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내용의 해석방법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3103 판결(공1993하, 3167),
대법원 1995. 5. 23. 선고 95다6465 판결(공1995하, 2239),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공2002하, 1479)
신돈식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경수 외 2인)
주식회사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장용국 외 7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신돈식, 신연식, 신안식, 신형식이 이 사건 원고들 소송대리인을 그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0가합2156호 배당이의 사건과 피고가 이 사건 피고 소송대리인을 그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주식회사 에이직코리아(대표이사 원고 신인식)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지방법원 2000가합48598호 물품대금청구 사건에서 원고들 소송대리인과 피고 소송대리인 사이에 2000. 8. 25. 작성된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 내용 중 제4항의 '원고들과 피고는 이 합의로써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위 배당금 문제와 관련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원고들 주장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분쟁에 대한 부제소 합의인지 여부에 관하여, ① 원ㆍ피고 사이의 최초의 분쟁인 근저당권말소청구의 소{서울지방법원 98가합104938, 99가합8204(병합)}, 보증금청구의 소(같은 법원 99가합42082호) 및 임의경매 사건(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97타경10498호)은 원·피고 사이의 위 근저당권말소청구 사건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99나36183, 36190(병합)}에서 조정이 성립됨으로써 그 분쟁이 모두 해결 또는 종결되었으나, 피고가 위 조정에서 합의된 내용인 경매신청 취하의무 및 원고 신돈식, 신연식, 신안식에 대한 근저당권말소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경매절차가 속행되었고, 그로 인하여 조정조서에 따른 쌍방의 의무이행이 사실상 이행불능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원고들 소유지분을 상실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조정조서상의 보증채무금 및 임의경매 사건에서의 배당금정산 문제를 비롯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원고들과 합의를 시도하였던 점, ② 이에 피고 대리인이 합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본 합의로서 원고들·피고 사이의 모든 민사상 분쟁은 종결되며,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1차 초안) 또는 '피고가 본 합의에 따라 원고들로부터 1억 44,544,833원을 지급받음으로써 피고(구 대영전자공업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에이직코리아 사이에 체결된 1993. 5. 7.자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4,000개에 대한 매매계약상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보증채무는 모두 소멸되며, 향후 원고들과 피고는 위 매매계약상 채무 및 이로 발생하였던 분쟁과 관련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2차 초안)는 내용의 초안을 제시하는 등 원고들 대리인에게 그와 같은 피고의 합의 의도를 명백히 표명한 점, ③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이미 피고의 조정내용 불이행으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지분을 상실하게 된 손해를 입은 상태이고, 따라서 원고들 대리인으로서는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손해배상 문제에 대하여 명백하게 그 권리를 유보하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 대리인으로부터 수령한 2차 초안 중 부제소합의에 관한 부분(제4항)을 '원고들과 피고는 본 합의로서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위 배당금 문제와 관련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로 단순히 변경하여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피고측의 그와 같은 합의 의도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지 아니한 점, ④ 이 사건 부동산의 낙찰자인 신중식, 신미선, 신순은 원고들과는 이복형제 사이이고, 피고 이외에 다른 배당채권자가 없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소유권상실로 인한 손해를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아니하였으리라고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합의서의 첫머리에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97타경10498호 부동산임의경매 사건, 같은 법원 2000가합2156호 배당이의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가합48598호 물품대금청구 사건과 관련하여 갑, 을은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고 기재하여 조정조서가 사실상 이행불능됨으로써 다시 야기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분쟁을 언급하고 있고, 더구나 첫머리의 '부동산임의경매 사건'의 표시는, 그 임의경매절차가 배당절차의 사실상 완료로 이미 종료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배당금의 정산 문제'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임의경매절차의 진행에 따른 원고들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문제'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점, ⑥ 원고들 및 그 대리인은 배당기일 이후 합의서 작성시까지 피고나 피고 대리인에게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특히 합의서 작성 직후에 쌍방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분쟁이 종결되었다고 말하였으며, 그 후 원고들 및 그 대리인은 이 사건 소 제기 시까지 약 2개월 동안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한 점 등 당사자들의 합의 의도, 합의서의 작성 경위, 합의서의 문구, 합의서 작성 전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이 사건 합의서 (4)항이 '배당금 문제와 관련하여'라고 표시되어 있더라도 이는 배당금의 정산 문제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를 비롯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분쟁에 관하여 부제소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참조).
나. (1) 우선,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 대리인이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그 내역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파악하고도 이를 포기하려는 의사를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또는 피고 대리인이 원고들 대리인으로 하여금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게 하려는 의사를 표시하고 그 의사를 원고들 대리인이 받아들여 그와 같은 합의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특히, 원고들 대리인은 그 합의 당시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악·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원고들 대리인이 처음부터 이 문제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 당시 이 점에 관하여 원고들로부터 다시 위임을 받아 그 합의에 임하였을 것으로 봄이 사리에 맞는다.), 이로 인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그 합의 당시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따로 유보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었음이 분명하다. 반면에, 피고는 적어도 원고들이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과 관련하여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정도의 예견은 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들 대리인이 1차 초안의 제4항을 삭제하여 명시적으로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와 같은 취지의 조항을 다시 넣어 2차 초안을 제시한 것은, 그와 같이 적어도 원고들이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과 관련하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이를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한편, 원고들 대리인이 1차 초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다시 2차 초안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2차 초안의 '위 매매계약상 채무 및 이로 발생하였던 분쟁과 관련하여 일체의'를 굳이 '위 배당금 문제와 관련하여'로 바꾸자고 수정 제안한 것은, 원고들의 주장대로 '그 내용은 배당이의, 배당금 수령 권한 등을 위임받은 원고들 대리인의 권한을 명백히 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원·피고 간에 있을 수 있는 민사상의 분쟁을 종결시키기로 하는 것으로서 너무 포괄적이어서 성질상 합의서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도대체 대리인으로서는 간여할 수 있는 성질의 내용이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위 배당금 문제'를 제외한 다른 일체의 권리관계 또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위 매매계약상 보증채무 및 이로 발생하였던 분쟁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부제소합의를 하지는 않으려는 의사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 대리인이 피고 대리인의 2차 초안에 대한 원고들 대리인의 그 수정 제안을 거부하지 않고 결국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원고들 대리인이 그 때까지도 피고 대리인에게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문제를 거론한 바가 없었기 때문에, 피고 대리인으로서는 원고들 대리인과 원고들이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였거나 또는 '이 사건 부동산의 낙찰자인 신중식, 신미선, 신순은 원고들과는 이복형제 사이이고, 피고 이외에 다른 배당채권자가 없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소유권상실로 인한 손해를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아니하는 것' 등으로 받아들이고, 그 합의조항만으로도 이 문제까지 해결된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피고의 2001. 5. 14.자 준비서면(기록 613쪽) 참조}.
위와 같이 원고들 대리인이 피고 대리인이 작성한 1차 초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피고 대리인이 작성한 2차 초안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수정 제안을 하였으며, 오히려 원고들 대리인의 수정 제안이 피고에 의하여 거부되지 않은 채 받아들여졌으므로, 그 합의 문언에는 원고들 대리인의 수정 제안에 표시된 원고들 대리인의 앞서 본 바와 같은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해석함이 옳다고 할 것이고, 반면에, 피고 대리인이 원고들 대리인으로부터 그 수정 제안을 받고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수정된 합의조항에 의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는 등 피고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취지로 이해하였다면, 이는 '위 배당금 문제'의 문언에 나타난 원고들 대리인의 의사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착오로 볼 수밖에 없는 피고 대리인의 의사를 그 법률행위 해석에서 고려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또 '위 배당금 문제'라는 문언 자체의 해석과 관련하여, 원고들 주장과 같이 '배당금의 정산 문제'로만 해석할 것인가, 아니면 피고 주장과 같이 '임의경매절차의 진행에 따른 원고들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문제'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배당금 문제'에는 ① 배당금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사유, ② 배당금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 ③ 배당금 액수 및 배당금의 분배에 관한 문제, ④ 배당금수령권을 가진 자의 확정 문제, ⑤ 배당금을 수령한 후 당사자 간의 정산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고, 근저당권말소 및 경매신청 취하의무의 불이행 문제는 위 ①항과 ②항에 관련된 문제로서 당연히 '위 배당금 문제'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위 배당금 문제'를 '배당금의 정산 문제'로만 보는 것도 그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여 본 것이라고 할 것이지만,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문제를 배당금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사유 또는 배당금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라고 하여 '위 배당금 문제'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도 그 의미가 내포하는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해석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문제는 피고의 조정성립에 따른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문제인 반면에, 당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배당금 문제'는 피고가 그 배당금을 수령할 권한이 있는지, 또 원고 신돈식, 신연식, 신안식, 신형식이 제기한 배당이의의 소와 피고가 제기한 물품대금청구의 소의 처리 문제였으므로,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문제가 위 '배당금 문제'와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를 두고 배당금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사유 또는 배당금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의 문제라고 하여 위 '배당금 문제'에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한편, 원심은 원고들 대리인의 그 부제소합의에 관한 대리권 문제에 관하여 따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원고들 대리인이 그 판시와 같은 근저당권말소청구의 소, 보증금청구의 소, 원고 신형식의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및 그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 사건 등에서도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로부터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부제소합의에 관하여서까지 포괄적인 대리권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들 대리인은 이 사건 합의 당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0가합2156호 배당이의의 소의 원고들 소송대리인과 서울지방법원 2000가합48598호 물품대금청구 사건의 피고 소송대리인의 지위에 있었을 뿐이고, 특히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97타경10498호 임의경매 사건에 관하여는 아무런 소송대리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원고들 대리인은 원고 신형식의 경매개시결정 이의신청 사건 및 그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 사건의 소송대리인이었으나, 그 항고 사건은 이미 취하되어 종료되었다.), 원고들 대리인이 그와 같이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부제소합의를 적법하게 하려면, 원고들로부터 적어도 포괄적으로라도 위임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바,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들 대리인이 그 대리권도 없이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이에 합당한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야 할 것인데, 원심이 판시한 사유들만으로는 역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원심이, 원고들 대리인이 피고측의 그와 같은 합의 의도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합의서의 첫머리에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97타경10498호 부동산임의경매 사건, 같은 법원 2000가합2156호 배당이의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가합48598호 물품대금청구 사건과 관련하여 갑, 을은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고 기재하여 조정조서가 사실상 이행불능됨으로써 다시 야기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분쟁을 언급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또 이 사건 합의서 첫머리의 '부동산임의경매 사건'의 표시는, 그 임의경매절차가 배당절차의 사실상 완료로 이미 종료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배당금의 정산 문제'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임의경매절차의 진행에 따른 원고들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문제'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 밖에, 피고로서는 조정조서상의 보증채무금 및 임의경매 사건에서의 배당금 정산 문제를 비롯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원고들과 합의를 시도하였다는 점, 원고들 대리인에게 1차 초안과 2차 초안을 제시하여 그와 같은 피고의 합의 의도를 명백히 표명하였다는 점, 원고들 및 그 대리인은 배당기일이후 합의서 작성 시까지 피고나 그 대리인에게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그 후 원고들 및 그 대리인은 이 사건 소 제기 시까지 약 2개월 동안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한 점 등만으로는, 피고의 경매신청 취하의무 등 불이행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부제소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판시한 '이 사건 부동산의 낙찰자인 신중식, 신미선, 신순은 원고들과는 이복형제 사이이고, 피고 이외에 다른 배당채권자가 없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소유권상실로 인한 손해를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아니하였으리라고 보이는 점'은 이를 인정 또는 추인할 만한 뚜렷한 자료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하고, 또 '합의서 작성 직후에 쌍방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분쟁이 종결되었다고 말하였다.'는 점은 그 합의서 작성 경위나 합의조항 문언에 나타난 원고들 대리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합의서 (4)항이 '배당금 문제와 관련하여'라고 표시되어 있더라도 이는 배당금의 정산 문제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소유지분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를 비롯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모든 분쟁에 관하여 부제소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 위배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