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4. 14. 선고 98도231 판결

대법원 1998. 4. 14. 선고 98도23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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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판시사항

[1] 고지의무위반과 사기죄의 성부

[2] 중고 자동차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할부금융회사 또는 보증보험에 대한 할부금 채무가 매수인에게 당연히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할부금 채무의 존재를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3] 사기죄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기망 내용과 다른 기망 행위를 공소장변경 절차 없이 직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재산권에 관한 거래관계에 있어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 거래에 관련한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계약상의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거래관계를 맺어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관계를 맺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그 재물의 수취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재물의 수취인이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

[2] 중고 자동차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할부금융회사 또는 보증보험에 대한 할부금 채무가 매수인에게 당연히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할부금 채무의 존재를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사기죄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기망 내용과 다른 기망 행위를 공소장변경 절차 없이 직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도882 판결(공1984, 1754),

대법원 1985. 3. 12. 선고 84도93 판결(공1985, 572),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도2698 판결(공1992, 727),

대법원 1993. 7. 13. 선고 93도14 판결(공1993하, 2330),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공1994하, 3158),

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도1081 판결(공1996하, 2756) /[3]

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도1605 판결(공1991, 2643)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12. 31. 선고 97노7280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할부금이 남아 있는 차량을 매수한 다음 그 차량이 할부금이 없는 차량인 것처럼 매도하여 그 대금을 편취하기로 공모하고, 피고인 1과 2가 김광기로부터 매수한 크레도스 승용차의 할부금이 남아 있음에도 1997. 2. 21. 피고인 2가 마치 김광기인 것처럼 가장하면서 피해자 김병철에게 위 승용차에 남아 있는 할부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대금 9,500,000원에 위 승용차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자리에서 매매대금 명목으로 금 9,5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고, 피고인 1이 할부금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박정헌으로부터 대금 1,000,000원에 아반떼 승용차를 매수하고도 같은 달 22. 피고인 1, 2가 피해자 한선수에게 위 차량에는 할부금이 남아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대금 6,000,000원에 위 승용차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자리에서 매매대금 명목으로 금 6,0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인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검사의 전 입증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들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와 아반떼 승용차에 남아 있는 할부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과 각 승용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여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또한 피고인들이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김병철에게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인 피고인 2가 김광기인 것처럼 가장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재산권에 관한 거래관계에 있어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 거래에 관련한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계약상의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거래관계를 맺어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관계를 맺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그 재물의 수취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재물의 수취인이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당원 1984. 9. 25. 선고 84도882 판결, 1985. 3. 12. 선고 84도93 판결, 1991. 12. 24. 선고 91도269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1이 할부금 채무를 승계하기로 하고 김광기로부터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박정헌으로부터 위 아반떼 승용차를 각 매수하고, 피고인들이 김병철과 한선수에게 이를 각 매도하면서 할부금 채무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고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행위가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상대방을 기망한 것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기록상 김광기는 동양할부금융 주식회사로부터 금융을 얻어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하여 동양할부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할부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박정헌은 보증보험회사의 보증 하에 할부로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수하였음을 엿볼 수 있으나, 그로 인하여 위 크레도스 승용차와 아반떼 승용차 자체에 대하여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거나, 가압류 집행이 되어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수사기록 제5책 제25쪽과 제284쪽의 각 자동차등록원부의 기재 참조). 또한 기록상 자동차 매매계약에 따라 김광기나 박정헌의 할부금 채무가 당연히 매수인에게 승계되는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전 소유자인 김광기와 박정헌이 각각 매매 목적물인 자동차와 관련하여 할부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자동차 매수인인 김병철과 한선수가 장차 계약 목적물인 자동차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김병철이나 한선수가 그와 같은 할부금 채무가 있다는 사정에 대하여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각 자동차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그에 관한 고지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피고인들의 그와 같은 부작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피고인 1은 김광기의 할부금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김광기로부터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하면서 김광기를 속여 김광기의 도장을 건네 받아 김광기 몰래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에 도장을 찍어 이를 위조하였고, 피고인들이 김병철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하면서 이를 교부하여 행사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김광기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면서 김병철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하였음을 엿볼 수 있는바(서울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9186호 수사기록 제568쪽의 영수증 참조),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김광기로부터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할 대리권을 수여받은 바도 없으면서 그와 같은 대리권을 수여받은 양 행세하여 김병철을 기망하고, 김병철은 그에 속아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 김병철은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수하면서 위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 외에도 이전등록에 필요한 김광기 명의의 인감증명서, 자동차검사증, 주민등록초본, 책임보험영수증 등의 서류를 교부받았다고 진술하고 있고(사법경찰리가 작성한 김병철에 대한 진술조서, 위 수사기록 제91쪽 참조), 피고인들이 어떻게 그 서류들을 손에 넣었는지에 대하여는 심리가 되어 있지 않다(김광기는 피고인들에 대한 고소장에 피고인 1에게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매도한 후 피고인 1이 차가 급히 필요하다고 말하여 할부금 채무 승계절차를 밟지 않고 우선 위 크레도스 승용차를 인도하였는데, 인도 당시 이전등록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자동차검사증, 주민등록초본, 책임보험영수증 등을 위 승용차 안에 보관하여 두었다가 별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차를 인도하여 주었다는 취지로 적고 있다. 그러나 위 고소장은 증거로 채택된 것도 아니고, 피고인들은 그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위와 같이 대리권이 없으면서도 대리권이 있는 양 행세하여 김병철을 기망하였다고 하는 내용의 사기죄는 그 범행 내용에 있어서 위 공소사실 기재 사기죄와는 다른 것으로서 공소장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은 공소사실에 의하여 한정된 심판범위를 넘어서서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한편 기록에 의하면 박정헌은 할부금 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피고인 1에게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도하고, 피고인 1이 할부금 채무를 승계하는 절차를 밟기도 전에 자동차 이전등록에 필요한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들이 한선수에게 어떠한 형태로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도하였는지에 대하여는 기록상 이를 알아볼 자료가 없으나, 위 아반떼 승용차에 대하여 박정헌으로부터 한선수에게 바로 소유권이전등록이 된 점에 비추어 보면, 역시 피고인들이 박정헌의 대리인으로 행세하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비록 기망에 의한 하자있는 의사표시이기는 하지만, 박정헌은 피고인 1에게 자동차양도행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함으로써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도할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대리권이 있는 이상 그 매수인인 한선수가 피고인들이 박정헌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으로 믿고 위 아반떼 승용차를 매수하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무슨 기망으로 인한 착오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원심판결에 검사가 논하는 바와 같은 사기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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