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쌍무계약관계에서 일방이 채무이행 거절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본 사례
나. 계약해제 주장에 필요한 주요사실을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계약해제를 인정하는 것이 변론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
다. ‘가’항의 경우, 계약해제에 자기의 반대채무의 이행제공이 요구되는지 여부
가. 당초의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는 대신 갱신계약이 체결된 후에 매수인이 그 갱신계약의 효력 자체를 강력하게 부정하면서 매도인에 대하여 갱신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가 아닌 당초의 매매계약의 내용인 부동산의 전체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여 줄 것을 계속 요구하였을 뿐 계약 체결 후로 무려 3년여가 넘도록 자신의 대금지급관계에 대하여는 일체 침묵하여 온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매수인은 그 갱신계약에 기한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나.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있어서 계약해제 주장에 필요한 주요사실은 상대방이 이행지체한 사실,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사실 및 계약해제의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라고 할 것이므로, 당사자가 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면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계약이행을 최고하였으나 그 기간 내에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고만 주장하는 경우에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계약해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나, 당사자의 이러한 주장은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법한 계약해제가 있었다고 판단하여도 무방하다.
다. 매수인이 잔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을 의사가 없음을 미리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이 자기의 채무의 이행을 제공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매수인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경우까지 매도인에게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기 위하여 구두제공의 방법으로라도 자기의 반대채무를 이행제공할 것을 요구할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가.나.다. 민법 제544조 나. 민사소송법 제188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식
여흥민씨 양호공파 종중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원강희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 여흥민씨 양호공파 종중(이하 피고 종중이라고 한다)이 1982.8.16. 원고와의 사이에 피고 종중의 소유로서 당시 그 종원이던 피고 2와 소외 1의 공동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어 있던 판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대금 132,132,000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그 매매대금 중 계약금 10,000,000원만을 지급하고 그 잔대금 122,132,000원을 약정기일인 그 해 11.15.을 도과하여 지급하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1983.6.27.에는 원고 스스로 피고 종중에게 위 매매대금 중 그 1/2 상당액인 금 65,000,000원을 그 해 7.31.까지 지급하고 이미 그 해 3.29. 피고 종중이 위 소외 1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위 부동산의 1/2 지분에 관하여만 소유권이전을 받기로 하겠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제출하였으나, 그 해 7.13. 갑자기 구속되면서 위 각서에 의한 대금지급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된 사실, 그 후 피고 종중이 그 해 8.29. 원고를 대리한 원고의 처인 소외 2와의 사이에 그의 요청에 따라 당초의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는 대신, 매매목적물을 위 부동산 중 피고 종중 명의로 등기가 되어 있는 1/2 지분으로 한정하고 매매대금을 당초 대금액의 1/2인 금 66,066,000원으로 하는 내용의 갱신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소외 2는 그 날 계약금과 1차 중도금으로 합계 금 1,5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차 중도금 1,000만원과 잔금 31,066,000원은 각기 그 대금액비율에 상응한 위 부동산의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와 상환으로 지급하기로 하되, 그 지급기일은 향후 3개월의 기간 내에서 원고가 출소하는 즉시 원고와 직접 협의하여 정하기로 약정한 사실, 그런데 원고가 그 해 12.말경 출소한 후 1984.1.10. 피고 종중에 대하여 위 갱신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당초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위 부동산 전체에 관한 소유권의 이전을 요구하고 나서자, 피고 종중은 그 해 2.15. 위 갱신계약의 약정취지에 따른 2차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기일이 이미 도과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위 계약의 해제를 통지한 사실, 그 후 원고가 피고 종중에 대하여 여러차례에 걸쳐 종전과 마찬가지로 위 갱신계약이 무효라는 주장과 함께 당초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의 의무를 이행해 달라는 취지의 통지를 거듭하면서 위 갱신계약을 이행할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 종중은 1987.1.12. 원고에 대하여 방계약에 따라 2차 중도금 및 잔금을 그 달 20.까지 지급할 것을 최고하고, 이에 원고가 불응하자 그 해 2.13.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위 갱신계약에 기한 잔대금미지급을 이유로 갱신계약의 해제를 최종적으로 통지하기에 이른 사실 등을 인정하고, 이에 터잡아 원고는 이미 위 갱신계약에 기한 채무의 이행을 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이므로 피고 종중의 위 1987.2.13.자 해제의 의사표시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이나 최고여부에 관계없이 유효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이 미리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상대방은 그 이행최고나 자기채무의 이행제공이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의 표명여부는 계약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두루 살펴서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 대법원 1992.2.28. 선고 91다15584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위 갱신계약의 체결 후로 그 계약의 효력자체를 강력하게 부정하면서 피고 종중에 대하여 위 계약의 본지에 따른 의무가 아닌 이 사건 부동산의 전체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여 줄 것을 계속 요구하였을 뿐 계약 체결 후로 무려 3년여가 넘도록 자신의 대금지급관계에 대하여는 일체 침묵하여 온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위 갱신계약에 기한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 이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이러한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3.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있어서 계약해제 주장에 필요한 주요사실은 상대방이 이행지체한 사실,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사실 및 계약해제의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라고 할 것이므로, 당사자가 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면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계약이행을 최고하였으나 그 기간 내에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고만 주장하는 경우에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계약해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나, 당사자의 이러한 주장은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대법원 1969.9.30. 선고 69다1326 판결; 1987.5.26. 선고 85다카1046 판결; 1987.9.8. 선고 87다카982 판결 등 참조) 적법한 계약해제가 있었다고 판단하여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 소송대리인은 1992.12.15. 제1심 6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1992.12.14.자 준비서면에서 “피고 종중은 그 후로도 상당 기간동안 원고가 계약을 이행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은 물론 아무런 연락조차 취하지 아니하고 있었으므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 라고 주장하였으며, 제1심이 원고가 갱신계약에 기한 채무의 이행을 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취지의 사실인정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계약해제의 효력에 대하여 판단하자, 원고 소송대리인은 1994.1.26.에 진술한 1993.12.13.자 준비서면에서 “이러한 제1심의 판단은 당연하나 이를 오해하여 채권자가 채무의 내용을 좇은 제공을 하지 아니한 때에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없어지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여서는 안될 것입니다”라고 주장하였으며, 피고들 소송대리인은 그 변론기일에서 “본건에 관한 등기권리증은 피고 종중이 종중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었으므로 따로 이전등기 준비서류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라고 진술하였고, 제1심 증인 1의 증언에 의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피고들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 계약해제의 요건사실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모두 주장하였다고 볼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대하여 이행거절의사표시를 명백히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 변론주의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이유 없다.
4.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부동산 매수인이 잔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을 의사가 없음을 미리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이 자기의 채무의 이행을 제공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 대법원 1993.8.24. 선고 93다7204 판결), 매수인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경우까지 매도인에게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기 위하여 구두제공의 방법으로라도 자기의 반대채무를 이행제공할 것을 요구할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이와 반대의 입장에 서서 전개하는 상고이유도 역시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