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03. 8. 29. 선고 2002나5110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3. 8. 29. 선고 2002나5110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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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권확인][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동양현대종합금융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동양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임동진외 1인)

피고, 항소인

국민자산신탁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욱외 1인)

피고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신한은행외 6(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욱외 6인)

변론종결

2003.8.22.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당심에서의 청구감축에 따라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별지 신탁사업표시 1, 3 내지 8항 기재 각 신탁사업과 관련하여, 위 각 항의 다)호 기재 신탁재산에 대한 피고의 비용상환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59,154,000,000원의 근질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확인한다.

3. 항소비용은 피고와 보조참가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별지 신탁사업표시 1, 3 내지 8항 기재 각 신탁사업에 기한, 별지 신탁사업표시 1, 3 내지 8항의 각 나)호 기재 수익자 및 별지 신탁사업표시 1, 3 내지 8항의 각 다)호 기재 신탁재산에 대한 피고의 비용상환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59,154,000,000원의 근질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확인한다(원고는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14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다만 을 제5호증은 일부 기재)와 제1심 증인 박종권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5호증의 일부 기재와 제1심 증인 박종권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근질권 설정계약의 체결

(1) 주식회사 코레트신탁(변경전 상호 : 대한부동산신탁 주식회사, 이하 ‘코레트신탁’이라 한다)은 신탁사업에 종사하는 법인으로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사업을 수행하여 왔다. 위 신탁사업은 개발신탁사업으로서 위탁자가 신탁한 토지 상에 건물을 건설하고 토지와 건물을 신탁재산으로 하여 이를 분양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 코레트신탁은 동양현대종합금융 주식회사(2001. 12. 1. 동양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에 흡수, 합병되었다. 이하 동양현대종합금융 주식회사도 편의상 ‘원고’라 한다)로부터 위 각 신탁사업의 진행을 위하여 필요한 돈을 차용하였는데 차용금은 1998. 5. 29. 현재 42,253,000,000원에 이르렀다.

(3) 원고와 코레트신탁은 1998. 7. 1. 원고의 위 대출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별지 기재 신탁사업과 관련하여, 코레트신탁이 수탁자로서 보유하고 있는 비용상환청구권[ 신탁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2조 법문에는 ‘수탁자의 비용, 손해보상청구권’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이하에서는 편의상 ‘비용상환청구권’이라 한다]에 대하여 채권최고액을 59,154,000,000원으로 하는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당초 1998. 6. 1.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코레트신탁이 추진하는 신탁사업을 추가하고, 담보제공가액을 증액하여 위와 같이 변경되었다. 이하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이라 한다). 당시 다른 채권자들도 자신들의 채권규모에 따라 채권최고액을 달리하여 원고와 공동으로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에 참여하였다.

나. 근질권설정계약서의 주요 내용

(1) 제1조(질권의 목적 및 당사자)

본 근질권은 신탁사업의 위탁자와 수탁자간에 체결된 토지(개발)신탁계약서(이하 ‘신탁계약’이라 한다) 및 법 제42조 에 의하여 발생한 수탁자의 토지신탁 비용상환청구권 상에 설정한다.

(2) 제2조(질권의 내용)

피담보채무의 범위 : 채무액, 이자, 지연이자 및 질권실행비용

채무의 변제기 : 신탁종료 또는 중도해지일

질권의 순위 : 질권설정계약 체결일자 및 질권설정계약내용 통지일의 선후에도 불구하고 각 질권자는 동순위로 한다.

(3) 제4조(질권의 효력범위)

(가) 질권의 효력은 신탁계약 및 법 제42조 에 근거하여 코레트신탁이 신탁재산으로부터 가지는 비용상환청구권에 대해 미친다. 단, 코레트신탁이 원고로부터 차입하여 당해 사업에 투입한 비용을 한도로 한다.

(나) 위 (가)의 비용상환청구권은 수탁자가 신탁의 종료 또는 해지시 신탁계약에 근거하여 신탁부동산, 분양대금, 임대보증금 등의 신탁재산에서 신탁관련 채무 및 이자에 한하여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교부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4) 제5조(통지의무)

코레트신탁은 질권설정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수익자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신탁계약이 종료 또는 해지될 시 지체 없이 원고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5) 질권의 실행

(가) 채무변제기에 코레트신탁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을 지체할 경우에는 원고는 신탁계약의 종료 또는 중도 해지시 비용상환청구권에 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 신탁의 종료 또는 해지시에 채무의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원고는 코레트신탁에게 신탁부동산의 매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코레트신탁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다) 위 (나)의 경우 당해 사업에 코레트신탁이 원고로부터 차입하여 투입한 비용을 회수한 때에는 그 자금을 원고 및 다른 공동질권자들의 채권액 비율로 안분하여 상환하기로 한다.

다. 기업개선작업을 위한 채권기관간 협약

(1) 코레트신탁이 1998. 후반기에 들어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질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자 원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 1 내지 7을 포함한 채권금융기관들은 1999. 2.경부터 주채권기관인 주식회사 한미은행(이하 ‘한미은행’이라 한다)의 주창 하에 채무유예 및 자금지원 등을 통하여 코레트신탁을 정상화시킨 후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기업개선작업에 착수하였다. 코레트신탁의 기업개선작업을 위한 채권기관간 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 제9호증의 2).

기업개선작업과 관련한 사항을 협의·의결하기 위하여 채권기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채권기관협의회를 조직한다(제3조). 협의회는 총채권액 기준으로 3/4 이상의 채권을 보유한 채권기관의 찬성으로 의결하기로 한다(제6조). 채권기관은 이 협약의 내용 및 협의회 결의사항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제15조).

(2) 원고를 포함한 채권금융기관들은 1999. 10. 8. 기업개선계획(이하 ‘1차 기업개선계획’이라 한다)에 동의하였는데, 그 요지는 채권기관협의회에서 결의한 채권행사유예대상인 모든 채권에 대하여 상환청구를 유예하고 신규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또, 기존채권의 원리금 처리방법과 관련하여, 비용상환청구권에 질권이 설정되어있는 신탁사업은 공동 펀드(FUND)로 분리, 관리한 다음 잉여자금이 발생되면 신탁사업이 종료되는 대로 해당 채권을 회수한 다음에 비용상환청구권 질권설정 채권기관에 안분 상환하기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라. 기업개선계획안의 제출 및 결의

(1) 1차 기업개선계획을 실시하여도 기업개선의 실적이 별로 나타나지 아니하자 코레트신탁의 주출자기관인 피고 보조참가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새로운 채무조정안을 요구하였고, 한미은행은 2001. 2. 28. 새로운 기업개선계획안을 제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사업가치가 양호한 사업장은 신탁회사를 신설하여 그 신설회사로 이전하고 사업가치가 작은 사업장은 코레트신탁에게 그대로 두어 매각, 정리한다.

(나) 신설회사는 신규출자형식으로 설립하고 신탁사업의 정상적인 영업을 도모하기 위하여 진행가능한 신탁사업의 차입금만을 신설회사로 이전함으로써 신설회사로 이전되지 아니한 여타 차입금에 대하여 코레트신탁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다) 신설회사 이전대상 차입금에 대한 채권기관별 적정 차입금배분은 제1순위로 피담보채권을, 제2순위로 제1차 기업개선약정에 의한 신규지원자금을, 제3순위로 기타채권을 인정한다. 위 피담보채권은 보증서 및 부동산 등 담보부채권을 의미한다.

(라) 비용상환청구권과 관련된 채권은 무담보채권으로 분류하여 신설회사 앞 이전대상 차입금을 산정하기로 하되, 관련신탁사업의 매각 및 해지 등 종료 후 정산방법은 법률적 해석 등에 따르기로 한다.

(2) 원고는 1차 기업개선계획에 의할 경우 담보권 있는 채권으로 우선순위에 있던 원고의 채권이 새로운 기업개선계획에서는 그 순위가 밀리고, 다른 일반채권과 안분, 배당받게 됨으로써 사실상 그 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위 기업개선계획에 반대하였으나 다른 채권금융기관들 75%의 동의로 위 기업개선계획은 가결되었다(이하 ‘2차 기업개선계획’이라 한다).

(3) 2차 기업개선계획에 따라 2001. 3. 20. 피고가 설립되었고, 피고는 2001. 4. 사업양도를 통하여 별지 기재 신탁사업 중 1, 3 내지 8호의 신탁사업을 양수하였다. 한미은행은 2001. 5.경 피고와 2차 기업개선계획과 같은 내용의 기업개선약정을 체결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확인의 이익

(1) 원고는, 피고가 코레트신탁으로부터 위 신탁사업들을 양수함으로써 원고와 코레트신탁간의 근질권설정계약의 목적인 비용상환청구권도 양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근질권의 확인을 구한다.

(2) (가) 이에 대하여 피고(보조참가인들 포함,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우선, 원고가 코레트신탁의 비용상환청구권을 질권으로 가지고 있다면, 질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비용상환청구권이 피고에게 이전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항변하나, 앞서 인정한 각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코레트신탁과 원고 사이의 비용상환청구권에 설정된 질권으로 담보된 피담보채무를 무담보채권으로 분류하여 인수하였으나 향후 원고가 설정한 질권의 효력 등에 대한 법률적 해석에 따라 관련 신탁사업의 종료 후 정산방법을 정하기로 하여 신탁사업을 양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원고가 2차 기업개선계획에 대하여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계획은 원고가 참여한 채권기관협의회 소정의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결의된 것이므로 그에 따라 체결된 기업개선약정의 내용도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미친다고 볼 것이어서 위 기업개선약정에 포함된 질권의 목적이 된 비용상환청구권의 이전에 원고도 동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법원에 위 질권의 효력 등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구하고 피고에 대하여 그 질권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피고는 또, 위 비용상환청구권은 아직 신탁관계가 종료되지 않아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목적으로 하는 원고의 근질권은 현재의 권리를 그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하나, 조건부 권리나 기한부 권리도 현존하는 권리이고, 이를 목적으로 하는 질권 또한 현재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위 항변도 이유 없다.

(다) 피고는 마지막으로, 원고가 비용상환청구권의 질권자로서 비용상환청구 또는 수익금교부청구와 같은 이행청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확인청구를 하는 것은 그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하나, 2차 기업개선계획에서 비용상환청구권과 관련된 채권을 무담보채권으로 분류하되, 관련신탁사업의 매각 및 해지 등 종료 후 정산방법은 법률적 해석 등에 따르기로 하였음은 앞서 보았고, 위 관련신탁사업이 모두 종료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확인청구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을 제거하는데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 할 것이므로, 위 항변도 이유 없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제1심에서 기각된 수익자에 대한 비용상환청구부분은 원고가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1)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코레트신탁으로부터 신탁사업을 양수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코레트신탁이 원고에게 질권을 설정한 신탁재산에 대한 코레트신탁의 질권부 비용상환청구권을 양수하였다고 할 것이다(다만 질권의 효력 등에 대해서는 법률적 해석에 따르기로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아래와 같은 사유를 주장하면서 비용상환청구권에 질권을 설정한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은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가) 피고는, ‘별지 신탁사업표시 1, 3 내지 8 기재 신탁사업과 관련하여 수탁자가 보유한 비용상환청구권’이 이 사건 근질권의 목적으로 되어 있으나, ‘별지 신탁사업과 관련하여’만으로는 근질권의 목적이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근질권은 무효라고 주장하나, 일정한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증감변동하는 권리는 그 발생기초인 거래관계, 급부의 목적물 및 양도범위를 명시하는 방법으로 다른 권리와 구별하여 그 동일성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정되어 있으면 그 권리는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 사건 근질권의 목적으로 ‘별지 신탁사업표시 1, 3 내지 8 기재 신탁사업과 관련하여 수탁자가 보유한 비용상환청구권’이라고 명시한 이상 이 사건 근질권의 목적은 특정되었다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는, 이 사건 근질권을 인정하면 질권설정의 방법으로 토지의 교환가치에 대한 담보권 취득을 허용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 부동산질권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법제와 모순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근질권의 목적은 신탁재산 자체가 아니라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갖고 있는 비용상환청구권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는, 법 제42조 제1항 소정의 비용상환청구권은 수탁자가 신탁재산으로부터 비용을 공제할 수 있는 공제권능에 불과하므로 질권이 설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수탁자가 비용에 대하여 수익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점( 동조 제2항 ), 수탁자의 임무종료 후에는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는 점( 법 제49조 제1항 ), 법 제3조 (신탁의 공시), 제20조 (상계금지), 제21조 (강제집행 금지), 제22조 (수탁자의 파산과 신탁재산), 제23조 (신탁재산의 불혼동), 제24조 (부합, 혼화, 가공), 제25조 (신탁재산의 독립성), 제30 (수탁자의 분별관리의무), 제31조 (수탁자의 권리취득의 제한) 등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점( 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545 판결 은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구별되어 관리될 뿐만 아니라 위탁자의 재산권으로부터도 분리되어 독립성을 갖게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법 제42조 가 그 표제를 ‘수탁자의 비용, 손해보상청구권’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수탁자는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자 내지 관리자로서의 지위와 고유재산의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위 비용상환청구권은 수탁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청구권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다만, 수탁자가 위 두 지위를 겸유하는 관계로 수탁자 재임 중에는 개인으로서의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명의자인 수탁자에 대하여 갖는 채권적 청구권이면서 동시에 신탁재산을 임의로 매각할 수 있는 형성권적 성질도 갖는다고 할 것이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는, 자조매각권( 법 제42조 제1항 에 의하여 수탁자가 비용을 상환받을 목적으로 신탁재산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은 제3자가 대신 행사할 수 없으므로 이를 포함하는 비용상환청구권이 질권의 설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법 제42조 에서 정한 비용상환청구권에는 신탁재산이 금전인 경우 고유재산의 소유자인 수탁자 지위에서 신탁재산의 관리자인 지위에 있는 수탁자에게 금전을 추심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한데, 자조매각권은 위와 같은 권리를 담보한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이 추심할 수 있는 권리에 질권이 설정된 이상 위 담보권에도 질권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더욱이 위 근질권설정계약 제6조 제2항에서는 질권자가 질권을 실행하여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매각을 청구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또한 수탁자가 자조매각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질권자는 민법 제389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261조 에 따라 간접강제의 방식으로 매각을 구할 수도 있어 보이므로, 자조매각권 자체의 양도가 불가능하여 위 근질권설정계약 자체가 무효로 된다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피고는, 위 근질권설정계약서에 질권설정계약 체결일자 및 질권설정계약내용 통지일의 선후에도 불구하고 각 질권자는 동순위로 한다는 규정(제2조 제4호)이 물권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므로 위 근질권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근질권은 다수의 질권자가 동시에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하여 갖는 비용상환청구권에 대하여 하나의 문서로 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각 질권자는 당연히 동순위가 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수탁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이므로 수익자들에 대한 통지가 위 근질권설정의 대항요건이 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조항이 있다 하여 위 근질권이 무효로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 피고는, 수탁자는 법 제42조 제1항 에 따라 언제든지 신탁재산을 매각, 환가할 수 있는데 이는 질권의 목적물이 된 권리의 처분을 제한한 민법 제352조 규정과 상충되므로 위 근질권이 무효라고 주장하나, 위 근질권설정계약에서 질권의 목적물이 된 것은 신탁재산 자체가 아니라 수탁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이므로, 수탁자가 임의로 신탁재산을 매각, 환가할 수 있다 하여 위 근질권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사) 피고는, 질권자는 민법 에 따라 제3채무자에게 직접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민사집행법 이 정하는 추심, 전부, 환가 등의 방법에 의하여 권리실행을 할 수 있는데, 원고는 위와 같은 권리를 갖지 못하고, 위 근질권설정계약서에도 질권설정자가 비용을 회수하여 질권자들에게 안분하여 지급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제6조 제3항) 원고의 질권은 대세적 효력을 갖지 못하고 단지 채권적 효력을 가진 것에 불과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비용상환청구권에 질권을 설정한 질권자는 그 질권의 실행으로 고유재산의 소유자로서 채권자 지위에 있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소유자 내지 관리인으로서 채무자 지위에 있는 수탁자를 상대로 가지는 비용상환청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 할 것이고(다만, 수탁자가 위 지위를 겸유하는 관계로 질권자가 수탁자에게 자신의 채권을 행사하는 듯한 모습을 띠게 된다), 자조매각권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은 강제이행 방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원고는 민법 또는 민사집행법 에서 정한 방법에 의하여 질권을 실행할 수 있다고 볼 것이고, 또한 위 근질권설정계약서 제6조 제3항에서 정한 질권실행 방법은 민법 에서 예정하고 있는 질권의 실행방법과 상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이는 수탁자가 두 지위를 겸유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질권실행의 편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추가한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조항이 추가되어 있다 하여 위 근질권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피고는, 수탁자가 신탁사무가 종료되기 전에 비용상환청구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한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은 신탁재산의 이익만을 위하여 행동하여야 한다는 수탁자의 충실의무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나, 수탁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은 수탁자가 갖는 고유재산상의 권리로서 이 사건 근질권설정 이전에 이미 신탁재산에 설정된 부담이고, 근질권설정으로 신탁재산에 새로이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고, 질권자라 하더라도 수탁자가 보유하고 있는 권리 이상을 취득하는 것도 아니어서 코레트신탁의 근질권설정으로 수탁자의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는, 자신이 가지는 신탁재산에 대한 매각·환가권능은 법 제42조 제1항 에 따라 가지는 것에 불과하여 위 부분에 관한 질권확인청구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는 코레트신탁의 신탁사업을 양수함으로써 양수한 비용상환청구권 이외에 수탁자로서 자신이 지출한 비용 등에 대하여는 위 법 규정에 따라 비용상환청구권을 가질 수도 있다 할 것이나, 원고의 이 사건 질권확인청구는 코레트신탁으로부터 양수한 비용상환청구권이라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는, 수탁자가 관리를 적절히 하지 못하여 신탁재산의 멸실, 감소 기타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신탁의 본지에 위반하여 신탁재산을 처분한 때 또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 또는 다른 신탁재산과 구별하여 관리하지 못한 경우에는 위탁자, 수익자 등은 그 수탁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고, 이러한 청구가 있는 경우에 수탁자가 손실의 보상 및 신탁재산복구의 의무를 이행한 후가 아니면 수탁자는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코레트신탁이 위와 같은 손해배상 등을 이행하였음을 입증하지 않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하나, 설령 전수탁자인 코레트신탁이 위와 같은 이유로 비용상환청구권의 행사의 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확인청구를 함에 있어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6) 피고는, 코레트신탁이 위 신탁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투입한 비용은 법 제42조 제1항 의 비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하나, 토지(개발)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자금을 차입하여 신탁토지 상에 건축을 하는 것이 신탁의 목적이고, 위 투입비용은 위와 같은 신탁목적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므로, 위 투입비용도 위 규정 소정의 비용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7) 피고는,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은 파산자인 코레트신탁이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행위로서 파산법 제64조 제1호 소정의 부인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설사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이 파산법 제64조 제1호 소정의 부인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코레트신탁의 파산관재인만이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에 대하여 부인할 수 있고, 부인의 효과는 파산관재인과 부인의 상대방 사이에서만 생기고 제3자에 대하여는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근질권확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코레트신탁의 파산관재인이 이 사건 근질권설정계약에 관하여 부인권을 행사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가 이를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근질권 확인청구를 다툴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코레트신탁과 원고가 체결한 질권설정계약은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별지 신탁사업표시 1, 3 내지 8항 기재 신탁사업과 관련하여, 위 각 항의 다)호 기재 신탁재산에 대한 피고의 비용상환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59,154,000,000원의 근질권이 원고에게 있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다만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은 당심에서 원고의 청구감축에 의하여 주문 제2항과 같이 감축되었다),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윤승(재판장) 권오창 하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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