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4. 4. 29. 선고 94다1142 판결

대법원 1994. 4. 29. 선고 94다114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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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대금][공1994.6.15.(970),1614]

판시사항

가. 법률행위 해석의 의의 및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의 법률행위 해석방법

나. 공사대금 지급의 합의약정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다.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지명된 감정인의 감정의견에 따라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 감정의견이 신빙성이 없을 때 법원이 취해야 할 조치

판결요지

가.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나. 공사대금 지급의 합의약정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을 그르친 위법이있다고 본 사례.

다.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지명된 감정인의 감정의견에 따라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있어 그에 따른 감정의견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다른 합리성이 있는 전문적 의견을 보충자료로 삼아 분쟁사안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현채

피고, 피상고인

대명종합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창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원심이 한 사실인정 및 판단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 우선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 회사가 1990.7.9. 소외 한국전력공사(이하 소외 공사라고 한다)로부터 이 사건 변전소 건설공사 중 토목 및 건축공사를 총 공사대금 18억 원(토목부분 금 516,351,000원, 건축부분 금 1,283,649,000원)에 도급받아 소외 1을 공사현장소장으로 임명하여 1991.1.경 공사준비에 착수한 사실, 위 소외 1은 건축부분 공사는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토목부분 공사는 피고의 승낙을 얻어 원고 2로 하여금 피고가 소외 공사로부터 도급받은 공사대금의 80퍼센트 해당액의 범위 내에서 직접 공사현장을 지휘감독하여 위 토목공사를 완료하도록 한 사실, 그 후 위 원고가 자신의 동업자로서 원고 1을 끌어들여 그 해 3.23. 위 토목공사에 착수하였는데, 중도에서 위 소외 1이 원고 2와의 의견다툼으로 그 해 5.16. 위 공사현장소장직을 사임하자, 피고 회사는 당시 사실상 공사현장 인부들을 통솔하고 있던 원고 2로 하여금 위 토목 및 건축공사의 현장책임자로서 시공일체를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승낙하면서, 공사착공 이후의 인부노임, 자재대금 등 자금사용내역서를 작성하여 피고 회사로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그 해 6.28. 위 원고에게 우선 금 3,000만 원을 송금해 준 사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그 해 7.8. 위 공사의 기성부분에 대한 미지급 인건비 및 자재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그 해 3월 내지 6월분의 자금사용내역서를 작성 제출하여 피고 회사에 그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가 그 기재금액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자, 그해 7.23.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합동민원실과 소외 공사 등에 피고 회사의 대금지급거절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른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 다음으로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두차례의 합의를 거쳐 원고들이 공사를 중단한 시점까지 이미 시공한 기성부분의 실제 소요공사대금을 전문감정인으로 하여금 조사.감정케 하고, 그 감정결과에 따른 감정가액을 공사대금으로 지급정산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의 동의를 받아 원고들이 소외 주식회사 한양토건기술공사와 소외 2에게 감정을 의뢰하여 그들로부터 이 사건 토목 및 건축공사 기성부분에 소요된 실공사비용이 합계 금 724,422,091원에 상당하다는 감정의견을 얻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감정가액 중 원고들이 이미 수령한 금 3,000만 원을 제한 나머지 금원의 1/2 해당액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들과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이 원고들의 진정제기로 야기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협의한 결과 1991.8.27. 기성부분 공사대금을 공공기관에서 조사 감정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정산하기로 1차 합의하고, 다시 그 해 9.3. 양 당사자 모두 공사비 산출에 있어 공정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업체라면 그 결과를 인정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감정업자는 쌍방의 협의에 따라 그달 5.까지 선정하며, 피고는 공사비 산출완료 후 14일 이내에 공사대금을 정산한다는 내용의 2차 합의를 한 사실 및 그 후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위임을 받고 또 스스로 비용을 부담케 하여 위 한양토건기술공사와 소외 2에게 이 사건 토목 및 건축부분의 기성공사비를 감정시켜 그들로부터 토목부분에는 금 475,200,000원, 건축부분에는 금 249,222,091원 상당액의 공사비가 각 소요되었다는 감정의견을 얻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원고들이 위 기성공사부분에 실제로 들인 공사비용을 감정하여 이를 기성공사대금으로 지급정산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가 위 감정인들의 선정을 원고들에게 위임하고 그 감정비용을 직접 부담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위 합의내용을 벗어난 위 감정인들의 감정방법까지 승낙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 인정의 합의에 따른 원고들의 공사대금청구는 공사중단시의 공사대금산정에 관한 일반관례에 따라 총 공사도급금액에 기성고 비율을 곱한 금액에 한하여 이유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한 후, 나아가 위 기성고 비율에 따른 공사대금의 수액에 관하여 위 감정인들이 감정한 금액은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위 합의의 취지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우며, 다만 제1심에서 실시한 감정결과에 따르면, 위 공사 중 토목부분의 공사기성금액은 피고의 원도급액에 기성고 비율 21.34퍼센트를 적용한 금 100,170,000원, 건축부분의 공사기성금액은 기성고 비율 8.92퍼센트를 적용한 금 45,760,000원임이 인정되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위 공사기성금액의 합계 금 145,93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한편으로 이에 대한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여 위 인정의 공사대금청구권은 피고가 원고들이 부담하는 이 사건 기성공사와 관련한 인부노임 등 채무를 대위변제함에 따라 그 구상채권과의 상계에 의하여 전부 소멸된 것이라고 보아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이유 없다고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이른바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당원 1992.5.26. 선고 91다 3557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위 두차례에 걸친 합의내용이 과연 원고들의 주장하는 바대로 원고들이 기성공사부분에 실제로 투입한 공사비용을 감정하여 그 감정가액을 공사대금으로 지급청산하기로 약정한 것이 아니라, 단지 원심판시와 같이 공사중단시의 공사대금산정에 관한 일반관례에 좇아 감정에 따른 기성고 비율을 공사도급금액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공사대금을 정하기로 약정한 데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 및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도급공사를 진행하던 도중에 그 공사현장소장인 위 소외 1이 갑자기 사정에 의하여 그 직을 사임하면서 원고 2가 피고로부터 위 공사현장 책임자로서 그 토목 및 건축공사부분의 시공일체를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승낙받아 이를 계속 전담·수행하기로 하고, 아울러 피고 회사는 위 도급공사의 원만한 속행을 위하여 앞으로 원고들이 위 공사착공 이후의 인부노임, 자재대금 등 실제로 투입된 공사비에 관한 자금사용내역서를 작성 제출하면 그 청구에 응하여 당해 공사비를 원고들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그 후 이에 따라 원고들이 1991.7.8. 피고 회사에 대하여 그 해 6.말까지 기성공사부분의 공사비로 총 314,403,722원이 소요되었다는 내용의 자금사용내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자 피고가 그 기재 금액이 사실과 다르게 과다계상되어 있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으며, 이에 원고들이 1991.7.23. 위 공사를 중단하고 행정당국 등에 피고의 위 공사비 미지급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함으로써 분쟁관계가 발단됨에 따라, 그 해결을 위한 타협과정에서 비로소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소관당국과 소외 공사측의 중재하에 두 차례에 걸쳐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이 그러한즉, 위 각 합의가 이루어진 동기는 어디까지나 원고들이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게 된 시점에서 당시까지의 기성공사대금의 정산지급문제가 대두되면서 당해 기성공사부분에 실제로 투입소요된 공사비의 수액을 둘러싸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서로 의견의 충돌이 생김에 따라 그로 인한 쌍방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또한 위 제1차 합의 당시에 작성된 합의서(갑 제2호증의 3)에는 "공사금액의 사실확인이 어려우므로, 공사의 기성부분 공사대금을 공공기관에서 조사, 감정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정산처리하기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제2차 합의 당시에 작성된 소외 공사측의 회의록(갑 제2호증의 4)에는 "쌍방은 공사비 산출에 있어 공정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업체라면 그 결과를 인정하기로 한다.

쌍방은 공사비를 산출할 수 있는 업체를 1991.9.5.까지 선정하여 그달 말일까지 공사비 산출을 완료시키며, 그 결과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피고는 원고들측에 시공과 관련한 공사대금을 공사비 산출완료 후 14일 이내에 정산한다. 시공과 관련한 공사대금은 공사비 산출업체에서 제출한 금액에 전적으로 따르며, 더 이상 시공과 관련한 공사대금을 요구하지 않으며, 이 사건 건설공사와 관련된 진정은 절대로 제기하지 않는다. 공사비 산출에 따른 용역비는 쌍방이 균등하게 부담하며, 피고 회사 측에서 선납하여 시행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면기재에 따르면, 원고들과 피고의 위 각 합의당시의 주된 목적은 오로지 그 당시까지의 기성공사부분에 실제로 소요된 공사비의 수액을 어떠한 방법으로 적정하게 확정시키느냐의 점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며, 원고들이 이미 시공완성한 부분이 전체의 공정 중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나아가 그 기성고 비율을 적용한 총 공사도급금액이 어느 정도의 것이냐의 점은 그다지 관심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참작하건대,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는 원고들이 공사를 중단한 시점까지 이미 시공한 기성공사부분에 실제 소요된 공사비를 쌍방의 비용부담하에 공정한 감정인으로 하여금 감정케 하여 그 감정결과에 따른 공사비 상당액을 기성부분 공사대금으로 지급청산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원심의 판시취지와 같이 위 각 합의가 당사자들 사이에 기성공사대금의 지급청산을 위한 전제로서 전체 공정에 대한 기성고 정도의 비율을 확정하는 방법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면, 그들 사이에 전체 공사의 시행에 대한 대가로서의 보수금액이 미리부터 약정되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위 합의내용은 계쟁 기성공사대금의 청산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실효를 거둘 수 없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바, 기록에 나타난 모든 증거관계에 의하더라도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이 사건 도급공사 중 위 토목과 건축부분 공사의 시행에 따른 총 보수액에 관하여 유효한 약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전혀 없는 터이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위 합의내용이 공사기공고 비율의 확정방법에 관한 것이었다고 달리 해석하기는 매우 곤란하다고 여겨진다. 결국 원심은 위 각 합의약정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을 그르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다만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들이 위 합의에 따라 피고 회사의 동의하에 위 한양토건기술공사와 소외 2에게 이 사건 건설공사의 기성부분에 실제로 투입된 공사비용의 감정을 의뢰한 결과 그들로부터 토목부분 공사비가 475,200,000원, 건축부분 공사비가 249,222,091원에 상당한다는 감정의견을 얻기는 하였으나, 위 감정인들은 원고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도면과 현장사진, 인부 및 자재 투입내역 등만을 토대로 감정을 시행하고, 특히 위 소외 2는 공사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도상감정에 의존하고 있음에 비추어, 그 감정방법이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은 넉넉히 수긍되는 바이다.

이와 같이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지명된 감정인의 감정의견에 따라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있어 그에 따른 감정의견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소법원으로서는 다른 합리성이 있는 전문적 의견을 보충자료로 삼아 분쟁사안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원 1991.4.26. 선고 91다 5556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은 당사자들로 하여금 원고들이 이 사건 기성공사부분에 실지 투입한 공사비 상당액을 다른 감정방법에 의하여 입증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신빙성있는 공사비를 산출하여 이로써 이 사건 분쟁의 적정한 해결을 도모하였어야 마땅하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김상원 윤영철(주심)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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