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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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집44(2)민,250;공1996.12.1.(23),3406]

판시사항

[1] 경찰관의 긴급구호권 불행사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

[2] 정신질환자인 세입자에 의해 살해당한 집주인의 유족이 정신질환자의 평소 행동에 대한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미개시 및 긴급구호권 불행사를 이유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를 배척한 사례

판결요지

[1] 긴급구호권한과 같은 경찰관의 조치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상황하에서 경찰관에게 그러한 조치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그 불행사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불행사는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게 되어 국가배상법 상의 다른 요건이 충족되는 한, 국가는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

[2] 정신질환자의 평소 행동에 포함된 범죄 내용이 경미하거나 범죄라고 볼 수 없는 비정상적 행동에 그치고 그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보더라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집주인 살인범행에 앞서 그 구체적 위험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경찰관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그 정신질환자를 훈방하거나 일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등 경찰관직무집행법 의 규정에 의한 긴급구호조치를 취하였고, 정신질환자가 퇴원하자 정신병원에서의 장기 입원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되도록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의뢰를 하는 등 그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한 이상, 더 나아가 경찰관들이 정신질환자의 살인범행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 만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거나 입건·수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미개시 및 긴급구호권 불행사를 이유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를 배척한 사례.

원고,상고인

신진하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민섭 외 1인)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기록과 관계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옳은 것으로 여겨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증거판단을 잘못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심리를 미진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할 책무가 있으므로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자의 처벌희망의사의 유무에 불구하고 수사를 개시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등과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도 직무로 하고 있고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범죄수사뿐만 아니라 범죄의 예방 및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하여서도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러한 권한의 하나로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 , 제7항 은,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정신착란 등으로 인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와 재산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자임이 명백하고 응급의 구호를 요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발견한 때에는, 보건의료기관 등에 응급구호를 요청하거나 24시간의 범위 내에서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경찰관의 긴급구호 내지 보호조치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피해자인 소외 김현숙 등으로부터 그 집 지하방에 세들어 사는 소외 1이 정신질환자로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이를 제지하는 위 피해자에 대하여 죽여버린다고 고함을 치는 등 소란을 부린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신고를 받고서, 관할 파출소의 경찰관들이 위 소외 1을 연행하여 입건, 수사하지 아니하고 뚜렷한 죄목이 없다고 훈방하거나 정신병원에 잠시 입원조치하여 위 소외 1로 하여금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게 하였다고 할지라도, 위 소외 1의 행동에 포함된 범죄내용이 경미하거나 범죄라고 볼 수 없는 비정상적 행동에 그치고 그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위 소외 1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의 규정에 해당하여 응급의 구호를 요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위 경찰관들이 위 소외 1에 대하여 훈방하였다가 위 경찰관직무집행법 의 규정에 의한 긴급구호조치를 취하였을 뿐 입건, 수사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 이를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위 긴급구호권한과 같은 경찰관의 조치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상황하에서 경찰관에게 이러한 조치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그 불행사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불행사는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게 되어, 국가배상법 상의 다른 요건이 충족되는 한, 국가는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 이지만, 정신병원에의 장기입원이나 사회로부터의 장기격리와 같은 조치는 위 경찰관직무집행법 의 규정이 정한 경찰관의 권한을 넘는 것이고, 그 밖에 기록에 비추어 보아도 달리 위 소외 1에 의한 범행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없는데다가,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소외 1이 이 사건 살인범행에 앞서 위 피해자의 집에서 나가기까지 그에 의하여 원심 판시 피해자들의 생명침해에 대한 구체적 위험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위 파출소의 경찰관들이 그러한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수도 없으며, 이러한 사정은 위 소외 1이 위 신석균의 집에서 나간 후 다시 위 피해자의 집에 찾아오기까지도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여지는바, 이러한 구체적 상황하에서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관할 파출소의 경찰관들이 위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위 소외 1을 데려가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등 위 경찰관직무집행법 의 규정이 정한 긴급구호 등의 조치를 취하고, 그가 퇴원하자 그로 하여금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장기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되도록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의뢰를 하는 등 그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한 이상, 더 나아가 위 경찰관들이 위 소외 1에 의한 범행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 만한 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현저하게 불합리한 긴급구호권한 불행사로서 법령에 위반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하에서는, 위 소외 1에게 법률이 정한 구속사유 내지 보호구속사유가 있다거나 나아가 그가 법원에서 실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이 사건 살인범행이 저질러질 즈음에 원심 판시 피해자들과 격리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경찰관들이 위 소외 1을 입건, 수사하지 아니한 것과 원심 판시 피해자들의 사망이라는 결과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소론이 드는 판례들은 어느 것이나 이 사건에 적합하지 아니하다.

결국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경찰관의 작위의무, 예견가능성, 재량권의 한계,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이에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 신성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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