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기현외 7인)
학교법인 대광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최중현외 4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현수)
2008. 4. 3.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 및 원고의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항소비용은 각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1.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50,000,1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2. 항소취지
가. 원고의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원고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에게, ① 피고 서울특별시는 금 50 ,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되 아래 ②항 기재 금원은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과 각자 지급하고, ②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은 피고 서울특별시와 각자 위 ①항 기재 금원 중 금 35,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나.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의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
1. 기초사실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 내지 갑 제9호증, 갑 제12호증 내지 갑 제14호증, 갑 제16호증 내지 갑 제18호증, 갑 제21호증, 을가 제1호증, 을가 제2호증, 을가 제5호증, 을가 제6호증의 2, 을가 제18호증, 을가 제19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제1심 증인 소외 2, 3의 각 일부 증언, 원고 본인신문 결과, 제1심 법원의 성일중학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 산하 대광고등학교의 설립 및 교육과정 편성권의 변천 경위
(1)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이하, ‘피고 대광학원’이라고만 한다)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기독교정신에 입각하여 초등보통교육과 중등교육 및 고등보통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산하에 대광고등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2) 광복 이후부터 제5차 교육과정(1988년 - 1992년)까지는 국가가 교과목과 교과별 시간배당기준을 고시하면 모든 학교는 일률적으로 이 기준에 따라 교원을 배치하고 일과표를 작성하고, 국가가 편찬 또는 심의한 교과용 도서를 활용하여 교육을 실시하여 왔으나 1993년 제6차 교육과정(1992년 - 1997년)부터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에 있어서 중앙·지방·학교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새로운 교육과정 편성·운영체계가 도입되었다. 이후 제7차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역할 분담체제는 더욱 발전·심화되어 교육과정에 관한 학교의 재량권이 확대되었다.
나. 대광고등학교의 각종 행사와 종교교육
(1) 피고 대광학원은 1947. 12. 4. 대광고등학교의 전신인 대광중학교를 개교하였는데, 당시 선택과목으로 성경과목을 편성하여 각 학년 모두 주당 2시간씩을 배정하였고, 1955년부터 1967년까지의 기간에는 필수과목으로 성경과목을 편성하여 1, 2학년은 주당 2시간씩, 3학년은 1시간씩을 배정하였으며, 1968년부터 1973년까지의 기간에는 필수과목으로 성경과목을 편성하여 1학년은 주당 2시간씩, 2, 3학년은 주당 1시간씩을 배정하였고, 1985년부터는 선택과목으로 성경과목을 편성하여 1, 2, 3학년 모두 주당 1시간씩을 배정하였다. 그 후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된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종교과목을 편성하고, 1, 2, 3학년 모두 주당 1시간씩을 배정하였는데, 종교과목에 대하여는 시험평가가 실시되지 않았다.
(2) 원고가 재학할 당시 대광고등학교는 아래와 같이 각종 행사시에 기독교의식을 포함시키거나, 학생들로 하여금 기독교의식을 행하게 하였다.
(가) 신입생 입학식이나 개학식, 졸업식 행사시는 전 학년 학생들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찬송 및 기도와 목사의 설교 등을 포함시켜 진행하였고, 수업이 있는 날 매일 아침에는 이른바 ‘경건회 시간’을 두어 담임교사가 입회한 가운데 5분 정도 학급 부회장인 종교부장 등의 인도 아래 ‘찬송-묵도-성경구절 낭독-기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학급에 따라서는 학생들이 번호순으로 일률적으로 기도 등을 행하게 하였다.
(나) 방학기간을 제외한 매주 수요일에는 정규 교과시간에, 각 학급에 설치된 텔레비전 수상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3학년 학생들을 제외하고 1, 2학년 학생들 전부를 학교 강당에 집합시켜 1시간가량 ‘묵도-찬송-사도신경 낭독-대표자 기도-성경 봉독-찬송-목사 설교-축도’의 순으로 기독교의식인 이른바 ‘수요예배’를 진행하였다.
(다) 매년 반별로 3박 4일간 합숙하며 진행하는 생활관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아침기도회, 식사 전 기도회, 취침 전 기도회, 촛불의식이나 성경읽기, 찬송 등을 포함시켜 왔고, 그 생활관교육중의 각종 강연 프로그램 진행시에는 개회예배, 폐회예배 등을 행하였으며, 그 생활관 생활수칙 중 “우리는 예수그리스도를 따라 생활한다.”는 구절을 암기하게 하기도 하였다.
(라) 부활절에는 전 학년 학생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규 교과시간에 부활절예배를 진행하였고, 부활절과 동시에 3일간 정규 교과시간인 3, 4교시에 ‘심령수양회’라는 시간을 편성하여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설교 및 기도, 예배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마) 매년 반별 성가합창대회를 개최하여 모든 반이 참여하도록 하였고, 추수감사절에는 정규수업 대신에 감사예배를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휴일인 성탄절에 학생들을 교회에 출석하게 하기도 하였다.
(3) 원고가 재학할 당시 대광고등학교는 또한, 학교의 지도로 제정된 학생회 회칙에 ‘학생회 회장, 부회장은 교회에 다니는 자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었고, ‘학교가 종교과목을 부과할 때에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하여 복수로 과목을 편성하여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는 교육부 고시(1997. 12. 30. 제1997-15호; 이하, ‘이 사건 교육부 고시’라 한다)가 있음에도 종교과목 이외의 다른 대체 과목을 편성하지 아니하였으며, 학교 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그 종교과목에 대한 교사의 의견을 기재하게 하기도 하였다.
(4) 원고가 재학할 당시 대광고등학교는 각 반에서 진행되는 아침 ‘경건회 시간’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담임선생님이 학급지각으로 처리하고 주의를 주기도 하였으며, ‘수요예배’ 시에는 선생님들이 수시로 학급을 돌면서 교실에 남아 있는 학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적발되는 경우에는 청소를 시키는 등의 불이익을 주거나 체벌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종교과목 시간에는 일반적인 종교교육은 물론 성경읽기와 토론 등을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십계명이나 사도신경을 써오도록 과제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부활절이나 추수감사절에는 전 학년 학생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규 교과시간에 예배를 드렸고, 휴일인 성탄절에 학생들을 교회로 출석하게 하여 출석을 부르기도 하였다. 음악시험의 가창곡목으로 ‘주기도송’을 부르게 한 적도 있고, 각종 예배시에는 자비로 성경책을 구입하여 소지하도록 하면서 그 지참 여부를 검사하여 소지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벌을 주기도 하였다.
(5) 원고와 같은 학년의 학생 1명은 1학년 때인 2002년 대광고등학교의 종교행사에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사례가 있었고, 그로부터 3-4년 전에는 여호와증인을 신봉하는 학생이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하기도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였다.
다. 원고의 입학 경위 및 수학 내용
(1) 원고는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의 학교 배정에 따라 2002. 3. 4. 대광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재학하다가 2004. 7. 8. 퇴학처분을 받았으나 퇴학처분 직후 퇴학처분효력정지 및 지위보전가처분을 신청하여 2004. 8. 31. 그 인용결정을 받았고, 아래 바.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 소송절차를 통하여 복학한 후 2005. 2. 졸업을 하였으며, 2004년 9월 대광고등학교장의 추천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수시 2학기 모집 중 특기자전형에 합격하였다.
(2) 대광고등학교는 신입생 입학시에 기독교적 교육방식에 대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명하고, 학생들로부터 ‘기독교 교육과 함께 모든 교과과정을 충실히 받겠다’라는 내용의 선서를 받아 왔고, 원고는 입학 당시 신입생들을 대표하여 그러한 내용이 담긴 선서서를 낭독하였다.
(3) 원고는 원래 기독교를 신봉하지 않았으나 위와 같은 대광고등학교의 방침에 따라 다음과 같이 기독교의식이 포함된 각종 행사에 참석하거나, 그 행사에 참석하여 기독교의식을 행하였는데, 1학년 초 증조부의 사망을 계기로 학교에서 행하는 종교교육과 예배시간에 앞장서서 손뼉치고 큰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가) 2003. 3. 3. 시행된 2003년도 제1학기 개학식은 물론 2004. 3. 2. 시행된 2004년도 개학식, 2005. 2.에 시행된 졸업식에 각 참석하였다.
(나) 2003. 3. 3.부터 2003. 7. 20.까지, 2003. 8. 21.부터 2003. 12. 말까지, 2004. 3. 3.부터 2004. 7. 20.까지, 2004. 8. 21.부터 2004. 12. 말까지 휴일을 제외한 매일 08:20경부터 위 ‘경건회 시간’에 참석하였고, 같은 기간 내에 매주 수요일 08:40경부터는 수요예배에 참석하였으며, 그 외 반원 전원이 참가하여 진행되는 반별 성가합창대회에도 참가하였다.
(다) 2003. 9. 3.부터 2003. 9. 6.까지 시행된 3박 4일간의 생활관교육, 같은 해에 진행된 부활절 예배 및 그에 이은 3일간의 ‘심령수양회’에 각 참석하였고, 같은 해의 추수감사절에는 전일 정규수업을 받지 아니한 채 감사예배에 참여하였으며, 같은 해의 성탄절에는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영락교회에 출석하였다.
(4) 원고는 2004. 3. 10. 학생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학교의 교육방침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하였다.
라. 원고의 항의와 퇴학처분
(1) 원고는 2002년도 1학기 말 학생회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그 자격요건으로 ‘교회에 1년 이상 다녀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을 알고는 이를 시정하여 주도록 학교의 교목 선생님에게 건의하였으나 교목 선생님으로부터 기독교를 종교가 아닌 서양철학으로 공부해보라는 권유를 듣고 학생회 임원이 될 목적으로 1년 정도 교회에 다녔고, 2002년 말에는 교목 선생님에게 ‘예배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각종 예배참가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였는데, 교목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서 진행되는 예배나 교회출석에 대하여 넓게 생각하고 교양으로 접하라는 말을 듣고 이야기가 안 통한다고 생각하였으나 일단 수긍하여 종전과 같이 대광고등학교의 행사 및 종교교육에 참여하였다.
(2) 원고는 2004년 초경에는 담임선생님에게 명시적으로 ‘예배는 잘못된 것이니 자신은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담임선생님은 ‘원고의 말이 맞지만 종교행사 이전에 학교행사이므로 따라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공적인 행사에 참석하는 의미에서 일어서거나 장소를 이동하는 것 정도는 하자‘라고 제안하였고, 원고는 부모님과 대화를 해본 후 설교시간에 다른 책을 보는 것 외에는 일단 따르기로 하였다.
(3) 원고는 2004. 6. 16. 08:30경 대광고등학교 방송실에서 ‘대광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매주 수요일마다 예배를 강요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원고는 수요예배를 거부하겠다. 원고가 학교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때까지 원고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1차 교내방송을 하였고, 그 직후 ‘1차 교내방송 내용은 원고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학생회와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2차 교내방송을 하였다.
(4) 원고는 1, 2차 교내방송이 있은 직후 학교 교목실에서 생활지도부장, 교목실장과 면담을 하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1, 2차 교내방송을 전해듣고 교목실로 향하던 담임교사인 소외 4를 만나 위 소외 4에게 종교의 자유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재차 피력하였는데, 위 소외 4는 흥분한 원고와의 대화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원고를 일단 교실로 돌려보냈다.
(5) 같은 날 오후 위 소외 4는 3학년 4반 교실 옆 복도에서 원고를 다시 만나 원고에게 ‘종교 문제는 고민할 만한 내용이나, 방송실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잘못이고, 그로 인해 방송실 담당교사가 학교로부터 관리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이 부분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학교에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자신은 잘못이 없고, 잘못이 있다면 방송실 관리를 소홀히 한 학교측에 책임이 있다’고 소리를 쳤고, 위 소외 4가 다시 원고가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사실을 지적하면서 ‘종교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므로 추후 대학에 진학하여 좀 더 많은 공부와 사색, 그리고 많은 사람과의 토론을 거쳐 판단을 해 보라’는 취지로 타이르자, 원고는 ‘원고가 전학을 하든 퇴학을 당하든 상관이 없고, 학교가 원고가 주장하는 바에 따라 변화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취지로 대답하였다.
(6) 원고는 같은 날 16:10경 정규수업을 마치고 평소와 달리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하교한 후 18:00경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 헌법 제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예외다?!”라고 쓰인 피켓을 목에 걸고 이른바 1인 시위를 하였다.
(7) 위 소외 4는 2004. 6. 17. 오전에 원고의 위와 같은 1인 시위 사실을 전해 듣고 원고의 어머니인 소외 5에게 전화를 하여 이를 알리면서 2004. 6. 18. 학생선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니 그 전에 학교를 방문할 것을 당부하였고, 위 소외 5는 2004. 6. 16. 집에 늦게 들어가 원고와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하였다고 대답하였다.
(8) 원고는 2004. 6. 17. 점심시간 무렵에 교무실로 찾아와 위 소외 4에게 자퇴에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위 소외 4의 컴퓨터를 사용하여 원고의 인터넷카페를 만들 수 있는지, 원고의 문제를 헌법재판소와 법원 중 어느 곳에 문의하여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 문의하였고, 위 소외 4는 원고에게 자퇴를 만류하면서 다른 사항에 대하여는 대답할 수 없다고 한 후, 2004. 6. 18. 학생선도위원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원고의 부모를 학교로 모시고 오라고 하자, 원고는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부모가 왜 학교에 죄인처럼 와야 하느냐’고 큰소리로 항의하였고, 이에 위 소외 4는 학생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 담임교사의 임무라고 대답하였다.
(9) 원고는 2004. 6. 17. 정규수업이 종료한 16:10경 위 소외 4에게 ‘어머니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어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하교를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위 소외 4는 원고에게 1인 시위를 하지 말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을 전한 후 원고의 하교를 허락하였는데, 원고는 교문 앞에서 생활지도부교사로부터 하교를 저지당하였고, 이를 전해들은 위 소외 4는 위 소외 5와 통화를 하여 위 소외 5로부터 ‘1인 시위에 앞서 원고와 충분한 대화를 하겠으며 이에 따라 1인 시위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더라도 보충수업 또는 자율학습을 마친 이후 통상적인 하교시간인 18:00 이후에 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원고에게 1인 시위를 하더라도 18:00 이후에 할 것을 당부한 후 원고를 하교시켰으나, 원고는 17:30경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재차 1인 시위를 하였다.
(10) 위 소외 4는 2004. 6. 18. 07:30경 위 소외 5와 면담을 하였는데, 위 소외 5는 학교의 선처를 구하면서 원고가 전학을 받아들인다면 그에 따르겠다고 하였다.
(11) 이후 위 소외 4는 2004. 6. 18. 08:30경 교장실에서 교장 이하 관련 선생님들과 회의를 한 후 학생선도위원회의 심의에 앞서 10:00경 원고에게 ‘앞으로 학교에 적대적인 모든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학교에 사과하라’고 권유하면서 ‘만약 원고가 학교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키는 행동을 계속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할 수도 있고, 종교 문제에 관한 한 원고는 이미 의도한 바를 모두 얻었으니 원고가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사실을 생각하라’고 충고하였으나, 원고는 ‘자신이 진행하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하였다.
(12) 대광고등학교는 2004. 6. 18. 13:00경 교감, 교목실장, 생활지도부장, 생활지도차장, 상담부장, 담임교사, 담당교사가 참석하여 학생선도위원회를 개최하였는데, 학생선도위원회는 ① 2003. 11. 11. 학생선도위원회 결과와 위 사안의 가중처벌에 관한 건, ② 학교 공동 기물 개인 무단 사용 건, ③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강한 반발과 불손한 태도로 불응한 건, ④ 학생회장 신분으로 학생선동한 건, ⑤ 1인 시위로 학교 명예를 훼손한 건, ⑥ 무단이탈 건을 징계사유로 하여 협의한 후, 위 징계사유 중 ⑤, ⑥항은 원고가 방과 후에 1인 시위를 하였고, 원고의 1인 시위는 합법적인 시위이므로 징계사유로 삼기에 애매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징계사유에서 제외하였고, 위 징계사유 중 ① 내지 ④항만이 대광고등학교의 학칙 및 학생선도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에 따라 학생선도위원회는 먼저 원고에게 전학을 권유하여 원고가 승낙하면 학교장추천으로 1주일 이내에 전학을 보내고, 원고가 거부하면 대광고등학교 학생선도규정의 별표 징계기준 제6항(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거나 폭력을 가한 학생) 등을 적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퇴학처분을 하기로 하는 징계결의(이하 ‘이 사건 징계결의’라고 한다)를 하였다.
(13) 위 소외 4는 학생선도위원회의 이 사건 징계결의가 있은 이후 그 취지를 원고와 위 소외 5에게 알렸으나, 원고와 원고의 부모는 결국 전학을 거부하였고, 이에 대광고등학교 학교장은 2004. 7. 8.자로 원고에게 퇴학처분(이하, ‘이 사건 퇴학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대광고등학교의 학칙 등
대광고등학교의 학칙 및 학생선도규정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1) 학칙
(가) 학교장이 교육상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학생에게 징계를 가할 수 있다(제32조 제1항).
(나) 징계는 그 정도에 따라 학생선도위원회의 규정에 의한다(제32조 제2항).
(다) 퇴학은 성행이 불량하여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된 자, 정당한 이유 없이 무단결석이 수업일수의 3분의 1 이상인 자, 학생 본분에 어긋나는 집단적 행동으로 수업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자, 특별교육을 이수한 자가 동일한 내용의 교칙을 위반했을 때에 해당할 경우 명할 수 있다(제32조 제3항).
(2) 학생선도규정
(가) 학생들의 징계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학생선도위원회를 둔다(제3조 제1항).
(나) 학생선도위원회는 학생에 대한 징계 사안이 발생했을 때 소집하여 이를 심의한다(제4조).
(다) 학생선도위원회는 심의 전에 담당교사 및 담임교사로부터 사안의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학생의 보호자(학부모)에게도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제5조).
(라) 징계의 종류에는 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퇴학처분이 있고(제8조), 징계의 기준은 학생선도규정의 별표 징계기준(이하 ‘징계기준’이라고 한다)과 같으며, 특별한 사안에 대하여는 선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데(제10조), 징계기준에 의하면, 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거나 폭력을 가한 학생(제6항)에 대하여는 학교 내의 봉사, 특별교육이수, 퇴학처분을, 공공시설, 문서를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대여한 학생(제8항)에 대하여는 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퇴학처분을, 징계지도에 불응한 학생(제14항)에 대하여는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퇴학처분을, 품행이 불량하여 개선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된 학생(제18항)에 대하여는 퇴학처분을 각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바. 행정소송의 결과
원고는 이 사건 퇴학처분 후 피고 대광학원을 상대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가합4809호 로 퇴학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2005. 1. 21. 전부 승소의 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는데, 그 판결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징계결의가 2003. 11. 11. 학생선도위원회 결의 당시의 징계사유(원고가 대광고등학교의 부회장으로 있던 2003. 11. 3. 사단법인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이라는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교내 급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배지 1,000개와 학생의 날 행사관련 유인물 500장을 만들어 등교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를 배포한 행위와 생활지도부장의 인증 없이 대자보를 교실에 부착한 행위)를 다시 징계사유로 삼고 있으나, ① 학생선도위원회는 2003. 11. 11. 원고의 당시 행위에 대하여 정식 징계결의를 한 바는 없고, 대신 지도 차원에서 훈계하기로 하여 훈계기간 동안 원고에게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결의하였으므로, 그 결의 당시 원고의 위 행위에 대한 징계를 차후에 하기로 보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징계결의 및 퇴학처분은 1, 2차 교내방송으로 인하여 촉발된 것으로 위 2003. 11. 11. 학생선도위원회 결의 당시의 징계사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징계결의에서 위 2003. 11. 11. 학생선도위원회 결의 당시의 위 징계사유를 다시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실질적으로 이중징계에 해당하여 부당하다.
(2) 위 1, 2차 교내방송과 관련해서는, 원고가 전교생을 상대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 및 그에 따라 원고가 앞으로 대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요예배를 거부할 것임을 알려 앞으로 있을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다른 학생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학교의 공공시설인 방송실을 사용하였고, 이와 같이 방송실을 사용함에 있어 이러한 원고의 목적을 알리지 아니하고 방송실을 관리하는 문화부차장으로부터 방송실 사용 허락을 얻은 점이 엿보이기는 하나, ①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 의 규정에 비추어 원고와 같은 고등학생의 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점, ② 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선택, 신앙변경, 신앙고백, 신앙 불표현 및 무신앙의 자유가 포함되고, 이러한 내심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에 해당하는 점, ③ 교육기본법 제2조 의 반대해석상 사립학교는 특정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있으나, 학생들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학생들로 하여금 일정한 내용의 종교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 점, ④ 현재 주요 대도시의 경우 국·공립고등학교는 물론 사립고등학교까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배정되고 있어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이 인정되지 않는 점, ⑤ 사립고등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종교의 자유와 함께 교육에 관한 헌법 상의 원칙 즉 중립성, 교육제도법정주의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교육이념 등에 의한 제약을 받으므로, 사립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서까지 종교의례의 참석 또는 종교교리교육의 이수를 요구할 수 없고,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종교의례를 거행하거나 종교교리교육을 할 경우에는 그 참가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대체교과를 마련하여야 하는 점, ⑥ 대광고등학교는 매주 수요일 교회의 일요일 예배와 같은 형식의 예배시간을 가지고, 매일 아침 각 반별로는 성경낭독과 기도를 하는 방식으로 아침예배시간을 가지는데, 위 수요예배 및 아침예배에 참석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대체교과가 편성되어 있지 않은 점, ⑦ 2003년까지는 종교적인 사유로 전학이 가능하였고, 대광고등학교에서도 종교적인 사유로 전학을 한 예가 있으나, 현재는 종교적인 사유로는 전학이 불가능해졌고, 거주이전의 편법을 써서 전학을 한 예가 있을 뿐이며, 대광고등학교는 종교상의 문제로 전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공표한 적은 없는 점, ⑧ 원고는 1차 교내방송 이후 2차 교내방송에서 1차 교내방송의 내용은 원고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분명히 하였고, 위 1, 2차 교내방송 이후에는 교내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방송을 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위한 시위를 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은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1, 2차 교내방송이 징계기준 제8항에서 규정한 ‘공공시설을 나쁜 목적에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원고가 담임교사인 소외 4의 정당한 지도에 대하여 반발하고 불손한 태도를 보인 점은 징계기준 제14항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고, 다만 퇴학처분까지 가능한 징계기준 제6항에는 일단 해당하나, 위 나)의 ① 내지 ⑦의 각 점과 원고가 자신이 가지는 종교의 자유를 표현하는 과정에 1, 2차 교내방송과 앞서 본 바와 같은 1인 시위를 하였고, 원고의 1, 2차 교내방송 및 1인 시위에 대한 소외 4의 원고에 대한 지도 과정에서 원고의 위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 원고의 위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의 정도가 품행이 불량하여 개선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대광학원이 위 징계사유에 기하여 원고에게 징계처분 중 가장 무거운 퇴학처분을 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
(4) 초·중등교육법 제18조 제2항 과 대광고등학교의 학칙 및 학생선도규정의 관련 조항에 의하면, 학생선도위원회는 그 심의절차에서 학생의 보호자(학부모)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는데, 학생선도위원회는 원고의 부모에게 학생선도위원회에 참석하여 진술할 수 있음을 알리지 않았고, 심의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징계절차에도 하자가 있다.
(5) 따라서, 이 사건 퇴학처분은 실체적으로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일 뿐 아니라, 징계절차에 있어서도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① 피고 대광학원이 교과에 정해진 책자로 수업을 진행하지 아니하고 목사가 임의로 개인적인 교리를 설파하고 종교과목의 편성에 있어서 정규시간표상 다른 과목을 함께 편성하지 아니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는 등 종교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원고에게 특정 종교의 행사를 강제하여 원고의 헌법 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신앙의 자유, 학습권 등을 침해하였고, ② 피고 대광학원은 원고가 위와 같은 피고 대광학원의 위법행위에 반발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위법한 퇴학처분을 자행함으로써, 원고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원고는 또한 ① 피고 서울특별시는 피고 대광학원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피고 대광학원이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의 행사를 강제하는 것을 방치한 과실이 있고, ② 피고 대광학원이 원고에게 위법한 퇴학처분을 하였음에도 수수방관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 대광학원과 연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 있으며, ③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 서울특별시는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피고 대광학원의 주장
피고 대광학원은, 대광고등학교는 기독교 사학으로 설립된 것으로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인데, ① 이 사건은 기독교 사학의 특수성과 현행법상 고교평준화로 인한 무작위 학생배정 사이의 갈등에서 표출된 것으로 대광고등학교의 종교교육으로 인하여 원고의 기본권이 일부 침해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대광학원이 그 책임을 질 수는 없고, ② 대광고등학교가 각종 기념일이나 기독교계가 중시하는 날에 약간의 종교의식을 거행하였고 종교수업 시간에 복수의 교과목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의 헌법 상 행복추구권, 신앙의 자유 등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③ 원고는 신앙의 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대광고등학교가 마련한 종교행사에 참여하였으므로, 피고 대광학원은 원고의 헌법 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신앙의 자유, 학습권 등을 침해하지 않았으며, ③ 이 사건 교육부 고시는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 대광학원이 위 고시를 위반하여 단수의 종교과목만 편성하고 이를 대체할 다른 과목을 편성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피고 대광학원은 또한, 원고의 교사에 대한 반항적 태도는 학칙상 퇴학처분사유에 해당하였음에도 다만 법원은 재량권 남용을 이유로 퇴학처분을 무효라고 판결하였는데, 재량권 남용이라고 하여 무조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그 당시 상황으로서는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다른 학생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을 급박한 필요성이 있었으므로 위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고, 설사 퇴학처분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러한 사태를 이용하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다. 피고 서울특별시의 주장
피고 서울특별시는, 원고가 1인 시위를 하여 문제를 제기하였을 때 대광고등학교에 대한 현장 지도 등을 통하여 교육부의 교육편성지침을 따르도록 충실히 지도하였고, 사립학교가 학생을 징계한 경우에 피고 서울특별시는 사학에 대하여 직권으로 그 처분을 변경하도록 지시할 권한이 없으므로 퇴학처분에 대하여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불법행위가 되지 않으며, 피고들 사이에는 사용자와 피용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3. 쟁점별 판단
가. 기본 원칙
(1) 교육을 받을 권리와 자녀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헌법 제31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이는 단순히 취학의 기회균등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그의 능력에 따른 교육가능성을 제공하는 공교육제도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 2004. 4. 27. 선고 98헌가16 결정 등 참조). 오늘날 현대국가에서 교육은 직업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자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과 행복추구를 위하여 요구되는 불가결한 실질적 조건이기 때문에, 국가는 사회국가원리에 따라 급부의 주체로서 이러한 조건을 형성하여야 할 과제와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헌법 제31조 제6항 에서 입법자로 하여금 학교교육에 관한 교육제도를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교육과정,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등에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국민은 국가의 간섭이나 방해, 규율 등을 받지 않고 교육을 통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인격을 발현할 자유를 가지므로 국가의 이러한 형성권은 무제한적이 아니라, 자녀의 교육에 있어서 부모가 가지는 자연적·선국가적 권리인 자율권 및 학습의 자유 등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국가는 학교의 조직과 구조에 관하여 원칙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되, 누구보다도 자녀의 이익을 잘 보호할 수 있는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계획을 세울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부모가 학교교육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학교영역에서 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존중되어야 하며, 부모와 국가가 상호연관적 협력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0. 4. 27. 선고 98헌가16 결정 등 참조).
다만, 학교에서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집단교육의 형태를 취하는 공교육에 있어서는 그 자체로 학부모의 다양한 견해와 가치관을 완전히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부모나 자녀의 주관적·개인적 의사가 배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부모의 의사는 필연적으로 다원적인 반면, 학교는 국가에 의하여 일원적으로 조직되고 유지되어야 하므로, 국가는 헌법 제31조 제4항 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유지되도록 공교육을 운영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의 중립성과 관용의 원칙은 부모의 교육권과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으로부터 나오는 필연적인 헌법 적 요청이므로 문화적·종교적·세계관적의 영역에서도 중립성이 지켜져야 하며, 국가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에 있어서 다양한 가치관에 대하여 개방적이어야 하고, 학교는 학생에게 사상주입의 어떠한 시도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관용과 중립성의 요청은 교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 교사는 자신의 세계관·종교관 또는 정치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업시간을 남용하여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가치관·종교관 및 세계관과 같은 영역은 원칙적으로 부모의 개별교육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교육내용이 일차적으로 부모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2) 사립학교의 자유와 학교선택의 자유
이와 같이 헌법 제31조 의 요청상 학교교육은 국공립학교가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종교와 세계관에 관한 자녀교육이 일차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에 속하는 이상, 공교육이 담당할 수 없는 종교적 또는 세계관적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보장하고 교육학적 관점에서 개혁이나 대안, 독자적 시도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자유공간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는 이러한 필요적 공간을 채우는 데에 그 본래적 의미가 있고, 부모로서는 사립학교의 설립이나 선택을 통하여 자신의 특별한 교육관이나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다( 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2000헌마278 결정 참조). 세계관적인 중립의무가 있는 국공립학교에 비하여 사립학교는 처음부터 특정 세계관이나 종교관에 터 잡은 대안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고 국가의 교육과제의 이행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국가는 사립학교의 교육에 대해서도 여전히 지식과 기술의 전달을 비롯한 교육의 전반적인 기본 틀을 형성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앞서 본 사립학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근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립학교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전제되지 아니하는 한 사립학교에 대한 설립의 자유는 무의미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교육현실은 헌법 의 규범적 내용과는 달리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사학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고, 다수의 사립학교가 오래전에 특정 종교의 교육관을 실현하기 위하여 설립되었으며, 현행법상으로도 사립학교의 설치가 학교법인의 설립 등을 통하여 허용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1조 제2항 , 사립학교법 제3조 , 제10조 ). 이러한 상황하에서 국가가 국공립 또는 사립 여부를 묻지 않고 강제로 학교를 배정함으로써 학부모로 하여금 자신의 교육관·가치관에 부합하는 사립학교를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립학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본래의 헌법 적 의미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것이다. 물론 과열된 입시경쟁으로 인한 과외교육의 만연과 학교교육의 비정상적으로 운영, 과다한 과외비용의 지출,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의 저해, 재수생의 누증 등 여러 부작용을 시정할 목적으로 고교평준화제도가 실시되었고, 이러한 방안의 선택은 서로 충돌되는 가치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취해진 입법권자의 재량권 행사로서 그 범위 내에서는 정당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지만( 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1헌마204 결정 참조), 사립학교의 자유가 본래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종교적 또는 세계관적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데에 본질적 의미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이미 상당 정도의 자기결정과 자기실현 능력을 갖춘 단계에서 취학하게 되는 고등학교의 입학에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은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을 비롯한 기본권 행사를 위하여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필수적 권리라고 할 것이다.
(3) 학교의 강제배정과 사립학교 종교교육의 한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31조 의 규정상 학교교육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이 국가에 부여된 이상 사립학교는 공립학교를 대체할 수 없고, 이를 보완하여 종교적·세계관적·교육학적 관점에서 대안교육을 제공하는 부수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사립학교가 고교평준화와 같은 공익상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강제로 학생을 배정받게 되는 경우, 그 학생들은 학교선택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 채 입학하게 된 것이므로 당해 사립학교로서는 당초의 설립목적인 종교적 대안교육의 실시와 공교육에서 요구되는 종교적 중립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배려하여야 하고, 국가는 사립학교의 존재 목적을 살릴 수 있도록 학교장이 가지는 의사결정의 자율성 및 재량권을 보장하되 해당 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이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행하여지지 않도록 규율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특히 기독교적 신앙은 인간 내면의 영혼이 절대자인 하나님을 향하는 귀의 또는 신과 내세에 대한 내적 확신으로서 그 성질상 절대자의 은혜를 통하여 자발적·자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결코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향유될 수 없는 것이므로, 비록 기독교적 교육관에 입각하여 설립된 학교라고 할지라도, 소속 학생에게 학교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아니한 현행 교육제도하에서는, 이를 운영함에 있어서 교리이나 종교적 진리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되 예배와 같이 내면적 신앙을 외부에 표출하는 종교의식을 강제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상 합당하지 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자연스러운 영적 개안(개안)이나 종교적 인격성숙을 방해하는 것으로서 바른 수업방법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당한 교육의 범위를 일탈하는 행위로서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1) 종교행사의 강제와 위법성
기본권은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방어권이고 다른 한편 공동생활의 기초가 되고 국가존립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뜻하므로 모든 생활영역에 이른바 방사효과를 미치게 되고, 따라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에 대하여도 신의성실, 권리남용, 공서양속 등의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창구로 하여 기본권의 방사효과가 미치게 되며, 한편 사인간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상호간의 상하관계나 인격적 가치 및 자유우선의 원칙 등을 적용한 구체적인 이익형량의 방법이나 비례의 원칙 위배 여부나 대안적 해결방법의 존재 여부 등을 고려한 이른바 규범조화적 해석을 통하여 사인의 다른 사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행위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회적인 허용한도를 초과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이를 초과한 경우에는 사법상으로도 공서양속 위반 등의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대광학원의 종교행사 등이 위와 같은 일반원칙에 위반된 경우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 대광학원의 설립목적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육에 있고, 사립학교에서는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특정 종교교육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는 점, 원고가 입학 당시 기독교 교육과 함께 모든 교과교육을 충실히 받겠다고 선서하였고, 원고나 원고의 부모는 그 이후에도 원고가 교내방송을 한 2004. 6. 16.까지, 적어도 2004년 초경 담임선생님에게 예배참가에의 거부의사를 표명하기 전까지는 피고 대광학원의 종교의식과 종교교육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식이 포함된 각종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점, 원고와 같은 학년의 학생 1명은 1학년 때 피고 대광학원의 종교행사에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사례가 있었고, 그로부터 3-4년 전에는 여호와증인을 신봉하는 학생이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하기도 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기독교의식이 일부 포함된 개학식 등 행사, 경건회 시간, 수요예배, 생활관교육, 부활절예배 및 심령수양회 등에 참가한 것을 두고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비록 신앙의 자유가 인격적 가치를 지닌 상위의 기본권이고 그 과정에서 학생인 원고의 자발적·자주적인 의사가 충분히 존중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행사나 의식 및 수업이 실시된 동기 내지 목적, 대광고등학교의 기독교학교로서의 전통 등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이 원고의 행복추구권, 신앙의 자유 내지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회적인 허용한도를 초과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종교교육의 실시와 위법성
갑 제12호증의 기재에 관계 법령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교육부 고시는 구 교육법(1997. 12. 13. 법률 제5438호로 초·중등교육법으로 대체되어 폐지되기 전의 것) 제155조 제1항 에서 “대학·사범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기술대학·각종학교를 제외한 각 학교의 학과 및 교과는 대통령령으로, 교육과정은 교육부장관이 정한다.“라고 규정한 데에 근거하여, 초·중등학교의 교육목적과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으로 초·중등학교에서 편성 운영하여야 할 학교 교육과정의 공통적·일반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서, 현재도 초·중등교육법 부칙 제14조, 제23조 제2항에 의하여 그 효력이 그대로 존속중임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교육부 고시는 위 구 교육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에서 특정 행정기관인 교육부장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그 법령 내용을 보충하는 행정규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근거 법령인 위 구 교육법 등의 규정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대광학원이 이 사건 교육부 고시를 위반하여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한 복수과목을 편성하지 아니한 것이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2호증, 을가 제3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3의 일부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교육부 고시는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함에 있어서는 교원의 조직, 학생의 실태, 학부모의 요구, 지역사회의 실정 및 교육시설·설비 등 교육여건과 환경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선택과목은 학교의 실정과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서 편성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대광고등학교의 종교시간에는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일반을 수업대상으로 삼았고 별도의 시험평가를 실시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원고나 원고의 부모가 위 종교시간의 실시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명하지 아니한 점, 교육과정은 교원수, 학급수, 시설 등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운영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교원수급상의 문제나 희망 학생이 소수일 경우에는 종교과목 이외의 다른 대체과목 개설이 어려워 부득이 종교과목을 희망하지 않은 일부 학생도 종교과목을 이수하게 될 여지가 있는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대광고등학교가 종교과목을 부과함에 있어서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하여 복수로 과목을 편성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교육부 고시를 위반하였다고 할지라도 이것만으로 곧바로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퇴학처분의 위법성과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학생에 대한 징계가 징계대상자의 소행, 평소의 학업태도, 뉘우치는 정도 등을 참작하여 학칙에 정한 징계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비록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그렇지 않고 잘못의 내용이나 정도에 비하여 징계처분의 내용이 현저히 중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징계권의 남용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의 효력이 단순히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위법하게 징계처분 대상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 되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학칙이나 선도규정이 위법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 상, 원고가 담임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하여 반발하고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만으로도 일단 위 학칙이 정하는 퇴학처분까지 가능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그 밖에 원고의 위반 내용, 담임교사의 권면 및 학부모와 관계를 비롯한 이 사건 퇴학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대한 징계로 학칙에 따라 퇴학처분을 선택한 것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것으로 보아야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퇴학처분을 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제적처분을 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의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퇴학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1) 관리·감독의무의 해태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가) 관련 법리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 법규적·일차적으로 그 위험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와 같은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그와 같은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2다53995 판결 , 2001. 4. 24. 선고 2000다57856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0호증의 1, 2, 을나 제1호증의 1 내지 6, 을나 제2호증 내지 을나 제21호증, 을나 제22호증의 1, 2, 을나 제23호증의 1 내지 4, 을나 제24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특별시 교육청(이하, ‘교육청’이라고만 한다)에서는 대광고등학교를 비롯한 관할 고등학교에 대하여 2002년에 4회, 2003년에 5회, 2004년에 4회의 각 담임장학지도와 2004년에 1회의 종합장학지도를 시행하면서 종교과목과 관련하여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지도를 하였는데, 대광고등학교에 대한 그 구체적인 장학지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2002. 3. 27.과 2002. 7. 10. 2회의 각 담임장학지도시 ‘학교가 종교과목을 부과할 때에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하여 복수로 과목을 편성하여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제7차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을 준수하도록 지도하였고,
② 2004. 7. 8.의 담임장학지도시에는 종교과목 운영시 인성교육, 종교에 대한 이해 등에 중점을 두도록 지도하였으며,
③ 2004. 4. 19.의 종합장학지도시에는 보완사항으로 ‘학교 종교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정상적인 운영 : 종교과목 개설시에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하여 복수로 개설할 것, 정규교과 시간 외 종교활동은 학생의 참여 자율성을 보장할 것‘ 등을 지적하였다.
2) 교육청은 또한, 교무부장·교감·교장 회의 등을 비롯한 각종 회의와 연수시에도 학교 종교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안내하고 설명하기도 하였고, 정규교과 외의 시간에 이루어지는 종교활동에는 학생들의 희망에 따른 자율적인 참여를 보장하도록 대광고등학교 등에 각종 공문을 지속적으로 발송하기도 하였다.
3) 한편 교육청에서는 특정 학교의 지침위반 사실이 구체적으로 지적되거나 민원이 발생한 경우에는 특별장학반을 해당 학교에 파견하여 지침위반 사항을 조사하고, 위반사항이 있으면 이를 시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2004. 6. 16. 원고가 교육청 건물 앞에서 ‘학교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자, 교육청 중등교육과 소속 장학관인 소외 6과 고등학교 담당 장학사인 소외 7이 원고를 면담하여 사정을 자세히 청취하였고, 다음날인 2004. 6. 17. 위 소외 7이 대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을 상대로 구두 질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을 조사·확인한 후 음악과목의 가창시험 평가 곡목에서 ‘주기도송’을 제외하고, 정규교과 시간 외 종교활동(예배)에 대한 운영·방법을 개선하도록 시정조치를 하였다.
4) 나아가 원고가 위와 같이 1인 시위를 벌인 이후에도 원고가 퇴학처분을 당하기 전까지 대광고등학교의 담임 장학사인 소외 8, 위 소외 7 등이 3차례 정도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의 종교 교육현황을 점검·지도하였고, 2004. 7. 8. 원고가 퇴학처분된 후 2004. 8. 31. 퇴학처분효력정지 및 지위보전가처분 인용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사이에는 위 소외 7, 6 등이 다시 2차례 학교를 방문하여 지도를 하였으며, 위 가처분 인용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장학사인 위 소외 8, 7, 장학관인 위 소외 6, 증등교육과장인 소외 9 등이 학교를 4차례 정도 방문하여 대광고등학교의 교육이 종교교육과 관련된 교육과정 지침에 따라 운영되도록 지도하였다.
5) 교육청은 그밖에 피고 대광학원으로부터 대광고등학교의 학칙 등 원고에 대한 퇴학처분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아 퇴학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원고가 이 사건을 2004. 7. 13.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것과 관련하여 담당공무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절차에 입회인 자격으로 참가하여 조언을 하기도 하였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서울특별시로서는 사립학교인 대광고등학교가 그 존재 목적을 살릴 수 있도록 학교장이 가지는 의사결정의 자율성 및 재량권을 보장하면서 도 종교교육 등이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행하여짐으로써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지속적으로 다하여 왔다 할 것이고, ① 원고가 1인 시위를 하기 이전에도 원고나 기타 대광고등학교의 다른 학생들이 대광고등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이나 종교의식 등과 관련하여 피고 서울특별시측에게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대광고등학교가 행하여온 종교교육과 종교의식을 통하여 그 학생들이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그러한 우려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피고 서울특별시가 이를 알기는 어려웠다고 할 것이고, 특히 원고의 경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입학식이나 학생회장 취임식에서 기독교 교육을 비롯한 학교방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취지로 선서한 적이 있고, 1학년 초 증조부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종교교육과 예배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앞장서서 손뼉치고 큰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기도 하였으며, 1년 정도 실제 교회에 다니기도 한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사립학교의 자유가 본래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종교적 또는 세계관적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데에 본질적 의미가 있으며,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지도는 원칙적으로 학교장에게 위임되어 있는 사항인 점, ③ 이 사건 교육부 고시에 의하더라도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함에 있어서는 교원의 조직, 학생의 실태, 학부모의 요구, 지역사회의 실정 및 교육시설·설비 등 교육여건과 환경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교육과정은 교원수, 학급수, 시설 등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운영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교원수급상의 문제나 희망 학생이 소수일 경우에는 종교과목 이외의 다른 대체과목 개설이 어려워 부득이 종교과목을 희망하지 않은 일부 학생도 종교과목을 이수하게 될 수도 있는 점, ④ 초·중등교육법 제63조 제1항 의 규정형식을 보더라도 그 규정에 의한 시정명령이나 변경명령은 감독기관의 의무사항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합목적적으로 발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사항으로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1인 시위가 있기 이전에 피고 서울특별시 소속 교육감 등 담당공무원이 피고 대광학원이 실시한 기독교 종교의식이나 종교교육에 대하여 즉시 조사하여 초·중등교육법 제63조 제1항 에 따른 정식의 시정명령 등을 발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곧바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교육청이 원고의 1인 시위 후에 취한 제반 조치도 감독기관으로서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나름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거기에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정도의 위법성이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①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은 해당 학교의 학교장이 교칙에 의하여 행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해당 학교장의 권한이고, 원고가 이 사건 퇴학처분과 관련하여 피고 서울특별시측에 그 부당성을 진정하거나 취소를 요구한 적은 없는 점, ② 원고에게도 일정 부분 징계사유 자체는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점, ③ 사립학교 학생과 그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사이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사법관계(사법관계)에 속하는 것으로서 감독기관인 피고 서울특별시 소속 교육감 등이 직권으로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에 대하여까지 어떤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령상의 근거는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퇴학처분 후 원고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여 별도로 그 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서울특별시 소속 교육감 등 담당공무원이 피고 대광학원의 퇴학처분에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를 지켜보며 직접 원고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아니한 것에 어떠한 감독·지도상의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사용자책임의 존부
어떤 위임·위탁관계와 관련하여 위임인 내지 위탁자에게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위임인 내지 위탁자와 수임인 내지 수탁자 사이에 구체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국가 공교육 체제 아래에서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국가가 공교육을 사립학교에 위탁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국가나 이에 갈음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법령에 의하여 사립학교의 운영재정을 지원하면서 그 대신 상당히 광범위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상 그 감독권은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위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의 일반·추상적인 것에 불과할 뿐, 오히려 사립학교의 설립자는 재산관리나 교직원의 임면 등에서 국·공립학교에 비하여 상당히 광범위한 자율성을 누리고 있으므로, 법령상 공교육의 위탁자인 국가나 이에 갈음한 지방자치단체와 개별 사립학교 운영자 사이에 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민법 상의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원고의 전 입증으로도 피고 서울특별시가 피고 대광학원에 대하여 대광고등학교의 운영과 관련하여 일반·추상적인 감독권 행사를 넘어 민법 상의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실제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여 왔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피고 서울특별시가 피고 대광학원에 대하여 대광고등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 대광학원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대광학원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