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기소된 사실을 공소장변경 절차없이 피해자에게 제3자를 소개하여 그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고 피해자에게 그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케 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나. 사기죄에 있어 고의의 판단자료
가. 변제할 의사와 능력없이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기소된 사실을 공소장변경 절차없이 피해자에게 제3자를 소개케 하여 동액의 금원을 차용하고 피해자에게 그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케 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하였다 할지라도 위 양 범죄사실을 비교하여 보면 차용액, 기망의 태양, 피해의 내용이 실질에 있어 동일한 것이어서 피해자를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아무런 차이도 없으므로 원심의 인정사실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벗어난 것도 아닐 뿐더러 피고인이 스스로 이를 시인하고 있는 이상 피고인의 방어에 하등의 불이익을 주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거기에 위법이 있다 할수 없다.
나.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소인 기망과 편취에 관한 고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직업, 경제활동등 제반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피고인
대구지방법원 1984.1.12. 선고 83노890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대조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81.10.28. 11:00경 및 동년 11.25. 14:00경 등 두차례에 걸쳐 피해자 허옥련의 집에서, 변제의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시 차용한 후 곧 변제하겠다는 허언으로 동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를 믿은 동인으로부터 도합 금 480,000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것이라는 취지임에 대하여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위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에게 동인이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혹은 동인의 소개로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 수 있게 하여 주면 이를 곧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하여 동인을 기망함으로써 이에 속은 동인을 통하여 공소외 김일순, 김도순 등 2명으로부터 도합 금 480,000원을 차용하면서 위 피해자 허옥련으로 하여금 그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케 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으로서, 피해금원의 출처나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내역 등에 관하여 공소사실과 원심의 인정사실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또한 공소장변경 절차를 밟은바 없음은 소론과 같으나 본건 공소사실과 원심인정의 범죄사실과를 비교하여 보면 피고인이 차용한 금원의 액수가 다같이 도합 금 480,000원으로서 동일하고, 기망의 태양에 있어서도 변제의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기간안에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였다는 점에서 동일하며 피해자인 허옥련이가 입은 피해의 내용에 있어서도 비록 적극적 재산의 감소 혹은 소극적 재산의 증가 등의 형식상 차이가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금 480,000원이라는 피해액수에 있어서 동일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있어서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의 인정사실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또 원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 허옥련의 소개와 보증하에 김일순, 김도순으로부터 이 사건 금원을 차용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음이 분명한 이상, 원심이 공소장변경 절차없이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하여 피고인의 방어에 하등의 불이익을 주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에 소론이 주장하는 불고불리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니 이점 논지는 이유없다.
2. 그러나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증거로서 피고인의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일부진술, 공소외 허옥련, 김화순의 경찰, 검찰, 혹은 법정에서의 각 진술 및 원심증인 김일순, 김도순의 각 진술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소인 기망과 편취에 관한 고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직업, 경제활동등 제반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할 것인바, 원심이 들고 있는 위 모든 증거의 내용을 정사해 보아도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을 차용한 사실에 관한 것일 뿐 피고인이 위 차용금원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거나 기망의 수법으로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추정할만한 객관적 사정을 인정할 자료로는 미흡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다른 증거가 없다. 즉 피고인은 시종일관 기망이나 편취의 고의를 부인하면서 이 사건 차용당시나 지금이나 변제의 의사와 능력이 충분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 등 돌발사정의 발생으로 그 변제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을 따름이라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고 제1심 및 원심증인 허옥련, 제1심증인 김화순의 법정에서의 증언과 검찰 및 경찰에서의 진술조서의 기재는 물론 원심증인 김일순, 김도순의 증언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원래 상당히 재산이 많은 집안에 살고 택시를 사서 운전영업을 하여 왔고, 그의 부친도 상당한 부동산을 가지고 표고버섯재배업에 종사하여 살기도 괜찮은 편이어서 이 사건 이전부터 충분히 변제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허옥연, 김화순등과도 자금거래를 해오다 교통사고가 발생하여그 수습과 차량의 수리관계로 이건 금원을 고소인 허 옥련의 보증아래 공소외 김일순 및 김도순으로부터 꾸워 각각 1부는 약정에 따라 갚아 오다가 나머지는 지체되었으나 이건 고소 이후 피고인 또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모두 변제받았다는 것이고, 채권자인 김일순은 도리어 피고인으로부터 이건 1부 채권의 변제도 받아왔고 변제능력도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 보증인인 허옥련이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이건 고소를 했다는 것이고 같은 채권자인 김도순도 고소사실을 뒤에야 알았다는 것이다. 위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과 고소인 허옥련 사이의 계속적 금전거래관계, 미혼인 피고인과 그 부친의 재산상태, 이 사건 차용금원의 규모 및 채무변제 연체의 동기, 경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해 보면 피고인의 위 변소를 수긍못할 바도 아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소위는 단순히 채무1부의 일시적 이행지체에 불과하다 할 것임에도 원심은 증거없이 피고인에게 기망과 편취의 고의를 인정한 잘못을 범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를 탓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어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