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행위의 의미
나. 소송에서 사실대로 증언하여 줄 것을 조건으로 어떠한 급부를 할 것을 약정한 경우 반사회질서행위가 되는지 여부
가.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
나. 어떠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 소송에서 사실대로 증언하여 줄 것을 조건으로 어떠한 급부를 할 것을 약정한 경우, 증인은 법률에 의하여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한 진실을 진술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당연한 의무의 이행을 조건으로 상당한 정도의 급부를 받기로 하는 약정은 증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그러한 급부의 내용이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예컨대 증인에게 일당 및 여비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증인이 증언을 위하여 법원에 출석함으로써 입게되는 손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러한 손해를 전보하여 주는 경우 정도)을 넘어서, 어느 당사자가 그 증언이 필요함을 기화로 증언하여 주는 대가로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는 급부를 제공받기로 한 약정은 반사회질서적인 금전적 대가가 결부된 경우로 그러한 약정은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된다.
망 유재호의 소송수계인 유정선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평수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창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소외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이하 수협 중앙회라고 한다)는 소외 김병춘 소유였던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은 다음 1976.8.20.경 이를 일반에게 입찰매각하였는데, 소외 망 유재호가 이에 직접 응찰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어 그 대신 피고의 남편인 소외 1에게 동인 명의로 응찰하여 줄 것을 부탁하고 동인 명의로 낙찰되면 위 망 유재호가 그 대금을 완납하되 소유권이전등기는 소외 1 앞으로 경료하여 두기로 한 사실, 소외 1은 이를 수락하고서 위 입찰에 응하였으나 막상 응찰에 이르러서는 그 응찰 명의인을 그의 아내인 피고 명의로 함으로써 피고 명의로 낙찰이 이루어지고 같은 달 25. 수협 중앙회와 피고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금 2,95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망 유재호는 위 계약에 따라 1977.2.25. 및 같은 해 8. 24. 위 수협 중앙회에 위 매매대금을 완납한 사실, 한편 소외 1은 1982.7.16.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는 소외 1로부터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이므로 원고들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거시증거에 의하여 위 망 유재호는 1976. 8. 26. 수협 중앙회가 공매하는 전주시 인후동 1가 523의 8 전 3,034평을 매수함에 있어 소외 김병소로 하여금 그의 이름으로 낙찰받게 하였던 바, 위 김병소가 명의수탁사실을 부인하자 위 김병소를 배임죄로 고소하는 한편 1977.9.경 전주지방법원 77가합259호로 수협 중앙회와 위 김병소를 피고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소외 1이 형사사건에서 참고인 및 증인으로 진술 및 증언을 해 주어야만 위 김병소로부터 위 토지를 찾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1978.1.4. 소외 1과 사이에 소외 1이 피고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은 공로와 형사사건에서 위 망 유재호를 위하여 진술하는 등 재산을 찾음에 협력하는 대가로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5/12 지분을 양도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어 위 양도약정은 소외 1이 소송에서 사실대로 증언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체결한 것이므로 반사회질서의 행위로서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사실대로 증언함을 조건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가 무효임은 원고들 주장과 같으나 위 양도약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망 유재호가 위 김병소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소사건에서 소외 1이 위 망 유재호를 위하여 참고인 및 증인으로 진술함으로써 재산을 찾는데 협력을 해 주는 대가로 체결한 것이지 소외 1이 소송에서 사실대로 증언할 것을 조건으로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다 ( 당원 1992.11.27. 선고 92다7719 판결 ; 1984.12.11. 선고 84다카140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어떠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 소송에서 사실대로 증언하여 줄 것을 조건으로 어떠한 급부를 할 것을 약정한 경우, 증인은 법률에 의하여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한 진실을 진술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당연한 의무의 이행을 조건으로 상당한 정도의 급부를 받기로 하는 약정은 증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그러한 급부의 내용이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예컨대 증인에게 일당 및 여비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증인이 증언을 위하여 법원에 출석함으로써 입게되는 손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러한 손해를 전보하여 주는 경우 정도)을 넘어서, 어느 당사자가 그 증언이 필요함을 기화로 증언하여 주는 대가로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는 급부를 제공받기로 한 약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반사회질서적인 금전적 대가가 결부된 경우로 그러한 약정은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원심도 사실대로 증언함을 조건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가 무효라고 판시하여 위 법리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원심은 위 망 유재호와 소외 1 사이의 이 사건 부동산의 5/12 지분에 관한 양도약정이 소외 1이 소송에서 사실대로 증언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위 망 유재호가 위 김병소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소사건에서 소외 1이 위 망 유재호를 위하여 참고인 및 증인으로 진술함으로써 재산을 찾는데 협력하여 주는 대가로 체결한 것이므로 반사회질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바,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즉, 이 사건 기록에 위하면, 위 망 유재호가 위 김병소를 상대로 하여 배임죄로 고소한 것은 결국 위 김병소에게 명의신탁하여 두었다는 위 토지를 찾아오기 위한 것이었고, 위 망 유재호와 위 김병소와의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는 소외 1이 위 고소사건의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참고인이나 증언으로 진술하여야 위 김병소가 배임죄 등으로 기소되고 유죄의 판결을 선고받게 되며, 그렇게 되어야 위 망 유재호가 위 김병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위 전주지방법원의 민사사건에서 유리한 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소외 1이 위 민사사건에서도 증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있던 위 망 유재호로서는 위 토지를 찾기 위하여 소외 1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토지의 5/12 지분을 양도하면서까지 소외 1에게 진술을 요구하였고, 그리하여 위와 같은 양도약정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각서(을제2호증)에도 위 민사사건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될 것을 조건으로 하였던 사정을 알 수 있는 바, 위와 같은 양도약정이 위 토지를 찾는데 소외 1이 협력하여 주는 대가로 이루어졌다고 표현될 수도 있지만, 그 실질은 위 망 유재호가 위 김병소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사건의 수사기관과 기소된 후의 법원에서 참고인 및 증인으로 진술을 하며, 필요한 경우 위 망 유재호가 위 김병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위 민사사건에서도 증언을 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약정과 다름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약정에 의하여 양도하기로 한 급부의 내용은 이 사건 부동산의 5/12 지분이므로, 그러한 급부의 내용은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고, 따라서 위 망 유재호와 소외 1 사이의 위 양도약정은 증언하여 주는 대가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정도의 급부를 제공받기로 한 약정으로서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은 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은 공로도 위 망 유재호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5/12 지분을 양도한 동기의 하나로 들고 있으나,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위 망 유재호가 위 양도약정을 한 1978.1.4.은 위 김병소를 상대로 한 고소사건에서 소외 1의 진술이 필요하였던 시기이었고, 또한 양도약정도 위 김병소 등을 상대로 한 민사사건에서 승소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사 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은 공로도 위 양도약정의 한 동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는 부수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이 참고인 및 증인으로서 진술하여 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위 양도약정에 위와 같은 부수적인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양도약정은 증언을 하여 줄 것을 주된 조건으로 통상의 범위를 넘어선 급부를 제공할 것을 약정한 것으로서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함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및 경험칙을 위반하여 위 양도약정을 잘못 해석하고 반사회질서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