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외 1인(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일진)
청주문화방송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성 담당변호사 송현석외 1인)
2005. 11. 16.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88,634,400원, 원고 2에게 59,089,6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일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1.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2, 3,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내지 4, 갑 제9 내지 11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청주지부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1의 남편이자 원고 2의 아버지인 소외 1은 1983. 1. 5.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편성국 TV편성부(미술부)에 소속되어 지방프로그램 타이틀 및 자막문자를 제작하는 업무에 종사하였다.
나. 소외 1은 1994. 11. 16. 실시한 정기 건강진단에서 B형 간염 항원 양성자로 판명되었는데, 1997. 10. 13.경 갑자기 건강상태가 나빠져 휴가를 내고 요양하던 중 아산재단 서울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원발성 간종양으로 판명되어,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1998. 1. 15. 피고 회사에서 명예퇴직금을 수령하고 퇴직하였고, 1998. 7. 1. 위 병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소외 1을 ‘망인’이라고 한다).
다. 망인의 작업내용은 매일 컴퓨터그래픽 장비 앞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일하는 것이었고, 방송의 특성상 수시로 보도, 교양, 오락 등 각종 프로그램 제작부서에서 불규칙적으로 요구하는 컴퓨터그래픽 제작업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여야만 하였다.
라. 피고 회사와 비슷한 양의 자체방송을 하고 있는 인근 타지역 방송사인 대전 MBC, 대전 TJB, 청주 KBS, 청주 CJB의 경우 컴퓨터그래픽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2명 내지 4명인데 비하여, 피고 회사의 경우 망인 혼자 위 업무를 담당하였고, 망인이 B형 간염 항원양성자임이 밝혀진 1994년 이후에도 이와 같은 근무상황은 변동이 없었으며, 1995. 1.경에는 새로운 컴퓨터그래픽 기종을 도입함에 따라 이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하여 약 15일간 퇴근 후에도 대전 MBC에 가서 그 사용법을 배우는 등 건강상태에 비하여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왔다.
마. 한편 망인은 명예퇴직 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불승인하였고, 망인이 사망한 후 원고들은 청주지방법원 98구1264호 로 산재요양불승인처분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근로복지공단이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 및 상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바. 피고 회사와 전국문화방송노동조합 청주지부(이하 ‘피고 회사 노동조합’이라고 한다) 사이에 1997. 11. 12. 체결된 단체협약 제29조 제2항에 의하면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법에 의한 유족보상과는 별도로 평균임금의 1,000일분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998. 5. 21. 개정된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제58조 제4항도 같은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사. 피고 회사 노동조합은 설립 당시부터 다른 문화방송 계열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그 조직대상에서 부장 이상 직급자와 청원경찰, 계약직 사원을 배제하여 왔는데(2000. 3. 8. 개정된 노동조합 규약 제8조는 조합원의 범위를 “부장대우까지”라고 정하여 위와 같은 취지를 명문화하였다), 망인이 퇴직한 무렵인 1997. 12. 당시 피고 회사 직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있었던 직원은 부장 이상 직급자 17명, 계약직 직원 14명, 청원경찰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97명이었고, 그 가운데 65명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다. 한편, 망인은 차장대우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있었으나 가입하지 않았다.
아. 위 확정판결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유족보상에서 망인의 평균임금은 1일 147,724원으로 인정되었다.
2. 원고들의 청구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서 정한 위로금으로서 망인의 평균임금의 1,000일분에 해당하는 147,724,000원의 원고별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청구취지 기재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3.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이 위 산재요양불승인취소청구소송 당시 피고나 그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피고에 대하여는 위로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위와 같은 부제소합의를 위반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위와 같은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본안 전 항변은 이유가 없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근로자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 즉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으로서 단체협약의 적용이 예정된 자에게도 미친다고 할 것인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35조 및 대법원 1997. 4. 25. 선고 95다4056 판결 등 참조), 망인의 퇴직 당시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있던 사람은 97명이고 그 가운데 과반수인 65명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던 사실, 망인도 차장대우로서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에 포함되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위로금 지급의무를 규정한 1997. 11. 12.자 단체협약 제29조 제2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35조 에서 정한 바에 따라 망인에게까지 효력이 미친다. 그리고,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B형 간염에 감염된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원발성 간종양으로 사망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는 일단 원고들에게 위 단체협약의 사망보상규정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단체협약의 사망보상규정은 조합원이 재직 중 업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 망인의 경우와 같이 퇴직 후에 사망한 직원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앞서 본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중 사망보상규정의 문언상 ‘조합원이 업무상 사유로 사망한 경우’를 ‘조합원이 업무상 사유로 재직 중 사망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을 제5, 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단체협약 제29조 제1항은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완치 후 장해가 남아있을 때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에 의한 장해급여와는 별도로 재직하는 경우는 장해급여의 40%, 즉시 퇴직하는 경우에는 장해급여의 100%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취업규칙에서도 피고 회사의 직원들에 대하여 같은 내용의 장해보상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만약 위 사망보상규정을 재직 중에 사망한 경우에 한정하여 보상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면, 장해보상의 요건을 갖춘 자가 그 부상 또는 질병이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 재직 중인 자는 사망보상을 받는데 반하여 더 중한 장해로 퇴직할 수밖에 없었던 자는 오히려 사망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점, 업무상 생긴 질병이 매우 중하여 사망이 예상되는 등 퇴직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직원이 사망보상을 받기 위하여는 퇴직을 하지 않은 채 굳이 휴직을 하여야 하고 이 경우 피고 회사는 휴직기간에 대하여도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점(취업규칙 제40조, 단체협약 제 13조) 등을 고려하면, 위 사망보상규정은 조합원이 업무상 사유로 인하여 사망한 이상 그 사망 시기가 퇴직 전인지 후인지를 불문하고, 피고 회사가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위로금이 근로기준법 상 재해보상청구권에 ‘준’하는 것이므로 위 법 제95조 에 의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소는 망인의 사망일인 1998. 7. 1.로부터 이미 3년이 경과한 후인 2004. 7. 27. 제기되었으므로, 위 위로금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근로기준법 조항은 그 단기소멸시효 적용대상을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재해보상청구권”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바, 원고들이 구하는 이 사건 위로금은 근로기준법 의 규정에 의한 재해보상청구권이 아니라 이와는 별도로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위 단체협약 조항에 기하여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 지급 청구권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95조 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2) 다만,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95조 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와 망인 사이의 근로계약이나 피고 회사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은 모두 상법 상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그에 기한 이 사건 위로금 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이 사건 위로금 청구권이 근로기준법 상의 재해보상청구권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성격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바, 위 근로기준법 상의 재해보상청구권이나 임금채권에 3년의 단기소멸시효를 둔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단체협약에 기한 위로금 청구권도 일반 민사상 채권과 달리 해당 법률관계를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소가 위 위로금 청구권이 발생한 망인의 사망일로부터 5년이 이미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위로금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가 있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청구 소송이 대법원에서 원고들의 승소로 확정된 2001. 7. 27. 이전에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위로금 청구를 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위로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승소판결 확정일로부터 기산하여야 하고, 따라서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않으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다만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다(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보건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위로금 청구권은 망인의 사망일에 발생하였고, 단지 원고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정은 기껏해야 사실상의 장애에 불과할 뿐, 이를 기한 미도래나 조건 미성취와 같이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법률상 장애로 볼 수 없으며, 그밖에 피고가 원고들의 이 사건 위로금 청구를 방해하였다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여 그 권리행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이제 와서 피고가 시효를 원용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음에 돌아가므로 이를 각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