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거이어야 하고 또 그 증명력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83.5.10 선고, 82도2279 판결 ,
1985.10.8 선고, 85도1146 판결 ,
1986.11.25 선고, 86도1636 판결 ,
1986.12.23 선고, 86도2041 판결
피고인
변호사 이재인
대구고등법원 1986.12.10 선고 86노1192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 1985.12.30. 22:30경 울산시 남구 신정동 618의 9 소재 피해자 신광열 경영의 롯데제과 동 울산영업소 제품창고에 이르러 미리 준비하여 간 부산렌트카 소속 변호불상 12인승 봉고차를 대기시켜 놓고 드라이버로 시정된 동 창고셔터문을 파손하여 열고 들어가 그 안에 있는 피해자 소유의 롯데대형껌등 281박스 싯가 5,236,221원 상당과 사무실내에 있는 현금 83,180원, 중고계산기 1점 외 13점 싯가 384,180원 상당 싯가 도합 5,620,401원 상당을 싣고 가고,
2. 1986.1.6. 22:00경 여수시 국 1동 소재 피해자 윤경천 경영의 롯데제과 여수영업소 제품창고에 이르러 미리 대절한 봉고 1톤 트럭을 대기시켜 놓고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소유의 롯데만화껌 등 325박스 싯가 6,409,508원 상당과 사무실에 있는 전자계산기 중고 3대 싯가 51,000원 싯가 도합 6,460,500원 상당을 싣고 가고,
3. 같은달 15. 06:15경 전항과 같은 장소에서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전항 피해자 소유의 롯데인삼껌등 127박스 싯가 2,524,422원 상당을 싣고 가고,
4. 같은달 19. 23:00경 위 1항과 같은 장소에서 제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신광열 소유의 롯데풍선껌등 196박스 싯가 4,342,419원 상당을 싣고 가고,
5. 같은달 20. 22:00경 창원시 중앙동 33의 6 소재 피해자 황재복 경영의 롯데제과 창원영업소 제품창고에 이르러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소유의 롯데초콜렛등 367박스와 전자계산기 중고 2대 등 싯가 6,536,038원 상당을 싣고 가고,
6. 같은해 2.9. 16:00경 마산시 신포동 1가 28의 1 소재 피해자 김상권 경영의 롯데제과 마산영업소 제품창고에 이르러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소유의 롯데풍선껌등 388박스와 카셋트녹음기 중고 1대등 싯가 9,725,842원 상당을 싣고가 각 이를 절취한 것이라는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서는 증인 윤종완, 김성삼의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위 피해자들의 제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사법경찰리작성의 위 피해자들 및 백철, 박선모, 공소외 1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사법경찰리작성의 각 압수조서의 기재와 원심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 및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를 들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 법정이래 이 사건의 각 범행을 저지른 일이 없고, 경찰, 검찰에서 자백한 것도 수사관의 자백강요와 당시 피고인의 자포자기적인 심정에서의 허위진술인 것이며 이는 판시 제1항의 범행일인 1985.12.30에는 피고인이 부산동래경찰서에서 횡령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고, 제4항의 범행일인 1986.1.19에는 그 날이 피고인 부부의 결혼 2주년되는 날이어서 처와 함께 집에 있었고, 제5항의 범행일인 1986.1.20에는 결혼기념으로 처와 함께 외출하여 외식과 영화구경을 하였으며, 제6항의 범행일인 1986.2.9은 구정날이어서 차례를 지내고 친척집에 인사를 다닌 다음 저녁에는 방문한 친구와 함께 놀았음이 피고인의 처와 친구들의 진술에 의하여 확인되었고, 피고인은 1985.11.경 롯데제과 부산 중부대리점 판매사원을 그만둔 후에는 자신의 영업으로 롯데제과 해운대대리점, 금정대리점과 공소외 노재상(노진상)등으로부터 덤핑으로 판매하는 껌등의 롯데제품을 구입하여 창고에 보관하였다가 이를 공소외 1, 2 등에게 판매하여 왔는바, 판시 제6의 범행일인 1986.2.9(구정날)에도 위 노재상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하였으며, 피고인이 체포되던 동년 2.12에도 위 해운대대리점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한바 있는데 경찰은 피고인의 창고와 피고인과 거래하던 공소외 1, 2 집에 남아 있는 물품을 모두 압수하여 이를 이 사건 범죄의 장물로 취급하여 사건을 조작하였으며, 그밖에 이 사건 범죄의 범행방법, 절취품의 운반차량, 보관장소, 그 처분방법 등에 피고인이 그와 같은 범행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사리에 맞지 않는 점이 허다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막연히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범한 범인으로 인정하여 억울하다는 변소를 하고 있다.
기록과 대조하여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삼고 있는 각 증거들을 살펴보면, 이 사건 피해자들인 신광열, 윤경천, 황재복, 김상권 등의 각 증언 (제1심)과 진술(경찰)에 의하면, 위 피해자들은 모두 판시 일시경에 판시와 같은 경위로 물품을 도난당하였으나 그 범인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증인 윤종완, 김성삼의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은 피고인의 현장부재(알리바이) 주장에 관한 부분으로서 위 윤종완의 진술은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되고, 위 김성삼의 증언은 피고인이 롯데제과 주식회사 부산 중부대리점에 재직시 물품대금을 수금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고소를 당하여 판시 제1의 범행일시경에 그 범행장소와는 동떨어진 부산 소재 동래경찰서에서 피고인이 조사받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고, 백철, 박선모의 각 경찰진술에 의하면, 판시 제2. 및 제3의 기재 일시경 누구인지는 모르나 봉고차에 범인이 상자를 싣고 있는 것을 본일이 있다는 내용뿐으로서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 못하고, 다만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로서 경찰이 1986.2.12 피고인이 임차하여 창고로 사용하고 있던 공소외 3 집 창고에서 롯데제과 제품인 껌등 26종의 물품 418박스를 압수하고 동월 13 피고인과 거래한 바 있는 공소외 1 집에서 껌등 9종의 물품 117박스를, 공소외 2 집에서 껌등 4종의 물품 15박스를 각 압수하였다는 각 압수조서가 있고, 피고인이 경찰 및 검찰에서 이 사건 6회에 걸친 범행(경찰에서는 7회)을 단독으로 범행하였다고 자백한 각 피의자신문조서가 있다.
먼저 경찰이 압수한 위 압수품에 관하여 보건대,
경찰은 위와 같은 압수품은 이 사건 범죄의 장물이라 하여 이를 모두 피해자에게 가환부 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고 그 가환부에 있어서도 압수물품 중 305박스는 판시 제6의 장물이고, 107박스는 판시 제5의 장물이고, 72박스는 판시 제1, 4의 장물이고, 나머지 66박스는 판시 제2, 3의 장물이라 하여 각 그 피해자들에게 나누어 가환부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3군데서 압수한 위 압수품들을 어떻게 하여 이 사건 범행의 장물로 단정할 수 있는지 더군다나 무슨 방법에 의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별로 분류할 수가 있는지 의문이 간다(다만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압수품중에는 판시 제6. 마산영업소제품임을 나타내는 마산영업소 도장이 찍혀 있는것이 일부 있는듯 하나 피고인은 이것을 구정날인 1986.2.9(판시 제6의 범행일) 공소외 노재상으로부터 매수했다고 변소하고 있다).
한편 제1심 증인 이상규, 박효심의 각 증언과 박장업, 공소외 3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 및 김찬주,이상규 작성의 각 확인서(소송기록 제49, 50면)의 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롯데제과주식회사 부산중부영업소에서 약 2년간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1985.12. 중순경부터 덤핑판매하는 롯데제과의 과자, 껌종류를 타처에서 구입하여 판매하는 영업을 하면서, 피고인이 이와 같이 구입한 물품들을 피고인이 임차한 공소외 3 소유의 창고에 입고시킨 일이 있는데 특히 롯데제과 해운대대리점 및 금정대리점에서 1986.1.22부터 이 사건에서 압수당하던 같은 해 2.12까지 사이에 7회에 걸쳐 도합 1,270여만원 어치의 물품들을 구입하여 위 창고에 입고시킨 사실이 있음을 엿볼 수 있으므로 경찰이 압수한 위 각 압수품 전부가 과연 이 사건 범행의 장물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인지 혹은 그중 일부가 장물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바로 그 범행을 한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의문이 간다.
다음 피고인의 자백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시인하고 있으나(피고인은 그 시인한 동기에 관하여 수사기관이 피고인에게 전과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을 믿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인하여 구속되면서 결혼당시 숨긴 자신의 전과사실이 드러나 가정파탄 직전에까지 이르렀으므로 자포자기한 심정이었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압수된 물품의 구입처가 확실하게 있어 나중에라도 진실이 밝혀지리라고 생각하였으므로 그와 같이 시인하게 된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다), 그 진술자체에 의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다. 첫째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산시 중앙동 소재 부산렌트카회사에서 빌린 12인승 봉고차(공소사실제1,4 내지 6의 범행시) 또는 미리 대절한 봉고 1톤트럭(동 제2,3의 범행시)을 사용하여 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과연 부산렌트카회사에서 그와 같은 차량을 빌린 일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피해자 윤경천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봉고 1톤트럭으로는 피해품과 같은 물품 300상자(공소사실 제2의 피해품은 325상자이다)를 싣기에는 무리라고 보여지는 점, 둘째로, 피고인은 공소외 2에게 도합 4회에 걸쳐 절취품중 550상자를 대금 도합 1,280만원에 공소외 1에게 절취품중 420박스 정도를 대금 670만원에 각 매도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2에 대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공소외 2 자신은 2회에 걸쳐 도합 200상자의 물품을 410만원에 구입한 일밖에 없고, 경찰에서는 자신이 잘못 알고 4회에 걸쳐 피고인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고 하고 있는 등으로 위 피고인의 진술내용과 상치되며, 셋째,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동기를 자신이 근무하던 롯데제과주식회사 부산 중부영업소에 부채가 있어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서, 위와 같이 공소외 1, 2에게 물품을 판매한 돈 2,150만원(그러나 앞서본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그 매도대금은 합계 금 1,950만원 밖에 되지 아니하여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으로 위 부산 중부영업소에 채무금 1,860만원을 갚고, 구속된 후 다시 250만원을 갚았다고 하고 있으나 과연 그와 같이 위 영업소가 채무변제를 받은 일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자료가 없고(더욱이나 피고인은 제1심 법정이래 위와 같이 그 채무를 갚은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째, 피고인은 판시 제4항의 범행일인 1986.1.19에는 그날이 피고인 부부의 결혼 2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처와 함께 집에 있었고 판시 제5항의 범행일인 동월 20에는 결혼기념으로 처와 함께 외식과 영화구경을 하였고 판시 제6항의 범행일인 1986.2.9은 구정날이어서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는 방문한 친구와 함께 집에서 놀았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의 처인 증인 박효심과 친구인 증인 윤종완이 제1심 또는 원심공정에서 각기 이에 부합하는 자세한 증언을 하고 있고, 각 그 증언이 굳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만한 사유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경찰 및 검찰에서 한 자백진술에는 여러가지로 그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 할 것이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거이어야 하고 또 그 증명력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물품중에 마산영업소의 표시가 있는 물품이 있고, 피고인도 검찰에서 그 범행을 시인하는 등으로 피고인이 이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가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정당하게 매수하여 보관하였거나 정당하게 타처에 매각한 물품과 이 사건 피해품(장물)을 구별하기 어렵고, 범행방법, 범행차량, 피해품의 처분대가의 사용처 등에 석연치 아니한 점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 거시증거만으로는 이건 범죄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기에는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증거만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조치는 심리를 미진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충분한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고자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