을 검토하여 볼 때, 다수의견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아니할 수 없다.

법 제18조 제2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원회의 보상금 지급결정에 대하여 신청인이 동의를 하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지만, 신청인이 이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보상금 지급결정은 법적으로는 신청인에 대하여 아무런 효력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위원회의 보상금 지급결정의 효력은 결국, 당사자의 동의 여부에 좌우되는 결과를 법이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자체로는 아무런 구속력도 갖지 않고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비로소 구속력이 발생하는 위원회의 결정을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른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어야 하고,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변동을 가져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위원회의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독립한 행정처분이 아니라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기 위한 전치요건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이미 반대의견에서 적절히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당원은 배상전치주의를 정하고 있는 구 국가배상법 제9조 전단에서 말하는 배상심의회의 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전치요건에 불과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구 국가배상법 제15조(신청인의 동의와 배상금지급) 제1항은 “배상결정을 받은 신청인은 지체없이 그 결정에 대한 동의서를 첨부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배상금지급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배상심의회의 결정의 효력 발생에 당사자의 동의를 요하도록 하고 있었고, 이는 배상심의회의 결정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는 유력한 근거가 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위원회 결정의 효력 발생을 당사자의 동의에 의존하도록 하고 있는 법 제18조 제2항의 규정 내용은 위원회의 결정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력한 근거로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법 제7조 내지 제9조 및 대통령령에서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등의 구체적인 산출근거, 지급기준, 지급액 및 지급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법은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신청인에게 직접 보상금 등의 이행을 청구하는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금 등의 지급청구권은 공법상의 권리로서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인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 소정의 당사자소송에 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면서,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고현철 김영란 양승태 김황식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주심) 안대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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