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32장에 규정된 ‘강간과 추행의 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 / 미성년자 등 추행죄에서 말하는 ‘미성년자’, ‘심신미약자’의 의미 / 위 죄에서 말하는 ‘추행’의 의미 및 추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위 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의미 및 위력으로써 추행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제2편 제32장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장에 규정된 죄는 모두 개인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적극적으로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소극적으로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말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를 할 때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의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형법 제32장의 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은 강간죄(제297조)나 강제추행죄(제298조)인데, 이 죄는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와 같이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이 일반인에 비하여 낮은 사람은 낮은 정도의 유·무형력의 행사에 의해서도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범죄의 성립요건을 보다 완화된 형태로 규정한 것이다.
이 죄에서 ‘미성년자’는 형법 제305조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5항의 관계를 살펴볼 때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심신미약자’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위력’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며,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으로써 추행한 것인지 여부는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구체적인 행위의 경위 및 태양, 행사한 세력의 내용과 정도,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피해자에게 주는 위압감 및 성적 자유의사에 대한 침해의 정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069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716 판결,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도7164, 2011전도124 판결(공2013상, 371)
검사
법무법인 오현 담당변호사 채의준 외 1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3. 11. 01:35경부터 같은 날 03:50경까지 사이에 광명시 소재 ‘○○호텔’ △△△호실에서 피해자에게 필로폰을 제공하여, 약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성기를 입으로 빨게 하고, 피해자의 항문에 성기를 넣기 위해 피해자를 뒤로 돌아 엎드리게 한 다음,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샤워기 호스의 헤드를 분리하여 그 호스를 피해자의 항문에 꽂아 넣은 후 물을 주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약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자를 위력으로 추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다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심신미약자를 위력으로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해자는 법정에서 “이 사건 당일은 피고인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고, 성매매를 하기로 하고 만났다. 피고인과 그 이전의 만남에서도 돈을 받고 스타킹을 팔거나, 성매매를 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 사건 당일 피해자와 피고인의 만남은 애초에 성매매 대가를 지불하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피해자는 모텔에서 나온 후 피고인으로부터 실제로 30만 원을 지급받았다.
(2) 필로폰 투약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을 만났을 때 피고인이 자꾸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해서, 혹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술이냐라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피고인이 한 번만 해보자고 설득하였고, 저도 연예인들도 하니까 큰일이 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호기심에 해보기로 하였다. 피고인에게 저의 팔에 주사를 하게 한 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라고 진술하였고,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모텔에 들어가기 전부터 ‘술을 마신다.’는 표현이 필로폰 투약행위를 의미하는 은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필로폰 투약을 묵시적으로 승낙 내지 동의하였다고 할 것이다.
(3) 피고인은 피해자의 팔 혈관에 필로폰을 주사하였는데, 이 사건 당일 촬영된 피해자의 오른팔 주사바늘 자국 사진에 의하면, 주사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른 흔적 또는 혈관이 터져서 멍이 들어 있는 모습이 없다. 만약 피해자가 팔을 빼거나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등으로 협조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혈관 주사 방식의 투약은 어려웠을 것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제2편 제32장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장에 규정된 죄는 모두 개인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적극적으로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소극적으로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말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를 할 때 그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 여부, 성행위의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형법 제32장의 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은 강간죄(제297조)나 강제추행죄(제298조)인데, 이 죄는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와 같이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이 일반인에 비하여 낮은 사람은 낮은 정도의 유·무형력의 행사에 의해서도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범죄의 성립요건을 보다 완화된 형태로 규정한 것이다.
이 죄에서 ‘미성년자’는 형법 제305조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5항의 관계를 살펴볼 때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심신미약자’라 함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716 판결 등 참조). 다음으로 ‘위력’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며,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으로써 추행한 것인지 여부는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구체적인 행위의 경위 및 태양, 행사한 세력의 내용과 정도,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피해자에게 주는 위압감 및 성적 자유의사에 대한 침해의 정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069 판결,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도7164, 2011전도124 판결 등 참조).
나. (1) 이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피해자의 어머니가 경찰에 112신고를 하면서부터이다. 피해자가 범행 전날 밤 11시경 친구를 만난다고 나갔다가 새벽 4시에 귀가하였는데, 성인 남자를 만난 것 같고 술에 취하지 않았음에도 횡설수설하고 팔에 주사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약을 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피해자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6세의 학생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상의 ‘아동·청소년’이자 아동복지법상의 아동에 해당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심신미약자추행, 절도, 도로교통법 위반 등 죄로 기소하였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를 적용하지 않고 이 죄를 적용한 것은 당시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지만 피고인에게는 우울증 등의 심신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하여도 전부 동의하였다. 제1심은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변호인은 항소이유를 제출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앞에서 본 것처럼 피해자가 성매매에 합의하였고 필로폰 투약에도 묵시적으로 승낙 내지 동의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심신미약자를 위력으로 추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의 판단이, 검사가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① ‘피해자가 스스로 본인의 항문에 샤워기를 꽂는 등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였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인지, ② 피해자가 성매매 및 필로폰 투약에 동의하였으므로 그 후에 있었던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인지 반드시 분명하지는 않다. 만약 위 ①의 취지라고 한다면 원심판결은 증거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보아야 한다. 즉, 피고인은 제1심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였다. 피해자도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제1심판결이 들고 있는 그 밖의 증거들 역시 피고인의 자백을 진실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충분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해자가 성매매 및 필로폰 투약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단정하였다면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3) 다음으로 원심의 판단이 위 ②의 취지라고 한다면 그 판단에 위법이 있는지를 본다.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할 때에는 보통 그 의미를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피해자에게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있다는 이유로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이유는 그러한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사전에 성매매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여전히 그 동의를 번복할 자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지 않았던 성적 접촉이나 성적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그 행위의 경위 및 태양, 피해자의 연령,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하여 위력으로써 추행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피고인의 행위는 그 경위 및 태양, 피해자의 연령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 사람이 예견하기 어려운 가학적인 행위로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데에서 더 나아가 성적 학대라고 볼 수 있다. 피해자가 성매매에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행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거나 또는 이에 대하여 사전 동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가 필로폰 투약에 동의하였다 하여 이를 들어 피해자에게 어떠한 성적 행위를 하여도 좋다는 승인을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필로폰 투약을 한 상태에서 피고인의 행위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적 접촉 또는 성적 행위에 대하여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여 동의를 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됨은 물론이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의 정도에 관한 법리 및 심신미약자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