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채무자가 손해액의 일부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변제 공탁한 경우 과실상계에 있어서의 기준액(= 전체 손해액)
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의 과실상계의 기준
다. 은행과의 사이에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한 회사 소속의 운전기사가 은행원들과 함께 현금을 수송하다가 도주함으로 인하여 회사가 은행에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쌍방의 과실 정도를 같다고 본 것이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가.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 채무자가 손해금 중 일부에 대하여는 자신이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하여 변제공탁을 하고, 그 액수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하여는 법원이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추가로 변제하기로 의사표시를 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채권자측의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채권자가 입은 전체 손해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나.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채권자측의 과실을 어느 정도로 참작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신의칙과 공평의 관념에 따라 채권자측과 채무자측의 고의나 과실의 정도, 책임원인사실인 채무불이행의 내용, 손해의 발생 및 확대 등에 어느 정도의 원인을 제공하였는지 등 여러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가 공평하게 분담되도록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다.은행과 사이에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한 회사 소속의 운전기사가 은행원들과 함께 현금을 수송하다가 도주한 경우, 위 운전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운전기사가 고의로 은행에 손해를 가하였을 때에는 회사가 이를 배상하기로 약정하였고 위 운전용역계약에 따르면 운전기사에 대한 1차적인 지시감독권이 회사에 있었으며, 은행측의 과실은 주의의무를 다소 소홀히 한 것에 불과함에 비하여 운전기사의 현금절취 행위는 고의적인 범죄행위인 점, 회사가 사고 이후 손해액의 약6할 상당액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변제공탁한 점 등을 참작하면 은행과 회사의 과실 정도가 같다고 볼 수 없다.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영욱 외 4인
서한기업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영도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 법원이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채권자의 과실을 참작하기로, 계약의 당사자가 특별히 약정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의 법리에 따라 채권자의 과실을 참작하여야 되는 것이므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운전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과실상계에 관하여 특별히 약정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과실상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논지는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 금 169,000,000원 중 금 101,400,000원 만큼에 대하여는 자신이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여 변제공탁을 하고, 그 액수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하여는 법원이 그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추가로 변제하기로 의사표시를 한 바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원고측의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원고가 입은 전체 손해액을 기준으로 하여 과실상계를 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는 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피고가 스스로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금 101,400,000원을 초과하는 금 67,600,000원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만 과실상계를 하여야 한다는 논지도 역시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3. 같은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1988.2.24. 피고 회사 소속의 운전기사를 원고은행에 배치하여 원고은행의 차량을 운전하도록 하는 내용의 운전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는 피고가 원고은행에 배치한 운전기사가 횡령, 배임 등의 고의행위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피고가 이를 배상하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는 위 운전용역계약에 따라 소외 1을 원고은행 평택지점에 배치하여 차량을 운전하도록 하였는 바, 소외 1은 원고은행 평택지점장의 지시에 따라 1989.6.23. 09:40경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 송탄지점과 원고은행 수원지점으로 현금 169,000,000원을 수송하기 위하여 서울 3고5233호 스텔라 승용차에 행원인 소외 2를을 수송책임자로, 서무원인 소외 3을 호송원으로 태우고, 원고은행 평택지점을 출발하여 10:15경 송탄시에 있는 대동노인정 앞 오르막길에 이르렀을 때 위 승용차를 세우고, 뒷좌석에 앉아 있는 소외 2와 3에게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 차를 밀어달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소외 2와 3이 현금이 들어있는 2개의 마대를 남겨둔 채 위 승용차에서 내려 차를 밀자, 위 승용차를 운전하고 그대로 달아남으로써 위 승용차에 실려 있는 현금 169,000,000원을 절취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운전용역 계약의 내용에 따라 소외 1의 절취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시한 다음,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원고 측의 과실에 관하여, 첫째 피고가 운전기사를 수시로 교육, 감독할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제한되어 있는 반면, 원고는 배치된 운전기사를 소속직원과 사실상 동일하게 업무에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원고로서도 배치된 운전기사에 대하여 지속적인 교육과 감독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특히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거액의 현금을 수송하는 승용차의 운전을 맡기는 등 위험이 수반된 업무에 배치할 경우에는 원고은행 소속의 직원의 경우와 동일한 정도로 사전교육 및 감독을 하여야 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소외 1에 대하여 이와 같은 교육과 감독을 게을리 한 과실이 있고, 둘째 원고은행의 현금수송에 관한 요강은 그 규정 자체가 사고를 예방하기에 미흡할 정도로 허술하게 되어 있는데, 원고은행 평택지점에서는 그 요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아니하고 현금수송에 관하여 특별한 교육을 받지도 못한 미성년자일 뿐만 아니라 입행한지 1년 3개월 밖에 되지 아니한 소외 2와 현금취급 업무와 관련이 없는 서무원인 소외 3으로 하여금 일반 승용차를 이용하여 이 사건 현금수송을 담당하게 한 잘못이 있으며, 셋째 각종 범행의 대상이 되기 쉬운 거액의 현금수송을 담당하는 자로서는 현금을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현금을 수송하는 승용차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은행에 연락하여 다른 수송방법을 강구하는 등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외 2 와 소외 3은 소외 1의 거짓말에 쉽게 속아 현금을 승용차에 놓아둔 채 모두 위 승용차에서 내림으로써 소외 1에게 이 사건 범행의 기회를 준 잘못도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원고측의 위와 같은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전체 손해액의 5할로 감액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측에 과실이 있는 때에 법원이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채권자측의 과실을 어느 정도로 참작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신의칙과 공평의 관념에 따라 채권자측과 채무자측의 고의나 과실의 정도, 책임원인사실인 채무불이행의 내용, 손해의 발생 및 확대 등에 어느 정도의 원인을 이루었는지 등 여러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가 공평하게 분담되도록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 당원 1983.12.27. 선고 83다카1389 판결 ; 1985.11.26. 선고 85다카1191 판결 ; 1989.9.26. 선고 88다카3237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측에게도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계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와 같은 현금수송에 따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피고와간에 위 운전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가 원고은행에 배치한 운전기사가 횡령, 배임 등의 고의행위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피고가 이를 배상하기로 특별히 약정을 하였고, 위 운전용역계약에 따르면 피고가 소외 1의 사용자로서 그에 대한 지시,감독권은 제1차적으로는 피고에게 있고, 원고의 지시,감독권은 제2차적인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원고측의 위와 같은 과실은 소외 1의 교육, 감독에 대한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거나 현금수송에 따르는 주의의무를 다소 소홀히 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비하여, 소외 1의 현금절취행위는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서 행하여진 고의적인 범죄행위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이와 같은 여러가지 사정과 피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 금 169,000,000원 중 6할에 상당하는 금 101,400,000원에 대하여 자신이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변제공탁을 한 점등을 과실상계제도의 취지에 따라 합리적으로 참작하면, 채권자인 원고측의 과실의 정도가 채무자인 피고측의 과실의 정도와 같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임이 너무도 명백하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측의 과실의 정도가 피고측의 과실의 정도와 같은 것으로 보아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전체 손해액의 5할로 감액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원고측과 피고측의 각 과실의 정도에 대한 비교교량을 현저하게 그르침으로써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