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사실에 대한 거증책임 및 증명력의 정도와 민사재판상의 입증책임과의 관계
[2] 피고인이 용도를 입증하지 못한 금액을 피고인이 횡령한 것이라고 인정한 원심판결을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거증책임의 원칙과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1]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민사재판이었더라면 입증책임을 지게 되었을 피고인이 그 쟁점이 된 사항에 대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여 위와 같은 원칙이 달리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2] 피고인이 금원을 횡령하였다는 사실은 어디까지나 검사가 이를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원심이 민사재판에 있어서의 입증책임분배의 원칙을 유죄 인정의 근거의 하나로 내세워 피고인이 그가 보관하던 대여금 총액 중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사용하였거나 피해자에게 반환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한 차액 상당의 금원을 횡령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거증책임의 원칙과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원심이 인용한 증거들로써는 위 차액 상당의 금원을 횡령한 것이라고 인정하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2]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공1994하, 2679),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3도2404 판결(공1995상, 135)
피고인
변호사 변재일 외 1인
부산지법 1995. 11. 29. 선고 95노2873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의 변호인들 및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사채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1990. 7. 20. 11:00경 부산 서구 부민동 1가 170의 3 소재 황록다방에서 피해자 이의조로부터 동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금 1,220,000,000원을 차용하여 그 차용금으로 위 피해자가 위 부동산에 각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기히 대출받은 공소외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삼성생명이라고만 한다) 및 주식회사 파라다이스흥업 상호신용금고(이하 신용금고라고만 한다)에 대한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위 각 근저당권을 해지한 후 새로운 채권자들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소개비, 선이자, 등기비용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을 피해자에게 교부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같은 달 21. 위 부동산에 대하여 피고인 및 공소외 석광기, 노시종, 박을애 등 4인(이하 피고인 등 4인이라고 한다)을 공동채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금 1,92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위 석광기로부터 금 1,000,000,000원, 위 노시종으로부터 금 150,000,000원, 위 박을애로부터 금 50,000,000원을 각 받고 피고인이 금 20,000,000원을 내어 합계 금 1,220,000,000원을 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던 중, 같은 해 8. 1. 부산 동구 범일동 830의 55 소재 위 신용금고에서 대위변제한 위 피해자의 같은 신용금고에 대한 채무원리금 465,866,533원 및 같은 해 7. 28.자로 대위변제한 위 삼성생명에 대한 채무원리금 등 금 320,959,178원, 위 금전대여에 관한 소개비 금 72,000,000원, 위 대여금에 대한 3개월분 선이자 금 90,500,000원, 근저당권말소 및 설정등기 수수료 금 13,500,000원 등 피고인이 위 피해자를 위하여 지급한 금액을 결산한 다음, 이미 같은 해 7. 28. 위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한 금 170,040,822원 외에 같은 해 8. 1. 금 7,523,847원을 지급하는 등 합계 금 177,564,669원만을 위 피해자에게 교부하고 나머지 차액 금 78,542,716원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그 무렵 부산시내 일원에서 피고인의 사채업 자금 등의 용도로 임의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라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제1심판결은 그 거시증거에 덧붙여 판단하기를, 이 사건 쟁점은 결국 피고인이 위 피해자에게 빌려준 금 1,220,000,000원 중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신하여 갚아준 채무 내지 그 비용과 직접 피해자에게 건네 준 금원을 공제하고서도 남아 있는 금원이 있고, 이를 피고인이 횡령하였느냐 여부에 있다 할 것인데, 피고인이 빌려준 총액과 피고인이 대신 갚아준 채무 내지 그 비용 간에는 금 256,107,385원의 차액이 발생하고 그 중 피해자는 시종일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2회에 걸쳐 합계 금 177,564,669원만을 받았을 뿐이라고 자인하고 있음에 대하여 피고인은 그 어떤 반증도 대지 못하고 있으며, 한편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미지급금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입증책임분배의 원칙상 피해자가 수령하였음을 자인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금원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그 지급에 관한 입증책임을 지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용도를 밝히지 못한 나머지 차액 금 78,542,716원은 피고인이 이를 횡령한 것으로 인정함이 옳다고 판시하고 있다.
3. 당원의 판단
가. 제1점에 대하여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민사재판이었더라면 입증책임을 지게 되었을 피고인이 그 쟁점이 된 사항에 대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여 위와 같은 원칙이 달리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위 차액 상당의 금원을 횡령하였다는 사실도 어디까지나 검사가 이를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원심이 민사재판에 있어서의 입증책임분배의 원칙을 유죄 인정의 근거의 하나로 내세워 피고인이 그가 보관하던 이 사건 대여금 총액 중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사용하였거나 피해자에게 반환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한 위 차액 상당의 금원을 횡령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거증책임의 원칙과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나. 제2점에 대하여
나아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들고 있는 유죄의 증거들에 관하여 본다.
(1) 먼저 제1심이 들고 있는 피고인의 검찰 및 제1심 공판정에서의 각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검찰 이래 원심 공판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은 위 피해자의 부탁으로 이미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던 동인의 위 삼성생명 및 위 신용금고 등에 대한 기존 대출금채무 등을 변제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으로서 피고인 등 4인이 마련한 합계 금 1,220,000,000원을 대여하기로 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위 피해자를 위한 대위변제금 등으로 사용하였거나 그에게 직접 지급한 것으로서 그 용도가 밝혀진 것이라고 인정한 금원 외에 위 차액 금 78,542,716원도 피고인이 위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다른 채권자 2인의 가압류해제비용과 피고인이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하여 미리 가져간 돈 등으로 그 전액을 같은 피해자를 위하여 사용하였거나 그에게 지급하였으며, 위 피해자와 사이에 1990. 8. 1.경 위 대여금 총액에 관한 정산까지 마쳤는데, 그로부터 4년 이상이 지난 뒤에 이르러서야 위 피해자가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미 관련자료를 모두 폐기하였거나 피해자에게 반환하였고, 그 구체적인 지급 항목이나 금액 등을 기억할 수도 없어서 위 차액의 용도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이며, 더욱이 위 피해자는 피고인이 위 차액을 횡령하였다는 일자 이후에도 피고인 등 4인의 채권자들에게 위 차용금에 대한 일부 이자를 더 지급하였고, 그 후 피해자가 위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인 등 채권자들이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는데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으며, 오히려 위 경매절차 종결 이후에도 피고인 등 4인의 위 피해자에 대한 대여금 채권원리금 중 일부 금 140,000,000원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피고인이 위 차액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점을 극력 부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각 진술은 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의 위 변소 내용 중 아직 용도가 밝혀지지 아니한 위 차액에 관한 주장 부분을 명백히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아니하나, 위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등기부등본(수사기록 93면)의 기재상 이 사건 대여일 무렵을 전후하여 공소외 이춘상, 오권석 등 2인의 또 다른 채권자가 위 부동산을 가압류하였다가 해제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변소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 밖에 나머지 변소내용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되는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이 이미 당사자 간에 거래관계를 정산하고 별다른 이의 없이 4년 이상이나 경과한 후라면, 피고인이 적은 금액도 아닌 이 사건 대여금 총액에 관하여 그 구체적인 지출항목과 금액 등을 낱낱이 밝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이므로, 달리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는 한 피고인이 그와 같은 입증을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위 차액 상당의 금원을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주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위 피해자의 검찰 및 제1심 공판정에서의 각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위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에 관한 정산 후의 잔액을 지급받고서도 약 4년여가 지나도록 별다른 이의없이 지내오다가 뒤늦게 피고인이 대위변제한 내역 등에 의문을 품고 1994. 10. 중순경 위 신용금고로부터 같은 금고에서 변제받은 금액에 관한 확인서를 발급받아 보았던바, 마침 담당 직원의 착오로 실제 변제받은 항목 중 일부 금 22,490,410원이 누락되어 피고인으로부터 합계 금 443,376,153원을 대위변제받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받게 되자 이를 근거로 삼아 피고인이 실제로 대위변제한 것은 위 금액뿐인데도 피고인이 자신에게 위 신용금고에 대한 변제금액이 금 571,001,812원이라고 기재한 메모지까지 주면서 위 금액을 전제로 하여 정산을 마쳤으므로 피고인이 대위변제하였다고 한 금액과 위 신용금고에서 실제로 지급받은 금액과의 차액은 피고인이 이를 편취한 것이라는 요지의 고소장을 제출한 후 검찰에서도 주로 그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그 밖에 이 사건 대여금 총액을 금 1,200,000,000원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인은 자신에게 금 20,000,000원을 대여한 적이 없고,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액은 합계 금 156,039,010원이며, 위 대여금에 대한 선이자로서 공제한 금원도 2개월분 금 60,000,000원이라고 각 진술하는 한편 이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라고 하여 메모사본(수사기록 48면)과 수첩사본(수사기록 68면)까지 제출하였으나, 그 후 수사결과 피고인이 위 신용금고에 위 피해자를 대위하여 변제한 금액이 금 465,866,533원인 것으로 명백히 밝혀지자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원은 합계 금 177,564,669원이라고 고쳐서 진술하고, 자신의 종전 진술에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된 위 수첩은 검찰에 사본을 제출한 이후 분실하였다는 이유로 그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검사는 당초 위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로서 위 신용금고에 대한 대위변제금 항목에서 피고인이 위 피해자에게 액수를 속였다는 금 105,001,812원(571,001,812-465,866,533) 상당을 피고인이 횡령한 것이라는 요지의 공소를 제기하였던바, 위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내세우는 피고인 작성의 위 메모사본의 기재는 위 신용금고에 대한 대위변제금액을 적은 것이라고 볼 수 없는데다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통하여 미리 위 신용금고에 대한 연체된 채무원리금의 액수를 알아보고 거래은행으로부터 그에 상응한 액면 금 465,900,000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1매를 발급받아 소지하고 위 신용금고에 찾아가서 위 금 465,866,533원을 변제한 점 등(피해자도 당시 피고인과 위 신용금고 옆 다방까지 동행한 사실은 이를 시인하고 있다. 공판기록 352면) 그 설시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주위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위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믿을 수 없고 오히려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제1심에서부터 무죄로 인정되었고, 원심도 위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배척함으로써 제1심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확정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사실관계를 놓고 보더라도, 위 신용금고에 대한 대위변제와 관련한 위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것이 못되며, 원심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전제한 사실관계와 대조하여 보아도 위 피해자의 이 사건 대여금 총액에 관한 진술이나 피고인도 금 20,000,000원을 대여한 공동채권자인지 여부 및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위 대여금에 관한 선이자로서 지급받은 금액이 얼마인지 등에 관한 진술은 모두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오히려 어긋나고, 피고인이 반환하지 아니한 금액의 유무와 그 액수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았다는 금액에 관한 전후 진술 역시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모순되거나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위 피해자의 진술 역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3) 그 밖에 제1심이 들고 있는 나머지 증거들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것이거나, 위 대여금 총액 중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내역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아직 용도를 밝히지 못한 위 차액 상당을 횡령한 것이라고 인정할 자료가 될 수 없는 것들이다.
(4) 결국 위 각 증거들로서는 피고인이 위 차액 상당의 금원을 횡령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은 위 증거들을 인용하여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증거없이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을 그르쳐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 역시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