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도1888 판결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도188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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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판시사항

가.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달리 사실인정하는 것이 불고불리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나. 교통사고에 관하여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도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인정하였다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교통사고에 있어서의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이 사고의 일시, 장소, 사고지점 부근의 상황, 사고의 결과, 적용법조는 물론 사고발생에 있어서의 피고인의 과실 즉 피고인이 왕복 1차선 다리를 지나 자기 차선으로 복귀하여 진행하지 아니하고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중앙선을 넘어 진행하다가 사고 직전에야 비로소 자기 차선으로 급히 복귀하려 하였으나 미치지 못한 점 등에 있어서 동일하고, 다만 공소사실은 거기에 덧붙여 사전에 피고인이 피해자 운전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가 자기 차선으로 진입하기는 하였으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정상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므로 더욱더 승용차의 동태를 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부연한 것에 불과하다면, 법원이 피해자 운전의 승용차가 비정상적으로 운행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단순히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다리를 지난 후 바로 자기 차선으로 진입하여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서로 기본적인 사실에 있어서 동일하고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본 사례.

상고인

피고인변호인 변호사 오병선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1994.6.16. 선고 94노2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17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 유

1. 피고인의 상고이유와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4, 5점을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1992. 10. 11. 11:20경 판시 덤프트럭을 운전하여 경기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소재 308번 지방도로상을 강하면 방면에서 양평읍 방면으로 시속 약 70km로 운행한 사실, 이 사건 사고지점에서 약 200m 전방의 도로에는 서행 및 위험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고 곧이어 약 6도 내지 7도의 내리막으로서 완만하게 좌로 굽어 있으며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90m 전방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고, 횡단보도를 지나면 폭이 약 5m되는 왕복 1차선의 다리(전수교)가 있어 노폭 약 6.6m의 편도 1차선에 이어지고 그로부터 사고지점까지 약 60m는 직선도로이나 곧이어 급한 좌회전 커브길이 이어지며, 위 다리를 지나기 전의 제한 속도는 시속 30km인 사실, 사고 당시 피고인은 전방 약 100m 지점에서 대향차선으로 진행하여 오는 피해자 배종헌 운전의 판시 프레스토 승용차를 발견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준수하고 위 다리를 지날 때는 서행하여 위 다리를 지난 후 곧바로 자기차선으로 진입하여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위 승용차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경신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시속 약 70km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도로 한가운데로 운행한 과실로 위 프레스토 승용차가 마주오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오른쪽으로 피양하여 자기차선으로 진입하였으나 미치지 못하고 위 덤프트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급히 중앙선을 넘어 좌측으로 피양하던 위 승용차의 우측 앞범퍼 부분을 위 덤프트럭의 좌측 앞 모서리 부분으로 충격하여 판시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1점을 판단한다.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인정하였다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할 것인바( 당원 1984.12.26. 선고 84도2523 판결; 1988.6.14. 선고 88도592 판결; 1990.5.25. 선고 89도169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교통사고에 있어서의 공소사실과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과는 사고의 일시, 장소, 사고지점 부근의 상황, 사고의 결과, 적용법조는 물론 이 사건 사고발생에 있어서의 피고인의 과실 즉 피고인이 이 사건 다리를 지나 자기 차선으로 복귀하여 진행하지 아니하고 시속 약 70km로 중앙선을 넘어 진행하다가 사고 직전에야 비로소 자기 차선으로 급히 복귀하려 하였으나 미치지 못한 점 등에 있어서도 동일하고, 다만 사고 직전의 양쪽 차량의 진행상황과 그에 따른 피고인의 주의의무에 대하여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전방 약 100m 지점에서 피해자 운전의 이 사건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가 자기 차선으로 진입하기는 하였으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정상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속도를 줄여 위 다리를 지난 후 곧바로 자기차선으로 진입한 다음 위 승용차를 예의주시하여 위 승용차가 다시 중앙선을 침범하려 할 경우 경음기 등으로 경고를 하거나 도로변에 일시 정지하여 위 승용차를 피양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심은 사고지점에 이르기 전에 이 사건 승용차가 진행하던 도로의 상황 자체가 좌로 굽었다가 우로 굽은 도로로서 멀리서 보면 마치 중앙선을 넘어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경찰에서 이 사건 승용차가 지그재그로 진행하기는 하였으나 중앙선을 넘어서 진행하거나 갓길까지 치우치며 진행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때 공소사실 중 마주오는 이 사건 승용차가 위와 같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으로서는 다리를 지날 때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준수하고 다리를 지난 후에는 바로 자기 차선으로 진입하여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설시하고 있는바,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이나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다리를 통과함에 있어 30km의 제한속도를 지키고 다리를 지난 후에는 즉시 자기차선으로 복귀하여 진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고, 다만 공소사실은 거기에 덧붙여 사전에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가 그와 같이 비정상적으로 운행하여 오는 것을 발견하였으므로 더욱 더 이 사건 승용차의 동태를 잘살펴야 한다는 점을 부연한 것에 불과하므로 공소사실과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서로 기본적인 사실에 있어서 동일하고 원심이 그 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도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원심판결에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공소장 변경없이 심판할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니 논지는 이유 없다.

3.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2점을 판단한다.

원심이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에 있어 피해자에게도 그 판시와 같은 적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여 그와 같은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심이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전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피해자의 과실도 경합하여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므로 이를 가지고 원심판결의 이유에 소론과 같은 모순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3점을 판단한다.

원심이 이 사건 범죄사실을 설시함에 있어 피해자가 도로 중앙선쪽으로 진행하여 오는 피고인 운전의 덤프트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넘어 좌측으로 피양하려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시한 이상 원심판결에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속력으로 어떻게 자기 차선을 진행하여 왔는지, 또는 피고인이 중앙선 쪽으로 진행하여 오다가 사고발생 지점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진 지점에서 급히 자기차선으로 들어가려고 했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시가 없다 하여도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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