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나. 배임행위가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 배임죄성부
다. 배임죄의 기수시기 및 배임으로 취득할 물건을 매수하기로 합의 내지 청탁한 자의 죄책
가. 배임죄에 있어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고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의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없다.
나.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가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손해가 생긴 때에는 사기죄와 함께 배임죄가 성립한다.
다. 배임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기수가 되는 것이므로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할 유류를 그 배임행위자로부터 미리 이를 매수하기로 합의 내지 응탁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배임으로 취득한 장물을 취득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두 배임행위 자체의 공동정범이 된다.
피고인들
변호사 이재인, 전상석(피고인
서울고등법원 1983.4.20 선고 82노2832 판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들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피고인 1의 변호인 변호사 전상석과 피고인 2의 변호인 변호사 이재인이 제출한 각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제출기간도과 후에 제출된 것이므로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안에서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의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1은 치안본부 장비과 차량계에서 차량용 유류의 발주 및 수불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서 그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1981.4. 일자미상경 서울 종로구 경운동 소재 제동주유소의 관리과장인 공소외 1과 사이에서 공소외 우영석유주식회사가 치안본부와 사이에 미리 체결해 두고 있던 유류공급계약에 기하여 치안본부에 공급하는 보통휘발유와 경유의 일부를 빼돌려 위 주유소에 매각하기로 합의하고 공소외 1은 그시경 위 합의내용을 위 주유소 소장인 공소외 2를 거쳐 위 주유소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피고인 2에게 전달하여 그 승락을 얻음으로써 순차 공모한 다음, 같은해 4.28부터 11.4까지 사이에 전후 14회에 걸쳐 피고인 1은 위 우영석유주식회사에 대하여 치안본부에서 구입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보통휘발유 합계 400드럼과 경유 합계 100드럼을 위 주유소에 납품할 것을 지시하고, 공소외 1과 2 및 피고인 2 등은 이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위 유류의 공급가액인 금 59,814,970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치안본부로 하여금 우영석유주식회사에 대하여 동액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하여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요지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각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위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경험과 논리칙에 관한 사실인정을 한 잘못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
2.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1이 위과 같이 치안본부의 차량용 유류의 발주 및 수불업무를 담당하면서 치안본부와 사이에 유류공급계약을 체결해 두고 있던 우영석유주식회사에 대하여 치안본부에 납품할 유류의 일부를 위 유류공급계약상 지정된 납품장소 이외의 장소에 납품케 하여 이를 빼돌린 행위는 같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른 우영석유주식회사의 납품이 본인인 치안본부에 대하여 법률상 유효한 납품인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에 비추어 결코 행하여서는 아니될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인 치안본부와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 등이 위와 같이 빼돌린 유류가 논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률상 치안본부에 유효하게 납품된 바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치안본부가 그 대금지급채무는 이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피고인 1의 위 행위가 우영석유주식회사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하게 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같은 피고인의 위 행위는 그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우영석유주식회사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함이 명백하여 치안본부에 국가배상법에 의하여 여전히 위 유류대금 상당을 배상할 채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그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없는 한편,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가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손해가 생긴 때에는 사기죄와 함께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또 배임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기수가 되는 것이고, 이 사건에 있어서 본인인 치안본부에게 손해가 발생한 시기는 우영석유주식회사가 피고인 1의 지시에 응하여 유류를 제동주유소에 납품함으로써 치안본부가 실제로는 유류를 납품받은 바 없이 그 대금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된 때라 할 것이므로, 위 유류가 제동주유소에 납품되기 이전에 미리 이를 매수하기로 합의 내지는 응탁한 위 유응수, 김봉천 및 피고인 박영규 등의 행위는 피고인 김형만이 배임으로 취득한 장물을 취득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두 배임행위 자체의 공동정범이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 등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피고인 등을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의율한 후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피고인 2에 대하여는 형법 제33조 단서의 규정에 따라 형이 가벼운 단순배임죄로 처벌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