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체협약서의 증명력 및 단체협약규정의 해석 방법
[2] "정년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단체협약규정을 재량조항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단체협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에 의하여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2] "정년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단체협약규정에 대하여 그 제정경위, 변천 과정, 교섭 당시의 상황 및 합의과정 등에 비추어 의무조항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규정을 재량조항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노동조합법 제33조 , 제36조 , 민사소송법 제328조 [2] 노동조합법 제33조 , 제36조 , 민사소송법 제328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천)
대우중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대섭)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의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본문에는 조합원의 정년은 만 55세로 하고, 정년퇴직일자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해당 월의 말일로 하며, 본인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1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위 같은 항 단서에는 정년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고, 이 경우 임금은 퇴직 전 1년간의 평균임금의 90%를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 원고(1937. 4. 20.생)는 1980. 12. 9. 피고의 직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1992. 4. 30. 정년에 달하였으나,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본문 규정에 따라 정년이 1년 더 연장되어 1993. 4. 30. 정년이 된 사실, 원고는 연장된 정년이 임박한 1993. 3. 12. 피고에게 1년간의 촉탁근무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해 4. 20.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사실을 확정한 다음,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정년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규정은 피고의 의무규정이므로 원고가 촉탁근무를 신청한 이상 원·피고 사이에는 위 규정에 의한 촉탁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피고 조합원의 정년연장 또는 퇴직 후 촉탁근무와 관련하여 1988. 11. 4.자로 체결된 단체협약 제34조는 "조합원의 정년은 만 55세로 하되 본인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1년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그 후 위 조항은 1991. 2. 20.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으로 일부 개정되어 1992. 8. 8.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1994년에 체결된 단체협약에서는 정년을 57세로 정하고, 정년의 연장 또는 촉탁근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된 사실, 위 1991. 2. 20. 자 단체협약이나 1992. 8. 8. 자 단체협약에서는 촉탁근무의 정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나,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하면 '촉탁직원'은 '당사가 필요로 하는 소정의 기술 또는 기능을 소지한 자 중 회사가 요구하는 일정기간 동안만 그 업무에 보함이 적당하다고 인정된 자로서 계약체결에 동의한 자'라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1992. 1. 1.부터 1994. 1. 31.까지 사이에 32명의 정년퇴직자 중 4명의 근로자에게만 촉탁근무를 허용하고, 나머지 직원에 대하여는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아예 그 신청 자체가 없었던 사실, 피고의 위와 같은 촉탁근무 신청의 처리관행에 대하여 원고를 제외하고는 노동조합이나 해당 근로자측으로부터 정식으로 이의가 제기된 적이 없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그 문면 자체와 피고의 인사규정 등 관련 규정이나, 그 동안의 운영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근로자의 촉탁근무 요청이 있는 경우 사용자인 피고가 회사의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능력과 근무태도 등을 감안하여 그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재량조항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는 달리 사용자인 피고에게 반드시 이를 승낙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는 의무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조항이 의무조항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단체협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에 의하여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또한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 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다카306 판결 참조).
살피건대, 우선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그 문면만으로는 위 단서에 규정된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본인이 촉탁근무를 요청하면 피고는 회사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도 있는 것으로서 회사에게 그 재량권이 부여된 재량조항인지, 아니면 근로자가 촉탁근무를 요청하면 피고로서는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반드시 이를 승인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의무조항인지의 여부가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위 단체협약서의 제3조는 "본 협약에 정한 기준은 노동관계법상의 기준과 회사가 정한 제 규칙, 규정 및 조합원과 맺은 개별근로계약보다 우선하며, 이 협약 기준과 다른 경우에는 상위의 근로조건을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제126조에는 "본 협약의 해석은 일방이 임의로 해석할 수 없으며, 노사 쌍방의 견해가 다를 경우에는 교섭 당시 노사실무위의 해석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이 위 단서 조항의 문면만으로 그 뜻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원·피고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단체협약서 제126조의 규정에 따라 먼저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해석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현재 위 단서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여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통일된 해석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위 단서 조항이 단체협약서의 내용에 포함되게 된 경위와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합의과정 등을 참작하여 법원이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위 단서규정은 1988. 11. 4.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는 그 내용이 규정된 바가 없었다가 1991. 2. 20.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서에서 비로소 그 내용이 포함되어 1992. 8. 8.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었고, 갑 제8호증의 7 내지 10 (각 '90 단체협약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1990. 12. 3. 열린 1990년도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측이 처음으로 정년퇴직 후 촉탁근무 형식으로 2년간 근무기간을 연장하여 58세까지 근무하게 하여 줄 것을 요구하자, 1991. 1. 9. 회사측은 촉탁근무를 받아들이되 그 기간을 1년으로 하자고 수정제의하여, 결국 같은 달 30.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와 같은 내용에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위 1991. 1. 30. 자 단체교섭시 피고는 별도의 정년 연장 없이 정년 자체를 56세로 재조정하고 1년간은 촉탁근무토록 하자고 주장하는 노동조합측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인은 "형식은 55세로 놔두고 실질적으로는 57세까지 근무한다는 뜻만 받아들이면 된다."는 취지로 노동조합 측을 설득한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다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와 노동조합 간에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이어져 오다가 1994년 단체협약 체결시에는 아예 정년 자체가 57세로 변경된 사실 등 위 단서 조항이 제정되기까지의 경위나 그 변천 과정, 특히 교섭 당시 노사실무위에서 오고간 노사 쌍방간의 대화 내용이나 그 합의 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으며, 임금은 퇴직 전 1년간의 평균임금의 90%를 지급한다."는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정년퇴직한 근로자가 회사에 대하여 촉탁근무를 요청하여 오면, 회사는 재량의 여지없이 그 근로자를 촉탁근무의 형식으로 1년간 더 근무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에 대한 의무규정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제31조 제1항 단서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발생한 이 사건 분쟁에 있어서 위 단체협약서 제126조에 따라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견해가 최우선적인 기준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교섭과정과 그 내용을 도외시한 채, 피고의 인사규정상의 '촉탁직원'의 정의나 그 동안 피고의 일방적인 해석에 근거한 위 단서규정의 운영상황 등만으로 위 단서의 규정을 원고에게 불리하게 해석하여, 이를 피고의 재량규정으로 판단한 원심은 필경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나,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규정의 해석을 그르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