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7856 판결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785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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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금]

판시사항

[1] 책임보험에 있어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직접 손해를 보상한 경우, 그 변제의사의 내용

[2] 교통사고가 발생한 후 자동차종합보험의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 확정되자 피해자에게 직접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으나 다른 원인으로 그 교통사고에 대하여 보험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출연의 목적 내지 원인을 결여하였음이 밝혀진 경우, 위 확정판결의 효력은 보험자와 피해자 사이에는 미치지 아니하므로 보험자는 피해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3] 부부의 일방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어 사회통념상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우자가 당연히 모든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을 갖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책임보험에 있어 상법 제72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해자의 보험금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인 점에 비추어,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불하지 아니하고 직접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보상하였다면 이는 위와 같이 보험자가 병존적으로 인수하여 부담하는 피해자에 대한 자신의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 타인의 채무인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2] 교통사고가 발생한 후 자동차종합보험의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 확정되자 피해자에게 직접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으나 다른 원인으로 그 교통사고에 대하여 보험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출연의 목적 내지 원인을 결여하였음이 밝혀진 경우, 위 확정판결의 효력은 보험자와 피해자 사이에는 미치지 아니하므로 보험자는 피해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3] 대리가 적법하게 성립하기 위하여는 대리행위를 한 자, 즉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할 권한을 가지고 그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법률행위를 하였음을 요하며, 부부의 경우에도 일상의 가사가 아닌 법률행위를 배우자를 대리하여 행함에 있어서는 별도로 대리권을 수여하는 수권행위가 필요한 것이지, 부부의 일방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어 사회통념상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우자가 당연히 채무의 부담행위를 포함한 모든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을 갖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7. 25. 선고 94다52911 판결(공1995하, 2940),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공1999상, 527),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4397 판결(공2000하, 1603)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혁진)

피고,상고인

김복례

피고,피상고인

서형자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종찬)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9. 6. 11. 선고 99나14596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서형자, 박찬성에 대한 청구 가운데 원고가 소외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지급한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 및 피고 김복례에 대한 예비적 청구 중 위 피고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위 부분 사건을 모두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서형자, 박찬성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1은 그 소유의 자동차에 관하여 보험회사인 원고와 사이에 26세 이상 한정운전특약의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기간 중인 1997. 2. 26. 09:30경 당시 23세인 소외 2가 위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함으로써 반대차선에서 진행하던 경기3후5653호 자동차를 충격하여 그 운전자인 피고 서형자 및 동승자인 피고 박찬성, 김복례에게 각 상해를 입게 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를 일으키자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원고의 보험모집인인 소외 3과 공모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인 1997. 2. 25.에 21세 이상 한정운전특약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을 변경한 것처럼 가장하기로 하고 같은 날 19:30경 그에 따른 차액보험료 금 15,000원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영수증을 만든 후 위 소외 3은 다음날 15:38경 원고에게 보험료 금 12,520원을 입금하고 배서승인신청청구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배서승인청구서에는 배서기준일이 1997. 2. 26.로 배서승인일이 1997. 3. 4.로 기재되어 있었는바, 이와 같은 사정을 모르는 원고가 배서기준일 24:00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 변경에 따른 원고의 보험책임이 개시된다는 점을 이유로 삼아 소외 1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97가합746호로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보험금채무부존재 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자, 책임보험금 외에 임의보험금으로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인 피고 서형자, 박찬성을 위하여 위 피고들이 치료받은 병원에 치료비를 지불하고, 또한 소외 1을 대리하여 위 피고들과 손해배상의 합의를 한 다음 그 합의금을 위 피고들에게 지급하였으며, 한편 소외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소외 보험회사'라 한다)로부터 소외 보험회사가 피고 서형자 소유의 자동차에 관하여 체결한 무보험 자동차 상해담보약정에 기하여 위 피고들을 위하여 병원에 지불한 치료비의 구상을 받고 이를 지급하는 등 그 판시와 같은 금원을 각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연령한정운전특약의 변경이 이 사건 교통사고 후에 소외 1과 소외 3이 공모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에 된 것처럼 가장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피고 서형자, 박찬성에 대하여 그들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임의보험금에 해당하는 각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함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하여 소외 1을 상대로 제기한 위 보험금채무부존재 확인청구소송에서 패소판결이 확정된 이상, 설사 원고가 피고 서형자, 박찬성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하여도, 위 확정판결이 재심 등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원고는 여전히 소외 1에 대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할 채무가 있는데,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하여 피고 서형자, 박찬성에게 위 각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위 확정판결에 따라 소외 1에 대하여 부담하게 된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보험금 지급채무를 면하게 되는 이상, 원고가 위 보험금의 지급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 서형자, 박찬성으로서도 가해자인 소외 1의 보험자인 원고로부터 위 보험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위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변제받은 것(피고 서형자, 박찬복은 위 보험금을 지급받고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모든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하였다)이어서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고의 이 사건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배척하면서, 부가적으로 첫째 원고가 피고 서형자, 박찬복에게 손해배상금조로 지급한 각 금원은 원고가 소외 1을 대리하여 지급한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대리인인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피고들은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소외 1로부터 위 금원을 지급받은 이상 법률상 원인 없이 위 각 금원을 받았다고 할 수 없고, 둘째 원고가 소외 보험회사의 구상권 행사에 따라 소외 보험회사에게 지급한 금원은 소외 보험회사가 피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금원이어서 그로 인하여 피고들이 법률상 원인 없이 어떠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책임보험에 있어 상법 제72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해자의 보험금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인 점에 비추어(대법원 1998. 7. 10. 선고 97다17544 판결, 1998. 9. 18. 선고 96다19765 판결,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 등 참조),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불하지 아니하고 직접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보상하였다면 이는 위와 같이 보험자가 병존적으로 인수하여 부담하는 피해자에 대한 자신의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 타인의 채무인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에 의하면, 원고와 소외 1 사이의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21세 이상 한정운전특약으로의 보험계약 내용의 변경은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하여 그 효력이 없으며, 원고는 피고들의 치료비를 병원에 직접 지급하거나 소외 1과 피고들 사이의 손해배상의 합의에 따른 금원을 피고들에게 직접 지급하였고, 피고 서형자 소유 자동차의 보험자인 소외 보험회사의 구상에 따라 소외 보험회사가 피고들의 치료비로 지출한 금원을 지급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원고가 소외 보험회사에게 지급한 금원은 소외 보험회사가 지출한 피고들의 치료비를 구상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피고들이 어떠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외의 금원은 보험자인 원고가 피해자인 위 피고들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초하여 병존적으로 인수한 위 피고들에 대한 자신의 손해배상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출연한 것인데, 그 출연의 목적 내지 원인이라고 할 이 사건 보험계약이 이 사건 교통사고에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이상 원고가 소외 1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채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그 출연의 목적 내지 원인을 결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법률상의 원인 없이 그 금액 상당의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가 소외 1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원고가 소외 1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는 것과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금원 지급이 소외 1의 위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것임을 전제로 하여, 위 각 금원의 지급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거나 위 피고들이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위 피고들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확정판결의 효력이 원고와 위 피고들 사이에도 미침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확정판결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는 원고가 소외 보험회사에게 지급한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다.

2.  피고 김복례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인 피고 김복례에 대하여 치료비 지급보증을 하여 오다가 피고 김복례를 상대로 하여 서울지방법원 98가단46523호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치료비 지급보증을 중단하자, 피고 김복례의 남편으로서 그 대리인인 소외 장세일이 원고에게 우선 치료비 지급보증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원고와 피고 김복례의 대리인인 장세일은 1998. 4. 28. 원고가 피고 김복례의 치료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는 대신 피고 김복례는 원고가 피고 김복례를 상대로 하여 제기한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또는 이 사건의 원심판결(수원지방법원 98가합6513)에서 원고가 승소할 경우 원고가 이미 지급한 치료비 및 위 치료비 지급보증에 따라 발생하는 일체의 치료비 및 소외 보험회사에 지급한 치료비를 원고에게 지체 없이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1999. 4. 14.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원고가 피고 김복례의 치료비로 지급한 금원 및 소외 보험회사에 지급한 치료비가 합계 금 71,799,070원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원고와 피고 김복례 사이의 약정에 따른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하여 피고 김복례는 위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금 71,799,07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대리가 적법하게 성립하기 위하여는 대리행위를 한 자, 즉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할 권한을 가지고 그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법률행위를 하였음을 요하며, 부부의 경우에도 일상의 가사가 아닌 법률행위를 배우자를 대리하여 행함에 있어서는 별도로 대리권을 수여하는 수권행위가 필요한 것이지, 부부의 일방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어 사회통념상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우자가 당연히 채무의 부담행위를 포함한 모든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을 갖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 김복례의 남편인 장세일이 피고 김복례의 대리인 자격으로 원고와 사이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조건부 채무 부담행위를 하였음을 알 수 있을 뿐, 나아가 장세일이 피고 김복례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거나 달리 장세일이 피고 김복례의 대리권을 갖고 있다거나 또는 피고 김복례가 나중에 장세일의 대리행위를 추인함으로써 위 약정의 효과가 피고 김복례에게 미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장세일이 피고 김복례의 대리인 자격으로 체결한 위 약정에 따라 피고 김복례는 원고에게 약정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 김복례의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서형자, 박찬성에 대한 청구 가운데 원고가 소외 보험회사에게 지급한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 및 피고 김복례에 대한 예비적 청구 중 위 피고 패소 부분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모두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중 위 각 부분을 파기하고, 위 각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이강국(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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