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도중 환자에게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행위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 사례
심장수술 도중 발생한 대동맥박리현상으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한 경우, 그 대동맥박리는 심장수술을 위한 캐뉼라 삽관 직후에 나타나 그 수술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 그 발생 부위도 캐뉼라 삽관과 연관하여 볼 수 있는 부위로 보이고, 환자에게 심장수술 전후를 통하여 대동맥박리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으며, 또 대동맥에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시술로도 대동맥박리가 나타날 수 있는 데다가, 심장수술 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미미하게나마 있지만 그 경우도 주로 혈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그 대동맥박리는 결국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 중에서 부적절한 캐뉼라 삽관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 사례.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나천열)
피고 1 재단법인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정귀호 외 8인)
서울고법 1999. 10. 12. 선고 98나57299 판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기간 도과 후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의사의 의료행위가 그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손해의 발생 및 그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한다고 할 것이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이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환자가 수술 도중에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를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2. 원심이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① 소외인(생년월일 생략)은 심방중격결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피고 1 재단법인(이하 '피고 법인'이라고 한다)이 운영하는 병원의 의사인 피고 2로부터 수술을 받기로 하였는데, 이를 위하여 1996. 6. 23. 위 병원에 입원하여 그 다음날까지 엑스레이 촬영,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항체검사, 혈압, 체온검사 등 수술을 위한 제반 검사를 받은 사실, ② 피고 2는 같은 달 25일 08:30경부터 위 소외인에 대한 수술을 시작하여, 전신마취하고 위 소외인의 우측 가슴부위를 절개하여 심장을 노출시킨 후 인공심폐기의 캐뉼라(개심술 시행시 혈액을 펌프를 통하여 체순환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작은 관)를 대동맥과 상대정맥, 하대정맥의 혈관을 각 일부 절개하고 연결하여 삽입한 사실, ③ 이와 같이 캐뉼라를 삽입한 다음 인공심폐기의 심장기능을 작동시킴과 함께 심장의 박동을 정지시킨 후 심방을 절개하여 중격결손을 봉합하고 절개된 심방을 결찰한 사실, ④ 같은 날 10:31경 심장에 전기적 쇼크를 주어 심장이 박동하도록 하였으나 위 소외인의 심장은 즉각 박동이 돌아오지 않고 매우 느린 서맥상태로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사실, ⑤ 이후 피고 2는 위 소외인의 체온을 회복시키고 인공심폐기를 이용하여 심박동을 유도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그 원인을 찾던 중, 같은 날 11:13경 대동맥박리현상으로 인하여 관상동맥을 통해 심근으로 공급되어야 할 혈액이 차단되어 심근의 손상이 있는 것을 발견한 사실, ⑥ 이에 피고 2는 같은 날 12:44경부터 대동맥을 절개하여 박리된 부분을 봉합하고 혈류를 복원한 뒤 심근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인공심폐기로 기능을 유지하고 간간이 심근이 회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는바, 심박동은 돌아 왔으나 극심한 저심박출 양상을 보일 뿐 위 소외인의 심장기능은 회복되지 아니하여 위 소외인이 허혈성 심근손상으로 인하여 같은 날 21:10경 사망한 사실, ⑦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동맥박리증은 대동맥내막열상을 통해 혈액이 대동맥의 진성내강을 탈출하여 대동맥의 중막을 내층과 외층으로 분리시켜 가성내강을 만들고 대동맥 파열을 야기시킴으로써 뇌졸중, 하지마비, 신부전, 진성고혈압 등을 나타낼 수 있는 예후가 불량한 질환으로 ㉠ 고혈압, 낭성중층괴사, 마르팡증후군, 이첨대동맥판, 대동맥축착증, 임신 등의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고, ㉡ 대동맥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대동맥내막에 대한 직접적인 열상이나 기계적인 압박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며, ㉢ 심장수술 도중 캐뉼라 삽입과는 무관하게 합병증으로 대동맥박리증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 가능성은 약 0.16% 정도로 알려져 있는 사실, ⑧ 위 소외인에게는 수술 전 검사 결과 이 사건 수술 전까지 일반적으로 대동맥박리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위 ㉠과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실, ⑨ 피고 2가 1996년 1년 동안 시술한 개심수술 660여 건 중 대동맥박리가 발생한 것은 이 사건 수술뿐이고, 심장수술 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앞서 본 바와 같지만 그와 같이 예외적으로 발생한 경우도 고혈압 등 혈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주로 발견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이와 같이 위 망인의 사망을 초래한 대동맥박리는 이 사건 심막중격결손 수술을 위한 캐뉼라 삽관 직후에 나타난 것으로서 이 사건 수술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 그 발생 부위 또한 이 사건 캐뉼라 삽관과 연관하여 볼 수 있는 부위로 보이고, 위 망인에게 이 사건 수술 전후를 통하여 대동맥박리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으며, 한편으로는 대동맥에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대동맥내막에 대한 직접적인 열상이나 기계적인 압박 등 부적절한 시술로도 대동맥박리가 나타날 수 있는 데다가, 비록 심장수술 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0.16% 있지만 그와 같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주로 고협압 등 혈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정 하에서라면, 위 망인에게 발생한 이 사건 대동맥박리는 결국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 중에서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대동맥내막을 손상시키는 등 부적절한 캐뉼라 삽관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원심이 인용한 제1심이 그 이유 설시에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피고 2에게 이 사건 수술상의 과실을 인정하여 피고 2는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법인은 피고 2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은 결국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나 이유불비, 이유모순 또는 채증법칙 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