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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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공1993.12.1.(957),3061]

판시사항

부당해고가 위법하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경우

판결요지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원고, 선정당사자, 상고인

원고(선정당사자)

피고, 피상고인

덕신정공 주식회사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태훈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피고 덕신정공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피고 덕신정공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

기록에 의하면, 피고 덕신정공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가 피고 2의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해고로 말미암은 임금 및 위자료등의 손해배상책임까지 승계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처를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나 법리의 오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다.

피고 2에 대한 부분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2이 1990. 1. 11.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함으로 인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이유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함에 대하여 사용자는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쌍무계약이라는 점에 비추어, 사용자인 피고 2이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같은 피고가 임금지급채무를 부당하게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여 결국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볼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채무의 불이행에 관한 채권자는 채권액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는 것 이외에 따로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가 위 해고처분으로 인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근로계약이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이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쌍무계약임은 원심의 설시와 같다고 할 것이나,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의 근로제공이 단순히 임금의 획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부당해고한 것이 반드시 임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고, 이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 해고가 법률상 무효라고 하여 해고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사회적 사실로서의 해고가 소급적으로 소멸하거나 해소되는 것은 아니므로, 임금채무나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받게 된다고 하여 이것만 가지고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손해가 완전히 치유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것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그 해고가 무효로 되었다는 사유만에 의하여 곧바로 그 해고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을 것 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2이 원고를 해고한 것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4. 원심판결에는 부당해고에 있어서의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상고는 기각하며 이 부분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최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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