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수인의 착오를 인정하여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2] 매수인이 대리인을 통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매수인 본인에게 계약 내용, 잔금 지급 내역 등에 관하여 착오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1] 매수인의 착오를 인정하여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2] 매수인이 대리인을 통하여 분양택지 매수지분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리행위의 하자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대리인이 매도인과 분양자와의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의 1인으로서 그 계약 내용, 잔금의 지급 기일, 그 지급 여부 및 연체 지연손해금 액수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설사 매수인이 연체 지연손해금 여부 및 그 액수에 관하여 모른 채로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여 매도인과의 사이에 그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으로서는 그 자신의 착오를 이유로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1] 민사소송법 제185조 , 민법 제109조 [2] 민법 제109조 , 제116조
원고
피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이유
가.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피고와 소외 1, 소외 2 등 3인(이하 피고 등이라고 한다)이 공동 명의로 1991. 3. 18. 소외 순천시로부터 순천시 연향지구 신도심 중심 상업지역 택지 7블록 1로트 904.27㎡를 대금 783,600,000원에 분양받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외 시에 계약금 235,080,000원을 같은 날 지급하고, 중도금 313,440,000원은 같은 해 6. 15. 잔대금 235,080,000원은 같은 해 10. 30. 각 지급하기로 하고, 위 대금 지급을 지체하는 때에는 그 지체금액에 대한 그 다음날부터 당시의 금융기관 일반대출 연체금리에 해당하는 연 19%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소외 시는 피고 등으로부터 위 분양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전액 수령한 다음에 피고 등에게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기로 약정하였다.
한편, 피고 등은 내부적으로 위 매수 택지를 피고 및 위 소외 2가 1/4지분씩, 위 소외 1이 2/4지분을 매수하기로 약정한 다음 피고 등은 위 중도금 313,440,000원과 위 잔대금의 일부인 금 100,669,870원을 각 지급하였으나, 잔대금 134,410,130원은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상태에서 원고는 1994. 5. 25. 피고를 대리한 소외 1과 위 택지 중 피고의 매수지분 1/4지분을 원고가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대금은 소외 시와의 분양계약시 정한 분양대금 원가로 하되 피고가 소외 시에 당시까지 지불한 금액인 금 140,000,000원만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계약금 40,000,000원 중 금 20,000,000원을 그 날 지급하고 나머지 금 20,000,000원은 같은 달 27. 잔대금 100,000,000원은 같은 해 7. 24. 지급하기로 하고, 취득세 등 각종 공과금은 원·피고가 각 1/2씩 공동부담하기로 약정한 후 원고는 피고에게 위 약정일자에 나머지 계약금 20,000,000원도 지급하였다.
그런데, 위 잔대금 지급기일에 이르러 원고는 피고의 대리인인 위 소외 1에게 피고와 각 1/2씩 부담하기로 한 공과금 중에서 피고의 분담액을 공제한 나머지 잔대금을 지급하려고 하니 공과금 내역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였고, 위 소외 1은 공과금에 대한 1/2에 해당하는 금액 외에도 소외 시에 대한 잔대금 지급 연체로 인한 지연손해금 중 피고 부담분을 원고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알려와 원고는 잔대금 지급을 유보하고, 같은 달 28. 소외 시에 대하여 위 택지 분양대금 중 미납부 금액에 대한 지연손해금액에 관하여 문의하였던바, 그 때 비로소 소외 시에 대한 분양대금 잔금 납부기일인 1991. 10. 31.부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잔대금 지급기일 무렵인 1994. 7. 25.까지 약 2년 9개월간의 미납 분양잔대금에 대한 피고 등의 지연손해금 총액이 금 114,191,610원에 달하고 내부 약정에 따른 피고 부담의 지연손해금만도 금 28,547,902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원고는 같은 달 29. 위 지연손해금에 관한 사항을 알려 주지 아니하여 원고가 기망당하였다는 이유로 원·피고 사이의 위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되었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택지를 공동 분양받은 피고 등 상호간에 내부적으로 매수대금 분담비율이 정하여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시에게는 지연손해금 총액을 지급하지 아니하고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가 없었던 것이고 피고 부담부분만의 지연손해금도 위와 같이 많은 액수이었다면 나중에 원·피고 사이에 위 피고 부담의 지연손해금을 누구의 부담으로 할 것인가에 관하여 분쟁이 생길 여지가 있게 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지연손해금의 존재와 그 액수에 관한 사항은 원·피고 사이의 매매계약 이행 자체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되어 원고에게는 당초부터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항이 된다 할 것이고, 또 그 대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도 되는 것이므로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피고로서는 대리인인 위 소외 1을 통하여 원고에게 위 지연손해금의 존재와 그 액수에 관하여 미리 밝혀주었어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었다고 볼 것인데 그 사실을 숨기고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사실을 모르는 원고가 착오에 빠져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가 이를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가. 원심은 원고가 연체 지연손해금의 존재와 액수를 모른 채 착오로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하고 있는바, 그러나,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이를 인정하면서 채용한 증거들로는 갑 제1호증(부동산매매계약서), 갑 제2호증(내용증명),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원심에서의 원고 본인신문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그 중 갑 제1호증(부동산매매계약서)을 보면 거기에 연체 지연손해금의 부담 문제에 관한 기재가 없는 것은 분명하나, 원고와 피고와의 사이에 피고가 소외 시에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의 원금을 원고로부터 반환받으면 피고는 계약상의 권리를 상실하고 원고가 그 지위를 모두 승계하기로 한 내용 속에 기왕의 연체 지연손해금의 지급의무의 승계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이를 특별히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계약서에 연체 지연손해금 문제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이 반드시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알리지 않았다거나 당사자 사이에 그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음,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은 원고가 잔대금 지급일 무렵인 1994. 7. 말경 그를 찾아와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공과금을 알려 달라고 하기에 원고에게 피고 등의 잔대금에 대한 연체 지연손해금이 금 1억 원을 넘는다는 말을 했더니 원고가 깜짝 놀랐다는 내용에 불과하여, 피고가 계약체결시에 연체 지연손해금에 관한 내용을 원고에게 알려주지 아니하였다거나 원고가 이를 모른 채 착오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위 갑 제2호증(내용증명)과 원심에서의 원고 본인신문 결과는 그 취지가 원고가 피고 등과 소외 시와의 사이의 매매계약서를 확인하지 않았고 연체 지연손해금의 존재와 액수에 관하여 전혀 모른 채 소개인인 소외 1의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내용인바, 이들은 원고 자신이 피고에게 보낸 내용증명이거나 원고 본인신문 결과로서 원고 자신의 진술에 불과하여 그 증거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가 이 사건 택지 중 피고의 지분을 승계 취득하기 위하여는 피고가 소외 시에 기지급한 대금 1억 4천만 원을 포함하여 총 1억 9천여 만 원(7억 8천×1/4)을 출연하여야 하는데, 통상 그러한 거액을 출연해야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우선 위 택지에 관하여 피고 등과 소외 시 사이에 체결되었다는 매매계약의 내용(대금 총액과 그 지급기일 등 여러 계약조건)이 어떠한지, 피고 등이 그 대금 중 이미 지급한 액수와 현재 남아 있는 액수가 얼마인지, 그 중에서 피고가 부담하여야 할 액수는 얼마인지, 잔액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연체된 것인지, 연체된 것이라면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확인하여 본 다음에 매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도 그 확인을 위하여 피고 등과 소외 시와의 사이의 매매계약서를 확인하거나 소외 시로부터의 공동매수인의 1인으로서 원고에게 위 택지를 소개한 위 소외 1로부터 그 내용을 들어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갑 제2호증과 원고본인신문 결과는 이를 쉽사리 믿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와 위 소외 1이 위 계약체결 전에 원고에게 잔금의 연체 사실을 알려주었고 원고가 이를 승계하여 지급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는 취지의 제1심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가 연체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전혀 모른 채 착오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여 원고의 취소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나. 또 원심은 위 소외 1이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원고와의 사이에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였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위 소외 1이 피고의 대리인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원고 자신도 그 본인신문에서 "원고가 계약서 인쇄분을 작성하여 소외 1에게 주면서 여수에 가서 피고와 계약하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고 진술하여 위 소외 1이 원고의 대리인인 듯이 진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기록 206면), 제1심 증인 소외 1(기록 73면), 소외 2(기록 141면)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소외 1이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피고와의 사이에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채증법칙에 위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소외 1이 피고의 대리인이 아닌 원고의 대리인이라면, 대리행위의 하자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민법 제116조 ), 위 소외 1은 피고 등과 소외 시와의 사이의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의 1인으로서 그 계약 내용, 잔금의 지급기일, 그 지급 여부 및 연체 지연손해금 액수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가사 원고가 연체 지연손해금 여부 및 그 액수에 관하여 모른 채로 위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여 피고와의 사이에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그 자신의 착오를 이유로 피고와의 위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점에 관하여도 더 심리하여 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