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183 판결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18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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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선거법위반·상법위반·폭행·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허위진단서행사·사문서위조교사·위조사문서행사·위증·근로기준법위반]

판시사항

[1] 상법 제622조 제1항 소정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2] 법 개정 전후에 걸친 포괄일죄에 대한 법령 적용

[3] 교사범의 정범종속성

[4] 명의자의 승낙과 사문서위조죄의 성부

판결요지

[1] 상법 제622조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하는 특별배임죄는 회사의 이사 등 같은 항에서 규정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득을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고, 여기에서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회사에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회사 재산 가치의 감소라고 볼 수 있는 재산상 손해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일단 회사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2] 포괄일죄로 되는 개개의 범죄행위가 법 개정의 전후에 걸쳐서 행하여진 경우에는 신·구법의 법정형에 대한 경중을 비교하여 볼 필요도 없이 범죄 실행 종료시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법을 적용하여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한다.

[3] 정범의 성립은 교사범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형성하고 교사범이 성립함에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그 전제요건이 된다.

[4] 문서의 위조라고 하는 것은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함에 있어 그 명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위임)이 있었다면 이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도2963 판결(공1992, 2062),

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도3297 판결(공1995상, 1508),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도531 판결(공1997하, 1952) /[2]

대법원 1970. 8. 31. 선고 70도1393 판결(집18-2, 형95),

대법원 1986. 7. 22. 선고 86도1012 전원합의체 판결(공1986, 1152),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3도1166 판결(공1994하, 3168) /[3]

대법원 1981. 11. 24. 선고 81도2422 판결(공1982, 89) /[4]

대법원 1988. 1. 12. 선고 87도2256 판결(공1988, 423),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3101 판결(공1993상, 1186)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하양명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6. 12. 26. 선고 95노2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원심 판시 제1의 가. 나. 죄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부분에 대한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 1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상법상의 특별배임죄에 대하여

구 상법(1995. 12. 29. 법률 제50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22조 제1항이 정하는 특별배임죄는 회사의 이사 등 같은 항에서 규정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득을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고, 여기에서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회사에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회사 재산 가치의 감소라고 볼 수 있는 재산상 손해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일단 회사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당원 1995. 2. 17. 선고 94도3297 판결,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 1은 당초부터 자신이 개인 용도로 돈을 사용할 목적으로 그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이 사건 피해자인 동양석유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고 한다) 명의로 경남은행 부산지점에서 법인 운영자금 명목으로 판시 금원을 대출받고, 또한 피해 회사 명의로 판시 액면금의 각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이를 신라투자금융 주식회사에서 할인하여 그로 인하여 취득한 대출금과 어음할인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피해 회사가 제3자에 대하여 위 대출금과 어음금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된 이상 피해 회사에게 재산상 손해의 위험이 발생하여 상법상의 특별배임죄가 성립하였다 할 것이다. 피고인 1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해 회사 이사회에서 위 각 대출을 받기로 결의하였다거나(기록에 의하면 피해 회사 법인 운영자금을 대출받기로 하는 이사회 결의가 있었을 뿐이고, 피고인 1 개인으로 하여금 대출금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이사회 결의는 없었던 것임이 명백하다), 경남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음에 있어서 피고인 1 개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였다거나, 피고인 1이 위 어음할인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기간이 지난 후 피해 회사에 대출금 상당을 입금시켰고, 개인 용도로 사용한 기간 동안의 이자를 부담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특별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상법상 특별배임죄 범죄사실 기재가 위와 같은 특별배임죄의 본질에 적확하게 부합하지 못하여 부적절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한 상법상 특별배임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옳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나.  위증죄에 대하여

(1) 공소외 1이 부지정지공사 일부를 시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증언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공소외 1은 그 소유의 부산 동래구 구서동 501 전 625㎡, 같은 동 산 48 임야 10,413㎡, 같은 동 산 47의 1 임야 9,512㎡, 같은 동 산 47의 2 임야 360㎡(이하 위 부동산 모두를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 중 일부인 9,510㎡에 대하여 1983. 11. 28.자로 형질변경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1986. 7. 16. 피고인 1의 아들인 공소외 2, 피고인 2, 공소외 3, 4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특약에 의하여 부담하는 형질변경공사의 내용 및 그 특약에 의하여 매도인이 이 사건 부동산과 인접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에 진입하는 도로 개설을 위하여 이행하여야 할 의무의 내용 및 매수인들의 대금지급 의무 등에 관하여 매도인과 매수인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 1989. 7.경 위 공소외 2 등 매수인들이 매도인인 공소외 1 등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89가합16631호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 부지 정지공사와 관련한 피고인 1에 대한 위증 공소사실의 요지는, 사실은 공소외 1이 1983. 11. 28. 형질변경허가를 받은 면적인 9,510㎡와 1986. 11. 12. 형질변경허가를 받은 면적인 392㎡를 합한 9,902㎡ 보다 약 1,400㎡를 초과 시공함으로써 그 중 1,008㎡는 복구까지 하는 등 형질변경공사를 완료하여 준공검사까지 합격하였기 때문에 부지정지공사 일부를 시행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부지정지공사 일부를 시행하지 아니하였다."라고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공술을 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단정하였다.

그러나 위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 전체(그 면적 합계는 20,919㎡임)를 형질변경하지 아니하고 그 중 일부인 허가면적만을 형질변경하였다는 것이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 1의 위 증언 자체를 놓고 보면 그 내용은 공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 전체에 대한 부지정지공사를 시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으로서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서 이를 ① 공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형질변경하기로 하였다거나, 혹은 ② 공소외 1이 형질변경하기로 한 부분은 형질변경허가를 받은 부분에 한하지만 공소외 1은 그 부분조차 다 형질변경하지 아니하였다는 의미라고 볼 수 없다. 아울러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계약서(공판기록 362쪽 참조) 제6조 제1항은 '공소외 1은 1986. 10. 31.까지 이 사건 부동산 부지의 지면을 본래의 설계보다 1m를 더 낮추어 평면으로 정지할 것'이라고 되어 있어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과는 달리 매도인인 공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형질변경하되 그 높이를 본래의 설계보다 1m 더 낮추어서 공사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소지가 있고, 위 민사소송에서 쌍방 당사자들이 그 해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으므로 사후적으로 위 민사사건의 확정판결(공판기록 2833쪽의 부산고등법원 1994. 11. 11. 선고 92나589, 596 판결)에 의하여 공소외 1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하더라도 그 것만으로 피고인 1의 위 증언 내용이 기억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 1의 이 부분 증언이 위증이라고 단정한 것은 위증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2) 공소외 1이 배수구 구거 1개 부분은 매설하지 아니하였다는 증언에 대하여

위 증언과 관련한 피고인 1에 대한 위증 공소사실의 요지는, 사실은 공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 지상의 배수구 구거 2개처 중 1개를 매설하지 아니한 이유는 피고인 1이 먼저 이를 반원관으로 대체해 달라는 요구를 하여 설계변경 요구에 따라 공사완료하여 준공검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수구 구거 1개 부분은 매설하지 아니하였다."라고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공술을 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단정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이 본래 설치하기로 약정한 배수도관 2개 중 1개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임은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여도 분명하고, 설치하지 아니한 배수도관 1개에 갈음하여 노출 반원관을 매설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위 민사사건의 당사자 사이에서 다투어지고 있었고, 제1심과 원심의 현장검증조서 및 기록에 편철된 관련 민사사건, 공소외 최두의에 대한 위증 형사사건의 현장검증조서들(공판기록 472쪽과 491쪽의 위 민사사건 제1심의 현장검증조서, 공판기록 1477쪽의 위 민사사건 항소심의 현장검증조서, 공판기록 747쪽의 최두의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92고단2600 위증사건의 현장검증조서 참조)에 의하면 공소외 1이 공소사실에서 적시한 노출 반원관을 매설한 사실이 없다고 보이므로 피고인 1의 위 증언 부분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 부분 증언 역시 기억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증언 부분을 위증이라고 단정한 것은 위증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상해 사건과 관련한 증언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위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공술이라고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논지는 이유가 없다.

다.  원심 판시 제1의 다. 폭행죄, 라. 구 근로기준법위반죄, 제2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라.  구 국회의원선거법위반죄에 대하여

우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 1에 대한 구 국회의원선거법위반 범죄사실은 사전선거운동죄뿐이고, 원심은 판시 제1. 마의 (1), (3), (5)항 기재 사전선거운동죄에 대하여는 1988. 3. 17. 법률 제4003호로 전문 개정되어 1991. 12. 31. 법률 제44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국회의원선거법(이하 법률 제4003호라 한다) 제178조 제1항 제1호, 제39조, 제40조를 적용하고, 제1. 마의 (2), (4)항 기재 사전선거운동죄에 대하여는 1991. 12. 31. 법률 제4462호로 개정된 구 국회의원선거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부칙 제2조의 규정에 의하여 폐지된 법률, 이하 법률 제4462호라고 한다) 제178조 제1항 제1호, 제39조, 제40조를 적용하여 피고인 1을 처벌하였음을 알 수 있다. 법률 제4003호 제39조, 제40조에 의하면, 선거운동은 당해 후보자의 등록이 끝난 때로부터 선거일 전일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고, 같은 법률 제178조 제1항에 의하면 이에 위반하여 선거운동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고, 법률 제4462호로 제178조 제1항이 개정되어 벌금형의 상한이 300만 원 이하로 인상되었다(제39조와 제40조는 개정되지 아니하였음).

그런데 포괄일죄로 되는 개개의 범죄행위가 법 개정의 전후에 걸쳐서 행하여진 경우에는 신·구법의 법정형에 대한 경중을 비교하여 볼 필요도 없이 범죄 실행 종료시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법을 적용하여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하는 것이므로(당원 1994. 10. 28. 선고 93도1166 판결, 1970. 8. 31. 선고 70도139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위 법 개정 전후에 걸쳐 있는 판시 마.의 ⑵, ⑷ 기재 각 범죄사실들을 각 포괄일죄로 보아 신법인 법률 제4462호를 적용하여 처벌한 것은 적법하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논지도 이유가 없다.

2.  피고인 2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에 대한 사문서위조교사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2는 공소외 5와 공모하여 1991. 11. 9.경 부산 북구 괘법동 25의 17 소재 공소외 5가 경영하고 원심 원심공동피고인 명의로 개업한 한림신경외과의원(이하 한림의원이라고 한다)에서 같은 해 10. 24.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1로부터 구타를 당하여 경추부 및 요추부에 약 21일간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서(이하 최초진단서라고 한다)를 발급받은 후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다시 10일간의 추가진단서의 발급을 요청하였으나 추가진단서를 발급받을 사유가 없다며 원심 공동피고인이 추가진단서 발급에 난색을 보이자, 공소외 1의 고소 제기에 대응하여 형사고소를 제기하는데 행사할 목적으로 공소외 5에게 약 10일간의 추가진료를 요한다는 내용의 상해진단서를 작성하여 달라고 부탁하여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 원심 공동피고인 명의의 상해진단서를 위조하도록 교사하고, 1992. 2. 7.경 부산지방검찰청 민원실에서 공소외 1 등을 상대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고소하면서 공소외 5가 위조한 원심 공동피고인 명의의 상해진단서(이하 추가진단서라고 한다)를 고소장 별첨자료로 사본 제출하여 행사하였다.

나.  원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증거들에 대한 평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법원이 채택한 증거들, 즉 제1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2의 판시와 같이 진단서를 발급받았고, 이를 판시와 같이 행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 검사 작성의 피고인 2와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 기재, 기록에 편철된 상해진단서 사본(부산지방검찰청 91형제98586, 92형제10954, 18131 수사기록 51쪽), 진료차트 사본(위 수사기록 195쪽)의 각 기재에 원심 제7회 공판조서 중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 기재 등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 각 증거들을 검토하여 보면,

① 제1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2의 진술은 자신이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진단서를 고소장에 첨부하여 검찰에 제출하였으며, 1991. 11. 9.에도 목이 계속 아프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다시 공소외 5의 병원( 위 신경외과의원)에 가서 추가진단서를 끊어야 되겠다고 했더니 공소외 5가 그 곳에서 그 날 당직을 서는 의사( 원심 공동피고인이 아님)에게 말해 주어서 그 의사가 향후 10일간의 치료를 요한다는 내용의 추가진단서를 발급하여 주었으며, 당시 공소외 5에게 진단서를 위조해 달라고 부탁한 일은 없다는 것이고,

② 검사 작성의 피고인 2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 기재는 최초진단서와 추가진단서가 허위라는 추궁에 대한 부인이거나, 1991. 10. 18.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거나 파스 등을 발랐는데도 몸이 완쾌되지 않아서 1991. 11. 9. 다시 추가진단서를 발부받았다는 것이고(위 수사기록 225쪽 이하, 262쪽 이하),

③ 검사 작성의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 기재 중

제1회 조서(위 수사기록 214쪽 이하)의 기재는 최초진단서는 1991. 10. 24.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 2를 진찰하고 사실대로 발급한 것이지만 날짜를 소급하여 기재하였고, 추가진단서는 원심 공동피고인 자신이 발부한 것이 틀림 없다는 것이고, 제2회 조서(위 수사기록 255쪽 이하)의 기재는 최초진단서는 원심 공동피고인이 1991. 10. 18. 피고인 2를 진찰하고 같은 달 24. 발급한 것이고, 위 신경외과의원에는 야간에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은데 원심 공동피고인이 부득이하게 쉬는 동안에는 의원의 경영주인 공소외 5가 야간당직의사를 물색하여 그들이 진단서를 발부하였으며 원심 공동피고인은 그와 같은 진단서 발급을 묵인하였다는 취지이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1992. 3. 3.자로 구속된 이후에 작성된 제3회 조서(위 수사기록 281쪽 이하)의 기재는 1991. 10. 18. 피고인 2를 진찰하였는데 특별한 외상도 없고, 엑스레이 촬영결과도 특이사항이 없어 진단서 발급을 거부하였으나, 피고인 2와 공소외 5가 같은 달 24.에 다시 부탁하여 전치 3주의 최초진단서를 발급하였으며, 추가진단서는 원심 공동피고인이 발부한 것이 아니고 공소외 5가 발부하였으며, 그 필적은 공소외 5의 필적이고, 위 신경외과의원은 공소외 5가 경영하고 있는 병원으로서 원심 공동피고인은 1층에서 신경외과를 하고, 공소외 5는 2층에서 치과를 하였으며, 3층에 원무과가 있었는데 원심 공동피고인의 도장을 3층 원무과에서 보관하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진단서의 내용을 기재하여 주면 원무과에서 진단서의 해당란에 원심 공동피고인의 도장을 날인하여 주기 때문에 공소외 5가 원심 공동피고인 명의로 진단서를 발부하여 줄 수 있었다는 것이고, 제4회 조서(위 수사기록 3441쪽 이하)의 기재는 원심 공동피고인이 부재중일 때에 공소외 5에게 진단서를 발급하라고 사전에 의논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제3회 조서의 허위진단서 발급 자백을 반복하는 것이고,

④ 원심 제7회 공판조서 중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 기재는 추가진단서는 원심 공동피고인의 글씨체가 아니고 누구의 글씨체인지 모르고 추가진단서가 발부된 사실은 거창에서 차량으로 이동 중 공소외 5로부터 카폰으로 연락받았다는 것인바, 원심이 채택한 위 각 증거 중 피고인 2가 공소외 5에게 원심 공동피고인 명의의 추가진단서를 위조할 것을 교사하고, 그에 따라 공소외 5가 추가진단서를 위조하였다는 점에 직접적으로 부합하는 증거는 검사가 작성한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위 진단서는 공소외 5의 필적이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하는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 기재가 있을 뿐이다.

다.  당원의 판단

그러나 정범의 성립은 교사범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형성하고 교사범이 성립함에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그 전제요건이 되는 것이고(당원 1981. 11. 24. 선고 81도2422 판결 참조), 문서의 위조라고 하는 것은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함에 있어 그 명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위임)이 있었다면 이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당원 1988. 1. 12. 선고 87도2256 판결, 1993. 3. 9. 선고 92도310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돌아와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있다. 원심 공동피고인은 피고인 2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허위로 최초진단서를 발급하였다 하여 허위진단서작성죄로 기소되었고, 피고인 2는 그 사실과 관련하여 허위진단서작성교사죄와 무고죄(피고인 2가 1991. 10. 17. 공소외 1로부터 상해를 당한 일이 없는데도 허위진단서인 최초진단서를 첨부하여 공소외 1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고소하였다는 공소사실이다)로 각 기소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제1심법원은 위 신경외과의원에 보관되어 있던 방사선촬영대장에 1991. 10. 18.자로 '이동귀' 이름으로 기재된 방사선촬영필름을 피고인 2에 대한 방사선촬영필름과 비교한 결과 '이동귀'의 방사선 촬영필름의 촬영시기를 판단할 수 없으나 두 필름이 동일인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고, '이동귀'에 대한 방사선필름을 분석한 결과 척추굴곡의 감소가 있어 경추부와 요추부에 약 21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 공동피고인이 최초진단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주관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2의 그 행사죄 및 무고죄도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고, 그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제1심과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의하면 피고인 2는 1991. 11. 9.에도 아직 경추부와 요추부에 입은 상해가 완치되지 아니하여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에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가 위 최초진단서와 추가진단서를 첨부하여 공소외 1 등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중 위 진단서들의 발급 경위, 그 허위 여부 등이 문제가 되어 검사가 공소외 5를 허위진단서작성죄로 인지하여(위 수사기록 210쪽의 범죄인지서 참조) 수사한 끝에, 공소외 5는 피고인 2로부터 허위 내용의 추가진단서를 작성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거나 그 진단서를 작성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피고인 2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반면, 원심 공동피고인은 검찰 제1회 진술시 자신이 피고인 2를 진찰하고 추가진단서를 발부하여 주었다고 진술하다가 제2회 진술시에는 당직의사인 성명불상자가 발부하여 주었다고 진술을 바꾸고, 다시 제3회 진술시에는 공소외 5가 임의로 추가진단서를 발부하여 준 다음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이야기하여 공소외 5가 추가진단서를 위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는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데다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학수사운영과 문서감정실 문서감정관의 문서감정결과통보에 의하면 추가진단서에 기재된 필적과 공소외 5의 시필은 서로 다른 사람의 필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재되어 있어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1994. 8. 24.자로 공소외 5가 피고인 2로부터 부탁을 받고 원심 공동피고인 명의 추가진단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불기소처분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공판기록 2,505쪽 이하에 편철된 공소외 5에 대한 불기소장 참조).

한편 검사가 작성한 위 신경외과의원 원무과 근무 김인남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원심 공동피고인이 원장일 당시 위 신경외과의원에는 당직의사가 2­3명 근무하고 있었는데 야간에는 원장 원심 공동피고인 명의로 당직의사가 진단서를 발부하곤 하였다는 것이고(위 수사기록 252쪽), 원심 공동피고인 자신도 그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위 검사 작성의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제1심 제8회 공판조서 참조), 위 수사기록 90쪽 내지 194쪽에는 위 최초진단서와 추가진단서를 포함하여 1991. 10. 15.부터 같은 해 12. 14. 사이에 위 신경외과의원에서 발부한 진단서 부본의 사본이 철해져 있는데 그 기재를 보면 육안으로도 진단서에 따라 여러 가지 필체로 작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서 김인남과 원심 공동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적어도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 2의 교사에 의하여 공소외 5가 추가진단서를 작성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 만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 2가 변명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 2는 1991. 11. 9.에도 목이 아파서 원심 공동피고인이 아닌 제3의 의사로부터 추가진단서를 발급받았으며, 그 제3의 의사는 추가진단서의 작성명의인인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묵시적인 승낙이나 위임을 받아 그 권한의 범위 안에서 추가 진단서를 작성하였다고 볼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필경 교사범의 성립요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으며,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원심 판시 제1의 나. (1), (2), (3) 기재의 각 허위 진술은 포괄일죄로 기소되어 원심이 그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그 일부 범죄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채택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위증죄 및 그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 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된 원심 판시 제1의 가. 기재 상법위반죄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심판결 중 파기사유가 없는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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