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의 판단 기준
[2] 과도한 흡입분만행위가 의사의 재량이나 의료수준에 비추어 허용된 범위를 넘은 것으로 인정하여 출산 직후 발생한 태아 사망 사고에 대한 의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
[1]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보아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따라서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그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그 치료를 실시하여야 하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당해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2] 과도한 흡입분만행위가 의사의 재량이나 의료수준에 비추어 허용된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아 출산 직후 발생한 태아 사망 사고에 대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후 사용자인 의료법인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 1 외 1인
의료법인기독교한국침례회의료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재봉)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원고 조미향은 1990. 4. 4. 01:00경부터 초산(초산)을 위한 진통이 시작되어 같은 날 04:50경 피고가 경영하는 부산 왈레스기념침례병원에 출산을 위하여 입원하였는데, 당시 위 병원의 분만담당의사로서 산부인과 전공의 2년차인 소외 1 은, 같은 날 13:45경부터 분만 2기로 들어간 위 원고가 같은 날 15:00경까지 태아를 출산하지 못하고 피폐한 상태에 빠지게 되자, 흡입분만기(VACUUM EXTRACTOR)를 이용한 흡입분만을 시도하기로 결정하고 필요한 준비를 마친 후 같은 날 15:30경부터 흡입분만을 시도하였는데, 흡입분만이란 적정한 음압(음압)을 가한 둥그런 컵(CUP)을 태아의 머리에 부착한 후 그 컵의 손잡이를 자궁수축기에 간헐적으로 잡아당김으로써 태아의 머리가 음압 때문에 컵에 달라붙어 질 밖으로따라나오게하는방식의분만방법인데,아두골반불균형(CEPHALOPERVICDISPROPORT-ATION, 산모의 골반크기에 비하여 태아의 머리크기가 상대적으로 너무 커서 정상분만이 힘든 상태)의 경우에는 태아의 두부에 손상을 입히게 되므로, 절대로 흡입분만의 방법을 사용하여서는 안되는 사실, 소외 1 은 흡입분만 1회째는 컵이 태아의 머리에 잘 부착되었으나 분만에 실패하였고, 2, 3회째는 컵이 태아의 머리에 잘 부착되지 않아 실패하게 되자, 전공의 3년차인 소외 2 을 분만실로 불러 흡입분만을 시도하게 하였으나, 소외 2 에 의하여 4회째로 시도된 흡입분만도 컵이 머리에 부착되기는 하였지만 태아가 컵에 따라나오지 아니하여 실패하였는데, 그 무렵인 같은 날 15:45경 태아의 심음이 분당 72-80회로 급격히 낮아진 사실, 자궁수축기에 태아의 심음이 반복적으로 분당 120회 이하로 감소하면 태아곤란증(FETAL DISTRESS, 태아가사상태라고도 함)이 의심되고, 분당 100 이하로 떨어지면 그 후 정상수치로 회복되더라도 태아곤란증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국내외 의학서적에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에 소외 1 은 산부인과 전공의 3년차인 소외 3 을 분만실로 불러 같은 날 15:50경 그로 하여금 6회째 흡입분만을 시도하게 하였으나, 컵이 두부에 부착되었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실패한 사실, 산부인과 2과장인 소외 4 는 위 전공의들로부터 위와 같은 사실을 전해듣고 제왕절개수술로 분만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날 16:35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여 같은 날 16:41경 몸무게 3,450g의 태아를 출산하였으나, 출산 직후부터 울음이 없고 무호흡증을 보였으며, 그 후 인공호흡에도 불구하고 4차례의 심정지를 일으킨 끝에 같은 날 23:00경 최종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정을 받은 사실, 위 태아의 심음은 같은 날 15:45부터 16:10경까지 분당 72 - 84를 유지하다가 16:10경 일시적으로 분당 132로 상승한 후, 16:15경에는 다시 116으로 낮아졌던 사실, 분만을 담당하였던 소외 1 의 진료기록부에는 같은 날 15:50경 두부압박과 뇌저산소증에 의한 태아곤란증이 발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제왕절개수술을 담당한 소외 4 의 수술기록요약지에는 아두골반불균형, 태아곤란증, 자궁근종 등의 진단명과, 양수에 상당한 태변착색이 있었음이 기록되어 있으며, 신생아를 인계받은 소아과 의사의 진료기록부에는 태변흡입성증후군과 두개내혈종(추정)이 진단명으로 기재되어 있는 외에, 아프가스코어가 2-3-4로, 강양성을 보이는 태변과 양 폐의 저부에서 습성 수포음을 동반한 거친 호흡음 및 두피에 가변성 종물(FLUCTUATING MASS ON SCALP)이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산부인과의 입·퇴원진료기록지에는 태아곤란증, 아두골반불균형(추정)이 최종진단명으로, 소아과의 입·퇴원진료기록지에는 추정진단명과 최종진단명이 태변흡입증, 두 개내혈종(추정)으로, 소아과의 퇴원기록지에는 태변흡입증, 두개내혈종(추정)이 진단명으로 각 기재되어 있으며, 특히 소아과의 퇴원기록지에는 수술실에서 제왕절개수술로 분만한 후 울음이 없고 호흡이 없어 바로 태변제거를 위한 기관 내 삽관술을 시행하고 신생아실로 입원시켰다는 내용과, 두부에 가변성 종괴가 있으며, 폐에 거친 수성 수포음이 있다는 기재가 있는 사실, 위 원고는 임신 후에 위 병원에서 산부인과 제1과장인 소외 곽태로로부터 출산 직전인 1990. 3. 28.에 마지막 진찰을 받을 때까지 엑스레이나 초음파검사를 받지 아니하고 내진(내진)으로만 진찰을 받아 왔는데 산모와 태아가 완전 정상인 것으로 진단되었고, 소외 1 에 의하여 흡입분만이 시도될 때까지도 산모가 피폐하였다는 점 외에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서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사실, 흡입분만은 분만 2기가 지연되거나 태아곤란증이 발생하여 태아를 신속히 분만하여야 할 때 시도되는 분만방법이기는 하나, 태아의 머리에 손상을 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통 5 내지 6회에 걸쳐 15분간 컵을 잡아당겨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컵이 태아의 머리에 30분 이상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며, 3, 4회 잡아당겨 보아 태아가 전혀 따라나오지 않으면 아두골반불균형이 의심되므로 더이상의 흡입분만을 중단하고 보다 안전한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하여야만 하는 사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준은 실제 임상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하여야 하므로 흡입분만을 시행하는 의사는 상당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태아와 산모의 상태를 살펴가면서 매우 부드럽게 컵을 잡아당겨 태아가 끌려나오는 정도를 살펴야 하며, 컵의 사용방법, 컵을 사용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사항을 잘 준수하여 부적절한 컵의 사용으로 태아의 머리에 손상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여야 하는 사실, 두개내혈종이란 두개 내의 어느 부분에 출혈로 인한 혈종이 형성되어 뇌를 손상시키는 것으로서, 신생아에게 호흡곤란, 창백, 약한 울음, 기면 등을 야기하는데, 그 발생원인은 조산에 의한 뇌실내출혈이 가장 많으며, 그 밖에 분만외상, 신생아의 출혈성 질환, 저산소증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고, 흡입분만시에 태아의 두개골이 산도에서 지나친 압박을 받았을 경우에도 분만외상에 의한 두개내혈종이 생길 수 있는 사실, 태변흡입증후군이란 분만 중 또는 분만 후에 태변이 섞여있는 양수를 폐로 흡입함으로써 호흡부전 및 저산소증으로 인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신생아의 질환인데, 태변흡입이 심한 중증의 경우에는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신생아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사실, 자궁 내에서 태변이 양수 내로 배출되는 기전은 아직 잘 모르고 있으나 태아의 저산소증이 그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으며, 그 밖에 자궁 내 태아 사망, 선천성 과염소혈증성 설사, 선천성 소장폐쇄 등이 있을 때에도 관찰할 수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신생아의 사망이 출산과정에서의 소외 1 , 2 , 3 , 4 의 과실로 초래된 두개내혈종, 태변흡입증후군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2. 제1점에 대하여
관련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원심이 제왕절개술을 시행한 소외 4 가 태변제거에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한 점과, 태아곤란증이 나타났을 때에는 즉각 제왕절개수술을 하여야 하고 흡입분만을 하여서는 안되는 것처럼 판단한 점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이러한 잘못은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사실관계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다면, 흡입분만을 시작한 초기까지도 위 원고와 태아가 모두 정상으로 진단되었고, 출산을 전후하여 모체나 태아에 두개내혈종이나 태변흡입증후군을 일으킬 만한 어떤 이상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는 점, 위 병원의 진료기록부에 신생아의 머리에 가변성 종괴가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두개내혈종(추정)과 태변흡입증후군이 진단명으로 기재된 점, 출산시의 아프가스코어가 2-3-4에 불과하여 정상아에 비하여 극히 낮고, 출산시에도 태변흡입증후군을 원인으로 하는 무호흡증이 발생하였으며, 즉시 기관 내 삽관술을 시행하여 태변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음에도 4차례의 심정지가 나타나고 출산시간으로부터 불과 6시간 정도 지난 후에 사망할 정도로 태아의 상태가 위중하였던 점, 흡입분만을 시행한 시간이 정상적인 흡입분만에 있어서의 한계치의 상한선에 이르고 있는 점, 이 사건 흡입분만은 산모의 피폐로 인하여 시작되었는데도 태아의 두부에 컵이 잘 부착되지 않거나 부착되었다가 떨어질 정도로 흡입분만의 시행에 어려움이 있었고, 흡입분만이 상당시간 시행된 후에 태아의 심음이 지속적으로 위급한 상태로 낮아졌으며, 상당한 시간 동안 헛되이 흡입분만을 시도하다가 그러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였는데도 불구하고 흡입분만을 계속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신생아의 머리에 생긴 가변성 종괴나 두개내혈종은, 흡입분만에 충분한 경험이 없는 위 전공의들이 여러 차례의 흡입분만의 시도가 분만이 전혀 진전되지 아니하여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두골반불균형을 전혀 의심하지 못한 채 과도하게 흡입분만을 시도한데다가 흡입분만기를 서투르게 다루면서 태아의 상태를 잘 살피지도 아니한 채 장시간 무리한 힘을 가하여 흡입분만을 시도함으로 인하여 아두골반불균형인 태아의 머리가 산도에 압박되어 두개내에 출혈을 일으켰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위 두개내출혈로 인한 뇌저산소증으로 태아가 태변을 다량 흡입함으로써 중증의 태변흡입증후군이 발생하였으며, 위 두개내출혈로 인한 혈종과 태변흡입증후군이 원인이 되어 태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그의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보아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따라서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그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그 치료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당해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할 것이다( 당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69 판결 ,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위 전공의들이 아두골반불균형이 진단되지 아니한 진료기록부에 의존하여 흡입분만을 시도하였기 때문에 그 흡입분만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인정되기는 하지만, 이 사건 흡입분만의 과정이나 그 결과에 비추어 보면, 앞서 추정된 바와 같은 과도하고도 무리한 흡입분만은 의사의 재량이나 의료수준에 의하여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흡입분만을 시도하는 의사에게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정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에게 위 전공의들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제2점에 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전공의들의 과실 외에 달리 태아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어떤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유탈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은 결론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