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형사판결의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한 민사재판에 있어서의 증명력 유무(한정적극)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용석
피고 1 주식회사 외 4인
부산고등법원 1992.6.17. 선고 91나8920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피고 1 주식회사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지고 그 뒤 피고 2, 피고 3과 피고 4를 거쳐 피고 주식회사 대웅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각 마쳐진 사실, 원래 이 사건 건물은 소외 1이 건축허가를 받아 소외 신동개발주식회사와 건축도급계약을 체결하였던바, 소외 3 주식회사가 이를 하도급받아 총공정의 90퍼센트가 시공된 무렵인 1981.10.경 위 소외 1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그를 대신하여 일을 보던 위 소외 1의 아들인 원고마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구속되자 원고의 동생인 소외 2가 이 사건 건물의 하도급업자인 위 소외 3 주식회사 대표이사 소외 4의 제의에 따라 이를 위 소외 3 주식회사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 양도에 필요한 소외 1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이에 기하여 소외 1 명의의 양도·양수가계약서, 입주경개계약서, 건축주명의변경신고서 등을 작성하여 이를 이용하여 앞서본 바와같이 피고 1 주식회사(위 소외 3 주식회사의 변경된 이름) 앞으로의 보존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주장 즉, 위 소외 1은 1981.10.경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었으므로 위 소외 2에게 자신의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하는등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고, 실제로 그러한 위임을 하지도 않았는데, 위 소외 2가위 소외 1의 의사와 관계없이 위 소외 1의 인장을 가지고 함부로 위 소외 1의 인감증명서발급을 위한 위임장을 위조하고 나아가 이 사건 건물의 양도·양수가계약서, 입주경개계약서, 건축주명의변경신고서등을 위조하여 이를 이용하여 이사건 건물에 관하여 피고 1 주식회사 앞으로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고 그에 터잡아 나머지피고들 앞으로의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으므로 피고들 앞으로의 위 각 소유권보존등기, 이전등기 등은 원인무효로서 모두 말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소외 1이 위 각 서류작성 당시 의사무능력상태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들어맞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있다.
첫째, 갑 제1호증의 1, 을 제2호증의 28, 29(원심판결의 을 제28.29호증은 오기로 보임), 원심법원의 ○○○○한의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위 소외 1은 뇌졸중 발병 당시 53세 남짓하고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나 그 뒤 상태가 호전되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에 입원 당시 의식이 혼미(drowsy)하였으나 1982.8.24. 퇴원 당시 의식이 회복(clear)되었으며, 다만 정신적인 흥분상태로 큰소리를 지를 때가 많았고 기억력장애와 판단능력장애 등 지남력장애가 가끔 나타났고 그 뒤 1990.5.까지 생존하였던 사실이 인정됨에 비추어 위 퇴원 후에 이루어진 인감증명발급위임 및 위 계약서 등 작성당시 사물을 변별할수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고, 둘째, 거시증거에 의하면 위 소외 1이 위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무렵에 위 소외 2와소외 4 등의 위 소외 1의 인감증명을 발급받기 위하여 위 소외 1을 만나러 간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 주장과 같이 위 소외 1이 의사능력이 없다면 굳이 가서 만날 필요 없이 서류를 위조하면 될 터이고, 셋째, 위 소외 1에 대한 인감증명발급업무를 담당하였던 소외 5, 소외 6등의 진술에 의하면, 위 소외 1을 만나러 집으로 찾아갔을 때 위 소외 1이 인감증명발급을 위임하였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의사를 표시하였고, 넷째,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허가명의를 위 소외 3 주식회사 앞으로 변경한 것이 그 당시 원고측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반드시 불리한 결정은 아니고, 다섯째 관련형사사건에서 위 소외 1이 의사무능력자였다는 점에 들어맞는 증거들은 원고의 진술이거나 원고측인 위 소외 2의 진술로서 이해관계인이라 믿기 어렵고, 위 소외 4나 나머지 관계인들은 직접 소외 1을 만나 의식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한 진술이 아니고, 갑 제5호증의 43(형사사건에서의 수사협조의뢰)은 원심법원의 위 사실조회결과에 비추어 믿을 수 없고, 여섯째, 원고로서는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입증이 훨씬 쉬운 시기에 소송을 제기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소외 1이 사망한 후에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2.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당원 1990.12.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1991.1.29. 선고 90다11028 판결 각 참조).
갑 제5호증의 67과,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8호증, 을 제3호증의 1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소외 2와소외 4는 위 소외 1이 뇌졸중으로 의식불명이 되자 이 사건 건물을 위 소외 3 주식회사앞으로 보존등기하는 데 필요한 위 소외 1 명의의 문서를 위조할 것을 공모하여 위 소외 1의 인감증명을 발급받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건물의 양도에 필요한 양도·양수계약서, 건축주명의변경신청서 등을 작성한 사실로 사문서위조·동행사죄의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이유로 적시한 것을 보면, 위 둘째, 넷째, 여섯째 사유는 이 사건 민사사건에서 제출된 자료들을 기초로 하는것이 아니어서 이는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고, 위 첫째 사유를 보건대, 원심이 들고 있는 을 제2호증의 28, 29는 위 형사사건에서 이미 조사한, 위 소외 1을 치료한 의사 소외 7의 확인서, 진료부사본이고, 원심법원의 사실조회회보결과도 대체로 같은 내용으로서 다만 위 소외 1의 퇴원 당시의 의식상태가 회복(clear)되었다는 기재가 있으나 그 기재에 의하더라도 의식은 회복되어도 기억력장애와 판단능력장애가 가끔 나타났다는 것이니 이로써 의사능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것만으로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고, 다음 위 셋째 사유를 보건대, 그 거시증거들은 형사판결의 사실판단과 배치되나, 원심증인 소외 6의 증언 외에는 모두 위 형사재판에서 이미 조사를 거친 것이고, 위 소외 6 역시 형사사건에서 진술, 증언하였는바, 원심에서의 위 증언은 형사사건에서의 진술, 증언과 같은 내용이므로 이것도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으며 끝으로 위 다섯째 사유를 보건대, 이는 위 형사판결에서 채용한 증거들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나 이는 아무런 반대자료 없이 위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것이어서 이 또한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다.
원심은 이와같이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없는 사유들에 의하여 그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여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