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종중재산임을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할 내용, 방법 및 그 정도
나. 종중이 그 소유 임야를 종중원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이유로 파기한 사례
가.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임을 주장하는 자는 그 재산이 종중재산으로 설정된 경위에 관하여 주장·입증을 하여야 하나, 이는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이라는 주장·입증 속에 그 설정경위에 관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면 되고, 그 설정경위의 입증은 간접사실 등을 주장·입증함으로써 그 요건사실을 추정할 수 있으면 족하다.
나. 종중이 그 소유 임야를 종중원인 사정명의인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이유로 파기한 사례.
양덕동 오천정씨 사정공파 내원후손 소문중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달식
부산고등법원 1994.9.8. 선고 93나11036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임야는 원고 소문중이 그 묘소로 쓰기 위하여 매수한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서 이를 시조(始祖)인 소외 1의 둘째 아들이자 피고들의 선대인 망 소외 2에게 그 명의를 신탁하여 1918.5.31. 그 사람 앞으로 사정을 받았다가 1929.3.28. 그의 장남인 망 소외 3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것이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에 대한 1951년 및 1952년의 임야세와 1984년부터 1992년까지의 재산세를 납부하였고, 1947년 이 사건 임야의 벌목대금 10,000원을 원고 소문중의 수입으로 받았으며,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기 위하여 산수계에 가입한 다음 1950년에서 1952년까지의 산수계비용을 납부하는 등 1947년 이래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여 온 사실은 인정되지만, 한편 이 사건 임야의 등기권리증을 피고들이 소지하고 있고, 원고 소문중 소유의 다른 토지들은 모두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하여 문중원들인 소외 4와 소외 5의 공동명의로 이전하였으나 이 사건 임야만은 그대로 두었으며, 1971년 이전에는 이 사건 임야에 시조의 첫째 아들인 소외 6의 며느리 묘가 1947년경 설치된 외에는 모두 피고들의 선대인 위 소외 2 및 그 직계후손들의 묘 7기만 설치되었던 점, 위 소외 2가 이 사건 임야를 사정받을 무렵에 위 소외 6과 시조의 셋째 아들인 소외 7도 각 다른 임야를 사정받았는데, 위 소외 6 및 소외 7이 각 사정받은 임야는 모두 원고 소문중의 소유가 아니라 각 사정명의인 개인 소유의 임야로 취급받아 왔던 점, 원고 소문중이 문중재산을 취득하면서 당시 이미 노쇠한 위 소외 2의 명의로 취득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에 속하는 점 등이 인정됨에 비추어, 원고 소문중이 일시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여 온 사실만으로 이 사건 임야가 원고의 소유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그 밖에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은 믿을 수 없다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임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그 재산이 종중재산으로 설정된 경위에 관하여 주장·입증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는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어느 재산이 종중재산이라는 주장·입증속에 그 설정경위에 관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면 되고, 그 설정경위의 입증은 간접사실 등을 주장·입증함으로써 그 요건사실을 추정할 수 있으면 족하다 할 것이다(당원 1989.10.10.자, 89다카 13353 결정; 1991.6.14.선고 91다 2946, 2953 판결; 1992.12.11.선고 92다 18146 판결 각 참조).
원심도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갑 제9호증의 1 내지 16, 갑 제32호증의 1 내지 3(각 원고 소문중의 취리부, 위 취리부 중 1950년부터 1962년까지 부분은 당시 원고 소문중의 총무를 맡고 있던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망 소외 8이 작성한 것이다)의 기재를 비롯한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에 대한 1951년 및 1952년의 임야세를 납부하였고, 1947년 이 사건 임야의 벌목대금 10,000원을 원고 소문중의 수입으로 받았으며, 이 사건 임야를 관리하기 위하여 산수계에 가입한 다음 1950년에서 1952년까지의 산수계비용을 납부한 사실 등은 모두 원고 소문중의 취리부에 기재되어 있는데, 위 취리부에는 이 사건 임야 외에도 문중원 개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던 논밭에 대한 세금을 원고 소문중의 돈으로 납부한 사실도 기재되어 있으며, 그러한 논밭은 모두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서 그 명의가 신탁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원고 소문중의 취리부에 원고 소문중의 돈으로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기재된 다른 문중원 개인 명의의 부동산이 모두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 드러난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의 세금을 납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벌목대금을 원고 소문중의 수입으로 받고 그 관리를 위하여 산수계에 가입하여 그 비용까지 납부한 사실이 취리부에 기재되어 있고, 그와 같은 취리부의 기재 중 일부를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위 소외 8이 기재하였다는 사실은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유력하고 결정적인 간접사실이 된다 할 것이므로, 이에 반대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 없는 한 이 사건 임야도 원고 소문중의 소유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임야의 매수 당시 이미 시조의 둘째부인(원검, 현검의 생모임) 박씨의 묘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은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할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위 소외 8이 1962년경 이 사건 임야가 위치한 고향땅을 떠날 때 살고 있던 집과 전답을 모두 처분하였으면서도 이 사건 임야 및 그에 인접한 포항시 (주소 생략) 토지(원래 밭이었으나 1991.10.2. 임야로 등록전환되었다)만은 처분하지 않고 남겨 두었는데, 위 (주소 생략) 토지는 현재도 이 사건 임야의 관리인인 소외 9가 이를 경작하고 있는 사실, 피고들이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중 40퍼센트만 주면 원고 소문중의 소유로 인정하여 주겠다면서 합의를 제안한 사실(이는 피고들을 위하여 위증까지 한 제1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이어서 신빙성이 있다) 등을 엿볼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 등도 원고의 주장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이 된다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반대 간접사실 중, 이 사건 임야의 등기권리증을 피고들이 소지하고 있다는 점은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위 소외 8이 원고 소문중의 총무로서 취리부를 비롯한 문중의 서류를 작성·보관하는 일을 맡고 있으므로, 이 사건 임야의 등기권리증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에 비추어 반드시 유력한 반대 간접사실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또 기록에 의하면 1913.7.22. 원고 소문중 소유의 또 다른 재산(흥해읍 남송동 783 전 309평)을 위 소외 2의 형인 소외 6 명의로 사정받은 사실이 인정됨에 비추어 이 사건 임야를 노쇠한 위 소외 2의 명의로 취득한 사실이 반드시 이례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반대 간접사실로 삼을 수 없다 할 것이며, 같은 무렵에 사정받은 다른 형제들 명의의 임야는 모두 개인 소유의 임야라는 점 또한 같은 무렵에 삼형제가 모두 임야를 사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만 원고 소문중이 세금을 납부하고 산수계비용을 지급하는 등 관리를 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사건 임야가 개인소유가 아니라 원고 소문중 소유라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 있고, 그 밖에도 이에 부합되는 많은 간접자료가 있는 반면에, 원심이 든 반대 간접사실 중의 일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반드시 반대되는 간접사실로 보기 어렵고 그 나머지 반대 간접사실만으로는 위와 같이 부합되는 여러 간접사실의 증명력을 탄핵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비록 원고 소문중이 이 사건 임야를 취득한 내력이 불분명하기는 하나 이 사건 임야가 원고 소문중의 소유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을 쉽게 배척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문이 생긴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에서 본 원고의 주장사실에 부합되는 다른 간접사실에 대하여는 심리판단하지도 아니하고 또 그 설시의 반대 간접사실 중 일부는 반드시 반대되는 간접사실이라고 보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음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이 점을 지적한 논지는 결국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심리판단을 받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