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범의의 내용
무고죄에 있어서 그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범의는 확정적 고의를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고의로서 족하다 할 것이므로 무고죄는 신고자가 진실하다는 확신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확신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법원 1985.2.26 선고 84도2774 판결,
1985.4.9 선고 85도220 판결
피고인
변호사 김상훈
서울형사지방법원 1985.12.20 선고 85노701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본인 및 변호인 변호사 김상훈의 상고이유를 함께 모아 본다.
무고죄에 있어서 그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범의는 확정적 고의를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고의로서 족하다 할 것이므로 무고죄는 신고자가 진실하다는 확신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확신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풀이된다.
원심판결 이유기재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원심에 이르기까지의 진술등 여러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그림을 매수할 당시 고화감정전문인인 김세종이 좋은 그림이라고 말하였고 화가 이당의 제자들이나 고미술협회장 송원도 같은 취지로 애기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이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그림이 진품이며 수작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며 여기에 피고인은 원래 서라벌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여 그 이래 25여년간 동양화가로 종사하여 국전 추천작가까지 된 중견화가로 그 자신이 동양화에 대한 조예가 깊은 점과 일반적으로 고서화에 있어서 화랑가의 사람들이 진품이다, 모작이다 하며 참새처럼 입방아 찧는 일이 다반사인 사실등을 보태어 종합하면 피고인 주장의 사정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그림을 모작이라고 단정하였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할 것이고 오히려 모작이라는 확신없이 이 사건 고소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건 기록에 의하여 여러 증거자료를 살펴보면 원심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그림을 공소외 1을 통하여 샀을 때나 이를 공소외 장풍미에게 팔았을 때만 해도 화가 김세종 고미술협회장 송원을 비롯하여 이당 김은호의 제자들이 이 그림을 청전 이상범이 그린 진품이고 수작이라고 말하여 그 진품이라는 점에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는데 그림을 팔고 약 1년반쯤이 지난뒤에 위 장풍미가 이 그림이 가짜라고 하며 매매대금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분쟁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위 이상범의 아들인 공소외 이 건걸에게 그림을 보이니 모조품이라고 말하고 한국고미술상중앙회에 감정을 의뢰한 바 역시 가짜라는 감정이었고 위 이상범의 수제자라고 하는 공소외 박노수도 이 그림의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말이어서 이 단계에서는 이 그림을 모조품이라고 믿게 되어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된 사실과 같은 무렵 피고인은 위 장풍미로부터 가짜 그림을 팔았다고 사기죄로 고소를 당하여(이 부분에 대하여는 이 사건 무고죄와 같이 공소가 제기되었으나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피고인이 공소외 1을 사기죄로 고소한 사건과 한 사건으로 병합하여 수사가 진행된 수사과정에서 이 작품의 진위에 관하여 상반되는 듯한 진술이 불가피하게 된 사정이 엿보이는 점등을 모아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을 고소할 당시에는 이 사건 그림을 가짜라고 생각하고 공소외 1이 가짜 그림을 판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것이며 그렇다면 피고인에게는 공소외 1을 무고할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심인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은 이 사건 그림의 매매경위와 그 진위감정, 나아가 위 두개의 고소사건의 수사과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등을 따져 피고인의 범의를 가렸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당초 그림을 매수하였을 때 피고인이 이 그림을 진품이라고 믿고 산 사실만을 들어 그 이후 이 그림이 진품이 아니라는 여러사람의 감정결과가 나와 피고인도 이를 가짜라고 믿게 된 경위나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하게 된 사정등에 관하여서는 전연 심리판단도 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그림이 모작이라는 확신없이 고소를 한 것이라고 판시한 조치에는 필경 무고죄에 있어서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어 이와 같은 점을 나무라는 상고 논지는 그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원심으로 하여금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합의부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일치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