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2] 비영리 재단법인의 이사장의 행위가 주무관청의 허가의 문제로 법률상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재단법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없다.
[2] 비영리 재단법인의 이사장이 설립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할 의도를 가진 공소외인과 사이에 기본재산의 직접적인 매도는 주무관청의 허가문제 등으로 불가능하자 이사진 등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재단법인의 운영을 공소외인에게 넘긴 후 공소외인이 의도하는 사업을 할 수 있게 재단법인의 명칭과 목적을 변경함으로써 사실상 기본재산을 매각하는 효과를 얻되 그 대가로 금원을 받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그 일부를 수령한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의 문제로 법률상 유효한 약정인가 여부와 관계없이 재단법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공1987, 918),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검사
서울지법 1999. 6. 9. 선고 98노9611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재단법인의 이사장으로 근무하는 자인바, 위 재단법인은 공소외 정달용이 그 소유였던 경북 상주군 소재 임야 3필지합계 34만평(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을 출연하여 설립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신앙 수련의 성지선교원의 설치를 목적으로 하고, 기독교 성지회관건립, 수양관, 개인기도소, 청소년 수련 및 성도사업시설, 은퇴 교역자를 위한 원로원 설치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재단법인으로서, 설립된 후 10여 년 간 기본재산인 이 사건 임야 외에는 아무런 수입이 없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던 중, 공소외 1로부터 동인이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여 음악인들을 위한 캠프를 설치하고 부대시설로 콘도와 호텔을 건립하여 이를 분양하고자 하나 위 임야는 비영리 재단법인의 소유로 되어 있어 통상의 방법으로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으니 재단법인의 이사진을 전원 교체한 후 새로 교체된 이사진에 의하여 재단법인의 명칭과 목적을 바꾸어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을 처분하기로 마음먹고, 1990년 3월 하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르네상스 호텔 지하커피숍에서 피고인은 위 재단법인의 이사장으로서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을 유지하면서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목적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하여 재단법인을 유지, 발전시켜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그에 위배하여 재단법인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음악인을 위한 캠프 등을 설치하기 위한 장소로 이 사건 임야를 매수, 사용하려는 공소외 1과 사이에 재단법인의 현 이사 및 감사 전원이 사임하고 공소외 1이 지정하는 새로운 이사 및 감사로 교체한 후 재단법인의 명칭과 목적을 바꾸되 그 대가로 30억 원을 받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공소외 1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같은 해 12월경까지 수회에 걸쳐 합계 9억 원 상당을 교부받았으나 공소외 1이 사기죄로 구속되어 약속한 금원을 계속 지불할 수 없게 되고, 위와 같은 사실을 안 위 정달용이 피고인을 고소함에 따라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의 처분은 결국 재단법인의 정관의 변경을 초래하므로 정관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재단의 기본재산에 관한 처분행위는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고, 재단법인의 정관의 변경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지 아니하면 그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주무관청의 허가가 없는 재단법인의 기본재산 매매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할 여지가 없어 그 자체만으로는 재단법인의 재산상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는 없는 것이고, 한편 배임죄의 착수시기는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임무위배행위를 개시한 때라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이 재단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처분하는 내용의 배임행위를 함에 있어서 배임행위의 성립시기는 그 매각에 관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이를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때라고 할 것이고 아직 그 허가가 없는 이상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는 배임행위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았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재단의 기본재산을 공소외 1에게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 중 일부를 지급받은 것만으로는 아직 업무상배임행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3. 그러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비영리 재단법인의 이사장으로서 설립취지에 따라 재단법인을 유지, 발전시켜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설립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인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여, 사용할 의도를 가진 공소외 1과 사이에 기본재산의 직접적인 매도는 주무관청의 허가문제 등으로 불가능하자 이사진 등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재단법인의 운영을 공소외 1에게 넘긴 후, 공소외 1이 의도하는 사업을 할 수 있게 재단법인의 명칭과 목적을 변경함으로써 사실상 기본재산을 매각하는 효과를 얻되, 그 대가로 금 30억 원을 받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그 대가의 일부인 금 9억 원을 수령하였다면, 위와 같은 행위는 주무관청의 허가의 문제로 법률상 유효한 약정인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에 비추어 결코 행하여서는 아니될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인 재단법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배임행위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재단법인의 이사장으로서 전권을 가지고 재단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피고인이 재단법인의 설립취지에 어긋나게 기본재산을 사용할 의도로 기본재산을 매수하려는 공소외 1과 사이에,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여 사실상 불가능한 기본재산의 직접적인 매도 방식이 아닌 이사진 등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재단법인의 운영권을 넘긴 후, 그 후 교체된 이사진 등에 의하여 재단법인의 목적을 변경함으로써 사실상 기본재산을 매각하는 효과를 얻되, 그 절차를 이행 또는 협력하는 대가로 30억 원을 받기로 약정을 체결하고, 그 대가 중 일부를 수령까지 하였다는 것으로, 기본재산의 직접적인 처분행위와는 달리 주무관청의 허가 여부로 약정의 효력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추후 의도하였던 절차의 이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재단법인의 정관상 목적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아(정관상 목적변경에는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고, 기록상 피고인이 이 문제를 책임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1이 당초의 의도대로 이 사건 임야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약정의 불이행책임이 문제될 뿐이라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전후 사정을 제대로 살핌이 없이 피고인의 배임행위가 기본재산의 처분행위이므로 주무관청의 허가가 없는 이상 법률상 무효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을 들어 배임행위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였거나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