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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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공1998.1.1.(49),49]

판시사항

[1] 처분문서에 나타난 의사표시의 해석 방법

[2] 근로자가 퇴직금 액수에 관해 다툼이 있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여하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경우, 퇴직금 등에 관한 부제소특약을 한 것으로 본 사례

판결요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

[2] 근로자가 회사를 퇴직하고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함에 있어 노사합의에 의한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 대가 일체를 지급받은바,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추후 여하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한 경우, 그 문언에 표시된 대로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법률관계 특히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 대가와 관련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거나 향후 이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인 의사 해석의 방법이고, 소권이 공권이라거나 퇴직금제도 자체가 강행법규의 성질을 띠고 있다고 하여 이러한 특약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근로자가 퇴직금 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한 후 서약서에 서명날인하고서도 퇴직금 청구소송을 계속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은 근로자의 내심의 의사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그와 같은 의사가 외부로 표시된 것이 아닌 이상 의사표시의 해석에 참작할 것도 아니라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4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일보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봉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회사는 1989.부터 신문 제작 공정의 자동화를 추진하여 1993.경 씨.티.에스(Computer Typing System)라는 새로운 전산화 인쇄설비를 완료함에 따라 종전의 채자 업무와 조판 업무가 불필요하게 되자 1993. 8. 30. 피고 회사 노동조합과 위 채자 및 조판 업무를 맡고 있던 공무국 ○○부와 △△부 소속 전 사원을 퇴직시키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를 퇴직하게 되는 사원에 대하여 정년까지 잔여 연수에 따라 차등을 두어 산정한 퇴직가산금과 퇴직위로금을 각 지급하기로 하고, 그 퇴직 시기는 1993. 9. 30.로 약정한 사실, 원고들은 △△부에서 근무하던 중 위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다른 △△부 및 ○○부 등의 소속 사원들과 함께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같은 해 9. 30. 피고 회사를 일괄 퇴직하기로 하였는데, 원고들은 퇴직하기 전에 퇴직금을 수령함에 있어서 원고들의 근속연수가 올바르게 산정되지 않았다며 피고 회사의 직원인 소외인에게 이의하고 정당한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부터 서약서에 서명날인하지 않으면 퇴직금, 퇴직가산금 및 특별위로금(이하 퇴직금 등이라 한다)을 수령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서명날인을 보류한 채 1993. 10. 20.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서약서에 날인하여도 후에 정당한 퇴직금을 청구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자문을 듣고 그 다음날인 1993. 10. 21. 서울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고, 그 익일인 1993. 10. 22. 피고 회사에 대하여 "본인은 신문 제작 전산화와 관련한 노사합의에 따라 1993. 9. 30.자로 피고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함에 있어 노사합의에 의한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 대가 일체를 지급받은바,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추후 여하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기재된 서약서(을 제1, 2호증)에 서명날인한 후 위 퇴직에 따른 퇴직금 등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한 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원고들이 퇴직에 이르게 된 경위, 원고들이 퇴직금 등을 지급받으면서 위 서약서를 쓰게 된 상황,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을 먼저 제기한 후 서약서에 서명날인하고서도 이 사건 소송을 계속한 점, 피고 회사에서도 통상의 퇴직자와는 달리 원고들에게 퇴직금 외에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을 지급하게 된 사정에다가 일반적으로 소권은 공권이므로 이를 포기하였는지의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하는 점, 부제소의 특약은 당사자가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관계에 한정되는 것인데, 퇴직금제도 자체는 강행법규의 성질을 띠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서약서에서 말하는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추후 여하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언은 그대로 원고들이 향후 노사간의 합의에 따른 퇴직 사실에 대하여 이를 다투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정하여 해석함이 상당하고, 부제소특약에까지 이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4. 9. 선고 96다1320 판결 , 1997. 6. 24. 선고 97다542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이 피고 회사를 퇴직하고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피고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함에 있어 노사합의에 의한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 대가 일체를 지급받은바,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추후 여하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한 것이라면, 그 문언에 표시된 대로 피고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법률관계 특히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 대가와 관련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거나 향후 이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인 의사 해석의 방법이라 할 것이고, 소권이 공권이라거나 퇴직금제도 자체가 강행법규의 성질을 띠고 있다고 하여 이러한 특약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 중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을 먼저 제기한 후 서약서에 서명날인하고서도 이 사건 소송을 계속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은 원고들의 내심의 의사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그와 같은 의사가 외부로 표시된 것이 아닌 이상 의사표시의 해석에 참작할 것도 아니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서약서에서 말하는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추후 여하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언은 원고들이 향후 노사간의 합의에 따른 퇴직 사실에 대하여 이를 다투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정하여 해석함이 상당하고, 부제소특약에까지 이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배척한 조치는 이러한 특약을 하게 된 당사자의 의사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아니하였거나 처분문서의 해석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정귀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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