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4. 5. 27. 선고 93다21521 판결

대법원 1994. 5. 27. 선고 93다2152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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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공1994.7.1.(971),1814]

판시사항

가. 어음행위의 표현대리에 있어서 민법 제126조 소정의 "제3자"

나. 민법 제418조 제2항 에서의 상계의 수동채권

다. 민법 제418조 제2항 이 부진정연대채무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라. 배서가 위조된 어음을 취득한 자의 과실비율이 70%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마. "조선무락" 명의의 배서를 "조선무약" 명의의 배서로 잘못 알고 취득함으로써 입은 손해와 "조선무약" 직원이 문의에 대해 잘못 알고 위 배서가 진정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과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가.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관한 민법 제126조 의 규정에서 제3자라 함은 당해 표현대리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된 자만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는 위 규정을 배서와 같은 어음행위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할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며, 약속어음의 배서행위의 직접 상대방은 그 배서에 의하여 어음을 양도받은 피배서인만을 가리키고 그 피배서인으로부터 다시 어음을 취득한 자는 민법 제126조 소정의 제3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민법 제418조 제2항 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는 연대채무자가 이를 가지고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와 상계할 수 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또 위 조항에 의하여 다른 연대채무자가 상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그 상계의 수동채권은 여전히 원래의 상계권자인 연대채무자의 채무이며(다만 위 채무가 소멸하면 그 효과로서 상계권을 행사하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도 같이 소멸하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상계권을 행사하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가 직접 상계의 수동채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이 한 상계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공동면책의 효력 내지 절대적 효력이 있는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에는 고유의 의미에 있어서의 부담부분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고유의 의미의 부담부분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민법 제418조 제2항 은 부진정연대채무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한 부진정연대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상계할 채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계를 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가 그 채권을 가지고 상계를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라. 배서가 위조된 어음을 취득한 자의 과실비율이 70%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마. 원고가 약속어음을 할인함에 있어 조선무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를 조선무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로 오인한 과실이 있고, 조선무약합자회사의 직원들도 원고측의 문의에 대하여 어음에 대하여 조선무약합자회사 명의로 배서가 된 것으로 잘못 알고 그 배서가 진정한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사실과 다른 답변을 믿고 어음을 취득한 이상 그에 따른 원고의 손해와 조선무약합자회사의 직원들의 위법행위 사이에 법률적인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원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건국상호신용금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찬진 외 1인

피고,피상고인 겸 상고인

조선무약 합자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인정헌

주문

1.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3. 상고가 기각된 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먼저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제1점에 대하여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관한 민법 제126조 의 규정에서 제3자라 함은 당해 표현대리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된 자만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는 위 규정을 배서와 같은 어음행위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할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당원 1986.9.9.선고 84다카2310 판결 참조). 또 약속어음의 배서행위의 직접 상대방은 그 배서에 의하여 어음을 양도받은 피배서인만을 가리키고 그 피배서인으로부터 다시 어음을 취득한 자는 민법 제126조 소정의 제3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배서행위가 직접 상대방인 피배서인에 대한 관계에서 표현대리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그 후의 어음취득자가 이를 원용하는 것은 이와는 별개로 허용될 수 있다(당원 1991.6.11.선고 91다3994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제1 약속어음에 기재된 소외 태양피알주식회사(이하 태양피알이라고만 한다)를 피배서인으로 하는 피고 명의의 배서는 피고의 총무담당 상무이사라는 직책에 근무하고 있던 소외 1이 태양피알의 대표이사인 소외 2와 공모하여 그 권한을 넘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문서수발용 법인명판과 대표사원의 직인을 사용하여 위조한 것이고, 원고는 위 어음을 피고로부터 직접 배서양도받은 것이 아니라 태양피알로부터 다시 배서받았다는 것이므로 소외 1의 배서행위에 민법 제126조 소정의 표현대리가 성립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와는 달리 원고 자신이 민법 제126조 소정의 제3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소외 1의 어음발행행위가 민법 제126조 소정의 표현대리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가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고 회사의 경리담당직원이나 소외 1이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제1 약속어음에 관하여 소외 1이 한 배서 및 나머지 약속어음에 대하여 소외 2가 한 배서를 추인하였다고만 주장하였을 뿐 그 각 추인이 표현대리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등의 점에 대하여는 주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위 추인이 어떤 점에서 표현대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도 아니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위 추인에 관한 표현대리의 점을 판단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이유가 없다.

다. 제3점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제1 약속어음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소외 1이 위 약속어음에 피고 명의의 배서를 위조한 행위가 그의 사무집행행위는 아니지만 그가 피고 회사의 총무담당 상무이사로서 담당하는 직무의 내용, 사용한 명판 및 직인의 소지관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의 위 행위는 외형상 그의 직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로 보여지므로 피고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소외 1이 위와 같이 배서를 위조한 어음을 원고가 취득함으로써 입게 된 위 어음할인금액인 금 32,955,398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의 상계항변에 대하여는, 피고 회사가 소외 1의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는 태양피알이 그 대표이사인 소외 2의 직무에 관련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와 상호 부진정연대관계에 있고 피고 회사와 태양피알 사이에서는 위 손해배상채무는 모두 태양피알이 부담하여야 할 채무이며, 또한 원고가 위 어음을 할인하면서 태양피알로 하여금 금 1억 8천만원의 신용부금에 가입하게 하고 금 32,053,000원을 납입받아 이를 예치하고 있었는데 태양피알이 할인 의뢰한 어음들이 지급거절되기 시작한 1990.12.17. 곧바로 위 부금계약이 해제되었고 위 부금의 불입원금반환채권에 관하여 상계를 주장하는 피고의 1992.9.14.자 준비서면이 같은 달 18.에 원고대리인에게 송달되었다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태양피알의 금 32,053,000원의 부금반환채권의 한도 내에서 소멸하였다 하여 이를 인용하였다.

(2) 당원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이 피고가 태양피알의 원고에 대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하여 명백히 밝히고 있지 않으나 원심판결의 전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심은 "상계할 채권이 있는 연대채무자가 상계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가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418조 제2항 을 이 사건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선 위 조항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는 연대채무자가 이를 가지고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와 상계할 수 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또 위 조항에 의하여 다른 연대채무자가 상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그 상계의 수동채권은 여전히 원래의 상계권자인 연대채무자의 채무이며(다만 위 채무가 소멸하면 그 효과로서 상계권을 행사하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도 같이 소멸하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상계권을 행사하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가 직접 상계의 수동채권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심으로서는 먼저 태양피알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고 나서 그것이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때에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태양피알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아니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태양피알의 원고에 대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해한 나머지 태양피알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 상계주장을 받아들이고 말았으니 이는 필경 민법 제418조 제2항 에 의한 상계의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를 갖추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이 한 상계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공동면책의 효력 내지 절대적 효력이 있는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에는 고유의 의미에 있어서의 부담부분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고유의 의미의 부담부분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민법 제418조 제2항 은 부진정연대채무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한 부진정연대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상계할 채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계를 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가 그 채권을 가지고 상계를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니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은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원고는 원심에서 태양피알 등이 부금계약을 위반하여 그들이 불입한 신용부금 모두를 이미 원고에게 귀속시킨 바 있어 위 불입신용부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상계항변은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바(기록 제416장, 429장 등) 그 취지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아니하나 만일 원고 스스로가 위 불입신용부금을 태양피알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변제에 충당한 것이라면 이는 이 사건 청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도 석명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논지는 이유가 있다.

라. 제4점에 대하여

(1) 원심이 이 사건 약속어음 중 위 제1 약속어음을 제외한 나머지 어음에 관하여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태양피알의 대표이사인 위 소외 2는 피고 회사의 명칭인 '조선무약합자회사' 중에서 약(약)자가 락(락)자로만 바뀐 '조선무락합자회사'라는 법인명판과 피고 회사의 대표사원인 소외 3 이름의 대표사원 직인을 조각한 후 이를 이용하여 위 나머지 제2 내지 제15 약속어음에 '조선무락합자회사 대표 소외 3의 이름으로 배서를 한 다음 이를 다시 원고에게 배서를 하여 주고 어음할인을 받았으며, 원고의 영업주임인 소외 4는 위 각 약속어음을 할인하여 줄 때마다 피고 회사 경리과의 소외 5 과장, ○계장 및 여직원인 소외 6 등에게 피고의 배서 여부를 확인하였으나 위 소외 5 등은 총무담당 상무이사인 위 소외 1로부터 태양피알이 할인의뢰한 어음상에 기재된 피고 회사 명의의 배서의 진정성립 여부에 관하여 조회가 오면 피고 회사가 배서를 하였다고 답변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에 따라 위 제2 내지 제15 약속어음이 피고 회사의 어음기입대장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그 각 어음상의 피고 명의의 배서가 진정한 배서라고 답변하여 위 소외 4는 그 각 어음상의 배서가 피고가 한 진정한 배서라고 믿고 어음을 할인하여 주었다는 것이다.

(2)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인정에 터잡아 피고 회사의 담당직원들이 위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원고 회사가 제2 내지 15 어음상에 피고 회사 명의와 유사하게 위조된 조선무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를 발견하지 못한 채 조회한 데 대하여 피고 회사의 어음기입대장에 위 어음들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위 각 어음상의 피고 회사 명의의 배서가 진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답변한 행위는 허위사실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기망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위 각 어음상의 위 조선무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를 주의깊게 살피지 아니하여 피고 회사 명의의 배서로 잘못 알고 있는 원고 회사 담당직원으로 하여금 그와 같은 착오를 발견하지 못하게 한 한 원인이 되었으며 이와 같은 행위는 소외 1 및 피고 회사 경리과 담당 직원들의 직무내용 등에 비추어 외형상 그들의 직무범위 내로 보여지므로 피고 회사는 소외 1 등의 사용자로서 그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다만 원고가 적법한 제시기간 내에 제시를 하지 아니한 제11,14,15 어음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원고 회사의 담당직원으로서도 그 나머지 어음상의 조선무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를 주의깊게 살펴 그 배서명의가 피고 회사 명의와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못한 채 피고 회사 담당 경리과 직원들의 말만을 믿고 위 각 어음을 할인하여 준 과실이 있고 이와 같은 과실은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여 위 제11,14,15 어음을 제외한 나머지 약속어음에 관하여 피고 회사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 원고의 과실을 70%로 보아 피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30%만을 배상할 것을 명하였다.

(3) 그러나 원고가 위 조선무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를 피고 회사 명의의 배서로 오인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배서는 피고 회사의 명칭 가운데 '약' 자를 그와 거의 유사한 '락' 자로 바꾼 데 지나지 아니하여 주의 깊게 살피지 아니하면 그러한 사실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배서에 기재된 배서인의 주소나 그 대표의 명칭이 피고 회사의 실제 주소나 대표의 명칭과 일치하는 점, 원고가 위 어음들을 할인함에 있어 피고 회사에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어음할인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이 그렇게 중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기록에 의하면 원고 외의 다른 금융기관들도 위 소외 2가 같은 방법으로 위조한 조선무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가 있는 어음을 피고가 배서한 어음인 것으로 믿고 어음을 할인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사건에 나타난 피고측의 과실을 본다면 피고측의 직원이 피고가 실제로 어음에 배서하였는지를 확인하여 보지 아니하고 피고가 배서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은 고의 내지는 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이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직원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피고의 과실 또한 결코 가볍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인데, 원심이 이러한 피고의 과실과 비교하여서도 원고의 과실비율이 피고의 과실비율의 두 배가 넘는 70%나 된다고 본 것은 결국 과실상계의 비율판단을 그르쳐 현저히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가 있다.

2. 다음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앞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제2 내지 15 약속어음을 할인함에 있어 위 조선무락합자회사 명의의 배서를 피고 명의의 배서로 오인한 과실이 있고, 피고의 직원들도 원고측의 문의에 대하여 위 각 어음에 대하여 피고 회사 명의로 배서가 된 것으로 잘못 알고 그 배서가 진정한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위와 같이 사실과 다른 피고 직원들의 답변을 믿고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한 이상 그에 따른 원고의 손해와 피고의 직원들의 위법행위 사이에 법률적인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당원 1993.2.26. 선고 92다46370 판결 및 1993.5.25. 선고 92다54456 판결 참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상고는 이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며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한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윤영철 박만호(주심) 박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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