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폭행에 의하여 강간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칙상 납득할 수 없다고 하여 증명력을 배척한 사례
나.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유죄의 증거의 증명력의 정도
가. 폭행에 의하여 강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칙상 납득할 수 없다고 하여 증명력을 배척한 사례
나.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단지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는 부족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피고인
변호사 이명희
서울고등법원 1990.5.17. 선고 90노90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이 지지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한 1989.7.13.의 강간치상, 7.18.의 강간, 8.2.의 강간치상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그 증거로서 피고인의 법정진술, 증인 피해자, 강미애의 증언,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 사법경찰리 작성의 실황조서의 각 기재, 수사기록에 편철된 사진6매의 영상, 의사 문형석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진단서의 기재를 들고 있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므로 하나 하나 따져 보기로 한다.
(1) 우선 피고인은 검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 와 정교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일이 없고, 이 사건 정교관계 이외에도 그간 피해자와 합의로 십여차례 더 육체관계를 맺었으며, 피해자의 몸에 생긴 담배불에 의한 상처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고인의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피고인이 다니는 학교가 일류대학이 아니라고 하여 교제를 반대하였기 때문에 약혼만 하게 되면 성형수술을 받기로 하고 서로가 상대방의 사람임을 나타내는 징표로 몸에 상대방의 성을 새기기로 하여 피고인이 먼저 피해자의 몸에 피고인의 성인 '김'자를 새겼는데 피고인의 몸에도 피해자의 성을 새기려고 하자 피해자가 강력히 반대하므로 이에 이르지 못하였을 뿐 강간의 수단으로 가한 상처가 아니라고 하여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므로 결국 합의에 의한 정교냐 강간이냐 하는 것이 쟁점인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은 이 사건 강간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
(2) 사법경찰리 작성의 실황조서 중 현장상황에 관한 부분은 이 사건 정교가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강간이라는 사실인정의 직접적인 증거로 삼을 수 없고, 또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부분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는 그 증거능력이 없다. 또한 수사기록에 편철된 사진과 의사 문형석 작성의 진단서는 모두 피해자의 몸에 그와 같은 상처가 나 있다는 것의 영상과 기재내용이므로 이로써 이 사건 정교가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강간이라던가 그 상처가 강간의 수단인 폭행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없다.
(3) 다음 증인 강미애는 제1심 법정에서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 1989.7.13.05:00경 피해자가 증인의 집에 찾아 왔을 때 팔과 다리가 아프다고 하여 확인해 보니 발톱에 멍이 들고 발에 물집이 생겼으며 가방도 찢겨 있고 옷도 구겨져 있었으므로 자기옷을 갈아 입으라고 주었고, 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피고인에게 팔목을 심하게 비틀린 채 끌려다니다가 여관에 끌려 들어가 강간을 당하였다고 하더라는 진술을 하였는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당하였다고 하더라는 진술 외에는 이 사건 강간 범죄사실의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고, 피고인으로부터 강간당하였다는 말을 하더라는 진술부분도 결국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되는데다가 동 증인은 변호인의 신문에 대하여는 강간 이야기는 없었고 당시 그것을 물어 볼 상황도 아니었다고 진술하여 앞의 것과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4) 문제는 피해자 의 진술인바, 동인은 경찰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으로부터 폭행 협박으로 이 사건 강간을 당하였다고 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으나 피해자의 진술에는 의문점이 많다.
피해자는 이 사건 제1공소사실인 1989.7.13.01:00경 가오여관 202호실에서의 강간에 대하여, 당시 공소장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피해자의 손목을 비트는 등 강제로 여관에 끌고 들어가서 강간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당시 여관주인이 방을 안내하였지만 창피해서 구조를 요청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인 바, 대학4학년인 피해자가 강간의 위험을 느끼면서도 손쉬운 구조요청의 기회를 이용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상 쉽게 납득이 가지 아니하는 것이다.
또 피해자는 이 사건 제2공소사실인 7.18. 22:00경 피고인의 하숙방에서의 강간에 대하여, 그 날 피고인이 전화로 만나자고 해서 다방에 나갔더니 강제로 하숙방에 끌고가 강간을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수일전에 자기를 강간한 피고인을 만나지 않으면 아니될 특별한 사정도 없이 간단히 만났다는 점에서부터 다방을 거쳐 하숙방까지 끌려갔다는 점과 피고인의 하숙집 주인에게 구조를 요청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이르기까지 강간행위로 인정하는 데는 어느 것이나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사항들이다. 이 사건 제3 공소사실인 8.2. 23:00경 피고인의 하숙방에서의 강간에 대하여서도 그렇다. 그 날 피해자의 집에서부터 피고인의 하숙집까지 강제로 끌려가 강간을 당하였다는 것이나 화상을 입고 담배불로 온몸을 지지는데도 하숙집 주인에게 구조를 요청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어머니는 7.23. 이전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침한 사실을 미리 알고있었다는 것인데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무서워서 위와 같은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는 것도 여러 정황에 비추어 가볍게 수긍되지 아니한다.
(5) 뿐만아니라 피고인의 하숙집 주인인 이미금은 제1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그간 네차례 정도 증인의 집에 와서 피고인과 함께 지냈는데 어떤 때는 이틀간 묵고 간 적이 있고, 두번 정도 식사도 함께 하였으나 이 사건 고소 전날 이외에는 다투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피고인의 대학 친구인 증인 이윤재도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느꼈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으로부터 강간 당하였다고 하는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
3.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단지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는 부족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는바,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위와 같이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피해자 의 진술과 동인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기초로 한 강미애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여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는 채증법칙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것이므로 논지는 이유있고 따라서 위 범죄들과 경합범으로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