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입시문제가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인지 여부(적극)
[2] 대학입시문제가 저작물로 인정되는 경우 그 저작권자
[3] 대학입시문제의 인용행위가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그 표현의 방법 또는 형식의 여하를 막론하고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일체의 물건으로서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에 관한 창작적인 표현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창작성이라 함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저작물이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고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그 저작물에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저작물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 또한 도작이나 표절, 복제 등과는 달리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번형·각색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작성한 2차적 저작물도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는 이상, 대학입시문제가 기존의 교과서나 학술적인 이론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2]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가 가지는 저작권법상의 권리는 그 성질상 특정한 형식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저작자가 저작물을 저작한 때로부터 당연히 발생하고 성립하는 것으로 관계 행정기관에 저작권이 등록되어 있는지 또는 누구의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저작권의 성립 자체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대학입시문제의 저작권은 각 대학교의 해당 학교법인에 당연히 귀속된다고 할 것이고, 문화체육부에 등록된 저작자가 각 대학교의 총장 개인 명의나 또는 각 대학교 그 자체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3] 문교부(또는 교육부) 산하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실시하던 대학입학학력고사 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는 달리 15년만에 부활되어 1994년도부터 실시된 각 대학별 대학입시문제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공표'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정당한 범위' 내의 인용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첫째, 그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 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나, 피고인들이 제작한 각 과목별 대학입시교재를 보면 각 분야별로 나누어진 각 단원의 서두부분에 '기출문제'라는 표제 하에 대학입시문제를 인용한 후 다시 위 기출문제와 유사한 문제들을 '유제'라는 표제 하에 각 기출문제에 연이어 싣고 있는 형식으로 편집되어 있어 피고인들이 인용하였다는 대학입시문제가 부종적인 지위에서 인용된 것으로 볼 수 없고 둘째, 대학입시문제를 자신들의 교재에 인용한 목적도 교육이나 학술적인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영리의 목적으로 대학입시교재의 상업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보이는 이상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라고 인정될 여지는 전혀 없다. 또한 국가에서 주관하는 대학입학학력고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닌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출제하는 대학입시문제를 출판사에서 각 교재에 인용하여 왔다는 관행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과거에 각 대학 측에서 대학입시문제에 대한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그러한 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들
법무법인 삼흥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오수 외 2인
서울지법 동부지원 1996. 12. 10. 선고 96고단485 판결
피고인들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의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첫째,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라 함은 사람의 사상,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야 하는데, 대학입시문제는 이러한 창작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어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일부를 인용하였다고 하여 저작권이나 출판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한 원심은 저작물에 대한 법리를 오인하였다는 것이고, 둘째, 가사 대학입시문제가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은 위 문제를 출제한 교수 또는 그 교수가 소속된 학교법인에 귀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저작권자가 아닌 각 대학교의 총장으로부터 설정받은 이 사건 피해자 김준묵의 출판권은 무효이어서 위 피해자는 적법한 고소권자가 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피해자가 적법한 출판권자임을 전제로 하여 동인의 고소에 기초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한 원심은 대학입시문제의 저작권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것이며, 셋째, 피고인들은 저작권법 제25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공표된 이 사건 대학입시문제를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한 것에 불과하여 결국 피고인들의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한 원심은 저작권법 제25조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하였다는 것이고, 넷째,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그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먼저 항소이유 제1점에 관하여 본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그 표현의 방법 또는 형식의 여하를 막론하고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일체의 물건으로서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에 관한 창작적인 표현물이어야 하므로(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참조)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은 피고인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라 함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저작물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그 저작물에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저작물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 더구나 도작이나, 표절, 복제 등과는 달리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작성한 2차적 저작물도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는 이상(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참조), 대학입시문제가 기존의 교과서나 학술적인 이론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와 견해를 달리하는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으로 항소이유 제2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저작권법 제2조 제2호 참조)가 가지는 저작권법상의 권리는 그 성질상 특정한 형식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저작자가 저작물을 저작한 때로부터 당연히 발생하고 성립하는 것이어서(저작권법 제10조 제2항 참조) 관계 행정기관에 저작권이 등록되어 있는지, 또는 누구의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저작권의 성립 자체와는 무관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대학입시문제의 저작권은 각 대학교의 해당 학교법인에 당연히 귀속된다고 할 것이고(저작권법 제9조 참조), 문화체육부에 등록된 저작자가 각 대학교의 총장 개인명의나 또는 각 대학교 그 자체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위 인정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이 점은 피고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각 출판권설정계약서에 피해자 김준묵에 대하여 출판권을 설정하는 저작권자가 각 대학교의 총장으로 기재되어 있음은 피고인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으나, 피해자에게 출판권을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위 대학교 총장들은 자신이 각 소속된 대학교 또는 그 학교법인의 대표로서 위 계약에 임한 것으로 볼 것이고, 위 대학교 총장들이 이 사건 대학입시문제가 자신들의 개인 저작물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채 피해자와 이 사건 출판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그렇다면, 결국 피해자 김준묵은 유효하게 출판권을 설정받았다고 할 것이어서, 저작권자도 아닌 각 대학교의 총장으로부터 설정받은 피해자 김준묵의 이 사건 출판권은 무효라는 점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음,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제3점에 관하여 살핀다. 저작권법 제25조는[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라는 표제하에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이 사건 대학입시문제의 인용행위가 위 법조 소정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보건대, 우선 문교부(또는 교육부) 산하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실시하던 대학입학학력고사 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는 달리, 15년 만에 부활되어 1994년도부터 실시된 각 대학별 대학입시문제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공표'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에서 요구하고 있는 '정당한 범위' 내에서의 인용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첫째, 그 표현 형식상 피인용 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 즉 인용저작물(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들이 제작한 교재)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 김준묵이 출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입시문제)이 종인 관계에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터인데, 피고인들이 제작한 이 사건 각 과목별 대학입시교재를 보면 각 분야별로 나누어진 각 단원의 서두부분에 '기출문제'라는 표제하에 대학입시문제를 인용한 후 다시 위 기출문제와 유사한 문제들을 '유제'라는 표제하에 각 기출문제에 연이어 싣고 있는 형식으로 편집되어 있어 피고인들이 인용하였다는 대학입시문제가 부종적인 지위에서 인용된 것으로는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둘째, 피고인들이 이 사건 대학입시문제를 자신들의 교재에 인용한 목적도 교육이나 학술적인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영리의 목적으로 위 대학입시교재의 상업성을 높이기 위한 한 방편인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라고 인정될 여지는 전혀 없다. 더욱이, 국가에서 주관하는 대학입학학력고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닌,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출제하는 대학입시문제를 출판사에서 각 교재에 인용하여 왔다는 관행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과거(1980년 이전)에 각 대학 측에서 대학입시문제에 대한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그러한 관행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결국 어느모로 보나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마지막으로 양형부당이라는 취지의 항소이유 제4점을 보건대, 피해자 김준묵의 출판권을 인정하고 그 사용료를 정당하게 지불한 후 입시용 교재에 인용하고 있는 여타 출판사들과는 달리,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출판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상품에 대한 시장수요를 대처할 가능성이 다분한 이 사건 교재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여 온 점, 피고인들이 배포·판매한 교재의 양 및 그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후에도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아니한 점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정상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벌금 2,000,000원의 형이 결코 무겁다고 할 수 없으므로 양형부당을 다투는 피고인들의 항소 역시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 론
결국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피고인들의 항소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