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노동조합법 제31조 제1항 본문 소정의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에 단체협약체결권한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나. 단체교섭 대표자가 사용자와 합의하여 단체협약안을 마련한 후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이 위 "가"항의 법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자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교섭할 권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의 권한 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한다.
나.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위 법 제33조 제1항 의 취지에 위반된다.
[반대의견 1]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하려는 헌법 규정과 노동조합법 이 지향하는 노동조합의 자주성, 민주성 및 특수성을 고려하고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이 대표자 등에게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권만 주고 있는 점과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제3호 가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두고 있는 점, 같은 법 제22조 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그 밖에 노사간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측면을 함께 보면 노동조합은 총회의 결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 자를 정하고 그들로 하여금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후에 노동조합총회의 결의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옳다.
[반대의견 2]
가.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이 단체협약의 교섭권한을 규정한 것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에게 일반적 추상적으로 단체협약의 교섭·체결권한이 있음을 규정한 것뿐이고, 어떠한 절차와 방법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노동조합의 규약이나 총회의 결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제한이 가능한지, 이 제한으로써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인지, 제한에 위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단체협약으로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의 권한을 제한하는 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지, 위 규정이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에게 어떠한 형태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제한하는 것도 금지하는 강행규정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한다.
나. 노동조합측이 노동조합의 대표자나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의 단체협약 교섭 체결권한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거나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볼 것이나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단체협약체결 절차나 권한을 위 "가"항의 규정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한할 수 있다.
쌍용중공업 노동조합
창원시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익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노동조합과 사용자인 소외 쌍용중공업주식회사 사이에 1990.11.20. 체결된 단체협약 제66조(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는,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모든 사항은 문서로 작성하며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은 교섭대표자에게 있고 조합원총회의 결과에 따라 교섭위원 전원이 연명으로 서명한다. 단 본 조항은 노동조합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과 피고는 경상남도지방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1990.12.22. 노동조합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33조 제1항 을 근거조항으로 하여 원고에게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의 의결에 불구하고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을 변경 보완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법 제33조 제1항 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표로 하는 단체교섭의 권한을 가진다는 것일 뿐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체결권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없고, 더욱이 노동조합 대표자에게 조합원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서도 제한을 할 수 없는 독립된 단체협약체결권을 인정함으로써 노동조합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에 불구하고 당연히 효력이 발생한다는 의미를 가진 규정으로 해석되지 아니하며, 법 제34조 제1항 도 단체협약의 체결에 있어서 그 체결방식을 서면으로 하고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하라는 것에 불과할 뿐 단체협약의 체결권자, 단체협약체결권의 범위 또는 그 효력 등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비추어 볼 때 노사간에 체결된 이 사건 단체협약이 법 제33조 제1항 , 제34조 제1항 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변경, 보완 지시처분은 위법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 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교섭할 권한"이라고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의 권한 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조합도 하나의 사단이므로 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을 대표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단체대표의 법리에 비추어 당연한 것이다.
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에 관한 한 당연한 사리를 규정한 것이고, 그 주된 의미는 오히려 조합 대표자 외에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도 대표자와 함께 또는 대표자에 갈음하여 단체교섭의 권한(단체협약체결권한을 포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한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헌법 제33조 제1항 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단체교섭권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의 권리만이 아니라 단체교섭의 결과로 타결된 내용을 단체협약으로써 체결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체교섭 중에는 사실행위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단체교섭도 있고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교섭도 있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 단체교섭권이라고 할 때에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하여 교섭하고 협상하는 권한뿐만 아니라 그 타협의 결과에 따라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권한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단체교섭의 권한은 있으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은 없다고 한다면 마치 대리에 있어서 계약조건을 협상할 권한은 있으나 계약을 체결할 권한은 없다고 하는 것과 같아서 그와 같은 지위를 법률상 의미있는 권한 내지 권리라고 볼 수 있을런지조차 의문스럽다 하겠다.
셋째, 법 제33조 제5항 은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성실한 단체협약체결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 또는 해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법 제39조 제3호 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는바, 이들 관계규정에 의하면 노동조합법 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에게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음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노동조합법 이 제33조 제1항 본문에서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을 가진 자에 관하여 규정하는 외에 따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규정한 바 없다는 사정도 위의 해석을 뒷받침한다 할 것이다.
넷째, 단체교섭의 권한이 있는 자에게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사용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단체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단체교섭의 권한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 되고 말 가능성이 있다.
쌍방간의 타협과 양보의 결과로 임금이나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대하여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다른 결정절차(노동조합의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만 그 합의가 효력을 발생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라면, 사용자측으로서는 결정의 권한 없는 교섭대표와의 교섭 내지 협상을 회피하든가 설령 교섭에 임한다 하더라도 성실한 자세로 최후의 양보안을 제출하는 것은 꺼리게 될 것이고, 그와 같은 사용자측의 교섭회피 또는 해태를 정당한 이유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다섯째, 단체교섭권한을 가진 대표자 등에게 단체협약체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단체협약이 조합원의 관여하에 형성된 조합의사에 기하여 체결되는 것은 집단적 자치를 뒷받침하는 기본적 요청이며, 또 조합의 대표자 등에게 단체협약체결권까지 부여하게 되면 집행부의 어용화나 배임행위를 견제할 수 없고 그 결과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해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였거나 교섭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것으로써 이미 조합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은 실현된 것이며, 단체협약의 체결이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하여 반드시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쳐 그 체결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만이 그와 같은 요청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조합원들이 대표자 등을 신뢰할 수 없다면 규약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표자 등을 교체하든가 또는 대표자 등 집행부를 그대로 두고서 당해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의 권한만을 다른 교섭대표에게 위임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에도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은 교섭대표자에게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 조합의 규약(갑 제4호증) 제58조에도 "단체협약의 체결은 위원장에게 있고 조합원총회의 결과에 따라 교섭위원이 연명으로 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원고 노동조합으로서도 단체협약체결 전에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을 뿐 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자체는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 노동조합이 하나의 사단이기는 하나, 근로자의 결집에 의한 실력투쟁단체로서의 노동조합은 개개의 조합원을 초월하는 독자적인 존재인 것은 아니고, 더구나 단체협약은 개개 조합원의 권리의무의 내용을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서 그 체결은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므로 일반적 재산거래 관계에서의 단체대표의 이론이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점과 헌법 제33조 와 노동조합법 제14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가지는 단체협약체결권한은 노동조합총회의 결의 등 조합원의 총의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것이라는 원심의 견해는 검토하여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와 같이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에 다시 그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조합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규정한 법 제33조 제1항의 취지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4. 그렇다면 교섭대표자가 사용자와 합의하여 단체협약안을 마련한 후에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법 제33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단체협약의 변경, 보완을 지시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한 것이라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단체협약에 위법사실이 없다고 하여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단체협약체결권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 윤 관, 대법관 배만운을 제외한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 관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와의 합의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조합원총회의 결의에 불구하고 그 단체협약은 적법하다고 하면서 그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노동조합총회의 결의와 관계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당연히 갖는 것이고, 또 그렇게 체결된 단체협약에 대하여 노동조합은 총회의 결의에 의해서라도 아무런 제한을 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견해는 근로자의 생존권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에도 합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 이 그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마저 저해하는 것이 되어 찬성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그 논거로 헌법 제33조 제1항 과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 5항 , 같은 법 제39조 제3호 를 들고 있다.
헌법 제33조 제1항 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근로자가 그와 같은 노동3권을 갖는다는 보장규정이지, 단체교섭의 당사자 또는 담당자가 누가 되어야 하는가를 규정한 것이 아니며,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에게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교섭권을 준 것일 뿐 단체협약체결권까지를 준 것이 아님이 법문상 명백하다.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바와 같이 단체교섭의 개념에 단체협약이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권을 가졌다 하여 단체협약체결권도 당연히 갖는 것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교섭"이란 사실행위인 교섭행위 그 자체만을 가리키는 것이고 단체교섭의 내용이 바로 단체협약의 내용으로 되는 것도 아닌 것이므로, 단체교섭의 담당자라 하여 당연히 법률행위적 성격을 지닌 단체협약체결의 당사자로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노동조합법 제33조 제5항 , 제39조 제3호 도 사용자측의 성실한 단체교섭응낙 및 단체협약체결의무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거기에서 노동조합대표 등과의 단체교섭 또는 단체협약에 관하여 사용자측에 그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였다 하여 위 결론을 달리 할 수 없다. 여기서 다수의견은 노동조합도 하나의 사단이므로 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을 대표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단체대표의 법리에 비추어 당연하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동3권의 주체인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자 조직된 특수한 단체( 노동조합법 제3조 )인 것이고, 헌법 상의 노동3권을 근로자의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이해하는 한 일반적인 재산거래 관계에 있어서의 단체대표의 이론을 노동조합대표의 경우에까지 끌어 들일 수 없다고 본다. 더구나 단체협약은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 생존권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체결과정에 조합원의 민주적 절차에 따른 집단적의사가 특별히 반영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견이, 노동조합의 규약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였거나 교섭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것으로 이미 조합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은 실현되었다고 본 것은 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14조 의 규정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에 앞서 "단체협약이 조합원의 관여하에 형성된 조합의사에 기하여 체결되는 것이 집단적 자치를 뒷받침하는 기본적 요청이며, 또 조합의 대표자 등에게 단체협약체결권까지 부여하게 되면 집행부의 어용이나 배임행위를 견제할 수 없고 그 결과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해하게 된다"는 다수의견의 우려가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임을 강조하여 둔다.
다수의견은 노사간의 실제문제를 탓하여 그 논거를 뒷받침하려고 한다. "노동조합의 대표자로 하여금 단체협약체결권을 당연히 갖는 것으로 하지 않으면 단체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단체교섭의 권한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뿐만 아니라 쌍방간의 타협과 양보의 결과로 근로조건 등에 대하여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노동조합총회의 결의 등 다른 결정절차를 거쳐야만 그 합의가 효력을 발생할 수 있다는 상황이라면, 이를 구실삼아 사용자측이 교섭을 회피하거나 해태한다 해도 이를 들어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은 다수의견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당연히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면 노동조합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마음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해도 되고 그렇게 체결된 단체협약은 조합총회의 결의에 의해서도 제한을 받을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오히려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협약체결권도 위임받지 않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노동조합의 의사에는 아랑곳없이 마음대로, 심지어는 사업자와 결탁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수 없이 그 단체협약을 지키도록 한 것이 바로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대표자 그리고 사용자간에 쓸데없는 불화와 투쟁을 반복하게 하는 불씨가 되고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하려는 헌법 규정과 노동조합법 이 지향하는 노동조합의 자주성, 민주성 그리고 앞에서 본 노동조합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이 그 대표자 등에게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권만 주고 있는 점과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제3호 가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두고 있는 점, 같은 법 제22조 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그밖에 노사간의 원만한 관계유지와 이를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측면을 함께 보면 노동조합은 그 총회의 결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 자를 정하고 그러한 권한을 가진 자들로 하여금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이나 체결한 후에 노동조합총회의 결의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옳다 고 본다.
끝으로 당원은 일찍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하면서 그 근거의 하나로 집단에 적용되는 법규범의 변경에는 집단적의사에 의한 동의를 얻게 함으로써 집단 자체에 그 효력을 미치게 함은 법규범의 변경절차로서도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거니와( 당원 1977.7.26. 선고 77다 355판결 참조) 비록 그것이 취업규칙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규범적 요소를 지닌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이 사건에도 원용될 수 있음을 덧붙여 둔다.
대법관 배만운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노동조합의 대표자나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이하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이라고 한다)가 단체협약의 교섭을 하는 것은 결국은 단체협약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대표자 등은 별도의 위임을 받지 아니하더라도 단체협약의 교섭권한뿐 아니라 그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에 동조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3조 제1항 이 단체협약의 교섭권한을 규정한 것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에게 일반적 추상적으로 단체협약의 교섭 체결권한이 있음을 규정한 것 뿐이고, 그들이 어떠한 절차와 방법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노동조합의 규약이나 총회의 결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그 제한이 가능한지 이 제한으로써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인지, 이 제한에 위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단체협약으로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의 권한을 제한하는 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지, 위의 규정이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에게 어떠한 형태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제한하는 것도 금지하는 강행규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아니한다.
2.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개개 조합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직접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법 제36조 )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주체는 근로자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단체협약은 조합원의 관여하에 형성된 조합의 의사에 터잡아서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기본적 요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법 제19조 제1항 제3호 ), 근로자들은 그들의 근로조건을 유지 향상시키고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어용화나 배임행위를 견제하며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의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을 감시 감독하고 통제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단체교섭에 임하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이 사실행위로서의 교섭행위를 할 권한만 있고 법률행위로서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가지지 아니한다면, 그 상대방인 사용자나 사용자단체는 다수의견이 염려하는 바와 같이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조건의 제시가 불안하고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이 제시하는 조건이 조합원들의 의사라는 보장도 없어 합리적이고 원할한 단체교섭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서도 일단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되거나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단체협약의 교섭에서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권한이 있다고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의 대표자 등의 이러한 권한을 노동조합측이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또 그것이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볼 것이나,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단체협약체결 절차나 권한을 법의 위와 같은 규정취지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제한할 수 있다 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3.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원고 조합과 그 사용자가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은 교섭대표자에게 있다고 정한 것이므로 이것이 법 제33조 제1항 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다만 위 단체협약이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사항은 조합원총회의 결과에 따라 교섭위원 전원이 연명으로 서명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사항은 조합원총회의 승인이나 결의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단체협약의 체결절차에서 단체교섭대표자의 협약체결권한을 제한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이는 노동조합측이 일방적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고 사용자와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한 것이며, 단체협약은 원래 그 유효기간이 2년(임금에 관한 사항은 1년)을 초과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법 제35조 ), 갑 제3호증(단체협약)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은 1992.8.31.까지를 유효기간으로 한다고 되어 있어서(단 유효기일이 만료되더라도 갱신체결시까지 효력이 지속된다고 협약되어 있다), 위의 단체협약 조항도 이 단체협약이 유효한 동안에 체결하는 단체협약에 대하여서만 한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바, 사용자가 스스로 동의한 이상 단체협약체결절차에 있어서의 이 정도의 제한을 가리켜 위 법조항의 규정취지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위 법 조항이 이러한 내용의 단체협약의 체결도 금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한다.
원래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합의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고, 단체협약은 당사자의 사적 자치에 맡기는 것이 옳으며, 누가 어떠한 절차와 방법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가는 법이 특별히 필요하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가 합의하는 사항은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4. 생각컨대, 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은 그들의 자주성이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단체교섭 대표자 등에게 사용자와 타결하거나 합의한 사항을 총회의 결의를 거쳐 협약을 체결하거나 먼저 가협약(가협약)으로 체결하고 총회의 승인을 얻어서 정식으로 협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또는 총회의 승인을 효력발생 요건으로 하는 협약체결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대표자 등과 사용자가 이를 무시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협약이 유효한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그 대표자 등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함에 있어 거기에서 타결된 사항을 총회(또는 대의원총회)의 의사를 물어 그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하거나 총회의 승인을 효력발생 요건으로 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러한 합의나 이러한 방식에 의한 단체협약의 체결이 유효할 것임은 의문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개의 단체협약체결시에 이와 같은 합의를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에서처럼 단체협약으로 다음의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모든 사항은 조합원총회의 결과에 따라 단체교섭 대표자가 서명함으로써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자고 합의하는 것을 위법하다고 금지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만일 사용자가 이와 같은 절차나 방식에 의한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내용의 단체협약체결을 거부하면 될 것이고, 일단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다음의 단체협약갱신체결시에 그와 같은 내용의 협약을 거부하면 될 것이다.
사용자가 이와 같은 절차나 방식에 의한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을 마다하지 않고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의하여 이를 명백히 수용하였는데도 이것을 법 제33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피고가 개입하여 이를 변경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