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다57689 판결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다5768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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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공1998.7.1.(61),1712]

판시사항

[1] 행정상 공표의 방법으로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그 공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제품의 유통경로에 대한 조사 없이 제조자의 직접 공급지역 외에서 단지 외관만을 보고 구입한 시료를 바탕으로 '이동쌀막걸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검사 결과를 공표한 사안에서, 그 공표 내용의 진실성을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일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등 이른바 행정상의 공표의 방법으로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그 대상자에 관하여 적시된 사실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그 공표의 주체가 공표 당시 이를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이 없는 것이고, 이 점은 언론을 포함한 사인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하겠으나,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실명공표 자체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에서 비롯되는 무거운 주의의무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표 주체의 광범한 사실조사 능력, 그리고 공표된 사실이 진실하리라는 점에 대한 국민의 강한 기대와 신뢰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인의 행위에 의한 경우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므로, 그 공표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제품의 유통경로에 대한 조사 없이 제조자의 직접 공급지역 외에서 일반적인 거래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단지 외관만을 보고 구입한 시료를 바탕으로 '이동쌀막걸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검사 결과를 언론에 공표한 사안에서, 공표의 기초가 된 시료가 원고 제품이라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표 내용의 진실성을 오신한 데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두레 담당변호사 노승행)

피고,피상고인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룡)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일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등 이른바 행정상의 공표의 방법으로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그 대상자에 관하여 적시된 사실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그 공표의 주체가 공표 당시 이를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이 없는 것이고, 이 점은 언론을 포함한 사인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하겠으나,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실명공표 자체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에서 비롯되는 무거운 주의의무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표 주체의 광범한 사실조사능력, 그리고 공표된 사실이 진실하리라는 점에 대한 국민의 강한 기대와 신뢰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인의 행위에 의한 경우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 공표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가 없다 (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18389 판결 참조).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국가의 소비자보호시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하여 소비자보호법 에 따라 설립된 피고가 1995. 7. 11. 경기 포천군 소홀면 이동교리 소재의 광릉수목원 입구 노상에서 일체 불상의 트럭노점상으로부터 원고가 제조자로 표시되고 '이동쌀막걸리'라는 상표가 부착된 1.7ℓ들이 쌀막걸리 4병을 병당 2,000원씩에 구입하여 그 중 2병을 시료(이하 '이 사건 시료'라고 한다)로 삼아 검사한 결과, 관련 규정상 주류에는 첨가할 수 없는 '사카린나트륨'이 그에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같은 해 8. 18. 원고가 제조·판매하는 쌀막걸리 제품에서 '사카린나트륨'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의 검사 결과를 언론에 공표함으로써 같은 달 19. 그 내용이 일간지에 보도된 사실(이하 위 검사 결과의 공표를 이 사건 공표라고 한다), 원고가 '이동쌀막걸리'라는 상표로 제조·판매하는 쌀막걸리의 공급구역은 주세법 상 주류제조장 소재지인 포천군 전역이었으나 원고는 동종업자와의 협의에 따라 포천군 중 이동면과 영북면에 대하여만 그 제품을 직접 공급하였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위 2개 면 내 소매점 등을 통하여 구입된 제품이 유통되기는 하였으나, 그 거래가격이 위 2개 면 내 소매점의 판매가격인 병당 2,000원 내외보다 고가인 병당 3,000원이었던 사실, 원고 제품인 '이동쌀막걸리'는 그 맛과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1993년경 대전지역에서 4, 5명의 전문 판매업자가 외관상으로는 이를 취급하는 소매상조차도 그 진위를 쉽게 식별할 수 없을 정도의 가짜 '이동쌀막걸리'를 제조·판매하는 등 시중에는 원고의 상표를 도용한 가짜 '이동쌀막걸리'가 유통되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시료는 피고의 직원이 위와 같이 원고의 직접 공급구역이 아닌 소홀면 지역에서 구입한 것으로서 당시 그 직원은 이 사건 시료가 원고 또는 원고의 지정소매상들로부터 구입한 원고의 제품인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공급구역 외에서의 일반적인 거래가격인 병당 3,000원보다 저렴한 가격인 병당 2,000원씩에 구입한 사실을 각 인정한 후, 이에 의하면 피고가 검사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시료가 원고의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 한편,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이 사건 시료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게 된 것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비살균 막걸리에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는지 여부를 전체적으로 시험·검사하고자 하는 자체 계획에 따른 것으로 그 시험·검사가 의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체 검사계획에 따라 하는 경우에는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형태로 유통 과정에서 시료를 수집하는 것이 피고의 검사관행이었던 사실, 이 사건 시료는 원고의 판매구역 내 지정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원고의 제품과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차이점도 없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과 원고가 제조한 '이동쌀막걸리'는 원고의 판매구역 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이 사건 시료도 포천군 지역에서 구입하였다는 앞서의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시료가 원고가 생산·판매한 것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공표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이 사건 공표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되었음을 들어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이 사건 공표의 내용이 원고가 그 제품에 사용이 금지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인 이상 이는 주류 제조 및 판매업체로서의 원고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시키는 내용임이 분명하므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위 내용이 진실하다는 증명이 없다면, 피고가 그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피고측에서 증명하지 아니하는 한, 이 사건 공표가 법령상의 근거에 기한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 소비자보호법 및 같은법시행령이 물품의 품질과 안전성 등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여 소비자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방차지단체의 직무로 규정하면서 그와 같은 소비자보호시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하여 피고 법인을 설립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그와 같은 시험·검사 등을 피고 법인에 의뢰하도록 하는 일방 피고 법인의 업무에 위와 같은 물품의 품질 등에 관한 검사와 그 결과의 공표를 포함시키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공표의 성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검사 결과 공표와 마찬가지로 행정상의 공표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가 이 사건 공표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이 사건 공표가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시료의 구입 당시 원고의 상표를 도용한 가짜 '이동쌀막걸리'가 시중에 유통되었고, 그 구입장소가 원고의 직접 공급구역이 아닌 소홀면 지역이었으며, 또 당시 그 구입을 담당한 직원이 이 사건 시료가 원고 또는 원고의 지정소매상들로부터 구입한 원고의 제품인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공급구역 외에서의 일반적인 거래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것이라면, 자체계획에 의한 검사시의 시료구입 관행과 이 사건 시료의 외관 및 그 구입장소에 관하여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공표의 기초가 된 이 사건 시료가 원고 제품이라는 점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당초 원고의 실제 공급구역이 위와 같이 2개 면으로 제한되어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원고 제품의 유통경로 등에 대한 조사를 전혀 시행하지 아니한 채 단지 외관만에 의하여 이 사건 시료를 원고의 제품으로 보고 구입하였음이 분명한 이상, 피고가 그러한 타당한 확증과 근거를 갖추기 위한 조사활동을 다하였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가 이 사건 시료의 진정성 내지 이 사건 공표 내용의 진실성을 오신하였더라도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유만을 내세워 피고가 이 사건 공표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에는 행정상의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를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정귀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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