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2] 평균임금 결정에 관한 근로복지공단의 사무착오로 장해연금 선급금을 과소지급받은 당사자가 공단을 상대로 그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것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공단의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1]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법체계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따라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평균임금 결정에 관한 근로복지공단의 사무착오로 장해연금 선급금을 과소지급받은 당사자가 공단을 상대로 그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것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공단의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1]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공1992, 1406),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공1995상, 434),
대법원 1996. 12. 19. 선고 94다22927 전원합의체 판결(공1997상, 75),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29895 판결(공1998상, 237),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근로복지공단
서울고법 2002. 10. 11. 선고 2002누5568 판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공소외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로서 1993. 5. 13. 업무상 재해를 입고 척수손상 등의 상병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라 한다)상의 요양을 받아오다가 1996. 3. 20. 치료를 종결한 사실, 원고는 산재법상 장해등급 제1급 제3호에 해당하는 연금지급대상자임을 이유로 1996. 3. 21. 피고에게 산재법상의 장해연금지급청구를 하면서 연금 중 4년분의 선급금 지급을 구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1996. 3. 27. 원고의 평균임금을 1일 99,379.23원으로 결정하여 4년분(1996. 4. 1. - 2000. 3. 31.) 연금 선급금으로 130,783,060원을 지급한 사실, 노동부(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산재법이 전면 개정되어 1995. 5. 1.부터 시행되기 전까지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업무를 노동부가 주관하였다)는 임금대장을 근거로 원고의 재해 당시의 평균임금을 79,561.29원(적용기간 : 1993. 5. 13. - 1994. 5. 12.)으로 산정하였고, 피고는 이를 기준으로 하여 원고의 평균임금을 89,490.53원(적용기간 : 1994. 5. 13. - 1995. 5. 12.) 및 99,379.23원(적용기간 : 1995. 5. 13. - 1996. 5. 12.)으로 각 증액하는 결정을 하였는데, 원고에 대한 장해연금 선급금은 신청 당시의 평균임금인 99,379.23원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었고, 한편 위 각 평균임금을 증액함에 있어서 피고는 원고의 개별적인 신청 없이 스스로 관련자료를 검토하여 결정한 사실, 그런데 피고가 1994. 5. 13. - 1995. 5. 12.까지 적용되는 평균임금을 결정함에 있어서 원고와 동종의 근로자의 임금변동률인 19.67%를 적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전 근로자의 월평균 정액급여의 변동률인 12.48%만을 적용함으로써 평균임금을 잘못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의 장해연금 선급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적용기간이 1995. 5. 13. - 1996. 5. 12.까지)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이 잘못 결정된 평균임금을 전제로 계산한 결과 99,379.23원으로 산정된 사실, 피고의 위와 같은 평균임금 결정의 잘못으로 인하여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장해연금 선급금은 8,359,980원인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이 사건 장해연금 선급금 차액 상당액 지급청구권이 산재법 제96조 소정의 3년의 소멸시효기간 경과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원고가 미지급 장해연금 선급금의 지급을 청구한 2000. 6. 15.에는 4년분의 장해연금 선급금을 수령한 1996. 3. 27.부터 기산하여 이미 3년이 경과하였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일응 원고의 장해연금 선급금 중 미지급 부분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은 경과한 것으로 보이나,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산재법에 의해 설립된 공법인으로서, 원고는 이러한 피고의 평균임금에 관한 결정을 신뢰하여 피고가 결정한 장해연금 선급금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을 도과시킨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이와 같이 피고의 결정을 신뢰한 것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또한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위 선급금의 지급기간인 4년이 경과하기 이전에 원고에게 장해연금 선급금 중 미지급금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진행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점, ② 원고는 피고의 평균임금 결정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피고가 공소외 주식회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일방적으로 평균임금을 증액하여 왔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1994. 5. 13. - 1995. 5. 12.까지의 기간 동안의 평균임금의 증액과 관련하여 공소외 주식회사가 1994. 3. 1.자로 원고와 동종의 근로자들의 임금이 19.67% 인상되었음을 이유로 평균임금의 개정을 신청하는 평균임금 개정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던 점, ③ 원고는 평균임금이 잘못 산정되었음을 알고는 곧바로 평균임금의 정정을 신청하였고, 피고가 평균임금을 정정하면서도 원고에게 미지급한 장해연금 선급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즉시 정정된 평균임금에 따라 계산한 장해연금 선급금 중 미지급금의 지급을 청구한 점, ④ 피고 역시 원고에 대하여 지급한 장해연금 선급금이 정당한 금액에 미달함을 인정하고 있고, 2000년 4월분의 장해연금은 정정된 평균임금에 따라 계산하여 원고에게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에게 미지급한 장해연금 선급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법체계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따라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것(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참조) 임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장해연금 선급금 액수 결정과정이나 그 지급과정에서 원고에 대하여서 평균임금 산정에 오류가 있는 경우 그 차액에 관하여 소송절차 없이 반환하겠다거나 소멸시효항변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가 없고, 원고의 소제기를 저지, 방해하는 등의 행동을 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채권자인 원고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시효완성 후에 피고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바도 없고, 일반적인 미지급 장해연금 선급금 지급청구 채권자들과는 달리 이 사건 원고에 대해서만 특별히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아야 할 사정이나 같은 조건의 다른 장해연금 선급금 지급청구 채권자들이 미지급 장해연금 선급금을 변제받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여 피고에게 소멸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원고 스스로 피고의 평균임금 산정과 이에 기초한 장해연금 선급금 결정을 적법한 것으로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를 가지는데 피고가 특별히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미지급 장해연금 선급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산재법 제96조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원고가 피고의 평균임금 결정에 관한 사무착오로 말미암아 더 지급받을 수 있는 장해연금을 실제로 선급금으로 지급받지 못한 이상 그 차액 부분에 대한 연금지급청구권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할 것이고, 한편 산재법시행령(2000. 6. 27. 대통령령 제16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제3항은, 연금인 보험급여는 매년 이를 4등분하여 2월, 5월, 8월, 11월에 각각 그 전월 분까지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장해연금지급청구권은 3개월마다 계속 발생하여 각 이행기에 도달하는 확정기한 있는 채권이라 할 것이어서 그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1996. 3. 27.이 아니라 1996. 5월 이후 2000. 3. 31.까지 매 3개월마다 도래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미지급 장해연금의 지급을 청구한 2000. 6. 15.부터 거꾸로 계산하여 3년 이내의 부분에 대한 장해연금지급청구권은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