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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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위조·위조유가증권행사·사기]

판시사항

[1] 사기죄에 있어서 범의의 판단 기준 및 그 시점

[2] 피고인이 거래처와 종이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수금을 수령할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등의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재물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재물을 교부받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회사와 종이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선수금을 교부받았을 당시에는 그 종이를 공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 경제사정의 변화로 위 종이를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피고인이 거래처와 종이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수금을 수령할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등의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1][2]

대법원 1985. 7. 23. 선고 85도754 판결(공1985, 1215),

대법원 1987. 7. 7. 선고 85도2662 판결(공1987, 1348),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218 판결(공1991, 133),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공1994하, 3158),

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공1996상, 1468),

대법원 1996. 5. 28. 선고 95도857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249 판결(공1997상, 1518)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서재헌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9. 9. 선고 97노470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도과하여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사기죄의 공소사실 및 이에 대한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정기택과 공모하여 1994. 7. 29.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327의 8 소재 피해자 주식회사 중부전산(이하 중부전산이라고 한다) 사무실에서 사실은 피해회사로부터 종이 선수금을 받더라도 주식회사 계성의 종이를 납품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주식회사 계성의 영업과장으로 있던 원심 공동피고인을 통하여 피해회사에게 "선수금을 주면 종이를 납품해 주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회사로부터 바로 그 자리에서 금 203,500,000원을 교부받고 종이 30t 시가 금 20,000,000원 상당을 납품하여 나머지 금 185,000,000원(183,500,000원의 오기라고 보임)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제1심은 증거로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증인 김정호, 박명현, 김선규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96형제42945호 수사기록에 편철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 및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김정호 대질 부분 각 포함)와 김정호에 대한 진술조서 중 각 진술기재, 위 수사기록에 편철된 피고인 및 원심 공동피고인의 각 진술서 중 진술기재, 위조된 약속어음사본(위 수사기록 제7, 8, 86면)의 기재를 들어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도 위 증거를 인용하여 피고인이 종이공급 능력이 확실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원심 공동피고인을 통하여 피해회사와 사이에 종이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을 지급받은 사실 및 피고인이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자신으로부터 교부받은 각 약속어음의 이면에 피해회사 명의의 배서를 위조하여 주식회사 계성에 입금시키고 있음을 알면서도 위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결제가 확실히 보장되지도 않는 약속어음을 교부하여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역시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재물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재물을 교부받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중부전산과 사이에 이 사건 종이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선수금을 교부받았을 당시에는 그 종이를 공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 경제사정의 변화로 위 종이를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대법원 1985. 7. 23. 선고 85도754 판결, 1997. 4. 11. 선고 97도249 판결 참조),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1996. 5. 28. 선고 95도857 판결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위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나.  즉 제1심 및 원심이 유죄인정의 증거로 채택한 증거들을 모두어 보아도, 피고인이 중부전산과 사이에 이 사건 종이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수금으로 약속어음 4매 합계 금 88,500,000원 상당과 현금 115,000,000원을 교부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당시에 피고인이 종이를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편취의 범의로 중부전산으로부터 위 선수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종이판매업체인 대신산업사를 경영하여 오던 중 주식회사 계성(이하 계성이라 한다)의 영업담당과장인 원심 공동피고인 정기택를 통하여 중부전산과 사이에 백상지 300t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중가격보다 25% 정도 저렴하게 공급하는 조건으로 중부전산으로부터 선수금으로 위 약속어음과 현금을 교부받았고, 이에 피고인은 중부전산에 납품할 백상지를 공급받기 위하여 그 공급업체인 성부실업 주식회사(이하 '성부실업'이라고 한다)에게 위 중부전산으로부터 받은 약속어음과 현금을 다시 선수금조의 거래대금으로 교부하였는데, 그 때 마침 피고인이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 등 액면금 합계 금 350,000,000원 상당이 부도가 나서 연쇄적으로 피고인이 이전에 성부실업에 교부하였던 어음들(액면금 합계 금 220,000,000원)도 부도가 나자 성부실업에서는 기존에 피고인이 성부실업에게 제공하였던 부동산담보를 실행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위 선수금조의 거래대금으로 위 부도액을 상계처리한 후 물품공급을 중단하여 버려, 피고인으로서는 중부전산에 대한 납품이 여의치 않게 되었을 뿐, 피고인이 중부전산으로부터 위 약속어음 4매를 받을 당시 계약에 따라 종이를 납품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변소하고 있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성부실업으로부터의 물품공급이 중단되자 중부전산에 대한 종이납품을 계속하기 위하여 거래처에서 수금한 약속어음 등을 위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주어 위 원심 공동피고인으로 하여금 계성으로부터 금 130,000,000원 상당의 종이를 공급받아 이를 중부전산에게 납품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여기에 피고인의 위 변소를 모두어 보면 피고인에게 위 선수금을 수령할 당시 종이를 공급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정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록상 피고인이 계성으로부터 종이를 공급받아 이를 중부전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은 공모하여 계성에게 교부한 약속어음 4매(액면금 합계 금 89,084,000원) 상에 중부전산의 배서를 위조한 사실 및 피고인이 중부전산으로부터 위 선수금을 수령한 때로부터 1달 여 지나 부도가 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중부전산으로부터 위 선수금을 수령할 당시에 종이를 납품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설시한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객관적인 사정들에 관하여 좀더 세밀히 살펴 본 연후에 피고인에게 위 선수금을 수령할 당시에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채택 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 위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 있다.

3.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 중 위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어 파기를 면치 못한다고 할 것이나, 이 부분은 나머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사이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최종영(주심) 이돈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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