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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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침해금지등]

판시사항

[1] 필기구 제조업체의 잉크제조 관련 기술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부정한 수단'의 내용

[3]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 소정의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할 의무'의 내용

[4] 필기구 제조업체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를 습득한 자가 타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그 회사에서 기술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든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5] 위 [4]항의 타 회사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6]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전에 영업비밀을 취득한 자가 같은 법 시행 후에 그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 여부(적극)

[7]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의 인정 취지 및 금지기간의 인정 기준

[8] 영업비밀을 취득한 자가 그 영업비밀을 자신의 노트에 기재한 행위 자체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그 노트에 기재된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하고 있다면 그 노트는 폐기를 명할 수 있는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9] 영업비밀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에 대한 폐기를 명하기 위한 심리 방법

판결요지

[1] 필기구 제조업체에 있어서 잉크제조의 원료가 되는 10여 가지의 화학약품의 종류, 제품 및 색깔에 따른 약품들의 조성비율과 조성방법에 관한 기술정보는 가장 중요한 경영요소 중의 하나로서, 그 기술정보가 짧게는 2년, 길게는 32년의 시간과 많은 인적, 물적 시설을 투입하여 연구·개발한 것이고, 생산 제품 중의 90% 이상의 제품에 사용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그 기술정보 보유업체의 영업의 핵심적 요소로서 독립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그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아니함은 물론 당해 업체의 직원들조차 자신이 연구하거나 관리한 것이 아니면 그 내용을 알기 곤란한 상태에 있어 비밀성이 있고, 당해 업체는 공장 내에 별도의 연구소를 설치하여 관계자 이외에는 그 곳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모든 직원들에게는 그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연구소장을 총책임자로 정하여 그 기술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으로 비밀관리를 하여 왔다면, 그 기술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당해 업체가 외국의 잉크제품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보유하게 되었다거나, 역설계가 허용되고 역설계에 의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그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이 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 사례.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전단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이라 함은 절취·기망·협박 등 형법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의무의 위반 또는 그 위반의 유인(誘引) 등 건전한 거래질서의 유지 내지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위에 열거된 행위에 준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나 수단을 말한다.

[3]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에서 말하는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할 의무'라 함은 계약관계 존속 중은 물론 종료 후라도 또한 반드시 명시적으로 계약에 의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뿐만 아니라 인적 신뢰관계의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상 또는 묵시적으로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경우를 포함한다.

[4] 필기구 제조업체의 연구실장으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를 습득한 자가 계약관계 및 신의성실의 원칙상 퇴사 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타 회사로부터 고액의 급여와 상위의 직위를 받는 등의 이익을 취하는 한편 타 회사로 하여금 잉크를 제조함에 있어서 그 기술정보를 이용하여 시간적·경제적인 면에서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하여 타 회사로 전직하여 타 회사에서 그 기술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사용하여 잉크를 생산하거나 생산하려고 한 경우, 그러한 행위는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에서 행하여진 것으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 소정의 영업비밀 유지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5] 위 [4]항에서 그 연구실장을 스카우트한 회사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영업비밀 부정취득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6]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영업비밀을 같은 법 시행 후에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같은 법 부칙 제2조 후단에 의하여 허용되나, 나아가 그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7]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 내지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 기술의 급속한 발달상황 및 변론에 나타난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상당한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영구적인 금지는 제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조장하고 종업원들이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상치되어 허용될 수 없다.

[8]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고용되어 영업비밀을 취득한 자가 그 영업비밀을 자신의 노트에 기재한 행위 자체는 영업비밀의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타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그 노트에 기재된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하고 있다면 그 노트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2항 소정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계속될 염려가 있다면 그 노트에 대한 폐기를 명할 수 있다고 한 사례.

[9] 영업비밀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에 대한 폐기는 그 현존 여부를 밝힌 다음 그 소유자나 처분권한이 있는 자에게 명하여야 한다.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주식회사 모나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항순 외 4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주식회사 마이크로 세라믹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만운)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6. 2. 29. 선고 95나1442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노트폐기를 명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해당하는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의 가.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는 잉크제조의 원료가 되는 10여 가지의 화학약품의 종류, 제품 및 색깔에 따른 약품들의 조성비율과 조성방법에 관한 것인데, 이는 원고 회사와 같은 필기구 제조업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영요소 중의 하나로서 원고 회사가 짧게는 2년, 길게는 32년의 시간과 많은 인적, 물적 시설을 투입하여 연구·개발한 것이고, 원고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 중의 90% 이상의 제품에 사용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원고 회사의 영업의 핵심적 요소가 되고 있는 기술정보로서 독립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그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아니함은 물론 원고 회사의 연구소 직원들조차 자신이 연구하거나 관리한 것이 아니면 그 내용을 알기 곤란한 상태에 있어 비밀성이 있고, 원고 회사는 공장 내에 별도의 연구소를 설치하여 관계자 이외에는 그 곳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모든 직원들에게는 그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연구소장을 총책임자로 정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으로 비밀관리를 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후, 따라서 이 사건 기술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원고 회사가 외국의 잉크제품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보유하게 되었다거나, 역설계가 허용되고 역설계에 의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이 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규정내용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영업비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원심이 영업비밀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였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 제1, 2점과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의 나.다. 및 제2점의 가.에 대하여(상고이유서제출기간 경과 후에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상원이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의 상고이유는 위 원고의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에서 판단한다. 아래의 원고의 상고이유 제3점 부분에 관해서는 같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전단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이라 함은 절취·기망·협박 등 형법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의무의 위반 또는 그 위반의 유인(誘引) 등 건전한 거래질서의 유지 내지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위에 열거된 행위에 준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나 수단을 말하고, 같은 제3호 (라)목에서 말하는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할 의무'라 함은 계약관계 존속 중은 물론 종료 후라도 또한 반드시 명시적으로 계약에 의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뿐만 아니라 인적 신뢰관계의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상 또는 묵시적으로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경우를 포함한다 고 설시하면서, 피고 이동섭이 원고 회사에 입사할 때 원고 회사의 업무상 기밀 등을 누설하지 않기로 서약하였던 점, 퇴직 후 회사의 기밀 및 영업방침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원고 회사의 취업규칙의 규정, 이 사건 기술정보의 영업비밀로서의 성질과 그 경제적 가치 및 원고 회사와 피고 이동섭 사이의 이익교량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피고 이동섭은 계약관계 및 신의성실의 원칙상 원고 회사에서 퇴사한 후에도 상당 기간 이 사건 기술정보에 대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피고 이동섭은 피고 회사로부터 고액의 급여와 상위의 직위를 받는 등의 이익을 취하는 한편 피고 회사로 하여금 잉크를 제조함에 있어서 이 사건 기술정보를 이용하여 시간적·경제적인 면에서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하여 피고 회사에서 이 사건 기술정보를 공개하고 스스로도 피고 회사에서 원고 회사가 보유하는 이 사건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잉크를 생산하거나 생산하려고 하였으므로, 피고 이동섭의 이러한 행위는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에서 행하여진 것으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고 (다만, 피고 이동섭이 이 사건 노트에 이 사건 기술정보를 기재하여 작성한 행위 자체는, 그 목적이 위 피고 자신이 정규대학이 아닌 전문대학을 졸업한 관계로 장차 관리자가 되었을 때에 정규대학을 졸업한 부하직원들을 지도하고 후일 새로운 잉크를 개발하는 데 참고하기 위하여 자신의 소유인 이 사건 노트에 기재하여 둔 것에 불과하므로, 비록 원고 회사의 방침상 이 사건 기술정보를 개인의 노트에 옮겨 적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하더라도 원고 회사가 이를 이유로 피고 이동섭을 내부적으로 문책할 수 있을지언정 피고 이동섭의 이러한 행위를 두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전단 소정의 '부정취득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피고 회사는 자신의 직원인 소외 조창현, 박순환을 통하여 원고 회사에서 14년 넘게 근무하여 오면서 당시 원고 회사 연구소의 제1연구실장으로 있어 유성잉크 제조에 관하여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 회사의 유성잉크의 제조방법에 관한 중요한 기밀사항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수성 잉크, 사무용 풀 등의 제조방법에 관하여서까지 이를 습득할 수 있는 피고 이동섭을 원고 회사에서 보다 높은 직위와 급여를 주기로 하는 등 스카우트 조건에 관하여 협의한 후 피고 회사가 위 직원으로 채용한 점, 피고 이동섭이 1993. 1. 8. 신병치료와 사출공장을 하는 동생을 돕겠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를 퇴사하였으나 실제로는 같은 달 1.자로 피고 회사에 입사하고서도 원고 회사에 대하여서는 위 전직사실을 숨긴 점, 피고 회사가 별다른 연구, 개발실적이 없이 피고 이동섭을 스카웃한 후 단기간이 지난 1994. 11. 2. 내지 같은 달 5.까지 사이에 한국종합전시장에 원고 회사의 제품인 염료타입 메모리펜과 그 성분이 동일 또는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여지는 형광펜 6색을 생산하여 '이미지'라는 상표를 붙여 전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회사는 단지 피고 이동섭이 원고 회사에서 다년간 근무하면서 지득한 일반적인 지식, 기술, 경험 등을 활용하기 위하여 그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피고 이동섭이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면서 원고 회사로부터 습득한 특별한 지식, 기술, 경험 등을 사용하기 위하여 그를 고용하여 이러한 비밀을 누설하도록 유인하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원고 회사가 보유하는 이 사건 기술정보를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전단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유형에 해당한다 하겠으므로, 결국 피고들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또는 (라)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판단한 다음, 다만 부정경쟁방지법 부칙 제2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 이동섭은 위 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이 사건 영업비밀을 위 법 시행 후에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나, 나아가 피고 이동섭이 이 사건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하고,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행위나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기록과 관련법규에 의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영업비밀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 및 이유불비의 위법은 없다.

피고 이동섭이 이 사건 기술정보를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전인 1985. 5.경부터 1992. 11.경까지 사이에 후배지도, 잉크개발 참고자료 등의 목적으로 위 노트에 기재한 행위 자체, 또는 위 노트를 원고 회사 밖으로 무단 유출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소정의 영업비밀 부정취득행위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서, 피고 이동섭 개인이 이 사건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이나, 피고 회사는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지 않았고, 피고 이동섭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원고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한 사실이 없다거나, 피고 이동섭은 자신이 직접 이 사건 영업비밀을 사용한 것일 뿐 피고 회사에 사용하게 하거나 공개한 일이 없고, 또한 피고 이동섭은 독자적으로 이 사건 영업비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피고 회사에서 이를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영업비밀의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피고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도 모두 이유 없다.

3.  원고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기술정보가 영업비밀로 보호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선의의 경쟁자가 독자적인 연구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와 동일한 내용의 잉크 등 제조방법을 취득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사용 내지 공개를 무한히 금지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고도의 산업 및 정보화 사회에서 원고 회사의 직원이었던 피고 이동섭의 생계활동 및 직업선택의 자유와 피고 회사의 영업활동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의 일종으로서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허권 등의 보호와 비교하여서도 원고 회사에게 필요 이상의 과다한 법적 보호를 부여하여 균형이 맞지 않게 되며, 현대산업사회에 있어 기술은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발전해 나가고 있어 이 사건 기술정보도 그다지 멀지 않은 시일에 역공정에 의하여 널리 알려지거나 더 좋은 제조방법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아무 쓸모없는 것으로 되어 버려 영업비밀의 성질을 상실하리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 내지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하며, 만약 영구적으로 금지시킨다면 이는 제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조장하고 종업원들이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상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 사건 기술정보의 사용 및 금지기간은 피고들이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상당한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기술의 급속한 발달상황 및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피고 회사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의 사용 및 공개의 금지기간은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원칙적으로 3년으로 정하고, 다만 원고가 자체 개발하는 데 위 기간 미만의 기간인 2년이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일부 기술정보에 관하여서는 원고 주장의 기간인 2년 동안으로 정하였는바, 기록과 관련법규에 의하면,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증거 없는 사실인정이나 모순되는 사실판단, 이유모순의 위법은 없다. 논지도 모두 이유 없다.

4.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의 나. 및 제3점(피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의 가항 중 노트폐기에 관한 부분 포함)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노트는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일 뿐만 아니라 피고들이 이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장차 침해행위를 계속하거나 그렇게 할 우려가 있어 이를 피고들의 수중에서 없애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피고들은 이 사건 노트 1권을 폐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이동섭이 이 사건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이를 자신의 소유인 위 노트에 기재한 행위 자체는 영업비밀의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위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후에 위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행위는 그 침해행위를 구성하는 것이고,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후에 피고 이동섭이 피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그 노트에 쓰인 기술정보를 이용하여 잉크를 제조함으로써 이 사건 영업비밀을 피고 회사에 공개하는 데 제공되고 있다면 이 사건 영업비밀이 기재된 위 노트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2항 소정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계속될 염려가 있다면 이 사건 노트에 대한 폐기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비록 위 노트의 사본이 증거로 제출되어 기록에 현출되어 있다고 하여도 달리 볼 것은 아니며, 그 내용 중의 일부는 피고 이동섭이 직접 연구·개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 이동섭의 연구 내용은 원고 회사에 고용되어 급여를 받으면서 담당한 업무 그 자체이고, 원고 회사의 기자재와 연구 설비 및 다른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참조하여 연구한 것이며, 그 내용이 위 피고가 일반적인 지식, 기술, 경험 등을 활용하여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원고 회사의 영업비밀이 되는 것이므로 달리 볼 것이 아니다.

그러나, 위 노트의 폐기는 그 현존 여부를 밝힌 다음 그 소유자나 처분권한이 있는 자에게 명하여야 할 것인바,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은 위 노트가 현존하고 있는 것인지, 누가 소지하고 있는지, 또는 그에 대한 소유권이나 처분권한이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를 심리하여 밝히지 아니한 채 피고들에게 그 폐기를 명한 것은 침해행위 조성물의 폐기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 또는 이행불능의 항변에 대한 판단유탈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노트의 폐기를 명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의 상고와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에 해당하는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주심) 안용득 신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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