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 외 38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문건영 외 1인)
서울기독교청년회 외 2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렉스 담당변호사 강현중 외 2인)
2008. 9. 2.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별지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38 기재 원고들의 피고 서울기독교청년회에 대한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서울기독교청년회는 별지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38 기재 원고들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11. 11.부터 2009. 2. 1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원고 14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별지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38 기재 원고들의 피고 서울기독교청년회에 대한 나머지 항소 및 별지 피고 목록 순번 2 내지 25 기재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별지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38 기재 원고들과 피고 서울기독교청년회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위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14의 항소비용과 별지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38 기재 원고들의 별지 피고 목록 순번 2 내지 25 기재 피고들에 대한 항소비용은 위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최후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 서울기독교청년회(서울 YMCA, 이하 ‘피고 서울회’라고 한다)는 그 (일반)회원들 중 여성회원들에 대하여는 총회의 구성원인 총회원이 될 자격 내지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데, 이 사건은 이러한 피고 서울회의 처우에 대하여 여성회원들인 원고들이 민법 제750조 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내용이다(다만, 원고 14는 남성회원으로서 여성회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직접 자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피고 서울회가 여성회원들에 대하여는 총회원이 될 자격 내지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헌법 이나 민법 상 일반원리, 그리고 피고 서울회의 헌장이나 총회결의에도 어긋나는 성차별적 처우로서 민법 제750조 에 따른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서울회와 그 이사들로서 헌장 개정과 총회원 선출에 책임이 있거나 이에 관여한 나머지 피고들은 원고들이 위와 같은 성차별적 처우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원고들이 피고 서울회의 사원(사원)이 아닐 뿐만 아니라 사원인 총회원이 될 자격도 없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고, 피고 서울회가 여성 일반회원들에 대하여 총회원이 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적 단체인 피고 서울회의 정체성에 관련된 내부문제일 뿐이어서 민법 상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아래에서는 먼저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인정한 후, ① 피고 서울회의 일반회원도 사단의 구성원으로서 사원의 지위를 갖는지, ② 만일 일반회원에게 사원의 지위가 인정된다면 여성인 일반회원들에 대하여 총회원이 될 자격이나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 부당한 성차별적 처우(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③ 만일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면 이로 인하여 피고 서울회가 원고들에 대하여 민법 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④ 피고 서울회의 이사들인 나머지 피고들도 개별적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2. 전제사실의 인정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 내지 3호증, 갑제4호증의 1 내지 15, 갑제5호증의 1 내지 50, 갑제6호증의 1 내지 4, 갑제7호증의 1, 2, 갑제8호증, 갑제9호증의 1 내지 37, 갑제10호증의 1, 2, 갑제11호증의 1 내지 8, 갑제25, 32호증, 갑제33호증의 1, 2, 갑제35호증의 1 내지 8, 갑제37호증의 1, 2, 갑제38호증, 갑제39호증의 1, 2, 갑제47호증, 을제2, 4, 5호증, 을제8호증의 1, 2, 을제9호증, 을제11호증의 1 내지 3, 을제12호증의 1 내지 4, 을제13호증의 1, 2, 을제14호증, 을제15 내지 17호증의 각 1, 2, 을제23호증, 을제28호증의 1, 2, 을제29 내지 32호증, 을제34호증의 각 기재에 제1심 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위 소외 2의 일부 증언 제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제3호증의 1, 2의 기재는 믿지 않는다.
가. 당사자
(1) 원고 14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별지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38 기재 원고들로서 이하, ‘원고 여성회원들’이라고 한다)은 피고 서울회의 여성회원으로서 일반회원들이고, 원고 14는 피고 서울회의 남성회원으로서 총회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총회원이다. 원고 여성회원들은 모두 피고 서울회의 총회원이 될 수 있는 아래의 일반적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었으나, 원고 1, 6, 18, 19, 29, 35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 여성회원들은 이 사건 소송이 당심에 계속 중이던 2007. 10. 10.부터 2008. 1. 23. 사이에 회비미납을 이유로 회원자격을 상실하였고, 원고 6, 19도 같은 이유로 회원자격을 상실하였다가 추후 회비 납부로 회원자격을 회복하여 현재로서는 총회원이 될 수 있는 일반적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ㆍ 만 19세(피고 서울회의 현재 헌장)또는 20세(제102차 정기총회에서 개정되기 이전의 피고 서울회의 헌장) 이상의 기독교회 세례입교인인 자 |
ㆍ 보통회비 이상의 회비를 납부한 자 |
ㆍ 2년 이상 계속 회원으로서 피고 서울회의 활동에 참여한 자 |
(2) 피고 서울회는 선교, 사회교육, 사회개발, 사회복지, 국제협력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비법인사단이고, 피고 서울회와 피고 24, 25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2003. 3. 무렵부터, 피고 24, 25는 2004. 3. 무렵부터 피고 서울회의 이사로 재직하였거나 재직하고 있다.
나. 피고 서울회의 제100차 정기총회 이전의 회원 구성
피고 서울회의 회원에는 일반회원, 평생회원, 명예회원이 있으며, 그 회원 중 일부에게 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총회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회원은 기본적인 의무로서 회비를 납부하여야 하고(다만 명예회원은 회비납부의무가 면제된다), 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있으며, 피고 서울회의 특정 시설을 이용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총회원은 이사, 감사 등을 선출하고 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사와 감사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2004년을 기준으로 피고 서울회의 회원은 약 36,000명이고, 그 중 총회원은 1,500여명 정도였다).
다. 피고 서울회의 제100차 정기총회 이전의 총회원에 관한 규정과 그 선정방법
제100차 정기총회 이전의 피고 서울회의 헌장(이하 ‘구 헌장’이라고 한다)에 따르면, 총회원은 만 20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으로 2년 이상 계속 회원인 사람으로서 이사회가 구성하는 총회 구성원 자격심사를 거쳐 그 자격이 인정된 사람으로서 구성하도록 되어 있었다(제12조 제1항). 이는 1967년 개정 전 헌장에서 회원의 자격을 남자에 한정하던 것을 위 개정으로 성별 구분을 삭제함으로써 현재에 이른 것이다.
또한 피고 서울회의 이사회가 제정한 서울 YMCA 회원규정에 따르면, 총회원의 자격에 관하여 총회원은 만 20세 이상의 기독교회 세례입교인이고, 보통회비 이상의 회비를 납부하였으며, 2년 이상 계속회원으로서 피고 서울회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회원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이사회가 심의·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제6조). 이와 같은 총회원의 선정은 피고 서울회의 회원부가 매년 2월에 개최되는 피고 서울회의 정기총회 40일 전에 매년 1월에 등록된 전체 회원들 중 헌장과 회원규정에 정해진 요건을 갖춘 회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회원위원회에 제출하고, 회원위원회가 그들에 대해 총회원 자격의 결격사유 유무를 심사한 다음 이사회에서 총회원으로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를 심의·의결하는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다. 회원위원회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는 회원을 제외하고는 회원부에서 작성한 총회원명단에 등재된 회원을 모두 이사회에 추천하였고, 이사회는 회원위원회가 추천하는 총회원대상자를 그대로 총회원으로 심의·의결하여 왔다. 그런데 회원부는 총회원명단을 만들면서 여성회원들을 제외시켜 왔기 때문에 피고 서울회가 1967년 헌장을 개정한 후에도 여성회원들은 단 1명도 총회원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라. 2003년 제100차 정기총회의 결의내용
피고 서울회는 2003. 2. 22. 제100차 정기총회에서 여성회원들도 총회원으로 선정하여 달라는 여성회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헌장개정특별위원회와 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후 피고 서울회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며,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있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며, 피고 서울회의 여러 가지 형태의 성차별적인 요인을 찾아 이를 해소하기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하는 서울 YMCA 제100차 총회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마. 2004년 제101차 정기총회에서의 헌장개정 무산
제100차 정기총회의 결의에 따라 피고 서울회의 이사회는 2003. 6. 23. 헌장개정특별위원회, 개혁특별위원회, 여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헌장개정안의 작성, 개혁과제도출, 여성의 권리신장방안 등을 논의하였다. 이에 여성특별위원회는 구 헌장을 개정할 필요 없이 제100차 정기총회의 결의에 따라 여성회원이 총회원이 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헌장개정특별위원회에 제시하였고, 헌장개정특별위원회는 총회원이 될 수 있는 나이를 만 19세로 낮추고 다른 내용은 그대로 둔 개정안을 이사회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이사회는 2004. 2. 28.에 개최될 제101차 정기총회에 상정할 헌장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여성회원의 의결권, 선거권, 피선거권 등에 관한 제100차 정기총회의 결의문은 제100차 정기총회에서 이를 의안으로 접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여성회원의 총회 참여는 헌장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피고 서울회가 지난 100년 동안 남성회원들에게만 총회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었던 역사와 관습, 여성만이 참여하여 활동하는 YWCA 등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 점을 헌장·제도연구위원회로 하여금 전향적으로 연구, 논의하게 할 것을 결의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첨부하여 2004. 1. 28. 헌장개정안을 공고한 이후 제101차 정기총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위 개정안은 일부 여성회원들의 총회 방해로 상정되지도 못하였다.
바. 2005년 제102차 정기총회에서의 헌장개정
이사회는 다시 헌장·제도연구위원회의 연구를 거쳐 2004. 12. 21. 헌장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이 위원회는 총회원의 자격에 관해 구 헌장 제12조를 총회원은 만 19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입교인)이고, 보통회비 이상을 납부한 만 2년 이상 계속 회원인 사람으로 피고 서울회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회원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원위원회가 추천하고, 이사회가 정하는 총회원 자격심사를 거쳐 그 자격이 인정된 사람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고, 그 밖에 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며(6년 연임 후 3년 입후보 금지), 회장의 임기를 제한하는(2회 연임)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을 이사회에 제출하였다. 이사회는 헌장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여성의 총회참여는 헌장개정 사안이므로 총회의 결의를 물어서 결정해야 하고, 제102차 정기총회에서 이사, 감사 선거시 동시 투표하여 여성의 총회참여를 인정하자는 의견이 투표자의 과반수일 경우 차년도 헌장개정절차를 거쳐 정기총회에 반영하며, 투표자의 과반수에 미달하는 경우에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조치를 밟기로 결의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사회의 의견서를 붙여 2005. 1. 28. 헌장개정안을 공고한 이후 제102차 정기총회에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에 총회는 2005. 2. 26. 제102차 정기총회에서 상정된 헌장개정안을 원안대로 가결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총회참여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결과 총 투표수 629표 중 찬성 210표, 반대 409표, 무효 10표로 여성의 총회참여를 인정하자는 찬성표가 투표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였다.
사. 2006년 제103차 정기총회에서의 헌장개정안 부결
이사회는 2006. 2. 25. 제103차 정기총회에 헌장 제12조를 총회원은 ‘만 19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입교인)이고 보통회비 이상을 납부한 만 2년 이상 계속 회원인 사람으로서 피고 서울회의 활동에 참여한 남성’ 또는 ‘만 19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입교인)이고 보통회비 이상을 납부한 만 2년 이상 계속회원인 여성으로서 피고 서울회의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으로서 회원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원위원회가 추천하고 이사회가 정하는 총회구성원자격심사를 거쳐 그 자격이 인정된 사람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상정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총회원의 원칙적 자격을 남성에 제한한 퇴행적 개정안이라는 비판 속에 찬반투표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 총 투표수 630표 중 찬성 304표, 반대 300표, 기타 26표로 헌장개정 의결정족수인 출석 총회원의 2/3 이상의 결의를 얻지 못하여 헌장개정안이 부결되었다.
아. 2007년 제104차 정기총회에서의 헌장개정안 부결
이사회는 2007. 2. 24. 제104차 정기총회에 다시 헌장 제12조를 총회를 정회원 중에서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하고, 대의원은 500인 이내로 당연직과 선출직으로 구성하되 당연직 대의원은 전체 대의원의 40% 이내로 하고, 선출직 대의원은 남성과 여성 중 어느 한 성이 8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총회대의원은 이사회가 정하는 별도 규정에 따라 선출된 사람 중 회원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최종 확정하는 내용의 헌장개정안을 상정하였다. 그러나 투표결과 총 투표수 711표 중 찬성 293표, 반대 403표, 기권 13표, 무효 2표로 기타 26표로 역시 개정안이 부결되었다.
자. 2008년 제105차 정기총회에서의 헌장개정안 부결
이사회는 2008. 2. 23. 제105차 정기총회에 다시 헌장 제12조를 총회를 정회원 중에서 선출된 대의원으로 구성하고, 대의원은 700인 이내로 당연직과 선출직으로 구성하되 당연직 대의원은 전체 대의원의 30% 이내로 하고, 선출직 대의원은 남성과 여성 중 어느 한 성이 7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총회대의원은 이사회가 정하는 별도 규정에 따라 선출된 사람 중 회원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최종 확정하는 내용의 헌장개정안을 상정하였다. 그러나 투표결과 총 투표수 620표 중 찬성 282표, 반대 318표, 기권 1표, 무효 19표로 다시 개정안이 부결되었다.
3. 쟁점별 판단
가. 피고 서울회의 일반회원도 사단(사단)의 구성원으로서 사원(사원)의 지위를 갖는지
피고 서울회의 회원에는 일반회원, 평생회원, 명예회원이 있고, 원고 여성회원들이 일반회원에 해당함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피고들은 원고 여성회원들과 같은 일반회원은 피고 서울회의 구성원인 사원이 아닌, 단순한 시설이용자나 프로그램 참여자에 불과하고 오로지 총회원만이 사원으로서 지위를 갖는데, 사적 단체인 피고 서울회가 그 설립목적과 정체성, 헌장관습에 입각하여 사단의 구성원을 남성에 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사의 자유에 속하는 사단의 내부문제에 불과하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회원에 관한 피고 서울회의 헌장 내용과 이에 따른 서울 YMCA 회원규정, 1967년 헌장 개정 이후 이루어진 여성회원들의 참여와 이에 대한 피고 서울회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서울회의 일반회원들은 모두 인적 결사(인적 결사)로서 사단을 형성하고 있는 피고 서울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위를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위 일반회원의 지위가 피고 서울회로부터 독립한 대립당사자로서 피고 서울회와 사이에 시설이용이나 프로그램 참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한 계약상대방의 지위를 표상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피고 서울회가 정관에 해당하는 헌장 등의 규정을 통해 회원 중 일부인 총회원에 대해서만 단체의 의사결정 및 기관 선출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단이 자치적으로 결정한 대의제적(대의제적) 의사결정 구조에 불과할 뿐, 그러한 대의제를 통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구성원이라고 하여 사원의 지위 자체가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원고들의 주장 가운데는 피고 서울회가 위와 같은 대의제적 의사결정 구조를 채택한 것 자체가 사원의 평등한 결의권을 규정한 민법 제73조 제1항 에 어긋나 위법하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사원의 평등한 결의권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정관으로 달리 정할 수 있으므로( 민법 제73조 제3항 ),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다만, 그 대의제적 의사결정 구조가 그 설계와 실제 운용에 있어서 헌법질서나 기타 법원리에 반하여 용인될 수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로서 아래에서 계속하여 살펴본다).
나. 피고 서울회가 여성인 일반회원들에 대하여 범주적(범주적)으로 총회원이 될 자격을 부인한 것이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피고 서울회의 헌장이나 서울 YMCA 회원규정에 여성회원을 총회원의 자격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피고 서울회는 그동안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는 회원을 제외하고는 총회원의 일반적 자격요건을 갖춘 남자회원에 대해서는 모두 총회원의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여성회원들에 대하여는 총회원명단 작성 단계에서부터 배제하여 피고 서울회가 1967년 헌장을 개정하여 여성회원들을 받아들인 이래 단 1명도 총회원으로 선정하지 않았다(피고들 스스로 헌장관습이라고 하면서 여성이라는 사유 자체가 총회원 자격의 결격사유가 됨은 다투지 않고 있다).
이처럼 피고 서울회가 그 구성원인 회원들 중 일부에 대해서 오로지 그 성별만을 이유로 사단의 의사결정이나 기관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지위에서 범주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11조 가 선언한 평등권의 원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피고 서울회가 기본적으로 사적, 자발적, 임의적 결사체이고, 이러한 결사체의 형성과 조직, 활동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 중요한 헌법원리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헌법 은 사적인 법률관계라고 하여 전면적으로 헌법 의 규율영역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공·사법의 구분을 넘어 법률관계 전 영역에 걸쳐서 직·간접적으로 헌법 정신이 실현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평등권의 실현은 헌법 에 명시된 모든 기본권 보장의 토대로서 헌법 제10조 에서 선언된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기본적 인권 보장의 필수적 전제이고(차별 받는 사람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 가운데서도 성별에 따른 차별은 인종 등에 따른 차별과 함께 국제적으로도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인권 보호의 핵심 영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985. 1. 26.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 유엔의 여성차별철폐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은 이 사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 협약은 제1조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 함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또는 기타 분야에 있어서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여성이 남녀동등의 기초 위에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식, 향유 또는 행사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성별에 근거한 모든 구별, 제외(배제) 또는 제한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 서울회의 여성회원에 대한 총회원 자격 제한이 이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그리고 어느 사적 단체든지 스스로 구성원의 자격과 범위를 결정할 수 있고, 특정 성별, 종교, 인종 등으로만 구성된 단체의 결성이나 활동도 전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경우에도 해당 단체가 실제적으로 수행하는 공공적 기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 등에 따라 위와 같은 성별, 종교, 인종에 따른 구별이 용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위와 같은 구별 없이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후 특정 성별, 종교, 인종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단체 내 지위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이 점에서 피고들이 피고 서울회의 초기 연혁이나 정체성 등을 내세워 그 구성이 변경된 현재까지도 계속하여 여성회원을 총회원에서 배제하면서 이를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고 다투는 것은 이유가 없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 서울회가 여성회원들에 대하여 그 성별을 이유로 총회원 자격을 부인·배제한 것은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
다. 피고 서울회가 성차별적 처우로 말미암아 원고 여성회원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1) 헌법 의 간접적용과 법원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에서 본 대로 헌법 제11조 의 평등권의 원리는 사법상(사법상) 법률관계에 있어서도 적용되어야 하나, 그 적용의 형태에 있어서 고려할 점이 있다. 즉 헌법 상 평등권은 기본적으로 대국가적 기본권으로서 성격을 갖기 때문에 그러한 평등권의 원리가 사법상 법률관계에서 실현되는 것은 사법상의 법원리나 민법 의 일반조항을 매개로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헌법 상의 기본권 보장과 사법관계를 매개하는 일반조항으로는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금지),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제750조 이하(불법행위) 등을 들 수 있다. 즉, 사법상 법률행위가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여 용인될 수 없을 때에는 그에 기초한 권리행사는 인정되지 않거나 법률행위의 효력이 부인되고, 사인(사인)의 어떠한 사실상의 행위나 처우가 헌법 상 평등의 원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위법성을 띨 때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법원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관련하여 민법 의 불법행위 조항은 독자적 의미가 있다. 법원 역시 국가기관으로서 적절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실현할 헌법 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데{위 여성차별철폐협약 제2조 (c), (e) 등에서도 같은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민법 상 불법행위 조항은 이른바 구제규범으로서 법원이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보호의무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권의 보호를 위한 불법행위법의 적용은 이른바 과소보호금지의 원칙에도 맞다. 즉, 법원이 기본권 보호의무를 진다고 하여 사인간의 법률관계에 직접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헌법 적 원리에 맞는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사적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위험이 있으나, 불법행위법에 따른 구제는 법원이 직접 사법상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인의 행위가 위법함을 확인하고 이를 금전적으로 제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침해된 기본권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피고 서울회가 여성회원들에 대하여 총회원 자격을 부인한 것이 헌법질서에 반하는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법원이 직접 해당 여성회원들의 총회원 자격을 인정하거나 피고 서울회에게 총회에 여성회원들을 참여시키도록 강제하기는 어렵겠으나, 그렇다고 하여 법원이 불법행위법에 따른 구제까지 회피하는 것은 기본권 보호에 관한 최소한의 책무도 저버리는 것이 되어 헌법 상 과소보호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2) 불법행위책임의 인정
결국, 피고 서울회가 여성회원들에 대하여 그 성별을 이유로 총회원 자격을 부인·배제한 것은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고, 피고들이 내세우는 피고 서울회의 연혁, 정체성 등은 이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되지 못하므로, 위와 같은 피고 서울회의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성차별적 처우는 헌법 제11조 에서 정한 평등의 원리 등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위법행위로서 민법 제750조 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피고 서울회의 차별적 처우로 말미암아 그 차별의 대상이 된 원고 여성회원들이 헌법 제10조 에서 선언한 인간의 존엄성으로 표상되는 인격권의 침해를 입었을 것임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피고 서울회는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들 중 남자회원인 원고 14도 주위 사람이 피고 서울회를 성차별 단체라고 비판할 때마다 그 회원으로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원고는 피고 서울회의 차별적 처우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고, 위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와 피고 서울회의 차별적 처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려워, 위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위에서 본 과소보호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남자회원에 대하여까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피고 서울회는 원고 여성회원들이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총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구비, 유지하지 못하였으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여성회원들이 회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던 기간 중에 총회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던 것만으로 이미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발생하였고, 원고 여성회원들이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에 피고 서울회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회비 납부를 거부하여 그 회원 지위를 상실하였거나 회원 지위가 단절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 피고 서울회의 이사들인 나머지 피고들의 개인적인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 서울회의 제100차 정기총회에서 여성회원들의 총회 참여에 관한 결의가 성립하였으므로 피고 서울회의 이사인 나머지 피고들(별지 피고 목록 순번 2 내지 25 기재 피고들로서, 이하에서는 ‘피고 이사들’이라고 한다)에게는 그 후속 조치로서 여성회원들에게 남성회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총회원 자격을 인정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만이 있음에도, 이에 위반하여 ‘2004년 제101차 정기총회 이래 위 제100차 정기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은 단지 의안으로 접수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여성회원의 총회 참여는 헌장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피고 서울회가 지난 100년 동안 남성회원들에게만 총회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었던 역사와 관습, 여성만이 참여하여 활동하는 YWCA 등을 고려하여 타협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현재까지도 여성회원에게 총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 이사들도 개인적으로 피고 서울회와 함께 원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 서울회의 헌장이나 서울 YMCA 회원규정에 여성회원을 총회원의 자격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서울회가 그 헌장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여성회원들에게 총회원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반드시 이에 관한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 이사들은 총회에서 선출되어 그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로서 2003년 제100차 총회에서의 결의문 채택에도 불구하고 여성회원에게 총회원의 자격을 인정할 것인지, 인정한다면 그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하여 피고 서울회의 내부에서 계속하여 심각한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차원에서 위 논란을 매듭짓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에 관한 헌장 개정 등 추가적 검토와 나아가 총회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밟기로 하였다고 하여, 이를 들어 곧바로 피고 이사들이 이사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위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이사 개개인에게 제100차 총회 결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성차별적 처우를 계속한 불법행위자 내지 그 가담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서울회가 단체로서 그 헌장 등 내부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총회, 이사회, 회원위원회의 기구 등을 통해 일련의 의사결정을 하고 이에 따른 결과로서 여성회원들에 대한 성차별적 처우가 계속된 데 대해 사용자책임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 이사들에 대하여 그가 특별히 이사회나 총회 등에서 여성회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계속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사 형성을 주도하였다거나 차별적 처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방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제100차 총회 이후 피고 서울회의 이사로 재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할 것인데, 갑제36호증의 1 내지 26, 갑제48호증의 1 내지 4,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만으로는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중 피고 이사들에 대한 부분은 모두 이유가 없다.
마. 피고 서울회가 원고 여성회원들에게 지급할 위자료의 금액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이 사건 변론의 전 과정에 나타난 이 사건 차별의 내용과 성격, 피고 서울회의 성차별적 관행의 시정에 관한 소극적 태도, 이로 인하여 원고 여성회원들이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심리적 고통, 금전적 손해배상이 기본권 보호를 위한 실효적 수단이 되어야 할 필요 등을 감안하여, 피고 서울회가 원고 여성회원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를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대로 각 10,000,000원으로 정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 서울회는 원고 여성회원들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최후 송달일 다음날인 2005. 11. 11. 부터 위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09. 2. 10.까지는 민법 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각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가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가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1심 판결의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부분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위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위 피고에 대하여 위 인정한 금액의 지급을 명하며, 제1심 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에 관한 원고 여성회원들의 위 피고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원고 14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 및 원고 여성회원들의 피고 이사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가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원·피고 목록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