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치유 시점)
[2]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재요양의 요건
[3] 업무상 재해로 신체장해를 입은 사람이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않아 기존의 장해에 대해서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기존의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장해등급이 변경된 후 비로소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한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8조 제3항 제1호를 근거로 기존의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장해보상연금을 부지급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기존의 장해등급에 대한 장해급여청구를 하지 않고 있던 중 청구권이 시효 소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1]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누6544 판결(공1997하, 2909) / [2]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2두1762 판결 / [3] 대법원 2015. 4. 16. 선고 2012두2614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5상, 697)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평화 담당변호사 김은철)
근로복지공단
서울고법 2019. 12. 20. 선고 2019누47973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은 2005. 7. 22.경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주유소’에서 근무하다가 세차용 가성소다에 우안이 노출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여 ‘우안 각막 화학 화상’(이하 ‘선행상병’이라고 한다)을 진단받고, 그 무렵 피고로부터 업무상 요양승인을 받은 뒤 2005. 7. 22.부터 2005. 9. 30.까지 통원 치료(이하 ‘선행요양’이라고 한다)를 받았다.
(2) 소외인은 2018. 2. 2. △△△△△△△병원에서 ‘우안 각막 화학 화상, 우안 안내염 및 우안 망막박리를 원인으로 한 시각 장애(우안, 광각유)’(이하 통틀어 ‘이 사건 장해’라고 한다)의 진단을 받고, 2018. 3. 2. 피고에게 장해급여청구를 하였다.
(3) 피고는 2018. 3. 8. 소외인에 대하여 ‘선행상병은 선행요양 종료일인 2005. 9. 30.에 치유되었고, 그로부터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11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장해급여청구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을 하였다.
(4) 소외인은 이 사건 제1심 계속 중인 2018. 9. 20. 사망하였고, 배우자인 원고가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소외인의 장해급여청구일을 기준으로 이 사건 장해에 관한 장해급여청구권이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는지 여부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 등을 들어 선행상병은 2005. 9. 30. 완치되었다고 볼 수 있고, 선행상병에 관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치일 다음 날부터 진행되는데, 소외인은 그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후 2018. 3. 2.에서야 피고에게 이 사건 장해에 관한 장해급여청구를 하였으므로, 소외인의 장해급여청구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가. 제1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진료기록감정의는 선행상병의 치료종결일을 2005. 9. 30.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2006. 9. 19. 진단받은 우안 백내장, 2011. 9. 14. 진단받은 우안 안내염 및 2017. 11. 14. 진단받은 우안 유리체 출혈 및 우안 망막박리’와 이 사건 사고 또는 선행상병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고, 이 소견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나.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05. 7. 22.부터 2017. 2. 7.까지 사이에 우안 백내장 수술, 우안 유리체절제술 등 다양한 수술이 있었고, 망인에게 기저질환인 당뇨병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2017. 2. 7. 소외인에 대하여 시행한 우안 각막 전층 재이식 수술을 선행상병의 재발로 보기도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1) 구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완성으로 소멸하고(제112조 제1항 제1호),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제112조 제2항, 민법 제166조 제1항).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받아 치유된 후에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는 장해급여를 지급한다(제57조 제1항). 이때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제5조 제4호). 따라서 구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청구권은 장해급여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 즉 치유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누6544 판결 등 참조).
(2) 구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받아 치유된 후에도 그 요양의 대상이 되었던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이 재발하거나 치유 당시보다 상태가 악화되어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에는 재요양을 받을 수 있다(제57조 제1항). 재요양은 일단 요양이 종결된 후에 선행상병이 재발하거나 또는 선행상병에 기인한 합병증에 대하여 실시하는 요양이라는 점 외에는 최초의 요양과 그 성질이 같으므로, 재요양의 요건으로는 요양의 요건 외에 선행상병과 재요양을 신청한 상병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고 선행상병의 요양종결 시의 상태에 비하여 그 증상이 악화되어 재요양을 함으로써 치료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것으로 족하다. 선행상병이 재요양을 신청한 상병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당초 상병의 치료종결 시의 상태에 비하여 그 증상이 현저하게 악화되어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일 필요도 없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2두1762 판결 참조).
(3) 구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재요양을 받고 치유된 후 장해상태가 종전에 비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된 장해상태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를 지급받는데,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의 산정 및 지급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제60조 제2항). 그 위임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8조는 장해급여의 수급자를 장해보상연금을 받던 사람과 장해보상일시금을 받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다시 그 수급자가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를 장해보상연금으로 청구한 경우와 장해보상일시금으로 청구한 경우로 나누어 그 산정 및 지급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장해보상일시금을 받은 사람이 재요양 후의 장해상태가 종전에 비하여 악화되어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한 경우에는 ‘재요양 후 치유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부터 변경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되, 이미 지급한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장해보상연금’은 이를 부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항 제1호,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
이 사건 조항의 취지는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급여 및 장해보상일시금을 받은 사람이 재요양 후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변경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을 전액 받게 된다면 이미 보상받은 장해급여 부분에 대해서까지 중복하여 장해급여를 받는 결과가 되므로,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신체장해를 입은 사람이 그 당시에 판정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아니하여 기존의 장해에 대해서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기존의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장해등급이 변경된 후 비로소 변경된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한 경우에는, 그와 같은 중복지급의 불합리한 결과는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피고로서는 재요양 후 치유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부터 변경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의 지급일수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 조항을 근거로 삼아 근로자에게 지급한 적이 없는 기존의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의 장해보상연금을 부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치는 기존의 장해등급에 대한 장해급여청구를 하지 않고 있던 중 그 청구권이 시효 소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중복지급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이때에도 동일하며, ‘이미 지급한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일수’라고 표현한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5. 4. 16. 선고 2012두2614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은 선행요양 기간 중이던 2005. 8. 26.경 양안에 대하여 ‘당뇨성 망막증’ 진단을 받고, 그 무렵부터 2015. 10. 21.까지 사이에 양안 범망막 광응고 수술을 받았다.
(2) 소외인은 선행요양 기간 중이던 2006. 9. 19. 우안에 대하여 ‘외상성 백내장’으로 진단받고, 피고에게 재요양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06. 9. 22. 소외인의 외상성 백내장과 이 사건 사고 및 선행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 소외인은 불승인 결정에 대해 불복하지 않은 채, 2006. 9. 30. 우안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3) 소외인은 선행요양 종료 후인 2011. 4. 18. ‘우안 각막 이식 수술’을 받고, 2011. 9. 14. 우안 유리체절제술 및 유리체내 주사술을 받았다.
(4) 소외인은 2016. 11. 15. 다시 우안에 대한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2017. 2. 7. 우안 각막 재이식 수술을 받았다.
(5) 소외인은 2017. 5. 17. 우안 나안시력 안전수동(眼前手動) 진단을, 2017. 11. 14. 우안 유리체 출혈, 우안 망막박리 진단을 받고, 우안 유리체절제 수술 등을 받았다.
(6) 제1심 진료기록감정의는 ‘선행상병으로 인하여 각막과 망막이 손상될 수 있고, 궤양 및 천공이 생기면 안내염이 생길 수도 있으며, 백내장 등의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사건 장해의 발병원인은 선행상병, 노인성 백내장, 당뇨성 망막증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7) □□□□□□ ◇◇◇병원 안과 전문의가 발급한 2006. 9. 18.자 진단서에는, 소외인의 백내장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8) 원심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 ◇◇◇병원장은 ‘이 사건 사고와 2011. 4. 18.자 우안 각막 이식 수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소외인의 시력상실 원인은 각막혼탁과 망막박리이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화학적 손상으로 각막혼탁, 백내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각막혼탁과 망막박리는 2006. 9. 30. 백내장 수술 이후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이 사건 사고와 당뇨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좌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과를 보인 점에 비추어 당뇨병성 망막증만으로 우안의 불량한 경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안 시력의 악화 원인은 이 사건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다. 위와 같은 선행상병의 발병 경위나 그 이후의 경과, 이 사건 장해 발병 원인에 관한 의학적 소견 등에 비추어 보면, 선행상병이 선행요양 종결일인 2005. 9. 30.에 일단 증상이 고정되어 치유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후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우안 망막박리’ 등의 상병이 발병하여 재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사실관계가 그러하다면, 소외인이 적절한 시점에 ‘우안 망막박리’ 등에 관하여 재요양급여를 신청하지 않아 실제 재요양급여를 받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안 망막박리’ 등에 관하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 증상이 고정되어 치유된 시점에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청구권’을 새로 취득하고,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소외인의 선행상병이 선행요양 종료일 이후에 다시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재요양이 필요하게 된 사정은 간과한 채, 선행요양 종료일인 2005. 9. 30.부터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장해급여청구일인 2018. 3. 2.에는 이미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이 사건 장해에 관한 장해급여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산재보험법에 따른 ‘재요양 요건’,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