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내용의 해석방법
[2] 손해담보계약상 담보의무자의 책임의 성질 및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되거나 과실상계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담보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1]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손해담보계약상 담보의무자의 책임은 손해배상책임이 아니라 이행의 책임이고, 따라서 담보계약상 담보권리자의 담보의무자에 대한 청구권의 성질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아니라 이행청구권이므로,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 없음은 물론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담보책임을 감경할 수도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만 담보권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가 야기되는 등의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담보권리자의 권리 행사가 신의칙 또는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 권리 행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한될 수는 있다.
[1]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순석)
박유조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재호)
대구고법 2000. 10. 20. 선고 99나3366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8. 7. 30. 그 산하 영천시지부 지부장인 황상기를 통하여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이 사건 담보물 교체에 관하여 당시 진행 중이던 원고의 변상판정에 따른 변상액을 지급하면, 나머지 손해에 대하여는 그 청구권을 포기하고 원고가 대손충당금으로 상각처리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피고가 1998. 9. 26. 원고의 1998. 8. 19. 자 변상판정에 따른 미지급 변상금 10,274,250원을 입금하였으며, 1998. 12. 23. 나머지 손해가 대손충당금으로 상각처리되었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원·피고 사이에 피고가 원고의 변상판정에 따른 변상금을 지급하면 원고가 나머지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사실은 인정되지 아니하고, 한편 당시 원고 경산시 중방동지점장이던 피고와 원고 영천시지부 과장이던 김종배 등이 이 사건 소가 제1심에 계속중이던 1998. 7. 30. 이 사건 소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하면서, 당시 원고가 이 사건 대출에 관련한 담보물 교체 문제로 직원에 대한 변상판정을 준비 중이었는데, 적어도 재직 직원 2명과 퇴직 직원 2명에게 변상판정이 내려짐으로써 대손충당금으로 상각처리되어 특수채권으로 관리될 부분이 원고 영천시지부장의 소 취하에 대한 전결처리 범위 내인 5,000만 원 이하가 될 것이 예상된다 하여, 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의한 책임의 이행으로 직원 변상판정금액 중 1/2과 나머지 금액 중 해당 직원이 변상하지 않은 부분을 변상하면, 영천시 지부장이 전결권을 행사하여 소 취하로써 이 사건을 마무리짓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다만 아직 변상판정 결과가 나오지 아니하여 이에 따른 해결 여부가 불투명하니, 합의가 아닌 피고의 각서(을 제4, 16호증) 형식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문서화하기로 하여 영천시지부장의 결재를 얻은 사실, 그런데 원고의 변상판정 결과 재직 직원 2명에게만 변상판정이 내려져 특수채권으로 관리되는 금액이 영천시지부장의 전결권 범위를 넘는 5,500만 원 가량에 이르게 되어, 결국 위와 같은 의견에 따른 해결이 불가능하게 된 사실이 인정되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피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5. 5. 23. 선고 95다6465 판결, 2001. 1. 19. 선고 2000다3360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피고 사이에 피고가 원고의 변상판정에 따른 변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는 나머지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또, 원고의 담보물 교체 담당직원이 그 판시 제2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면서 담보물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손해의 발생에 기여한 과실이 있으니,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도, 원고 직원에게 그와 같은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은 담보물 교체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손해 전액을 피고와 주식회사 태정식품(이하 '태정식품'이라 한다)이 연대하여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보이므로, 과실상계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나. 우선 이 사건 약정은 그 문언과 당시 보증의 대상이 되는 주채무의 주체 및 채무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고, 담보물의 교체라는 금융거래상 이례적이고 위험부담을 수반하는 거래를 하면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담보물 교체로 이익을 얻게 되는 피고 등에게 인수하게 하여 그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게 한 것이므로, 일종의 손해담보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손해담보계약상 담보의무자의 책임은 손해배상책임이 아니라 이행의 책임이고, 따라서 담보계약상 담보권리자의 담보의무자에 대한 청구권의 성질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아니라 이행청구권이므로,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 없음은 물론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담보책임을 감경할 수도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만 담보권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가 야기되는 등의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담보권리자의 권리 행사가 신의칙 또는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 권리 행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한될 수는 있다 .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을 제11호증(변상판정통지서), 을 제13호증의 1 내지 3(징계처분 및 변상판정 사항 통지 등)의 각 기재와 같이, 원고의 대표가 그 산하 영천시지부 직원 소외 1 등에 대해 "1996. 9. 24. 태정식품의 어음할인 7,800만 원에 기 설정된 담보물과 교체하여 나대지를 담보로 취득하면서 여신규정세칙 제303조 제1항에 의거 권리승계과정의 확인에 필요한 서류를 받고 현지확인시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기담보물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보통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변상판정통지를 함과 아울러 징계처분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 직원들에게 그와 같이 무효인 근저당권을 취득한 데에 일부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 담보물 교체에 따른 원고의 손해는 위와 같은 그 직원들의 과실에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피고 등이 제공한 대체담보물 자체의 하자에 말미암은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손해담보계약상 담보의무자의 책임, 즉 무효로 돌아간 제2 근저당권에 갈음하여 피고 자신이 부담하는 본래의 물상보증책임을 이행하여야 할 따름이고, 대체담보물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무효로 된 데에 원고측의 과실이 개재되었다고 볼 여지는 없다.
원심판결의 이 부분 판시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위와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 결론 자체는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