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위원이 채점절차 완료 후 일부 응시생을 합격시킬 목적으로 채점결과를 변경한 행위의 죄책
채점절차가 실질적으로 완료되어 채점위원이라고 하더라도 채점상의 착오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 아닌 한 더 이상 채점결과를 변경할 수 없는 단계에서 일부 응시생들을 합격시킬 목적만으로 채점결과를 변경한 행위는 채점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채점을 담당한 교수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행위는 결국 아무 권한도 없이 이미 확정된 채점결과를 임의로 변경하여 대학원위원회의 합격자사정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
피고인
변호사 김성길
전주지방법원 1993.8.24. 선고 93노214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면, 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 부교수인 피고인이 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학위과정 1989학년도 입학시험에 응시한 지원자들의 전공과목 필답고사의 채점을 끝낸 다음 그 답안지철을 교학과에 넘겨주었다가, 교학과의 담당직원인 공소외 양준승으로부터 답안지철의 초검란과 재검란에 날인이 누락되었으니 보정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답안지철을 되돌려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다른 2개의 전공과목의 채점결과까지 확인하여 본 결과 다른 교수인 공소외 1이 출제하여 채점한 과목의 점수가 너무 낮아 응시생들의 점수가 전공과목의 합격사정기준에 모두 미달함을 알게 되자, 다른 전공과목의 점수를 상향조정하여서라도 일부 응시생들을 합격시키기로 결의하고 또 다른 교수인 공소외 2에게 제의하여 그가 출제하여 채점한 전공과목의 점수를 10점 정도 올려 주는데 대한 승낙을 받은 후, 피고인과 공소외 2 교수가 각기 출제하여 채점한 전공과목에 대한 공소외 3과 공소외 4의 점수를 각각 상향조정하여 채점결과를 정정함으로써, 위와 같은 정정행위가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오인한 위 양준승에 의하여 새로이 작성된 입학시험결과보고서를 제출받은 대학원위원회의 위원들로 하여금 위 입학시험결과보고서의 내용이 진실된 것으로 잘못 믿고 그에 따라 공소외 4를 합격자로 심의·의결하게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채점결과를 변경한 행위는 채점절차가 실질적으로 완료되어 채점위원이라고 하더라도 채점상의 착오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 아닌 한 더 이상 채점결과를 변경할 수 없는 단계에서(기록에 의하면, 위 학교에서는 비록 채점방법이나 그 절차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행상 답안지가 주무과에 제출된 이후에는 채점상의 착오만을 정정할 수 있고, 그 경우에도 담당교수가 정정사유서에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정정신청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응시생들을 합격시킬 목적만으로 행하여진 것이므로, 이와 같은 행위는 채점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채점을 담당한 교수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결국 아무 권한도 없이 이미 확정된 채점결과를 임의로 변경하여 대학원위원회의 합격자사정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지 아니할 수 없는바 / 가사 소론과 같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채점결과의 변경에 대하여 대학원위원회의 위원장인 공소외 5의 사전승낙을 받았고 또 그 동기도 특정인의 부탁에 따라 그를 부당하게 합격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원생의 결원으로 학교경영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소론과 같이 피고인에게 범의가 없었다거나 그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4조, 제313조를 적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비난하는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