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다48820 판결

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다488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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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이전등기]

판시사항

가. 종중재산임을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할 내용, 방법 및 그 정도

나. 종중이 그 소유 임야를 종중원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임을 주장하는 자는 그 재산이 종중재산으로 설정된 경위에 관하여 주장·입증을 하여야 하나, 이는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이라는 주장·입증 속에 그 설정경위에 관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면 되고, 그 설정경위의 입증은 간접사실 등을 주장·입증함으로써 그 요건사실을 추정할 수 있으면 족하다.

나. 종중이 그 소유 임야를 종중원인 사정명의인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양덕동 오천정씨 사정공파 내원후손 소문중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달식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4.9.8. 선고 93나1103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임야는 원고 소문중이 그 묘소로 쓰기 위하여 매수한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서 이를 시조(始祖)인 소외 1의 둘째 아들이자 피고들의 선대인 망 소외 2에게 그 명의를 신탁하여 1918.5.31. 그 사람 앞으로 사정을 받았다가 1929.3.28. 그의 장남인 망 소외 3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것이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에 대한 1951년 및 1952년의 임야세와 1984년부터 1992년까지의 재산세를 납부하였고, 1947년 이 사건 임야의 벌목대금 10,000원을 원고 소문중의 수입으로 받았으며,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기 위하여 산수계에 가입한 다음 1950년에서 1952년까지의 산수계비용을 납부하는 등 1947년 이래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여 온 사실은 인정되지만, 한편 이 사건 임야의 등기권리증을 피고들이 소지하고 있고, 원고 소문중 소유의 다른 토지들은 모두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하여 문중원들인 소외 4와 소외 5의 공동명의로 이전하였으나 이 사건 임야만은 그대로 두었으며, 1971년 이전에는 이 사건 임야에 시조의 첫째 아들인 소외 6의 며느리 묘가 1947년경 설치된 외에는 모두 피고들의 선대인 위 소외 2 및 그 직계후손들의 묘 7기만 설치되었던 점, 위 소외 2가 이 사건 임야를 사정받을 무렵에 위 소외 6과 시조의 셋째 아들인 소외 7도 각 다른 임야를 사정받았는데, 위 소외 6 및 소외 7이 각 사정받은 임야는 모두 원고 소문중의 소유가 아니라 각 사정명의인 개인 소유의 임야로 취급받아 왔던 점, 원고 소문중이 문중재산을 취득하면서 당시 이미 노쇠한 위 소외 2의 명의로 취득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에 속하는 점 등이 인정됨에 비추어, 원고 소문중이 일시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여 온 사실만으로 이 사건 임야가 원고의 소유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그 밖에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은 믿을 수 없다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임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그 재산이 종중재산으로 설정된 경위에 관하여 주장·입증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는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이라는 주장·입증속에 그 설정경위에 관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면 되고, 그 설정경위의 입증은 간접사실 등을 주장·입증함으로써 그 요건사실을 추정할 수 있으면 족하다 할 것이다(당원 1989.10.10.자, 89다카 13353 결정; 1991.6.14.선고 91다 2946, 2953 판결; 1992.12.11.선고 92다 18146 판결 각 참조).

원심도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갑 제9호증의 1 내지 16, 갑 제32호증의 1 내지 3(각 원고 소문중의 취리부, 위 취리부 중 1950년부터 1962년까지 부분은 당시 원고 소문중의 총무를 맡고 있던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망 소외 8이 작성한 것이다)의 기재를 비롯한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에 대한 1951년 및 1952년의 임야세를 납부하였고, 1947년 이 사건 임야의 벌목대금 10,000원을 원고 소문중의 수입으로 받았으며,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기 위하여 산수계에 가입한 다음 1950년에서 1952년까지의 산수계비용을 납부한 사실 등은 모두 원고 소문중의 취리부에 기재되어 있는데, 위 취리부에는 이 사건 임야 외에도 문중원 개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던 논밭에 대한 세금을 원고 소문중의 돈으로 납부한 사실도 기재되어 있으며, 그러한 논밭은 모두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서 그 명의가 신탁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원고 소문중의 취리부에 원고 소문중의 돈으로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기재된 다른 문중원 개인 명의의 부동산이 모두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 드러난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의 세금을 납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벌목대금을 원고 소문중의 수입으로 받고 그 관리를 위하여 산수계에 가입하여 그 비용까지 납부한 사실이 취리부에 기재되어 있고, 그와 같은 취리부의 기재 중 일부를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위 소외 8이 기재하였다는 사실은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유력하고 결정적인 간접사실이 된다 할 것이므로, 이에 반대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 없는 한 이 사건 임야도 원고 소문중의 소유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임야의 매수 당시 이미 시조의 둘째부인(원검, 현검의 생모임) 박씨의 묘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은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할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위 소외 8이 1962년경 이 사건 임야가 위치한 고향땅을 떠날 때 살고 있던 집과 전답을 모두 처분하였으면서도 이 사건 임야 및 그에 인접한 포항시 (주소 생략) 토지(원래 밭이었으나 1991.10.2. 임야로 등록전환되었다)만은 처분하지 않고 남겨 두었는데, 위 (주소 생략) 토지는 현재도 이 사건 임야의 관리인인 소외 9가 이를 경작하고 있는 사실, 피고들이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중 40퍼센트만 주면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 인정하여 주겠다면서 합의를 제안한 사실(이는 피고들을 위하여 위증까지 한 제1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이어서 신빙성이 있다) 등을 엿볼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 등도 원고의 주장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이 된다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반대 간접사실 중, 이 사건 임야의 등기권리증을 피고들이 소지하고 있다는 점은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위 소외 8이 원고 소문중의 총무로서 취리부를 비롯한 문중의 서류를 작성·보관하는 일을 맡고 있으므로, 이 사건 임야의 등기권리증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에 비추어 반드시 유력한 반대 간접사실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또 기록에 의하면 1913.7.22. 원고 소문중 소유의 또 다른 재산(흥해읍 남송동 783 전 309평)을 위 소외 2의 형인 소외 6 명의로 사정받은 사실이 인정됨에 비추어 이 사건 임야를 노쇠한 위 소외 2의 명의로 취득한 사실이 반드시 이례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반대 간접사실로 삼을 수 없다 할 것이며, 같은 무렵에 사정받은 다른 형제들 명의의 임야는 모두 개인 소유의 임야라는 점 또한 같은 무렵에 삼형제가 모두 임야를 사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만 원고 소문중이 세금을 납부하고 산수계비용을 지급하는 등 관리를 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사건 임야가 개인소유가 아니라 원고 소문중 소유라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 있고, 그 밖에도 이에 부합되는 많은 간접자료가 있는 반면에, 원심이 든 반대 간접사실 중의 일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반드시 반대되는 간접사실로 보기 어렵고 그 나머지 반대 간접사실만으로는 위와 같이 부합되는 여러 간접사실의 증명력을 탄핵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비록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를 취득한 내력이 불분명하기는 하나 이 사건 임야가 원고 소문중의 소유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을 쉽게 배척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문이 생긴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에서 본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되는 다른 간접사실에 대하여는 심리판단하지도 아니하고 또 그 설시의 반대 간접사실 중 일부는 반드시 반대되는 간접사실이라고 보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음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이 점을 지적한 논지는 결국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심리판단을 받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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